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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만드는 사람들

On March 15, 2019 0

이태원로에 작은 광장이 생겼다. 이름은 TSP737. 광장에 들어서면 모자를 눌러쓴 바리스타들이 감각적인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여느 카페와는 다른 구성과 공간이 펼쳐진다. 뭘 좀 아는 예민한 한남동 예술가들은 아침이면 에스프레소로 정신을 차리고, 저녁이면 에스프레소에 술을 첨가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TSP737를 만든 사람들을 만났다. 공간을 디자인한 월가 앤 브라더스의 백종환 소장과 콘셉트를 기획한 안성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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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커피 전문점의 나무 테이블과 소파들이 없다. 대신 컨시어지처럼 입구 앞에 바(Bar)가 있어 신선하다. 콘셉트가 궁금하다.
백종환 유로피언 감성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광장을 콘셉트로 잡았다. 유럽에선 도시를 계획할 때 광장을 먼저 설계한다. 광장이 도시의 중심이 되면 시민은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모인다.

유럽 광장에는 넓고 다양한 오브제와 상점들이 자리한다. 그 특징들을 실내 공간에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백종환 광장에서 보이는 것들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 공간을 광장처럼 넓지 않고 형태도 길쭉하다. 그래서 고안한 게 네모난 대형 바다. 광장을 모티브로 한 바를 공간 중앙에 설치했다. 기다리고 대화를 나누고, 커피를 마시는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는 광장 풍경이 바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했다. 사람들은 바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만들고, 마시기도 한다. 바는 카페의 모든 행위가 일어나는 작은 광장이다. 그리고 바 밖은 사람들이 오가는 더 큰 광장이다. 두 광장이 공존한다.

플래그십 스토어 설계의 어려움은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녹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가 지닌 브랜드 정체성을 TSP737에 어떻게 융합했나?
백종환 색을 중요하게 활용했다. 투썸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되, 고객들이 이 공간을 천천히 경험한 다음 투썸임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투썸만의 브랜드 색상을 부분적으로 사용했다.

투썸은 국내에 매장이 많고, 역사도 제법 오래되었으며 무엇보다 헤리티지가 명확한 브랜드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TSP737에 어떻게 표현했나?
안성현 투썸의 헤리티지는 1호점인 신촌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 유럽의 테라스 문화를 표방한 카페로 당시로선 세련된 커피 문화였다. 테라스 문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화다. TSP737은 노트북을 펼쳐놓고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카페가 아닌 대화가 중요한 공간으로 기획했다. 테라스를 배경으로 기존 투썸의 대화 문화가 조성됐다면 TSP737은 광장을 통해 대화 문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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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와 광장에서 느낄 수 있는 유로피언 헤리티지가 여기서도 발견된다.
안성현 유로피언 헤리티지가 중요한 시대는 아니다. 실제 유럽식 카페는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빠르게 에스프레소만 마시고 나간다. 한국 사람들이 서울에선 그런 문화를 즐기지 않지만, 유럽에선 그런 카페 문화를 즐긴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TSP737의 키포인트는 에너지부스팅을 필두로 한 빠른 대화다. 아침에 에스프레소에 설탕 하나 넣어 기력을 충전하고, 저녁이면 내 취향을 아는 친한 바리스타가 스윽 에스프레소를 내주는 프랑스 카페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언제 와도 편안한 동네 사랑방 같지 않나?

아지트처럼 편안한 에스프레소 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것은 무엇인가?
안성현 이 동네에 아티스트들이 많다. 대화 코드가 맞고 편하게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 8시로 오픈 시간을 무리하게 당긴 것은 에스프레소를 에너지부스팅으로 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에스프레소는 빠르게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문화다. 공간 자체의 콘텐츠를 바꿔 부스팅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TSP737이 가진 공간 자체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안성현 여기 있는 물건들은 한남 크루들이 만들고 수집한 것들이다. 바리스타와 동네 친구처럼 친해지고, 아침부터 밤까지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하려면 형태는 모던해도 흐르는 정서는 편안해야 한다. 투썸은 커피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다. 그 장점을 끄집어내어 바리스타들을 컨시어지처럼 배치했다. 마치 애플 바의 지니어스처럼 편하게 상담해주는 개념이다.
백종환 인스타그램에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커피 설명을 해주셨다” 등 직원에 대한 댓글들이 많다. 그런 반응이 신선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카페 문화는 앉아서 일하는 도서관과 같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고민을 했고, 카페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를 느꼈다.

일반 카페와는 다른 시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리고 시점이 매우 다양하다.
백종환 광장에서 사람들은 광장을 바라보고 앉는다. 광장 안에는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런 광경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벽 앞의 자리는 실내 안쪽을 바라보고, 실내 안쪽 바에서는 자유롭게 섞여 앉는다.

건축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광장을 설계하며 기대한 TSP737 이용자들의 행동이 있을 것 같다.
백종환 자유로운 행동들을 하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다. 보통 카페는 회의실처럼 마주 보도록 설계된다. 그걸 흩트리고 싶었다. 여기선 이렇게 마주 보고, 저기선 저렇게 마주하고, 공간 안쪽을 바라보는 등 시점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실제 광장에선 시점의 높낮이와 방향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자연스럽게 서서 마셔도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안성현 시간대마다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다. 햇살이 들어오는 좌석, 긴 테이블 좌석에서는 바리스타들이 보여서 좋고, 사람들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도 있다. 또 매장 맞은편에 위치한 계단이 독특한 광장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유럽 광장을 재현하기 위한 소품에는 무엇이 있나?
백종환 천장에 설치한 조명은 산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작품이다. 처음 광장 콘셉트를 들었을 때 이 조명을 설치하고 싶었다. 조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광장 하늘을 나는 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광장 기둥이나 가로등, 돌바닥의 요소도 채용했다.

책이나 상품 등 콘텐츠들도 다채롭다. 콘텐츠 구성 기준은 무엇이었나?
안성현 에스프레소를 마시러 와서 지갑을 털었을 때 부담되지 않는 가격대의 물건을 팔고자 했다. 메뉴 중 에스프레소 마티니에 들어가는 보드카,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비누, 크루가 입는 티셔츠 등 TSP737에서 경험한 것을 보고 집에 가져갈 수 있게끔 하였다.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안 할 수 없다.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16가지 변주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안성현 쉬운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잡았다. 에스프레소는 너무 쓰고, 가성비가 낮다는 생각이 크다. 그래서 마실 때만큼은 기분을 좋게 해주고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1번부터 4번까지의 블랙 라인을 예로 들면, 메뉴 뒤를 보면 ‘에스프레소+슈크림’ ‘에스프레소+워터’ 등 빵이나 물, 크림을 함께 구성했다. 수많은 메뉴들을 시험해보고 16개만 추린 것이다.

봄이면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한남동의 작은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TSP737은 어떻게 봄을 맞이하고 있나.
안성현 선선한 봄이 다가오며 구현했던 룩이 완성될 것 같다. 목표는 2개다. 투썸의 역량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두 번째로는 에스프레소 문화를 구현하고 싶다. 에스프레소는 계절을 타는 문화다. 이번 봄에 초토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게 될 거다.

이태원로에 작은 광장이 생겼다. 이름은 TSP737. 광장에 들어서면 모자를 눌러쓴 바리스타들이 감각적인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여느 카페와는 다른 구성과 공간이 펼쳐진다. 뭘 좀 아는 예민한 한남동 예술가들은 아침이면 에스프레소로 정신을 차리고, 저녁이면 에스프레소에 술을 첨가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TSP737를 만든 사람들을 만났다. 공간을 디자인한 월가 앤 브라더스의 백종환 소장과 콘셉트를 기획한 안성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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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이우정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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