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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새 챕터

BTS가 개인 활동을 전개한다. 제이홉이 <Jack In The Box> 앨범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룹일 때와 개인일 때의 활동은 어떻게 달라질까. 향후 BTS의 위상에 개인 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BTS 개인 활동 관전 포인트를 알아보다.

UpdatedOn July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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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챕터를 정리하는 방식마저도 그들다웠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룹답지 않게 소박한 회식 자리를 열고, 가장 진솔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발표’하지 않고 ‘고백’을 했다. BTS 현상의 가장 중요한 축인 ‘아미’에게 잠시간 구하는 최소한의 양해였을 것이다. 사실 어쩌면 우리는 과잉 반응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BTS 서사의 핵심 주제는 늘 성장이었고, 그들은 또 다른 성장을 위해 한 챕터의 마무리를 고하며 각개약진의 방법론을 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데뷔 9년 차 그룹이 취할 수 있는 변화의 모색치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방향 설정이 아닐까.

그들의 이 같은 결정이 BTS의 커리어에는 물론이고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K-팝의 성장세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큰 틀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룹으로서 BTS의 대중적 인기가 최근 몇 년간 정점을 찍은 것은 사실이지만 콘텐츠나 서사라는 측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소진된 것은 분명하다. RM의 표현처럼 그들에게는 좀 더 ‘숙성’하며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이돌 그룹 BTS의 한 시대는 종언을 고하지만 아티스트로서 일곱 명의 가능성은 이제 막 타진되려고 하는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BTS가 앞장서온 글로벌 K-팝 산업은 이제 공고한 시스템화가 진행 중이고 성공적이고 빠른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BTS를 통해 격상된 K-팝의 위상은 이제 쉽게 무너지긴 힘든 어떤 영역에 이미 진입을 마친 상태다. BTS 같은 위대한 그룹을 조만간 또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K-팝의 파이는 커지고, 그 저변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지속가능한’ K-팝의 성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60년대에 비틀스가 닦아놓은 브리티시 록의 기반 위에 수십 년간 영국 음악계가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며 수많은 위대한 그룹을 만들어냈듯이 말이다.

두 번째 챕터를 채우게 될 BTS의 모습은 어떨까? 그들 스스로 우리에게 알려온 것처럼, 당분간 멤버 개개인의 솔로 커리어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형태의 활동이 이어질 것이다. 그 세부적인 모습이 어떨 것인가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들의 행보를 통해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로서 일곱 멤버들의 재능과 성향은 이미 BTS 시절 발표된 각종 믹스테이프와 솔로 곡들을 통해 일정 부분 드러난 바 있다. BTS는 기본적으로 랩 라인과 보컬 라인으로 나뉜다. 현재까지 믹스테이프를 통한 본격적인 솔로 작업을 보여준 멤버는 모두 랩 라인이었다. RM은 래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묵직하며 감성적인 음악을 주로 들려주었다. 슈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장 진솔하게 드러내는 다재다능한 프로듀서다. 제이홉은 특유의 ‘무해한’ 바이브가 흐르는 댄서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멀티플레이어적인 역량을 강조했다. 솔로 곡이나 온라인 음원, OST 등에서 엿보였던 보컬 라인의 개성 역시 랩 라인 못지않게 뚜렷하지만 아직 그 행보를 쉽사리 짐작하긴 어렵다. 늘 자신의 취향에 솔직해왔던 그룹이기에 그들이 발표한 곡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음악 스타일을 떠올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쨌든 ‘BTS’라는 팀 활동에서 뻗어나온 사이드 프로젝트로서의 성격이 강했기에 음악 스펙트럼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BTS 멤버로서의 페르소나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솔로 활동이 본격화될 때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가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새로운 챕터의 첫 주자가 제이홉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그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과 가능성이 아직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는 멤버다. 제이홉에 대한 그동안의 관심은 주로 댄서이자 퍼포머로서의 역량에 집중되었지만, 그의 진정한 장점은 작곡에서부터 무대까지 모든 분야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에 있다. 어떤 걸 해도 ‘말이 된다’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미 9년이 지났지만 아티스트 제이홉의 재발견은 이제야 막 시작된 것 같다. 그는 공식적인 첫 솔로 앨범 <Jack In The Box>를 통해 그렇게 갈구하던 ‘진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선공개된 신곡 ‘MORE’는 더없이 훌륭한 예다. 햇살과 웃음만이 넘치던 자리에는 다크함과 우울함이 어느새 들어와 있으며, 더 이상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되길 원하지 않는 듯한 그는 껍질을 깨고 나와 보다 온전히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달리 표현하면 BTS를 통해 ‘제이홉’이라는 역할에 더없이 충실했던 그는 이제 더욱 성숙하고 좀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 복합적인 인간 정호석의 현재를 드러내고자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BTS 2막이 솔로 활동이어야 했던 당연한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아직 뭔가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행보를 주목해볼 만한 또 한 명의 멤버를 언급하고자 한다. 바로 BTS의 메인 보컬인 정국이다.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강점은 현대적인 톤과 감수성에 있다. 아이돌 신의 훌륭한 보컬리스트들 중에서도 정국이 가진 현대적인 세련됨은 돋보이는데, 컨템퍼러리 팝 신에서 유행하고 있는 R&B 스타일의 곡에서부터 조금 더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곡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솔로 보컬리스트로서 정국의 가장 큰 매력은 상업적인 호소력이다. 쉬운 말로 그는 ‘머니’ 보이스를 가지고 있다. 목소리가 가진 상업적인 매력은 훈련이나 연습으로 얻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타고난 재능에 의지해야 한다. 과거 팝 음악의 역사를 보아도 앙상블 내에서 보컬로서는 재능이 탁월하지만 솔로로서는 존재감이 그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은 대단히 미묘한 차이로 쉽게 그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정국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돌 신을 떠나 R&B 팝 가수로서의 새로운 솔로 활동이 가장 기대되는, 좋은 의미에서 ‘상업적인’ 멤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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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정소진
Words 김영대(음악평론가)

202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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