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The Critique

유튜브 시대의 스타 탄생

UpdatedOn January 24, 2020

유튜브에 <무한도전>은 ‘옛능 : 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무도’는 옛날 방송이다. 무도 스타들은 여전히 지상파 예능의 스타들이지만, 유튜브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유재석만 유산슬을 통해 유튜브 스타로 거듭났다. 유튜브 스타 중 유산슬 위에는 펭수라는 초일류 스타만 있다. 유산슬과 펭수는 어떻게 유튜브 시대의 스타가 된 걸까. 유튜브 시대의 스타 탄생 공식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EDITOR 조진혁

눈치 챙겨, 이 사람들아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지는 꽤 오래됐다. 틀면 나오는 일방적인 방식의 TV 매체 대신, 모바일을 필두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 채널은 즐기는 사람들끼리 놀이 문화를 만들 수 있다. TV 예능에 나오는 연예인 역시 그들의 캐릭터를 다소 일방적인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했다면, 콘텐츠 채널의 유명인은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구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초 단위로 분석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의도치 않은 장면을 통해 뜬금없는 캐릭터가 탄생되기도 하는데, 한 번 구축된 캐릭터는 팬덤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유튜브에서 배출하는 스타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런 철저한 콘셉트에 따른 ‘유니버스’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유튜브 스타, 유산슬과 펭수 역시 그러하다.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형성된 캐릭터와 그에 따른 세계관은 팬들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며 강력해진다.

유산슬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뽕포유’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시킨 캐릭터다. 유튜브 구독자는 트로트 신인 가수인 유산슬과 TV 예능의 제왕 유재석을 철저히 분리하면서 새로운 유니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유재석은 ‘유플래쉬’ 프로젝트에서 황소윤, 닥스킴 같은 힙한 뮤지션들과 협업했지만, 화려하고 세련된 뮤지션 라인업이 화제가 되었을 뿐 드럼 치는 유재석의 캐릭터 자체가 빛나진 못했다. 반면에 ‘뽕포유’에선 여태껏 젊은 세대에게 조명받지 못했던 트로트 명장들이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유산슬의 캐릭터를 빛내줬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트로트 거장들이 패기의 트로트 신인 유산슬과 만나면서 유튜브 안에 또 하나의 세계가 구축된 것이다. ‘합정역 5번 출구’ 버스킹을 하는 영상 댓글에 ‘유재석’을 운운하는 순간 이 바닥에서는 퇴출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지 유재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51년 베테랑 뮤지션이자 <전국노래자랑>심사위원까지 맡고 있는 박현우 작곡가가 15분 만에 써준 곡을 혹독하게 연습한 끝에 대중 앞에 서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덧 캐릭터에 동화되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TV를 호령하는 유재석은 없다. 태진아, 김연자, 진성, 홍진영 등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특훈, 신이 내린 코러스 김효수의 화음까지 더해져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리는 유산슬만 있을 뿐이다.

펭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EBS 연습생 펭수가 ‘같은 회사 펭귄 선배 뽀로로가 아닌 BTS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힌 지 8개월 남짓. 이미 유튜브에서는 BTS를 위협할 만한 인기를 구가하는 초특급 스타가 됐다. 펭수가 선보이는 EBS 유니버스에 매료된 어른들은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펭귄’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펭수 월드’를 형성했다. 매니저였다가 PD로 승진한 박재영, 매니저를 그만뒀지만 ‘퇴사자 인 더 하우스’ 음악과 함께 자꾸 등장하는 전원배, 펭수의 창조주와도 같은 이슬예나 PD, 이제는 전 국민이 아는 EBS 사장 김명중까지 모두 펭수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다. 나아가 ‘뽀로로’ ‘방귀대장 뿡뿡이’ ‘뚝딱이’ 같은 EBS 프로그램 속 캐릭터들까지 대거 등장해 촘촘한 관계망을 이어나간다. 지독한 콘셉트로 숨 쉴 틈 없는 웃음을 준 에피소드 ‘EBS 육상대회’를 보면 구독자와 펭TV 사이에 형성된 신세계를 만나게 된다. 펭수가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되면서, 유튜브 댓글에서 일관적인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펭수’를 치면 ‘펭수 본체’에 대한 정보가 함께 뜨는데, 펭수 탈을 쓰고 연기하는 연기자 실명까지 검색되는 지경이다. 하지만 이는 펭수의 팬덤이 만들어낸 유튜브 세계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펭수의 팬클럽인 ‘펭클럽’ 회원들은 본체의 정체를 밝히려는 빌런에게 눈치를 챙기라며 핀잔을 준다. 펭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펭수를 펭수로 믿지 못하면 자이언트 펭TV를 온전히 즐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독보적인 캐릭터가 구축되고, 그에 충실한 팬덤이 형성되며, 점점 세계관이 확장되면 유튜브를 벗어나 다른 매체로 진출할 수 있다. 유산슬과 펭수 모두 방송사 간의 대통합을 이뤄낸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유산슬의 출신은 MBC지만 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WBS <조은형의 가요세상> 등 라디오 방송을 비롯해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했다. 펭수 역시 EBS 연습생 신분이지만 일단 가볍게 타 방송 라디오를 섭렵했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 형님>등에 출연했다. ‘교육방송’ 출신이라는 이유로 관공서의 섭외까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타 방송사를 언급할 때 이니셜로 부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청자는 지금 저 연예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M사’가 ‘MBC’라는 걸 당연히 안다. 여전히 방송사 간에 넘기 힘든 선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유산슬과 펭수는 특정 방송사 출신이라기보다 유튜브 스타라는 지점에서 많은 자유를 획득한다.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키운 스타 이미지 대신, 인지도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이미지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 유튜브 파워가 막강해진 지금 우리가 원하는 스타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뭘 해도 사랑받는 캐릭터다. 지상파의 플랫폼에서는 절대 탄생할 수 없는 강력한 유니버스가 초특급 유튜브 스타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세계관 속에서 사람들은 즐거움을 나누며 소통한다. 그러니 이 유튜브 세계를 제대로 즐기려면 눈치는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 유산슬에게서 유재석을 찾거나, 펭수에게서 탈 속 정체를 찾지 말란 말이다.

WORDS 서동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서동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20년 01월호

MOST POPULAR

  • 1
    주식 탐험가 강방천
  • 2
    태민의 진심
  • 3
    영양제 레시피
  • 4
    패션 뉴웨이브 5
  • 5
    골프화의 아웃솔

RELATED STORIES

  • FEATURE

    'SNOW CAMPERS' 로버트 톰슨

    그들이 혹한의 설원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스노 캠핑 좀 한다는 세계 각국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눈 덮인 산맥은 혹독하지만 경이롭고, 설원은 침묵하는 아름다움이라 한다. 그리하여 설원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물으니, 그곳에는 고독한 자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대자연의 겨울을 거울 삼은 스노 캠퍼들이 말하는 자유와 고독이다.

  • FEATURE

    공공미술이라는 착각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건물 로비에 그림을, 바닷가에 조형물을 갖다 놓는 것을 가리켜 공공미술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한가? 미술은 공공 공간을 꾸미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건축물 완공 시 미술품을 설치해야만 준공검사가 가능한 건축물미술작품법은 폐지가 시급하고, 지자체는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드는 데만 혈안이다. 현실은 ‘공공미술’의 올바른 의미는 퇴색되어 정확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올바른 공공미술의 방향은 무엇일까?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 FEATURE

    'SNOW CAMPERS' 드루 심스

    그들이 혹한의 설원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스노 캠핑 좀 한다는 세계 각국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눈 덮인 산맥은 혹독하지만 경이롭고, 설원은 침묵하는 아름다움이라 한다. 그리하여 설원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물으니, 그곳에는 고독한 자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대자연의 겨울을 거울 삼은 스노 캠퍼들이 말하는 자유와 고독이다.

  • FEATURE

    'SNOW CAMPERS' 파블로 칼보

    그들이 혹한의 설원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스노 캠핑 좀 한다는 세계 각국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눈 덮인 산맥은 혹독하지만 경이롭고, 설원은 침묵하는 아름다움이라 한다. 그리하여 설원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물으니, 그곳에는 고독한 자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대자연의 겨울을 거울 삼은 스노 캠퍼들이 말하는 자유와 고독이다.

  • FEATURE

    일본 대중문화는 왜 낡은 미래가 되었나

    일본의 것이 가장 힙하고 새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1998년 한국에 일본 문화가 개방된 후 ‘일드’를 보며 일본어를 익히던 친구들이 있었고, 더 거슬러 가면 오스 야스지로를 비롯한 거장들이 걸출한 작품들로 영화제를 휩쓸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는 왜 멈췄을까? 조악한 옷을 입은 아이돌들이 율동을 하는 가운데 K-팝 산업에서 공수받은 JYP의 ‘니쥬’가 최고 인기며, 간만에 대형 히트작의 공백을 메운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완성도는 초라하다. 한국인이 지금도 좋아하는 일본 대중문화는 레트로 시티팝, 셀화 애니메이션으로 대변되는 20세기 버블 경제 시대의 산물일 따름이며 과거의 영광은 재현되지 못한다. 그 시절 꽃피운 <세일러문>과 <도쿄 바빌론>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최신 리메이크작을 찾아본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한지 이미지 한 장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는 왜 그리운 느낌 때문에 들춰보게 되는 낡은 미래가 되어버린 걸까?

MORE FROM ARENA

  • FASHION

    문지후와 트리플에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문지후와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향기의 아프리모 ‘트리플에이’의 특별한 조우.

  • FASHION

    포근한 스웨터

    청명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 포근한 스웨터가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찰나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 FASHION

    스테판 커리의 브랜드

    언더아머와 스테판 커리가 만났다. 누구나 평등하게 운동할 수 있는 브랜드를 들고.

  • INTERVIEW

    '정점에서 다시' 김광현 미리보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선발 투수로 인상적인 한 해를 보낸 김광현의 화보가 공개됐다.

  • FEATURE

    키워드로 보는 틱톡

    틱톡을 말하기 위해선 왜 틱톡이 여느 플랫폼과 다른가부터 말해야 한다. 혜성처럼 등장해 공룡처럼 몸집을 불린 무시무시한 SNS이자 숏폼 콘텐츠를 이끄는 플랫폼, 밀레니얼과 Z세대를 단번에 사로잡은 틱톡 키워드 모아보기.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