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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어워드

On December 01, 2011

올 한 해 이 사람들 아무도 상 못 받겠지? 그래서 주고 싶었다.



(왼쪽부터)

1. 대상(파수꾼) : 기태왈 "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돼."

심사평 답답하다고 이 양반아. 말이 안 통해서 죽겠다. 정치인들은 소통하겠다고 한다. TV에 대통령이 나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국민과 정부 모두 서로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다. 신문은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팠다. 말이 너무 많아서일까? 생각이 다르면 논리로 이해시키면 된다지만, 쉽게 성사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 감정까지 뒤범벅되면 관계는 차갑게 식는다. <파수꾼>은 소통에 관한 영화다. 시대를 잘 타고났다. 아무도 주인공 기태의 마음을 몰라준다. 이게 아닌데, 전부 오해인데, 친구들이 등을 돌린다. 우정이 차게 식었다. 친구가 전부인데 답답하고 서러워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기태의 심정이 어땠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좀 잘해보려고 한 건데, 그녀가 내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아니 알지만 모른 척했다. 답답하다. <파수꾼>만 내 심정을 헤아려줬다.

2. 최우수상(만추)

시애틀의 안개 속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방황한다. 갈 곳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김태용 감독의 역작이자
2011년 최고의 영화다. 탕웨이가 현빈에게 함께 자자고 할 때, 내가 현빈이 아니라는 이유로 2위에 선정했다.

3. 우수상(마당을 나온 암닭)

애니메이션을 보고 울기는 <월e>가 끝일 줄 알았다. 잎새가 아이들을 보내고 족제비를 기다릴 때 가슴이 먹먹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라 점수를 더 줬다. 엄마가 보고 싶다.

4. 장려상(북촌방향)

홍상수 영화를 보고 공감한다는 건 나이가 들고 있다는 뜻이다. 새파란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직 때 타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성준이 술김에 여사장과 키스할 때 공감 백배를 눌러버렸다. 이게 아닌데, 알 것 같다.



(왼쪽부터)

1. 대상(장기하와 얼굴들) : "너랑 나랑은 예, 말하자면은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심사평 에디터 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훈을 얻었다. 쫄면 안 돼. 사무실 밖을 나서면, 취재를 나가면 난감한 상황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오기가 생긴다. 사실 에디터란 직업만 그런 건 아니다. 쫄아서 좋을 건 없다. 어디서든 손해보지 않으려면 능청스러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오해라니까.’ 이 방법으로 어떤 악재도 능구렁이처럼 넘겨냈다. 2011년의 생존 전략은 이러한 능청스러움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은 밴드 사운드가 강렬해졌다. 능글능글하던 노랫말도 더 당당해졌다. 홍대 앞에서 술을 마시다 혀 꼬부라지면 노래를 불렀다. 장기하의 노랫말은 취하면 더 부르기 좋다. 이상한 리듬이 생긴다. 입맛으로 부르는 노래다. 소개팅도 장기하처럼 하고 싶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2. 최우수상(검정치마)

검정치마는 뱃사공의 언어로 노래를 엮어 앨범을 냈다. 대학 졸업반인 후배에게 선물로 줬다. ‘항해를 했네 짐만 한가득 싣고서’란 노랫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정한 선배가 되었다.

3. 우수상(몽구스)

우리는 너무 의기소침해졌다. 옆에서 누가 등짝을 한 대 때리면서 소리쳐줬으면 좋겠다. 몽구스가 그랬다.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젊음!’ 마감 때마다 기운이 난다.

4. 장려상(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이건 정말 시다. ‘저수지엔 개들이 있구요. 달에는 사람이 있어요. 밤에는 그리움이 있구요.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아요.’ 낭독하는 보컬의 목소리도 구구절절하다. 기가 막힌다.

(왼쪽부터)

1. 대상(짝) : 남자 6호 왈 "나 의자왕 됐어."

심사평 트위터에서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람들은 자기 얘길 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대신 내 얘기도 들어달라는 의미에서 맞팔이란 개념도 생겼다. 이 얼마나 평등한 세계인가. 이야기의 흥미 여부에 따라 팔로어 수가 변동될 뿐이다. <짝>은 본래 남녀 간의 호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실험한 EBS의 다큐멘터리였다. 그게 SBS로 옮겨가니 예능이 됐다. 실험의 공정성을 위해 이름 대신 번호를 매기니 평등해졌다. 시대에 부합하는 맞선 프로그램이다. 스펙은 상관없이 남녀를 모아두고 경쟁시키면 익숙한 광경이 연출된다. 학교 다닐 때 꼭 저렇게 들이대던 놈도 있고, 저렇게 까칠한 여자도 있었다. 연애하기 위한 물밑 작전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진다. 남 일 같지가 않아서다.

2. 최우수상(비틀즈 코드)

개그의 신 유세윤과 가요의 외삼촌 윤종신이 만났으니, 웃긴 건 당연하다. 말도 안 되는 평행이론은 말이 안 돼서 더 웃기다. 진지함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최우수상을 수여한 건 고영욱을 재발견했기 때문이다.

3. 우수상(댄싱 위드 더 스타)

이덕화와 이소라가 MC를 맡을 때부터 불안했다. 편집도 진행도 구식이었다. 별 기대 없었다. 제시카 고메즈가 등장하기 전 까진 말이다. 그녀가 치맛자락을 뒤집은 횟수와 허리를 뒤로 꺾은 횟수를 합산해 점수에 반영했다. 3위다.

4. 장려상(기막힌 외출 리턴즈)

<무한도전>이 못하고, <1박 2일>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걸 했다. 벗고, 때리는 건 예사다. 김대희가 원하자 정관수술도 시켜준다. 케이블 방송이니까 가능한 것. 막무가내 도전만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개그콘서트>보다 웃겼다.



(왼쪽부터)

1. 대상(고기 랩소디) : 피터싱어(동물해방 저자) 왈 "우리는 동물도 기본권이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심사평 지난해 여름부터 올봄까지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다. 3백46만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반성했다. 정육 코너에 머물 수가 없었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다짐했다. 한 달여 동안 육식을 피했다. 하지만 고기 안 먹기는 비싼 고기 먹기만큼이나 어렵다. 식사도 혼자 해야 되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기 힘들다. 메뉴를 고를 때도 까다로워진다. 사람이 까칠해진다. 참지 못하고 고기를 집어 먹었다. 채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반면 마음의 짐은 줄지 않았다. 사람들이 고기 소비를 줄였으면 했다. 우리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 <고기랩소디>는 축산업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가축을 사육하는 방식은 잔인하고 더러웠다. 동물의 입장에서 축산업이 개선돼야 하는 이유와 인간의 입장에서 그만 먹어야 하는 점을 다뤘다. 어제는 단체로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불판은 가축들의 연옥이다.

2. 최우수상(트루맛쇼)

취재를 위해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면 “얼마인데요?”라는 황당한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게 아니라고, 우린 정직한 사람들이라고 몇 번을 거듭 설명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줘서 고맙다.

3. 우수상(하얀정글)

한국판 <식코>. <하얀정글>은 의사가 만든 다큐멘터리다. 현 의료제도의 문제점들을 고발했다. 반드시 보고,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프지 말아야 한다. 근데 그게 맘대로 되나?

(왼쪽부터)

1. 대상(큰 늑대 파랑) : 윤이형왈 "도서관에서 취업용 일반 상식 책을 읽다 밤늦게 돌아와보니, 집이 있던 자리에 시커먼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심사평 꿈만 같았던 숫자 2011은 별것 없었다. 지난해와 크게 바뀐 건 없고, 미래의 첨단 과학은 대부분 이뤄졌지만 삶을 윤택하게 하지 않았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이 현실을 타개해줄 이벤트가 벌어지면 어떨까? 통일? 그런 것보다 더 환상적인 것. 이를테면 모니터 속 모델이 현실로 뛰쳐나온다면 그럴듯하겠다. <큰 늑대 파랑>에선 10년 전 컴퓨터로 그린 늑대 파랑이가 현실 속으로 튀어나온다. 좀비로 변한 세상 속에서 주인공들을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 뛰어다닌다. 세상 풍파에 찌든 이 주인공들은 번번히 좀비에 물려 죽음을 당한다. 반면 10년 전과 별다를 바 없이 살던 아영이만 구원받는다. 소설의 판타지 요소들은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묘사하지만 작가의 시선만큼은 따뜻하다. 마음이 녹아내렸다.

2. 최우수상(느낌의 공동체)

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이다. 책머리에 ‘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고 적혀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예민하게 한 필씩 적어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그 마음에 동해 후보로 꼽았다.

3. 우수상(물 위에 씌어진)

최승자의 시집이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시인은 정신과 병동에서 60편의 시를 써서 발표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고찰을 읽으니 사는 건 슬프고, 아름다운 일이다.

4. 장려상(젊은 도시, 오래된 성)

한·중·일 3개국의 젊은 작가들이 도시와 성(性)에 대해서 각각 단편소설을 썼다. 세계문학사의 2011년 동아시아 문학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제일 잘나가는 작가들이다.


(왼쪽부터)

1. 대상(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 박지성 왈 "충분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요."

심사평 “그건 너무 무모한 짓이야.” 새벽 2시에 함께 축구를 보자며 친구의 전화가 왔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건 직장인의 숙명.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밤새는 짓은 용납할 수 없다. 잠을 미룰 만큼의 체력은 없다. 하지만 박지성의 경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 8강전.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 팀의 경기라면 출근이 문제가 아니다. 미리 잠을 잤다. 깨어보니 이미 맨유가 한 점 앞선 상황, 후반 교체돼 들어온 드로그바가 골을 넣었다. 잠시 후 긱스의 스루 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골을 넣고 2대 1로 맨유가 이겼다. 다음 날 지각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2. 최우수상(한국시리즈 3차전)

2011 한국시리즈에서 SK는 단 한 번 이겼다. 그날 문학구장에서 삼성은 쩔쩔맸다. 7개의 안타를 치고, 압도적인 수비를 보여줬지만 박재상과 최동수의 홈런에 2:1로 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허망하고, 기뻤다. 누구 편이냐고? LG다.

3. 우수상(UFC 김동현 5연승)

김동현은 승승장구했다. 네이트 디아즈가 반칙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내리찍었어도 끈질기게 그라운드 기술을 걸었다.
3라운드까지 갔다. 한방은 없었다. 질긴 경기였다. 싸움은 그렇게 해야 한다.


(왼쪽부터)

1. 대상(나는 꼼수다) : 김어준 왈 "엿 드셨네요. 그것도 슈퍼 울트라 그레이트 빅 엿으로."

심사평 <나는 꼼수다>가 세계 팟캐스트 순위 1위를 했다. <나는 꼼수다> 이전에는 팟캐스트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이폰 유저들이 다수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김어준과 친구들은 이미 열려 있던 디지털 라디오 문화를 무지몽매한 일부 대중에게 알렸다. 여의도의 어르신들도 이젠 팟캐스트가 무엇인지 안다. 사실 우리는 이제 갈 데까지 갔다. 대학생의 데모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국민의 시위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지난 주말에도 덕수궁 앞에서 FTA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인파를 보았다. 답답하다. 처음 김어준이 팟캐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거다 싶었다. 유쾌통쾌한 말이, 유행어가 쏟아지겠다 싶었다. <딴지일보>의 추억을 되새기며 다운받았다. 결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2. 최우수상 (TED TALK)

빌 게이츠, 제임스 캐머런 등 명사들이 공개 강의를 한다. 제한 시간 18분 동안 세계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기 자랑할 시간은 없다. 한국의 공개 강의 붐의 기원도 테드에서 출발했다. 영어 공부도 할 겸 다운받아봤다. 한글 자막이 또렷이 나온다.

3. 우수상(두시탈툴 컬투쇼)

“32세 자취생 이야기 들어봤어?” 컬투쇼에 정말 웃긴 사연이 올라왔다고 했다. 궁금해서 팟캐스트로 다운받았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컬투쇼의 인기는 라디오에서나 팟캐스트에서나 뜨겁다.

올 한 해 이 사람들 아무도 상 못 받겠지? 그래서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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