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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winter coat

On November 08, 2012

수세기 동안 남자들은 우아하고 근사한 코트를 걸친 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저 쌀쌀하거나 축축한 날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코트는 남자에게 자신감과 여유를 불어넣는다




 

1 참 정직하게 생겼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감색 피코트
    33만5천원 타미 힐피거 제품.
2 라펠에 부착된 양털 덕에 머플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귀여운 단추 장식이 돋보이는 감색 피코트
    99만8천원 아페쎄 제품.
3 부드러운 크림색은 따뜻하고 포근한 인상을 준다.
   1백40만원대 C.P. 컴퍼니 제품.
4 코트 앞자락에 덧댄 감색 선이 없었다면 조금은 지루했을 거다. 캐멀색 피코트
    가격미정 스튜디오K 제품.
5 데님과 코듀로이가 만났다. 독특하다.
    42만8천원 데님&서플라이 제품.
6 묵직한 색감 덕에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복슬복슬한 감촉의 피코트
    1백98만원 띠어리 맨 제품.

앤드루 와이어스의 고독과 황폐함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미래는 막연하고 또 막막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이 와도 더 이상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을 찾지 않는다. 연애를 시작했고 직업도 있고 야근도 한다. 앤드루 와이어스는 피코트를 입고 있다. 피코트는 영국 해군들이 바다 위의 거대한 바람을 막기 위해 입던 옷이다. 거친 바다로부터 해군을 보호해주진 못하겠지만 널찍한 라펠과 두터운 울 소재로 추위는 조금 덜어줬을 거다. 와이어스는 피코트의 큰 리퍼 라펠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앞섬을 단단히 여며 바람으로부터 웅크리고 있다. 깃 안엔 쓸쓸함과 노인의 고독이 담겨 있다. 지난겨울 나 또한 피코트를 입고 거리를 헤매었다. 그날의 기억이 앤드루 와이어스의 사진을 다시 보게 만든다.

 


1 굳이 주름을 펴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 멋스럽다.
   48만6천원 메종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품.
2 소매 부분에 덧댄 퀼팅 소재 덕에 두 가지 옷을 겹쳐 입은 것 같다.
   35만9천9백원 카이아크만 제품.
3 큼지막한 크기의 주머니가 활동적인 인상을 준다.
    길이가 짧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39만9천원 바나나 리퍼블릭 제품.
4 영국 신사가 입었을 법한 정갈한 트렌치코트
    가격미정 톰 브라운 제품.
5 소매 부분의 절개선은 활동성을 보장한다.
    89만8천원 디젤 제품.
6 어깨 솔기가 없어 낙낙한 래글런 트렌치코트
    가격미정 Z 제냐 제품.

사진은 1957년 10월의 첫날, 극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카뮈의 모습이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카뮈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표지 사진이다. 실존주의 작가라 불리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가 방아쇠를 왜 당겼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카뮈의 담배 태우는 사진은 정확히 기억한다. 검은 곱슬머리와 검은 눈, 쓸쓸하리만큼 우수에 찬 눈빛과 순수한 반짝임을 지닌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그의 책들. 뜻하지 않게 너무 빨리 죽어버렸지만 사진 속 그는 웃고 있다. 트렌치코트를 단정히 입고 담배를 비스듬히 물고, 무언가를 응시하는 눈빛. 그런데 입은 웃고 있다. 웃긴 일이 있었을까.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다. 


1 아빠의 장롱 속에 있을 법한 품이 낙낙한 코트. 가벼운 티셔츠 위에 툭 걸치기만 해도 멋스럽다.
   70만4천원 노앙 제품.
2 코트 위에 체크무늬 패딩 재킷을 걸친 것 같다. 풍성한 실루엣 덕에 보는 사람도 입는 사람도 따뜻하다.
   가격미정 우영미 제품.
3 잔잔한 카무플라주 무늬로 물든 회색빛 코트
   가격미정 엠비오 컬렉션 제품.
4 원래 코트는 단정해야 제맛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코트
   89만8천원 아페쎄 제품.
5 짙은 색 싱글브레스트 코트는 진중해 보인다.
   가격미정 닐 바렛 제품.
6 살에 닿았을 때 캐시미어만큼 기분 좋은 것도 없다. 점잖은 코트
   가격미정 질 샌더 제품.

 

진 토닉 한 병 그리고 심농의 전집만 있다면 어둡고 긴긴 겨울밤을 거뜬히 보낼 수 있다. 나는 조르주 심농이 창조한 매그레 반장을 좋아한다. 그는 180cm의 키에 뚱뚱하고 못생긴 중년 형사다. 이런 외모에 비해 그는 조용하고 차분하며 직관에 따라 행동할 줄 안다. 한마디로 듬직한 남자다.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는 하루의 반 정도는 자신의 캐릭터에 이입되어 있다고 믿는다. 사진 속 조르주 심농은 품이 낙낙하고 길이가 긴 코트를 입고 있다. 깊숙한 코트 주머니 안엔 수사를 위한 돋보기와 수첩이 들어 있을 것만 같다. 중절모를 쓰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그에게서 전형적인 신사의 품격이 느껴진다. 사진 속 그가 무엇을 응시하는지 알 순 없지만 분명, 사건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했으리라 믿는다. 난 매그레 반장의 편이니까.

 


1 클래식한 캐멀색 더플코트
   77만원 해리스 와프 런던 by 프로젝트 루 제품. 
2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캐주얼한 회색 더플코트
   56만8천원 나파피리 제품.
3 널찍한 후드 덕에 갑작스레 비나 눈이 내려도 끄떡없다.
   가격미정 버버리 런던 제품.
4 어깨에 초록빛 체크무늬를 더했다. 가볍고 길이가 짧아 실용적이다.
   61만8천원 프레드 페리 제품.
5 다른 액세서리는 필요치 않다. 코트 하나로 강렬한 인상을 풍길 수 있다.
   78만9천원 하놀드 브룩 by 존 화이트 제품.
6 묵직한 무게감과 보온성은 비례한다. 직접 입어보면 안다.
   66만원 이스트로그 by 바버샵 제품.

마이클 와일딩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둘은 짧은 결혼 생활만큼이나 불행했을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진 속 그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한 손에 들고 있는 샴페인과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에는 흡입력 있는 무언가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심이 느껴진다. 두 배우의 사랑이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느껴진다. 마이클 와일딩은 수트 위에 흔한 롱 코트가 아닌 더플코트를 걸쳤다.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코트다. 더플코트 하면 어린 연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때론 재질이, 촉감이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도톰하고 부드러운 캐시미어는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부드러운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는 로맨틱하게 기억된다. 사진 속 마이클 와일딩처럼.

 

 

 

 

수세기 동안 남자들은 우아하고 근사한 코트를 걸친 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저 쌀쌀하거나 축축한 날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코트는 남자에게 자신감과 여유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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