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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버스커요?

On July 27, 2012

예고 없이 전화를 걸었다. 물었다. “사람들은 왜 버스커 버스커를 좋아할까요?”




 그래서 들입다 전화를 걸었다.
<아레나> 전 음악 담당 에디터이며 지금은 자유로운 음악 마니아인 이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버스커 버스커 안 좋아하는데.”
“왜요?”
“올드한 느낌이 들어서. 장범준 발음도 사투리가 섞여서 촌스럽게 들리더라고. 그리고 버스커 버스커가 오래갈 수 있을까?”
음… 그러고 보니 ‘버스커 버스커 1집 마무리 EP’가 나왔을 때 누군가 말했다. “많이 들으면 질리더라고요.” 1집과 1집 마무리 EP는 느낌이 비슷하다. 이런 느낌의 2집이 나온다면 지겨울 것 같다.
“<슈퍼스타K 3>에서 ‘막거리나’를 불렀을 때처럼 위트가 살아나면 좋겠는데.”
역시 <아레나> 전 에디터답다. 하지만 궁금한 건 - 이주영은 말고- 왜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 버스커를 좋아하는가다. “여자들이 좋아하잖아. 덜 연예인 같은데 그렇다고 후지지 않은 외모도 이유가 될 것 같아. 그리고 장범준이 다재다능하다는 것 같던데. 그림도 잘 그리고.”
‘덜 연예인 같은데 그렇다고 후지지도 않은 외모’여서 좋아한다고? 맞는 것 같다. 요즘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용 하는 여자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를 듣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뜬금없지만. 현대무용가 황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즐겨 들을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데, 가사가 사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건 인상적이에요.” 맞다! 버스커 버스커의 가사는 ‘우리’ 얘기 같다. “여러 인디 밴드들이 일상적인 얘기를 가사로 쓰잖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개인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가사에 감정의 경계라는 게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버스커 버스커는 그 경계를 잘 타고 넘으며 가사를 쓴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선 뒤에, 뒤에, 통화 나눈 인물이 부연해줄 예정이다.
맥락에 어긋난 질문 하나. 무용가들은 가요에 맞춰 춤추지 않는다. 왜지? “그런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백댄서와는 달라야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무용은 추상적이잖아요. 그런데 가요는 가사가 있어서 상당히 구체적이죠. 가요에 맞춰 무용을 하면 구체적인 게 추상을 눌러 버려요.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물론 있고.” 가요는 예술이 아니지만 무용은 예술이라는 얘길까? 음… 그런 의미라면 동의한다. 모든 가요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인디 밴드, 정확하게는 인디 밴드였던 장미여관의 강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되물었다.
“그러니까요. 왜 인기가 있는지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들어보니 좋더라고요. 노래가 좋으니까 좋아하는 거겠죠.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런 건 맞지. 그럼 틀리겠어? 왜 그렇게 됐냐고 묻는 거지. 어떤 사람은 목소리 때문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가사 때문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외모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했더니 그가 대답했다.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봐서.” 뭐, 예고 없이 전화한 거니까. 통화하기 싫었던지….
1인 밴드 ‘수상한 커튼’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더니 번호가 없었다. 카카오톡에만 떠 있어서 메시지를 보냈다. 답이 왔다.
‘보컬 음색을 좋아라 하는 사람도 많고… 아무래도 기름기 빠진 담백한 음악 때문 아닐까요.’ ‘음악이 약간 소박한 구석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지친 거지 너무 요상한 멜로디와 기계음에….’ ‘아날로그적인 걸 많이 찾잖아요 요새.’
‘요새’라는 단어가 3D처럼 볼록하게 다가왔다.
<슈퍼스타K 2> 출신인 장재인의 전 매니저이자 음악 페스티벌 홍보 및 음반 제작을 하는 이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은요 아이돌 음악이 멜로디보단 스타일을 추구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이질감이 들면서 튀었던 거 같아요.”
“이단은요?”
“이단이요? 아… 가사가 동시대적이잖아요. 요즘 남자애가 요즘 여자애한테 부르는 평범한 내용인데, 그 안에 센스, 감성이 살아 있는 거죠. ‘10cm’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삼단은 없어요?”
“내부 사람들 말 들어보면 <슈퍼스타K 3>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팬덤이 제일 많았대요. 앨범 나오고 그들이 전격적으로 밀어준 거죠.”
“장재인도 그렇게 하면 더 잘됐으려나….”
“그러게요. 그랬으려나….”
사람들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목소리가 만만하면서 좋다. 둘째 가사가 남 얘기 같지 않다. 셋째 기계음으로 여기저기 봉합한 아이돌 노래와 다르다. 넷째 외모가 평범한데 못생기진 않았다. 호감이 간다.
이 정도면 이유가 다 나온 거 같다. 그래도 이런 기사는 전문가의 공신력 있는 답변으로 마무리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평론가는 식상하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PD고 음악 많이 듣기로 소문난 KBS 윤성현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미 언급된 이유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더 나아갔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 자체에 관한 것과 음악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관한 것이죠.”
음악 자체에 관한 것? 음악 소비에 관한 것?
“버스커 버스커 노래는 쉽고 부담이 없어요. 그런데 사실 쉬운 음악은 많아요. 쉬운데 잘 만든 음악이 많지 않은 거죠. 20대 송라이터가 만든 음악 중에선 오랜만에 나온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따라 부르기 좋죠. 따라 부를 수 있어야 감정이입도 잘돼요. 그런데 빅뱅이라든가, 2am이라든가,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부르진 않거든요. 연습생 제도 같은 게 정착되면서 기능적으로 성숙해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아졌어요. 생각해보세요. 따라 부르기에는 1990년대 노래들이 요즘 노래보다 쉽잖아요. 버스커 버스커 노래가 그래요. 노래방에서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감상하기 좋아요. 소재가 친숙한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죠. ‘배드민턴 치자고 꼬시’잖아요. 왠지 정말 그렇게 꼬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10cm’가 20대의 찌질한 정서를 잘 표현했다면 버스커 버스커는 청춘의 송가 내지는 연가를 그린 거죠.”
그들은 그들의 음악을 했다는 말로 들렸다. 소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음악을 음악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만 장 넘게 팔리는 음반이 없잖아요. 그럼 대부분 사람들은 음악을 어떻게 소비할까요?”
“예능이요.”
“네, 맞습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같은 TV 예능을 통해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결정하죠.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에서 BGM으로 흐르는 노래를 좋아하게 되고요.”
최근에 정형돈과 데프콘이 낸 앨범, 유재석과 이적이 낸 앨범이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현상일 것 같다.
“버스커 버스커는 존재 자체가 예능적이었던 거예요. <슈퍼스타 K>라는 제일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그들이 경쟁하고 성장하는 걸 봤어요. 갑자기 앨범 내고 활동 시작하는 가수가 아니라고요. 훨씬 친근감이 느껴지죠. 그 와중에 노래까지 좋아요. 활동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어요. 방송사나 어떤 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속도로 자기 색깔을 만들어요. 게다가 별로 폼 잡지도 않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니 뮤지션이니 싱어송라이터니 하면서 힘주지도 않아요. 행동, 말투, 패션에도 위화감이 안 들어요.”
윤성현 PD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게다가 논리적이고 정연하다. 역시 유희열만 잘해서 <라디오 천국>이 잘된 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버스커 버스커 같은 이미지를 가진 가수는… 없다. 그냥 앞뒤 자르고 볼 때 버스커 버스커는 세 명 다 착한 ‘친구’ 같다. 카드값이 모자라서 그러니 10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 것 같다. 친한 친구도 잘 안 빌려주는데. 그래서 확인하고 싶어졌다. 버스커 버스커는 이미지만 그런 가수일까? 아니면 정말 폼 안 잡고 친근할까?
2개월 전에 패션 잡지 <나일론>에서 버스커 버스커 화보를 찍었다. 무려 12페이지나. 상의를 벗긴 사진도 있었다. 진행을 했던 허세련 에디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물었다.
“버스커 걔들 어때? 괜찮아?”
“저는 사실 버스커에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촬영하고 반했어요. 그런 연예인은 처음이에요. 보자마자 누나, 형이 된다니까요. 원래 알았던 사람처럼 대하고, 기타 치며 노래도 불러줬어요.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난리가 났죠. 아, 범준 씨가 그림도 그려줬어요. 그려달라는 사람한테 다 그려줬어요. 자기들은 연예인으로 보이는 게 싫대요. 오히려 소속사 사람들이 까다롭게 굴었죠. 버스커는 정말 좋아요.”
버스커 버스커는 좋아할 만한 가수 같다. 노래도 태도도 고유하다는 게 특히 마음에 든다. 그들이 계속 그들의 음악을 하면 좋겠다. 그들의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입고 판단하고 그들의 속도로 걸으면 좋겠다. 연예인 말고 가수가 되면 좋겠다. 사실, 그러라고 이 글을 썼다. 보고 있나? 장범준! 브래드! 김형태!

버스커 버스커는 만질 수 있는 애인 같다. 거짓말도 하지 않고 바람도 안 피우는 애인. 그런데 돈도 잘 벌고 외모까지 괜찮은 애인.

 

예고 없이 전화를 걸었다. 물었다. “사람들은 왜 버스커 버스커를 좋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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