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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와 인플루언서의 상관관계

UpdatedOn June 26, 2020

바야흐로 인플루언서의 시대, 생태계에 혜성 같은 존재들이 등장했다. 넷플릭스 화제작 <투 핫> 출연자들이 하룻밤에 일약 메가 인플루언서로 도약한 것이다. <러브 이즈 블라인드> <테라스 하우스:도시남녀> 출연자들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하트시그널> 등 리얼리티를 통해 ‘연반인(연예인 같은 일반인)’들이 등장해 생태계에 작은 변수를 만들고 있다. 기존 매체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되는 과정은 치트키일까, 그 반대일까?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가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인플루언서로 키우는 산업 구조, 그리고 그들의 행보에 대해 들여다봤다.

인생에는 다양한 ‘치트키’가 존재한다. 평범한 직장인의 치트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능력이 될 수 있고, 예술가의 치트키는 타고난 재능일 수 있고, 작가의 치트키는 다양한 경험이 될 수 있겠다.

한 리얼리티 쇼에서 한 커플이 탄생했다. 그들의 사적이고 치명적인 연애는 전 세계에 방송되었고, 방송이 끝난 후 그들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커플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연애 리얼리티 쇼 <투 핫>의 공식 핫한 커플 프란체스카와 헨리의 이야기다.

인플루언서 풍년의 시대다. 외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 본격적인 인플루언서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부터, 패션 스타일이 좋아서, 메이크업을 기가 막히게 잘해서, 뭐든 야무지게 잘 먹어서, 말솜씨가 뛰어나서, 손재주가 좋아서, 춤을 잘 춰서 등 요즘 초등학생의 미래 희망 직업 1순위라는 인플루언서가 되는 길은 무수히 많다.

그만큼 인플루언서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세계적인 패션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니는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켓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녀의 결혼식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는데, 디올 쿠틔르의 웨딩 가운을 입은 그녀의 포스팅은 한화로 자그마치 58억원의 미디어 가치를 생산해냈다. 제작하는 데 1천6백 시간이 걸린 웨딩 드레스를 제공한 디올 입장에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갈 성과이며, 마케팅 담당자는 예상컨대 특진했을 거다.

이제 브랜드들은 셀럽 마케팅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가성비 좋은’ 마케팅을 연간 목표로 설정한다. 대중은 연예인이 드는 가방보다는 자신이 팔로하는 인플루언서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레스토랑과 카페, 일상의 생필품에 더 관심을 갖는다. 브랜드에서 인플루언서의 SNS를 브랜드의 신상 제품으로 도배하는 작업은 ‘MUST’ 마케팅이 되었다.

내가 함께 일하는 인플루언서와는 다소 출신이 다른 ‘리얼리티가 배출한’ 인플루언서가 이런 대세에 공격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관련 산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존재는 반가운 ‘로또’가 따로 없다. 거대 플랫폼의 리얼리티 쇼 출연자는 이미 캐릭터가 형성돼 있음은 물론이요, 시청자의 공감과 질타, 화제성은 전 국민적인 플랫폼을 통해 검증됐다. 가짜 구독자가 판치는 인플루언서 생태계에서 이들이 비교적 성공적인 안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입증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리얼리티 쇼 <러브 이즈 블라인드>의 출연자들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 과학자, 사업가였지만 쇼가 끝나자 모든 출연진의 SNS에는 인플루언서의 꿈 ‘공인’ 마크가 달렸다. 인플루언서의 길을 택한 이상 그들의 생활과 수입은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탐구해 자신의 채널로 성장해온 인플루언서들에 비하면, 대박 난 프로그램으로 인플루언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치트키’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패스트트랙’을 밟고 온 리얼리티 출신 인플루언서에게 밝은 미래만 펼쳐질 거란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대중의 관심으로 만들어진 ‘인플루언서’의 유효 기간은 허무하리만큼 짧다. 업계에서는 2년 정도를 평균으로 보고 있으며, 이 이야기도 옛말이 될 수 있다. 연예인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는 이 업계에서 롱런할 수 있는 진정한 ‘치트키’는 결국 플랫폼이다. 자신의 플랫폼을 가지고 ‘크리에이터’로 진화할 것.

유튜버처럼 전통적 성향의 인플루언서는 대개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 브랜딩을 한다. 기획부터 제작, 편집, 업로드까지 인플루언서의 감각과 재능, 판단을 통해 콘텐츠가 생산된다. 콘텐츠의 기획자이자 출연자, 연출자이자 채널 운영자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불특정 다수의 팬보다 콘텐츠의 주제, 카테고리, 성향에 따라서 팬덤이 형성되고, 친근함으로 팬들을 사로잡는 게 그들의 특징이다. 즉 나와 함께 성장해가는 존재인 것이다. 공감과 신뢰, 그리고 재능을 바탕으로 성장한 플랫폼은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중은 냉정하다. 리얼리티에서 이미지가 소진되고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 플랫폼과 콘텐츠를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비참한 패배를 경험할 것이다. 결국 빵빵한 리얼리티 쇼의 인기로 연예인 못지않은 화려한 데뷔를 했어도, 본인의 플랫폼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은 안타깝지만 거기까지다.

국내 인기 리얼리티 쇼인 <하트시그널>도 ‘인플루언서=플랫폼’ 공식은 잔인하게 적용되었다. 방영 직후 그들의 모습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각종 화장품, 음료 등 광고 모델부터 드라마, 예능 출연까지 대세임을 증명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중 몇몇 출연자는 개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한계를 느꼈는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열고 SNS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과의 교감을 이어갔다. 똑똑한 결정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커리어가 ‘인플루언서’인 이상, 가장 기본인 탄탄한 플랫폼과 콘텐츠에 집중하라.” 마법은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인플루언서 산업의 오늘은 포화 상태이지만 동시에 가장 부족한 상태이기도 하다. 독특한 캐릭터와 새로운 얼굴은 언제나 반갑다. 지금도 세상에는 자신을 홍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개인이 채널을 시작하고, 방송사는 끊임없이 시청률 대박을 낼 수 있는 리얼리티 쇼를 고민한다. 인플루언서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시작이 저랬고 출신이 어떻든, 인플루언서가 배출될 수 있는 플랫폼의 범위가 확장되고, 영향력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삶이 대변되길 바란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밤 콘텐츠를 고민하여 내일은 인플루언서로서 데뷔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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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WORDS 양은미(‘CJ ENM’ DIA TV 매니저)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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