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OFF TO LA

안토니 바카렐로가 말하길 “곧 투어를 앞둔 믹 재거를 만나면서, 이 모든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UpdatedOn August 12, 2019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8/thumb/42538-380751-sample.jpg

 

기대했던 파란 하늘은 없었다. 생각보다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은 흐렸고, 심지어 좀 쌀쌀하기까지 했는데, 결과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20 S/S 생 로랑 컬렉션이 펼쳐질 말리부 해안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회색 하늘을 바라보며 잠깐 아쉬워했던 순간이 전부.

런웨이가 펼쳐진 모래사장에 들어가야 하다 보니, 대부분 슈즈를 벗어야 했다. 오로지 오늘을 위해 준비했을, 찌를 듯이 아찔한 스틸레토 힐을 벗고 플립플롭으로 갈아 신는 순간, 모두 신선한 희열을 느꼈을지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한 손에 하이힐을, 다른 한 손에 샴페인 잔을 새침하게 쥐고선 맨발로 모래사장을 밟는 기분이 어찌 짜릿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덕분에 쇼장 입구부터 이미 시끌벅적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깎아지른 절벽 앞에 바다와 하늘을 담은 거울 벽이 길게 뻗어 있고, 해안가를 따라 빛나는 런웨이가 펼쳐져 있었다. 마치 짠 것처럼 하늘과 파도, 절벽 모두가 생 로랑, 그리고 안토니 바카렐로가 사랑해 마지않는 풍성한 모노톤으로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이 또한 비현실적인 바다가 아니겠나. 샴페인을 몇 모금 마신 탓도 있겠지만, 이미 난 그 순간의 말리부에 취했던 거 같다.

전 세계 패션계 인물들, 셀럽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거다. 키아누 리브스가 눈을 맞추며 지나가고, 뒤이어 셀마 헤이엑이, 고개만 돌려도 빈센트 갈로, 리암 헴스워스, 니콜 리치, 헤일리 비버, 마일리 사이러스 등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얼굴들이 프런트 로에 자리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빛났던 갓세븐의 JB까지. 그래 여긴,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위엄이란 이런 것.

3 / 10

생 로랑 컬렉션은 여느 패션쇼와 성향이 분명 다르다. 쇼에 초대된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그 분위기를 짐작 가능한데, 단순히 쇼를 관람하는 것 이상으로 성대한 파티를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키아누 리브스도 분명 조금 들뜬 표정이었던 거 같은데. 어쨌든 이 모든 화려한 장면들도 모두 생 로랑 컬렉션의 서막. 서서히 장막이 걷히고, 부서지는 파도의 결을 따라 길게 뻗은 런웨이만을 위한 조명이 빛나기 시작했다.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처럼, 말리부 해안은 오로지 생 로랑의 무대가 되었다.

자유분방한 태도의 모델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몸의 선을 따라 가볍게 흐르는 실크 셔츠는 호방하게 풀어헤치고, 길게 늘어뜨린 가느다란 스카프는 걸을 때마다 가볍게 날렸다. 날렵하게 차려입은 턱시도, 여리여리한 허리가 훤히 드러나는 테디 재킷, 밀리터리 블루종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팬츠는 슬림한 실루엣의 데님 팬츠가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양탄자를 타고 날아오를 것 같은 하렘팬츠가 대부분. 상의는 발목까지 길게 늘어지는 튜닉 셔츠나 바닥에 끌릴 듯 큼직한 카디건 등 세르주 갱스부르의 자유로움을 닮은 보헤미안 스타일까지. 모두 두말할 것 없이 믹 재거 그 자체였다.

“그는 나에게 옷장을 보여줬고, 그 의상들의 디테일, 색감, 분위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안토니 바카렐로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1975년 롤링 스톤스의 전설적인 투어를 그대로 옮겨 담았다. 은빛 바다와 생 로랑, 믹 재거에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말리부 해변에서의 파티로 이어졌다. 그렇게 또 LA에서의 끝내주는 밤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생 로랑의 파티가 언제나 그랬듯이.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최태경

2019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자작나무 숲속 작은 호텔 Maidla Nature Villa
  • 2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
  • 3
    '이승윤 이라는 이름' 이승윤 화보 미리보기
  • 4
    UNCOMMON SUIT
  • 5
    이승윤이라는 이름

RELATED STORIES

  • FASHION

    YOUNG BLOOD

    무상한 하늘 아래 뛰노는 젊은이들의 양지.

  • FASHION

    아웃도어 쇼핑 리스트: 마운틴 바이크

    생동하는 봄날, 본격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한 것들만 담은 쇼핑 가이드.

  • FASHION

    아웃도어 쇼핑 리스트: 하이킹

    생동하는 봄날, 본격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한 것들만 담은 쇼핑 가이드.

  • FASHION

    아웃도어 쇼핑 리스트: 낚시

    생동하는 봄날, 본격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한 것들만 담은 쇼핑 가이드.

  • FASHION

    UNCOMMON SUIT

    적막하고 낯선 땅, 생경하게 입은 수트.

MORE FROM ARENA

  • FEATURE

    공정한 칼날

    혈귀가 되면 강해질 수 있는데. 죽지도 않고. 그럼에도 나약한 인간으로 남아 기술을 정진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런 귀살대의 모습, 공정함을 선택한 친구들로 읽혔다. 시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온 힘을 다해 칼날을 휘두르는 귀살대의 칼끝에 가슴이 슬쩍 찔린 것만 같았다. <귀멸의 칼날>로 시대를 반추한다.

  • FEATURE

    아카데미 시상식 미리 보기

    극장가의 침체, OTT의 부상, 팬데믹과 영화 산업의 변화, 심사단의 다양화 등 할리우드는 급격한 변화를 치렀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해와 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그전과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계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와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화제를 모으는 것이 이유다. 기대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예측해봤다.

  • FASHION

    판타스틱한 명품 소품

    동심을 자극하는 천진하게 귀엽고도 비범한 하우스 브랜드의 아이템 4.

  • FEATURE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언젠가 미래에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사람보다 AI가 생산성이 높다면 AI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회계팀, 인사팀, 교육팀, 개발팀 등 당장 AI에 위협받고 있는 일자리들은 많다. 하지만 AI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방법은 있다. 각 직무별 종사자들에게 얻은 생존 팁이다.

  • INTERVIEW

    스코틀랜드 사나이들

    위스키를 탄생시키는 스코틀랜드의 마스터 블렌더들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위스키의 조건은 ‘일관성’이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