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솔직하고 담백한 진영

연기, 춤, 음악에 내린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려면, 솔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진영.

UpdatedOn July 23, 2022

3 / 10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494-493192-sample.jpg

화이트 터틀넥 톱 보테가 베네타, 화이트 팬츠 카사블랑카 by 지스트릿 494 옴므 제품.

화이트 터틀넥 톱 보테가 베네타, 화이트 팬츠 카사블랑카 by 지스트릿 494 옴므 제품.

사투리가 남아 있네요.
목이 잠기면 사투리가 절로 나와요. 요즘은 표준어도 사투리도 아닌 변질된 말투가 튀어나와요.

<유미의 세포들> 속 유바비의 철두철미한 모습과 달리 진영 씨는 호쾌하네요. 팬층 두터운 웹툰 원작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원작 팬분들을 외면할 수 없었죠. 그렇지만 웹툰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면 제 본연의 연기를 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웹툰 <유미의 세포들> 초반부와 유바비 등장 부분만 읽었어요. 유바비 역할에 몰두하기 위함이었죠.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다른 역할의 세포마을은 상세히 설명되지만, 유바비 역할의 세포마을은 자주 나오지 않더라고요.
바비는 내면이 많이 드러나면 안 되는 인물이거든요. 세포의 종류, 즉 바비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건 감독님의 좋은 설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결말에서 바비가 유미에게 상처 주잖아요. 인턴 ‘다은’에게 마음이 흔들려서 . 만일 초중반부에 바비에 대한 서사가 길고 섬세했다면, 바비의 행동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달랐을 거예요.

공감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도 있었을까요?
인턴 다은에게 마음이 흔들려서 바비의 세포마을에 지진 났던 부분요. 다은에게 설렘을 느꼈다면 여자친구인 유미에게 즉시 알리는 게 맞죠. 하지만 그러지 않고 감췄죠.

바비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제가 봤을 때 유바비는 그런 사람이에요. ‘여기서 나만 조용히 하면 모를 거야, 지나가면 될 일이야’라는 심리의 사람. 바비의 행동은 잘못됐는데 단지 어리석었던 거예요. 변호하는 건 아닙니다.(웃음) 어른스럽게 행동하지만 알고 보면 미성숙한 사람인 거죠.

그렇지만 바비는 성숙한 사람이 맞아요. 사귀는 동안 작가가 되고 싶은 유미의 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잖아요.
유미가 다은에게 흔들리는 바비의 마음을 알아채고 바로 돌아서버린 건 그만큼 바비가 유미에게 잘했기 때문이에요. 성숙한 모습만 보여주던 바비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었기 때문에 더 큰 배신감이 든 거죠. 스킨십이 바비와 유미가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 수단이기도 했어요. 김고은 배우, 감독님과 함께 논의한 후 선택한 방법이죠. 시청자가 더 큰 배신감을 느끼도록 <유미의 세포들> 시즌 1보다 2에서 스킨십이 진해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예리한 바비, 반면 진영 씨는요?
저는 말 안 하면 몰라요. 그래서 많이 물어봐요. 이거 괜찮아? 어떻게 생각해? 하면서요.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494-493190-sample.jpg

블랙 레더 재킷 코스, 블랙 쇼츠 디올 맨, 화이트 셔츠 버버리, 블랙 레더 스니커즈 골든구스 제품.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494-493189-sample.jpg

네이비 재킷·패턴 셔츠·데님 팬츠 모두 발렌티노 제품.

확인받아야 하는 타입이군요.
맞아요. 저는 아직 너무 어린 햇병아리라.

2년 전 작품들과 현재를 비교하면 진영 씨 눈빛에서 성장이 느껴져요. 동의해요?
이런 마음가짐이 성장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예전보다 덜 불안해요. 잘되면 좋지만, 내가 어떤 결과를 만들든 불안감을 안고 시작하진 않아요. 이것을 성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진전이 더딘 적도 있었겠죠.
20대 중반에 방황했어요. 저는 긍정적인 사람인데도 부정적인 시기를 보낸 적도 있어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내가 생각한 만큼 결과물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들이 쌓여 자존감이 떨어졌어요. 그전에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거든요. 자존감이 낮아지니까 사소한 말이 마음에 비수로 꽂히더라고요. 그것들이 덩어리져 경직된 상태로 지냈어요. 근 2년 동안 부정적인 에너지를 빼내려 노력했어요.

지금은요?
못하면 뭐 어때? 하는 생각을 가진 뒤로 부담이 줄었고, 자신감은 높아졌어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딱딱했던 내가 말랑해졌고요.

연기를 왜 시작했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최근에 해봤어요. 첫 연기 <드림하이 2>에 임할 땐 ‘하고 싶은 마음’으로 했다면 거짓말이에요. 이유를 모른 채 연기했죠. 당시 열아홉 살이었거든요. 적성에 맞는지도 불확실했어요. 그러다 <사랑하는 은동아>의 ‘1995년 박현수’ 역을 연기하면서 확신할 수 있었어요. 주체적인 서사가 있는 캐릭터를 처음 해본 거였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속 진영 씨의 덤덤한 연기가 기억에 남아요.
저도 좋았어요. 대본 읽고 오디션이라도 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일을 하며 나다운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래야 해, 저래야 해 하는 타인의 잣대와 말에 휘둘리지 않아야 해요. 그래서 일단 흥미가 생기면 나를 던져요.

휘둘리지 않는 게 참 어렵죠.
그렇죠. 저는 솔직해지고 싶은 사람이에요. 솔직하게 내 연기와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럼 가장 나다워질 수 있어요. 근데 또 인생은 너무 솔직하게 살면 안 되잖아요? 적당히 해야 하죠.(웃음)

20대는 뿌리를 내리는 시기고, 30대는 자라난 줄기를 단단하게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진영 씨의 뿌리는 깊숙이 자리 잡았나요?
열심히 내렸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성공 말고 대인관계에서요. 홀로 서 있었다면 금방 허물어졌을 텐데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뿌리를 내려서 강풍이 와도 저는 잠깐 부서질지언정 그 뿌리가 휩쓸리진 않을 것 같아요.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494-493191-sample.jpg

블루 셔츠 폴 하든 슈메이커스 by 10 꼬르소 꼬모, 데님 쇼츠 구찌, 그레이 하이톱 스니커즈 디올 맨 제품.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494-493188-sample.jpg

아이보리 니트 베스트 요크 by 십화점 제품.

20대의 끝자락에 얻은 깨달음은 뭘까요?
깨달음이라는 표현은 너무 거창한데요? 너무 거창하면 쑥스러워서요. 그저 드는 생각은, 사람이 중요하구나. 내가 못하거나 부족해 보이는 것들도 채워줄 좋은 사람들이 많아 행복해요. 갓세븐으로서 임할 땐 멤버들이 없었다면 참 공허했을 것 같고요.

30대에 자라날 줄기는 어떻게 하면 단단해질까요?
예전에 하던 것들을 꾸준히 지속해야겠죠. 일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가짐, 목적, 이유를 가끔 떠올려봐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요.

30대가 두렵진 않아요?
두려울 시간이 없어요. 당장 해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그 나이가 돼봐야 알 것 같네요.

반면 설레는 점은요?
도전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외모도 변할 테고, 맡을 수 있는 캐릭터도 다채로워질 거라 기대해요.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면 수염을 길러보고 싶은데, 팬분들이 이해해주시겠죠. 안 그러면 합의 봐야죠.(웃음)

요즘은 어떤 책 읽어요?
가끔 성경 읽어요.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하루 한 장이라도요.

지금 진영 씨가 믿는 건요?
나. 자신에게 더 큰 확신을 가지고 싶어요.

스스로 믿음을 잃지 않는 방법은 뭘까요.
많이 생각하고, 연습해야죠. 준비가 덜 됐는데 마냥 믿을 순 없잖아요.

그 방법을 유지하게 만드는 자극제는요?
좋은 영감. 최근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님의 <헤어질 결심>을 봤거든요. 두 영화에서 나타나는 심리 묘사가 큰 자극이 됐어요. 정확히 말하면 좋은 영화가 원동력인 것 같네요. 없던 흥미도 생기게 해주니까요.

배우 박진영의 미래는 어디로 이어질까요?
어딘지 몰라도 오래오래 이어지면 좋겠어요.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일을 지속하는 선배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단단한 모습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박진영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요? 어차피 안 이루어질 것 같은데, 웃긴 사람이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해야 이뤄질 것 같은데요. 아직 제 유머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이 꿈을 이룰 때까지 열심히 연마해야겠어요.

/upload/arena/article/202207/thumb/51494-493187-sample.jpg

화이트 반소매 티셔츠·데님 팬츠 모두 골든구스 제품.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김영준
Stylist 남주희
Hair 박수정
Make-up 최수일

2022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찰랑찰랑 면 요리 맛집 4
  • 2
    2023 S/S 패션위크 리뷰 #2
  • 3
    예측할 수 없는 남윤수
  • 4
    2022 F/W 트렌드와 키워드 11
  • 5
    박찬욱 감독과 디테일

RELATED STORIES

  • INTERVIEW

    편집가의 시선 #발란사, CIC

    시류를 떠나 자신만의 함량 높은 취향이 완성된 사람에게 트렌드를 물으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찾아가서 다짜고짜 물었다. 네 팀은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유행의 흐름과 취향을 견고하게 다지는 일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 INTERVIEW

    소녀시대 완전체 컴백

    소녀시대가 정규 7집 으로 5년 만에 돌아왔다.

  • INTERVIEW

    편집가의 시선 #챕터원, 하이츠 스토어

    시류를 떠나 자신만의 함량 높은 취향이 완성된 사람에게 트렌드를 물으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찾아가서 다짜고짜 물었다. 네 팀은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유행의 흐름과 취향을 견고하게 다지는 일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 INTERVIEW

    오! 나의 무기여 #전민규

    오랫동안 써온 일기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모아둔 클라우드, 손에 익은 붓과 펜. 창작자의 습관을 지켜온 오래된 그 무엇. 우리는 창작 무기라 부른다. 필름 메이커, 뮤지션, 미술감독까지.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무기를 들여다보고, 그 무기로 어떻게 싸워왔는지 듣는다.

  • INTERVIEW

    오! 나의 무기여 #모과

    오랫동안 써온 일기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모아둔 클라우드, 손에 익은 붓과 펜. 창작자의 습관을 지켜온 오래된 그 무엇. 우리는 창작 무기라 부른다. 필름 메이커, 뮤지션, 미술감독까지.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무기를 들여다보고, 그 무기로 어떻게 싸워왔는지 듣는다.

MORE FROM ARENA

  • FEATURE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 호모에로티시즘과 사도마조히즘, 섹스와 누드 그리고 꽃과 정물. 가장 과감한 것과 가장 고요한 것을 같은 시선으로 고아하게 포착한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첫 국내 회고전을 맞아, 동시대의 시선으로 그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 WATCH

    신세계

    개성 짙은 신상 시계 셋.

  • TECH

    스타트업 - BIOTIPAC

    환경, 빈곤, 질병 등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한다. 채팅 앱으로 아프리카의 허기를 채우려는 농업테크, 전기차 시대에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모빌리티 기업, 착한 박테리아로 식품 유통기한을 늘리는 푸드테크, 저소득층 아이들의 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에듀테크, 중력을 사용한 신개념 청정 에너지까지. 인류애를 품은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 FASHION

    겨울 잠자리

    날카로운 영하의 기온쯤이야 거뜬하게 막아줄 든든한 겨울 잠자리 다섯.

  • FEATURE

    백신은 게임업계에 악재일까

    코로나19는 게임산업에 호재였다.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게임 시장 매출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백신은 게임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용자들이 실외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이니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게임 산업을 전망해본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