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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K의 행복한 천연 발효빵 도전기 (2)

On October 01, 2013

지난달 ‘오월의 종’ 정웅 셰프의 도움으로 천연 발효종 만들기를 마스터한 K 기자. 이달에는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구수한 호밀 향이 씹을수록 매력적인 100% 호밀사워빵과 쫄깃쫄깃 담백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는 르뱅치아바타에 도전했다.

홈베이커를 위한 조언

업장의 오븐과 가정용 오븐은 다르다
‘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시판 빵과 같은 맛이 나지 않지?’라고 푸념하는 홈베이커가 많다. 그 이유로는 만드는 방법과 테크닉, 재료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오븐이 다른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업장용 오븐과 가정용 오븐은 다르기 때문에 업장에서와 똑같은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업장용 오븐이 단순히 가정용 오븐과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터 등의 유지와 이스트를 넣지 않고 만드는 하드 계열의 천연 발효빵은 높은 온도와 밑불, 스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밑불의 역할이 중요한데 고대에 돌로 만든 화덕 오븐도 밑에서부터 열을 받는 방식이었지만 가정에서 흔히 쓰는 컨벡션 오븐의 경우 밑불의 힘이 약해 빵이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스팀은 빵의 겉면을 바삭하게 해 껍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빵의 겉면에 바삭한 크러스트가 생겨야 식감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빵 조직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촉촉한 속살이 유지된다. 하지만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밑불과 스팀을 넣고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제빵개량제와 이스트, 우리밀과 수입 밀
이스트와 제빵개량제가 몸에 나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래도 가공 물질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면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 수입 밀가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우리밀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점도 신중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에 따라 강력분과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뉘는데 제빵에는 글루텐 함량이 높아 끈기가 있는 강력분이, 제과에는 글루텐 함량이 낮아 바삭한 식감을 내는 박력분이 사용된다. 그런데 우리밀은 글루텐 함량이 낮아 제빵에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제빵용으로 재배되는, 상대적으로 글루텐 함량이 높은 우리밀 강력분도 생산하고 있지만 강력 2급으로, 일반적인 수입 강력분과 다르다. 그 대신 떡처럼 쫄깃한 찰기는 있는데 이는 버터 등의 유지를 사용하는 소프트 계열의 빵에 쫄깃한 맛을 내는 데에는 어울릴 수 있으나 적당한 기공으로 보송보송한 질감을 내는 하드 계열의 빵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만드는 이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우리밀로도 훌륭한 천연 발효빵을 구워낼 수는 있겠지만 내공이 적은 초보 홈베이커라면 수입 밀로 어느 정도 빵 만들기를 익힌 후 우리밀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천연 발효빵은 ‘이해’다
많은 이들이 천연 발효빵 만들기 도전에 두려워한다. 레서피 그대로 따라 하더라도 초보자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천연 발효빵이다. 자연의 효모를 이용해 자연이 만들어내는 빵이니 외부의 모든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연 발효빵을 공부하는 데 레서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각오하고서라도 일단 만들어봐야 하는 것이다. 베이킹을 하면서 왜 그런 과정을 거치는지를 이해하고 재료와 온도, 시간 등을 스스로 조절해가며 자기만의 레서피를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과정을 스스로 체화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레서피를 가이드라인 삼아 결과물의 부족한 점을 계속 개선하다보면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맛을 지닌 자기만의 완벽한 천연 발효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정용 오븐으로 맛있는 천연 발효빵을 굽기 위한 준비물

1. 돌판이나 동판, 주물 팬
가정용 오븐의 밑불이 충분하지 않다면 오븐 사이즈에 맞춰 돌판이나 동판 등을 주문 제작해 오븐 하단에 깔아놓고 예열을 통해 열을 가해 사용함으로써 밑불 효과를 낸다. 주문 제작이 번거롭다면 오븐용으로 제작되어 파는 기존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

2. 오븐용 팬이나 빈 캔, 자갈
스팀이 안 되는 오븐을 사용해도 스팀 효과를 낼 수 있다. 오븐용 팬에 원예용이나 어항용으로 판매되는 자갈을 깔아 오븐 아래에 설치한다. 오븐을 최고 온도로 예열한 뒤 빵 반죽을 넣자마자 물 반 컵에서 한 컵을 자갈에 뿌리면 스팀 효과가 난다. 이때 빵을 굽는 팬을 자갈 위에 올려 사용하면 별도로 1번의 돌판을 준비하지 않아도 밑불 효과까지 낼 수 있다. 빈 캔의 ⅔가량 자갈을 담아 오븐에 넣고 역시 오븐을 최고 온도까지 예열한 뒤 빵을 굽기 직전 캔에 물을 부어 스팀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다.

3. 스테인리스 볼이나 주물 냄비, 뚝배기
가정용 오븐은 돌가마식 오븐이나 업장용 오븐에 비해 최고 온도가 그리 높지 않다. 온도를 더욱 높여 빵을 부풀리기 위해 주물 냄비에 빵 반죽을 넣고 동판이나 자갈판 위에 올려 뚜껑을 덮어 굽는 방법도 있다. 오븐에 들어가는 적당한 크기의 냄비가 없다면 오븐용 팬에 빵 반죽을 얹고 스테인리스 볼을 덮어 뚜껑처럼 사용해도 좋다.

4. 오븐용 온도계
레서피에 나와 있는 온도와 시간대로 구워도 결과물이 제각각인 것이 천연 발효빵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가정용 오븐의 경우 기계에 표시된 온도와 실제 온도가 다른 경우도 왕왕 있다. 온도와 시간 등 외부의 사소한 변화에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만큼 빵을 구울 때 오븐용 온도계를 함께 넣고 몇 도에서 빵을 굽고 있는지 정확히 알면 온도 조절에 도움이 된다.

건포도호밀사워도우를 이용한 호밀사워빵

천연 발효빵 맛있게 먹는 Tip

1. 충분히 식힌 뒤 먹는다
보통 갓 만든 따끈따끈한 빵이 맛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버터 등의 유지가 들어가지 않은 하드 계열의 빵은 충분히 식혀 내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가스를 빼낸 뒤 먹어야 특유의 구수하고 보송한 질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호밀이 많이 함유된 빵의 경우 한나절 지나 먹는 것이 좋다.

2. 빵이 식을 때까지 밀봉하지 않는다
갓 나온 따끈한 빵을 구입해 봉지에 꼭꼭 싸 집에 와서 열어보면 봉지 안에 습기가 차 물이 맺히고 빵 겉면이 바삭하지 않고 눅눅하며 속도 떡처럼 되어 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은 밀봉하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그대로 살아 숨 쉬게 두는 것이 좋다. 하드 계열의 빵을 빵집에서 봉투에 담지 않고 그대로 진열해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3. 빵의 노화 늦추기
빵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져 뻣뻣해지고 맛이 떨어진다. 이것을 ‘빵의 노화’라고 하는데 빵의 노화를 늦춰 오래도록 촉촉하고 맛있는 빵을 즐기고 싶다면 냉동 보관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날 먹을 분량의 빵만 남기고 나머지는 식용 랩으로 둘러싸고 다시 지퍼백 등에 넣어 이중으로 싼 뒤 냉동실에 보관한다. 냉동실에서 꺼낸 빵은 실온에서 반나절 두어 자연해동시키거나 먹기 직전에 꺼내 오븐토스터에 살짝 구우면 그날 만든 빵과 거의 비슷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냉동실에서는 최대 1~2주간 제맛이 유지된다.

무화과르뱅내추럴을 이용한 르뱅치아바타

지난달 ‘오월의 종’ 정웅 셰프의 도움으로 천연 발효종 만들기를 마스터한 K 기자. 이달에는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구수한 호밀 향이 씹을수록 매력적인 100% 호밀사워빵과 쫄깃쫄깃 담백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는 르뱅치아바타에 도전했다.

Credit Info

촬영협조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02-749-9481)
감수
정웅 셰프(오월의 종)
포토그래퍼
김나윤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