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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이기훈

커피 향에는 시간과 노고가 담긴다. 농부의 땀부터 생두를 선별하고 볶아 상품으로 만드는 이들의 가치관까지. 남다른 커피를 세상에 알리는 전 세계 커피 마스터들의 커피 철학을 옮긴다.

UpdatedOn October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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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훈
듁스 커피 코리아 대표

용돈벌이를 위해 파트타임 바리스타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15년간 커피 관련 일만 해온 건 아니다. 호기심 많은 그는 요리와 바텐딩의 길에 잠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호주 ‘ 듁스 커피’와 인연이 닿아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시 커피 업계로 돌아왔다. 그는 커피 시장의 흐름을 더욱 공정하고 올바르게 바꾸려 노력한다.


듁스 커피가 목표로 하는 커피는 무엇인가?
커피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 맛있는 커피는 많다. 하지만 한 잔에 만원이 훌쩍 넘거나 맛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고객에게 한 번의 특별한 경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커피는 분명 훌륭한 커피지만 거대한 커피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커피는 시장의 흐름을 바꾼다. 그러한 커피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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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한 긍정적인 실천이 있을까?
커피 산지에서 우리가 행하는 활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소식을 꾸준히 접하고 있다. 화학비료를 쓰던 생산자가 지금은 100% 유기농법만 실천하고, 어떤 협동조합은 지역 생산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우린 페루의 산 마르틴 지역에서 ‘Chope Womens Group’ 설립을 도왔다. 여성 농부들로만 구성된 그룹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생산해 공정무역을 한다. 이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그 누구보다도 땅을 존중하고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더라. 2019년에 그들의 커피는 처음으로 수출되었고, 이번 연도는 물론 앞으로도 쭉 그들이 생산하는 모든 커피를 독점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듁스 커피의 노력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듁스 커피를 좋아하지만 호주에서 시작된 브랜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도 꽤 많더라. 듁스 커피가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이유는 브랜드의 방향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하거나 특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우린 전문가로서 본질에 집중하고 진실을 전달한다. 그러한 진심을 소비자가 알아준 것 아닐까.

듁스 커피 원두만의 특색은 뭘까?
듁스 커피는 어떠한 추출 도구를 사용하든 항상 단맛과 향이 풍부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맛있는 커피는 절대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출하기 쉽고 일관성 있는 커피를 지향한다.

일관성 있는 커피의 근원인 생두는 어디서 오나?
중미, 남미 그리고 동아프리카에서 생두를 가져온다. 지난 10여 년에 걸쳐 여러 농장, 협동조합, 그리고 생두 수출 그룹과 유연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우리는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와 페루에서 생산한다. 가능한 한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이들과 함께 일하고 교육이나 기반 시설 건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커피 맛을 가장 느끼기 좋은 때는 언제인가?
모닝커피가 최고다. 아침이 육체가 카페인을 가장 원하는 때고 자는 동안 음식 섭취를 하지 않아 향미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조합은 잘 내린 필터 커피와 카눌레다. 너무 달거나 느끼한 디저트는 커피와 함께 먹지 않는다.

인생과 커피는 닮은 점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 커피 취향과 인생관이 꽤 비슷하다. 나 또한 투명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우리 커피가 그렇듯.

언제까지 커피를 내어주고 싶나?
내가 커피를 끊지 않는 한 계속 커피 업계에 있을 거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커피가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신들이 마시고 있는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들여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그들에게 그 과정을 알려주고 우리가 환경적, 윤리적으로 생산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를 전하고 싶다. 그래야만 우리가 사랑하는 커피를 계속 마실 수 있다. ‘커피는 쓰고 진해야 맛있지’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올해 특히나 맛있는 에티오피아 수케쿠토를 드리며 한마디 전하고 싶다. “커피가 아니라 처음 마시는 따뜻한 차라고 생각하고 드셔보세요. 머릿속에 있는 커피 맛은 잊고 이 커피를 매일같이 일주일만 마시면 다시는 예전의 커피는 못 마실 거예요. 다들 그렇게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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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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