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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n Designer&Party Stylist

테이블을 수놓는 여자, 영송 마틴

On October 01, 2013

베니스영화제의 애프터파티 스타일링과 영화 <브레이킹 던 part 1>의 숲 속 결혼식 장면 연출, 거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파티와 오프라 윈프리, 제니퍼 로페즈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의 파티를 도맡아 연출하는 등 미국 상류사회에서 리넨디자이너이자 파티스타일리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영송 마틴 씨.

Editor 미국 유명 잡지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이벤트 프로 68인’에 오르는 등 미국의 파티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들었다. 리넨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아직 한국에는 생소한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소개해 달라.

Youngsong Martin 리넨, 그러니까 파티 테이블보와 체어 커버 등을 이용한 테이블 스타일링과 전체적인 파티 스타일을 연출하는 일이다. 작게는 파티 테이블보를 제작하는 일이고 크게는 그에 맞춰 꽃과 그릇, 테이블 스타일링, 행사장 전체의 스타일링과 파티 콘셉트까지 파티의 전반적인 모든 것을 연출한다. 영화로 치자면 미술감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티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을 연출하고 조율하는 일이다.

E. 전에는 미국에서 의상디자이너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미국에 건너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Y. 지금도 그렇지만, 이십 대의 나는 굉장히 자유분방했다. 당시 시대 상황도 그렇고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에 가진 것 하나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어 패션스쿨에서 공부했다. 겁도 없고 열정만 가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결국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마침내 의상디자이너로서 나만의 숍을 갖게 되었다. 1979년에는 내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YS도 설립했다.

E. 의상디자이너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리넨디자이너로 눈을 돌린 이유가 궁금하다.

Y. 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었다. 사실 옷을 만드는 일은 창의적인 면보다는 상업적인 면이 더 많다. 고객이 원하는 것, 입었을 때 예쁘게 맵시가 나는 디자인, 그리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것 등 한정된 조건 안에서 옷을 만들다보면 창의력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의상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오르고 나니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9년 조카 결혼식과 남편 지인이 여는 파티 등의 테이블 스타일링을 맡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었다. 당시 아무리 화려한 파티이더라도 테이블보나 체어 커버 등은 단순한 컬러와 디자인에 그치고 만다는 것에 놀랐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려 해도 선택의 여지가 적어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왜 아무도 테이블보에는 신경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틈새시장이었고 그것을 공략한 것이 먹혔다. 파티를 주최하는 이나 참석하는 이나 모두 즐길 수 있는 스타일링, 감정을 움직이는 스타일링을 연출하기 위해 나의 창의력을 동원했다. 그런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 나에게 적격이라고 느꼈다.

E. 기존의 상식을 깨는 과감한 스타일링, 세련된 컬러와 독특한 질감, 아름다운 디테일과 기발한 믹스매치의 귀재로 평가받으며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당신의 파티 스타일링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Y. 첫 번째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파격’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의자가 드레스를 입은 듯한 모양의 화려한 체어 커버를 처음 업계에 내놓자 다들 나보고 미쳤냐고 물었다. 그동안 모두 단색에 정갈한 테이블보와 체어 커버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저기에 앉을 수나 있냐’는 반응이었고 나는 거기에 ‘Why not’으로 되물었다. 테이블과 의자가 화려하게 옷을 입자 파티 분위기도 살아났다. 여기저기에서 내가 만든 리넨을 찾았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체적인 파티 연출을 맡게 되면서 패션디자이너로서 익혀온 컬러의 믹스매치와 패턴 디자인 감각을 살려 더 우아하고 럭셔리하면서도 콘셉추얼한 연출을 완성시켜 나갔다.

E. 세계적으로 큰 이벤트와 상류사회의 파티,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결혼식까지 다양한 파티를 연출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가?

Y.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고 백악관에서 파티 연출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행사는 미국 측에서 러시아의 고위직을 초청해 벌이는 행사였다. 나는 러시아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금박과 노란색 등 러시아 황금기의 사조를 바탕으로 화려한 연출을 해냈다. 백악관 측에서도 이제까지의 딱딱한 연출에서 벗어난 과감한 파티 스타일링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매번 연출할 때마다 파티의 콘셉트와 고객의 취향에 따라 함께 조율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 새로운 파티를 연출할 때 스타일링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그리고 최근 가장 트렌디한 파티 스타일은 무엇인가?

Y. 한동안은 내추럴한 스타일링이 유행했다. 현재는 웨딩 스타일링에는 파스텔톤이, 연회나 이벤트 등의 파티에는 빅토리안 복고풍이 강세다. 하지만 파티는 트렌드보다도 콘셉트에 맞춰 스타일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문화 콘텐츠를 많이 접하고 배우려 노력한다. 특히 역사 쪽에 흥미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벤트를 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 전통 복식과 미술, 문학 등을 두루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화의 세트디자이너가 자기가 연출하려는 영화의 스토리와 배경이 되는 시대, 지역에 대해 철저히 알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E. 2001년 설립한 ‘와일드플라워리넨’은 현재 미국에 4개의 쇼룸, 연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Y. 나는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의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다. 인생은 즐거운 것이니까, 계속 즐겁게 살며 일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한국의 파티문화에 영감과 즐거움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국에 와서 결혼 커플과 하객들이 함께 즐기지 못하고 형식적이며 참석에만 의의를 두는 결혼식문화에 놀랐다. 한국의 롯데호텔과 손잡고 웨딩 스타일링 컨설팅을 맡게 되었는데 더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식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E. 한국에도 파티문화가 서서히 확산되어 홈 파티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에쎈> 독자들을 위해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스타일링 팁을 알려 달라.

Y. 파티 스타일링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첫 번째로 말하는 것이 있다. 부담 갖지 말고 즐기라는 것이다. 파티는 다 함께 즐기는 자리다. 더군다나 친목을 위한 홈 파티라면 철저히 즐거움을 위한 것 아닌가. 내가 손님을 기쁘게 맞고 내가 좋아하는 손님들이 참석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홈 파티에 실패를 걱정하는 것이 이상하다. 혼자 ‘성공적인 파티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멋만 잔뜩 부린 파티를 한다면 오히려 손님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간단한 스타일링 팁을 알려주자면 적은 예산으로 파티를 꾸밀 때에는 초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또 꽃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데 초보자라면 색과 밸런스를 맞춰서 산뜻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스타일링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너무 귀여운 콘셉트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자칫 폼도 안 나고 지저분해지기 십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파티 주최자가 파티를 즐기는 것이다.

베니스영화제의 애프터파티 스타일링과 영화 &lt;브레이킹 던 part 1&gt;의 숲 속 결혼식 장면 연출, 거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파티와 오프라 윈프리, 제니퍼 로페즈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의 파티를 도맡아 연출하는 등 미국 상류사회에서 리넨디자이너이자 파티스타일리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영송 마틴 씨.

Credit Info

자료협조
와일드플라워리넨
포토그래퍼
정문기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