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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빛과 풀의 나라

On November 08, 2012

스위스 루체른에서 티치노로 배와 기차를 타고 다녔다. 몸이 물빛으로 변했다가 풀빛으로 변했다가 다시 물빛으로 변했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 물빛의 고요
배는 낭만의 집결 같다. 누구에게나 배에 대한 동경이 있다. 거대한 크루즈가 아니더라도, 눕지 못할 작은 배라도, 배가 싣고 가는 건 우리의 정서다. 스위스는 물의 나라고 배의 나라다. 밝은 물빛과 설탕 같은 바람과 미남 같은 풍경이 배를 에두른다. 배를 타고 루체른 호수를 떠가면 웃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세계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위스 국기에 대해 말한다면, 예쁜 깃발 같다. 깃발이 예쁠 수 있다니. 스위스 곳곳에 디자인 소품처럼 깃발이 꽂혀 있다. 그건 그 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인 동시에 미적 취향이다. 충분히 동의할 만하고 생각한다.

 

+ 손짓하는 그림
‘그림 같다’는 수사는 흔해서 지겹다. 풍경은 무한하지만 단어는 제한적이다. 루체른은 산, 호수, 다리로 유명하다. 스위스를 여러 번 다녀온 사람은 루체른에서 유람선을 타라고 권한다. 물 위를 흐르며 바라보면 풍경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그림 같다. 집과 나무와 사람이 가까이 와서 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하지만 헤엄을 쳐서라도 다가가고 싶은 욕망은 금세 사라진다. 더 멋진 풍경이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림 같다’보다 적확한 언어를 찾기 어렵다.

 

+ 한숨에, 오름
루체른에 가면 ‘필라투스’ 산에 가자. 해발 2132m다. 사람들은 순례하듯 이곳에 오른다. 가라앉은 마음 같은 들판이 펼쳐진다. 그건 꼭 바다 같기도 하다. 염소들이 풀을 뜯다 바라보는데, 그들의 시선은 무관심하다. 그곳의 중심은 염소다. 순식간에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필라투스 반’이라는 열차를 타면 10분 정도 걸려 정상에 닿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각도를 오르는 기차다. 정상에 ‘필라투스 쿨룸’이라는 일급 호텔도 있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자. 얇은 쇠줄에 매달려 필라투스의 절경을 내려다보면, 새삼, 살아서 좋다.

 

+ 스위스의 이탈리아
스위스는 크기가 대한민국의 반도 안 되지만 4개 언어권이 존재한다. 알프스 산맥이 땅을 나누어서 고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위스는 인접 국가의 영향을 받았다. 스위스의 남쪽, 티치노 주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당연히 이탈리아 말을 쓰고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다. 사람도 건물도 이탈리아 같다. 스위스 패스 한 장을 끊으면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스위스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 각 언어권을 넘나들며 문화와 풍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경험하는 것도 스위스 여행의 매력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스위스는 나라 전체가 잘 디자인해놓은 구조체 같은데, 솜씨가 천의무봉이다.

 

+ 예쁜 잠자리 경연대회
스위스의 호텔은 누가 누가 더 예쁜가 뽐내는 것 같다. 그래서 길을 걷거나 배를 타고 떠갈 때 무작정 들어가고 싶다. 티치노 주의 마을인 로카르노에는 이탈리아 분위기의 호텔이 많은데 어떤 것은 앤티크하고 어떤 것은 모던하다. 구분은 의미가 없다. 모두 예뻐서. 만날 만날 자러 들어가고 싶다. 혼자라도…. 하지만 역시 가장 예쁜 건 풀과 나무와 물이지.

 

+ 물새와 배, 그리고 시간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루체른에서 로카르노에 갔다. 스위스는 정확한 시간에 모든 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스위스처럼 시간에 엄격한 나라는… 없을 것 같다. 기차도 배도 시간의 오차 없이 도착하고 출발한다. 풍경이 무한 반복하듯 쏟아내는 여유는 이러한 엄격함에 기반한다. 그래서 이 나라는 조금도 기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로카로노의 작은 항구에 배가 들어올 때 피해 날아가는 새는 없었다. 오히려 마중하듯 발을 굴러 가까이 다가왔다. 예쁘지 않은 곳을 찾는 게 어려운 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 녹색 정원
‘힐링’은 시의적절한 단어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소위 ‘익사이팅’보다 ‘힐링’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녹색, 물빛, 고요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풀로 덮인 곳, 끊임없이 물이 펼쳐진 곳에 간다. 보고, 말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행복하기 때문에. 휴식은 여행의 근본 목적이니까. 로카르노에는 산도 있고 호수도 있다. 철길이 마을의 높은 산까지 돋아서, 한 칸짜리 열차를 타고 의자에 앉기만 하면 ‘힐링’이 된다. ‘큰’ 녹색 정원인 로카르노를 가방에 넣어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www.myswitzerland.co.kr

 

 

스위스 루체른에서 티치노로 배와 기차를 타고 다녔다. 몸이 물빛으로 변했다가 풀빛으로 변했다가 다시 물빛으로 변했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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