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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ABOUT 2020 S/S

각자의 입장과 견해가 다른 패션업계 네 사람에게 2020 S/S 컬렉션의 이슈와 트렌드에 관해 물었다.

UpdatedOn January 29, 2020

Q 이번 시즌의 베스트 쇼와 워스트 쇼는?
  • JIL SANDER

    JIL SANDER

    JIL SANDER

    질 샌더와 베트멍

    사실 런웨이 컬렉션만으로 최고와 최악을 나누기는 어렵다. 이제는 패션 브랜드가 과거보다 유동적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루시 마이어와 루크 마이어 부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끄는 질 샌더의 손을 들어주겠다. 헐렁한 실루엣의 광택이 흐르는 버건디색 가죽 코트, 과장한 솔기 장식을 덧댄 상아색 스웨터, 작업복 셔츠의 ‘최소주의’식 변형 등이 질 샌더 컬렉션 안에 있다. 미니멀리즘(최소주의)은 최근 수년간 사람들이 유행이 되기를 소망했지만, 아직 고급 기성복과 결합한 스트리트 웨어의 아성을 물리치기에는 전통 패션 하우스의 고전적인 방식이 힘에 부치는 것 같다. 그래서 질 샌더의 묵묵한 도전을 첫손에 꼽는다. 워스트 컬렉션은 말 그대로 ‘최악’이라기보다는 애정 어린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 베트멍이다. 2016년 10월, 파리에서 목격한 베트멍은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기득권 전복을 향한 행진이자 현상이었다. 고급 기성복 업계가 이 브랜드를 응원한 이유는 비단 유행을 영리하게 조합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베트멍은 당시 목도한 정신이 사라졌다. 브랜드의 색은 확실한 편이지만, 표면의 강렬한 분위기를 걷어내면 알맹이는 빈약하다. 베트멍이 다시 유행을 이끌 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그들이 첫 번째 컬렉션에서 시도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한번쯤 다시 보고 싶다.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 CRAIG GREEN

    CRAIG GREEN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과 프라다

    남성복 시장에서 확실한 지향점이나 명확한 규칙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형식의 정립을 위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패션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을 탐구하는 영역 역시 더 깊어지고 있다. 남성 패션 분야가 크게 확장하며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크레이그 그린은 2020 S/S에서도 신체를 분해하고, 납작하게 펴고, 테크니컬한 직물로 덮고, 이어가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실용과 기능의 시대에 이런 식으로 예술적 세계관을 패션에 옮겨놓는 디자이너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패션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다시 상기하게 된다. 한때 프라다는 남성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2020 S/S 프라다는 분명 나쁘지는 않은데 어딘가 애매하고, 비슷하지만 더 좋은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게 이미지 소비 탓인지 브랜드의 정체 때문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프라다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게 아직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박세진(패션 저널리스트)

  • CELINE

    CELINE

    CELINE

    셀린느와 아미

    베스트는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컬렉션. 런웨이에 붉은 커튼을 단 장치가 등장했고, 반짝이는 라임스톤 스트라이프 장식 스리피스 수트를 입고 장미꽃을 단 깡마른 모델이 그곳에서 내려와 저벅저벅 카메라를 향해 걸어갔다. 회색 재킷에 밑위길이가 제법 긴 부츠컷 데님 팬츠를 입고 짚으로 엮은 빅 숄더백을 멘 남자, 몸에 꼭 맞는 가죽 점퍼에 부츠컷 팬츠를 입고 보잉 선글라스를 쓴 채 양손을 푹 찔러 넣은 남자, 데님 오버올에 블랙 재킷을 걸치고 라피아 소재 페도라를 쓴 남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온 피날레에서 압도적인 힘을 느꼈다. 이렇게 방향성이 뚜렷한 쇼를 언제 봤더라. 셀린느 컬렉션엔 고유의 스타일과 문화가 담겼다. 시즌이 지나면 잊힐 스타일링 트릭 따윈 없다. 그래서 더 우아하고 힘이 세다. 반면, 아미 컬렉션은 뒷맛이 씁쓸했다. 매 시즌 ‘재치 있고 귀여운 프렌치 보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줬는데, 이번 시즌 갑자기 진지해졌다. 롱 슬릿 베스트나 슬리브리스 재킷은 다소 구식이었고, 방울을 단 재킷은 유치했다. 아미만의 생기발랄함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웠다. 안주현(프리랜스 에디터)

  • CELINE

    CELINE

    CELINE

    셀린느

    나 역시 가장 인상 깊은 쇼로 셀린느를 꼽겠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렸던 그의 첫 2019 S/S 컬렉션. 피비 파일로의 올드 셀린느과 정반대되는 디자인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뉴 셀린느는 충격 그 자체로 큰 화젯거리가 됐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중은 실망감을 나타냈고, 나 또한 낯섦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디렉팅을 떠나 고유의 브랜드만 바라봤을 때, 그저 새로운 변화가 아니라 에디 슬리먼이 만들어낸 지난 브랜드들과 흡사했기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 편으로는 그의 행보가 궁금하기도 했다. 컬렉션만 봐도 알 수 있듯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도 대중의 의견을 조금은 수렴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그는 올드 셀린느도 디올도 생 로랑도 아닌, 새로운 셀린느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번 시즌 셀린느는 뉴트로 그 자체였다. 1970~80년대 룩을 바탕으로 여러 소재를 활용한 슬림한 부츠컷과 앞으로 셀린느의 주력 아이템이 될 듯한 데님들. 댄디하고 에지 있는 실루엣, 에디 슬리먼 본연의 록 시크적인 성향이 보이면서도 또 다른 고급스러움이 전해진 쇼였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고 나온 다양한 룩들 가운데 셀린느의 브랜딩과 타깃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가 잊힐 수 없겠지만, 사람들 맘속에 에디의 셀린느가 각인될 일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020 S/S의 워스트 쇼라고 할 만한 컬렉션은 없었다. 각자의 주관에 맡기겠다. 김영진(스타일리스트)

Q 이번 시즌 트렌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유행을 고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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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다양한 액세서리의 활용

액세서리 스타일링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다. 먼저 스카프를 다양하게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몇 달 먼저 상하이에서 쇼를 선보인 프라다는 반다나를 꼼꼼히 말아 목걸이처럼 목에 건 뒤 캐주얼한 핀 장식을 달았다. 멀리서 보면 천으로 만든 목걸이 같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좀 더 여성스러운 스타일링을 소개했다. 빳빳한 천 소재 스카프를 삼각형으로 접은 뒤 목에 둘러맨 것. 볼드한 귀걸이를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실용적이진 않지만 귀엽고 색다른 느낌. 무엇보다 남성 액세서리 스타일링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 반갑다. 똑 떨어지는 블루 수트에 스포티한 선글라스를 매치하고 볼드한 안경 체인까지 단 벨루티의 스타일링 역시 인상 깊다. 이번 시즌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였달까. 구찌의 키치한 안경 체인은 또 어떻고. 그러니 이번 시즌 스카프와 안경 체인은 일단 사고 볼 일이다. 안주현

DIOR MEN

DIOR MEN

DIOR MEN

하우스 브랜드의 프로덕트 확장

하이 패션이 점유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즉, 하우스 브랜드가 선보이는 제품들이 확장된 것. 몇 년 전, 기존 테일러드의 규칙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던 남성 컬렉션이 플리스, 범백, 어글리 스니커즈 등 아웃도어와 스트리트 방면으로 넓어지면서 등장한 뉴 수트 룩이 이제는 대중화된 것도 이런 경향을 따른다. 그리고 이제는 가구와 세면도구, 침실 용품, 서류용 클립, 덕트 테이프, 부두 인형이나 심지어 콘돔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걸 볼 수 있다. 자질구레하다 싶은 액세서리 제품군이 늘어나는 현상을 소셜 미디어에서 단발적인 바이럴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옷이나 신발, 가방처럼 일상에 닿아 있는 사물에도 각자가 추구하는 정체성과 개성을 투영하고 싶어 하는 요즘 세대의 욕망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박세진

  • DRIES VAN NOTEN

    DRIES VAN NOTEN

    DRIES VAN NOTEN

    가벼운 레이어링

    레이어링 방식을 이번 시즌의 유행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이라 유심히 바라봤다. ‘누가 누가 잘 껴입나’의 대결은 대개 F/W 시즌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번 2020 S/S 시즌은 생각보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반짝이는 레이어드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에르메스, 루이 비통 같은 유수의 하우스 브랜드부터 자크뮈스나 필립 림, 팔로모 스페인, 마틴 로즈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실용적이면서도 계절에 걸맞은 가벼운 레이어드 룩을 연출했다. 김영진

  • SACAI

    SACAI

    SACAI

    현실적인 워크웨어

    새로운 계절에 어떠한 옷이 ‘유행할까’ 생각할 때, 과거에는 고급 기성복 업계의 유행을 미리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었다. 남들보다 앞서 커다란 코트나 긴 셔츠를 입는다든지, 패션 업계에서 극소수를 차지하는 전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도 하였다. 훌쩍 나이를 먹은 요즘은 패션 자체보다 관심이 생기는 것이 늘어났다. 시즌 트렌드를 논할 때도, 거대한 흐름을 지지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개인적으로 적용할 법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재미로 컬렉션을 마주한다. 가령, 이번 봄 시즌에 마음에 둔 ‘개인적인’ 트렌드는 ‘기술적이거나 활동적인 요소를 가미한 일상복’이다. 다만 어 콜드 월이나 오프화이트처럼 개인의 아트워크나 스트리트웨어 특유의 거대한 상징을 드러내고 테크웨어의 흐름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은 덜어내고, 좀 더 현실적인 옷들에 가깝다. 헐렁한 셔츠에 카고 반바지를 활용한 우영미의 세트업 룩이나, 현대 군복 형태만 남긴 채 줄무늬 디테일을 경쾌하게 변주한 사카이의 밀리터리 셔츠처럼 말이다. 홍석우

Q 2020 S/S 시즌 주목할 만한 신진 디자이너는?
  • BODE

    BODE

    BODE

    보디 + Emily Bode

    에밀리 보디의 컬렉션이 흥미롭다. 미국 애틀랜타 태생인 에밀리 보디는 어렸을 때부터 빈티지한 옷감이나 소품을 모았고, 그 물건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보디의 옷엔 그녀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50년대 빈티지 우유 스티커를 모아 만든 레인코트, 미국 전통 퀼팅 기법을 활용한 카디건 등이 그 예. 이번 시즌엔 1970년대 서커스단이 쓰던 리본이나 1920년대 커튼 패브릭 등을 공수해 컬렉션에 활용했다. 한때 아메리칸 클래식이 남성 컬렉션의 가장 큰 키워드였다. 그 파도가 사그라든 지금, 보디 컬렉션을 보며 기분 좋은 향수를 느낀다. 어쩌면 그 파도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 보디의 옷은 옛날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현재 패션 시장의 이슈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눈여겨보는 또 다른 디자이너는 스펜서 핍스다. 책임감 있는 옷, 환경보호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스펜서 핍스. 핍스 컬렉션은 자연 친화적이다. 아웃도어 스타일을 기본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옷과 소품을 선보인다. 디스토피아적 일러스트 티셔츠로 경고의 의미를 전하고, 가방 대신 물통을 들게 하는 것. 안주현

  • ABASI ROSBOROUGH

    ABASI ROSBOROUGH

    ABASI ROSBOROUGH

    아바시 로스보로프 + Abdul Abasi&Greg Rosborough

    아바시 로스보로프의 패션에는 많은 게 섞여 있다.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방식을 탐색하며, 클래식 수트를 기반으로 스트리트, 스포츠웨어, 테크니컬 웨어, 전통 의상 등을 결합해오고 있는데 2020 S/S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정리되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게다가 최근 패션계가 주목하고 있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둔 행보를 보여준다. 샘플 최소화 같은 기술적인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2019년에 CFDA 이머징 디자이너 상을 받은 보디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에밀리 보디만의 스타일로 구축된 다양한 요소가 융합된 컬렉션은 성별과 문화 등 기성 경계를 넘나들지만, 사상이나 문화를 떠나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동시대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신인이다. 2020 S/S는 무엇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데, 특히 빈티지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사용하는 방식과 수작업으로 완성한 데서 빈티지가 어떤 식으로 하이 패션에 활용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박세진

  • S.R. STUDIO

    S.R. STUDIO

    S.R. STUDIO

    S.R. 스튜디오 + Sterling Ruby

    최근 나의 구미를 당기는 디자이너는 스털링 루비. 그는 단순히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페인팅, 공예, 조각, 인테리어 디자인 등 넓은 스펙트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사람들은 그를 ‘르네상스 예술가’라 부른다. 스털링 루비는 피티 워모에 초청되어 2020 S/S 시즌을 기점으로 그의 이름 약자를 따서 만든 ‘S.R. 스튜디오’의 첫선을 보였다. 나는 그가 라프 시몬스와 협업하던 시절부터 그를 주목했다. 그 둘은 절친한 사이기도 하지만 각자 다른 분야에서 힘을 싣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라프 시몬스와의 협업에서 정제되지 않은 그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흥미를 끌었다. 하나의 분야에 종속되지 않은 인물인 만큼 스털링 루비는 예술가로서 장르와 시장을 완벽하게 확장시켰다. 패션 사업에 뛰어들긴 했지만, 패션 디자인보다 그저 본연의 작품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영위한다. 또한 ‘자신이 옷을 만들고 싶을 때만 옷을 만들 것’이란 포부 역시 마음에 든다. 루비는 다른 패션 디자이너들처럼 매 시즌 컬렉션을 여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시기에 맞춰 옷을 대량 생산해내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그저 옷을 만들고 싶은 시기에 작업을 할 것이라고. 때문에 아직까지 그의 컬렉션은 여러 시즌을 진행한 것도, 대량으로 유통된 것도 아니다. 그가 앞으로 S.R. 스튜디오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또 어떤 분야에 진출할지, 그를 처음 알게 됐을 때보다 더 흥미롭고 궁금증이 생긴다. 김영진

  • MYAR

    MYAR

    MYAR

    마이어 + Andrea Rosso

    요즘은 단순히 ‘룩’과 ‘스타일’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패션 디자이너 외에도 문화 코드와 동시대 소셜 미디어 같은 매체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주목받는다. 이럴 때일수록 검증된 본질에 중심을 둔 디자이너의 작업에 더욱 끌린다. 군복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패션 브랜드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탈리아 브랜드 마이어만 눈에 들어왔다. 빈티지 군복에 의미를 부여하고 리폼 수준으로 작업하는데, 과거의 완벽한 복각을 추구하는 여느 브랜드와 달리 업사이클링에 가치를 두면서도 명쾌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마이어가 내세우는 ‘빈티지’는 이 장르 특유의 옛날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캔버스 위에 새로 해석한 창조를 더하고, 매일 좋은 취향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변주를 선사한다. 군복이란 다시 거론할 것도 없이 현대 남성복의 뿌리다. 그러면서도 동시대 ‘에센셜’로서 ‘유머’를 담아낸다는 점이 마이어와 여느 빈티지 레플리카 브랜드의 가장 큰 차별점일 것이다. 홍석우

Q 피티 워모의 기세가 남다르다. 사뭇 달라진 행사로 거듭났다. 최근 피티 워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MSGM

MSGM

MSGM

피티 워모의 잔잔한 반향

해를 거듭할수록 피티 워모 박람회의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초청 디자이너 패션쇼가 점점 늘어나고, 이탈리아에 뿌리를 둔 브랜드의 대규모 전시와 이벤트가 밀라노가 아닌 피렌체에서 주로 열리는 것. 묵직한 존재감, 거대한 아카이브를 보유한 럭셔리 브랜드와 신인 디자이너의 데뷔 쇼, 재기 있고 젊은 디자이너의 런웨이가 적절히 섞인 것도 흥미롭다. 이번 시즌엔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꾸린 지방시의 첫 남성복 컬렉션(그녀가 지방시를 맡은 후 첫 남성복 단독 컬렉션) 쇼와 피렌체에서 탄생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촉망받는 이탈리아의 젊은 디자이너 마시모 조르제티가 이끄는 MSGM, 라프 시몬스의 오랜 친구 스털링 루비의 첫 컬렉션 쇼가 열렸다. 2020 F/W 시즌엔 스테파노 필라티가 자신의 브랜드 랜덤 아이덴티티 런웨이 쇼를 피렌체에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러다 피티 워모가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를 삼키겠다는 농담 섞인 소문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들린다. 안주현

  • SALVATORE FERRAGAMO

    SALVATORE FERRAGAMO

    SALVATORE FERRAGAMO

    패션 위크를 아우르는 새로운 장

    남성 럭셔리의 판매량이 늘어나며 남성 패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양하게 분파되는 게 느껴진다. 사실 피티 워모는 패션위크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무역박람회라는 한계가 있을 텐데, 최근 패션위크를 아우르고 이젠 남성복을 넘어서 푸드, 호텔, 향수, 책 등으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분야까지 확대해가고 있다. 또한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등 최신 흐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무튼 영국과 이탈리아의 전통 남성복 테일러링부터 하이 패션 브랜드, 미국과 유럽의 아웃도어, 일본의 셀비지 브랜드까지 모두 다 몰려온다. 제대로 동력이 붙고 나니 덩치와 영향력이 선순환하며 점점 더 커진다. 그리고 이런 혼재 속에서 지금의 분위기와 흐름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든다. 각종 이벤트, 행사, 게스트 디자이너, 어슬렁거리는 스트리트 패션까지 전부 재미있다. 이만한 장점이 또 있을까. 박세진

  • GIVENCHY

    GIVENCHY

    GIVENCHY

    전통과 유행 사이

    동시대 남성복의 커다란 축제이자 박람회이며 창조의 장이기도 한 피티 워모는 남성 복식의 ‘전통’을 중심에 둔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유행부터, 거리에 모인 패션 관계자들의 옷차림을 통한 흐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당대 유행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기능한다. 피티 워모는 고급 남성복 업계의 중추로서 항상 제 몫을 했다. 톰 브라운의 프레젠테이션과 라프 시몬스의 회고전이 열렸고, 매서운 미국 디자이너들의 공세에 한몫 단단히 했던 아담 키멜과 러시아 소년들을 유행의 중심에 올렸던 고샤 루브친스키가 이곳에서 인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032c와 스털링 루비의 새로운 패션 프로젝트가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화제가 된 랜덤 아이덴티티의 스테파노 필라티도 오랜만에 피티 워모에 귀환했다. 2020년에도 피티 워모는 새로운 트렌드를 향한 힌트를 발견하고, 그것이 세계적 단위로 확장해가는 발판 역할을 한다. 모바일 시대에도 여전히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지역’ 단위의 패션 이벤트가 유행의 첨병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홍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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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FERRAGAMO

가장 동시대적인 패션 박람회

남성 패션의 성지인 피티 워모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재킷과 셔츠, 타이, 행커치프까지 착용한 정갈한 수트 스타일링부터 투박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내뿜는 워크웨어, 아메리칸 클래식의 정석까지, 평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피티 워모에서는 하나같이 각광받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비슷한 콘셉트가 유지되어왔기 때문에 고루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최근 들어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무드의 브랜드를 초청하는 피티 워모의 전략도 이런 점에 유의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변화 덕분에 클래식과 대조되는 느낌의 와일드함, 비주류 감성까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동시대적인 패션 박람회로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피티 워모에서 해체주의나 고딕 등 마니아층이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쇼도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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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상
PHOTOGRAPHY 게티이미지코리아, 쇼비트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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