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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그래프의 세계

On October 18, 2016

몇 년 새, 서울의 창작자들이 즐겨 쓰기 시작한 인쇄 방식이 있다. 자동화된 스텐실 인쇄라 불리는 리소그래프 인쇄다. Editor 이경진

동시대의 감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는 많다. 힙합 음악, 바이닐, 작은 클럽, 챙 넓은 모자, 헐렁한 티셔츠, 형형색색의 조명을 드리운 사진, 볼드한 액세서리…. 그렇다면 소규모 독립 출판물은 어떤가? 서울 곳곳에 생겨나는 작은 책방들은? 2012년을 전후로 서울에는 작은 독립 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서점들의 서가에는 개인이 작업한 인쇄·출판물들이 오르내렸다.

2016년. 작은 서점들은 서울 중심가를 벗어나 작은 동네 어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레나>는 지금의 문화적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로, 어떤 인쇄 방식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소규모 출판과 작은 서점들의 확장세와 함께 도드라지기 시작한 리소그래프(Risograph) 인쇄(이하 리소그래프)다. 서울의 리소그래프는 인쇄업과 출판업 외곽 지대에서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해왔다. 예술 분야 종사자가 주된 사용자였다.

리소그래프는 실크스크린 인쇄와 흡사하다. 마스터 용지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이미지를 표현하고, 그 구멍으로 잉크를 통과시켜 결과물을 만든다. 스텐실 원리를 디지털 기술로 자동화한 인쇄 방식이다. 자동화한 디지털 스텐실이라 생각하면 쉽다. 장점은 분명하다. 인쇄하기 쉽고, 빠르며, 잉크젯이나 레이저, CMYK 체계의 4도 오프셋 인쇄와 달리 한 번에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색상만으로 인쇄할 수 있다. 이 명징한 특성을 새로운 감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리소그래프를 작업 수단으로 삼는 요인으로 삼았다. 리소그래프는 콩기름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다.

석유를 원료로 쓰는 일반적인 잉크보다 더 밝고, 선명하게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래서다. 리소그래프를 위한 잉크는 모두 별색으로 만든다. 고유의 색감과 질감을 띤 인쇄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하여 누구든, 원한다면 형광 노랑, 반짝이는 금색 등의 색상으로도 소량 인쇄가 가능하다. 심지어는 1장만 인쇄할 수도 있다. 단점도 있다. 석유를 원료로 만든 일반 잉크에 비해 잘 마르지 않는다. 리소그래프는 오차 없는 정확한 인쇄술이 아니다. 컴퓨터 화면의 작업물과 인쇄물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인쇄물에 실린 사진 등의 명도, 채도 또는 위치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소그래프를 접한 창작자들은 개인적인 작업을 리소그래프로 구현해내는 걸 즐긴다. 처음 리소그래프는 소규모 전시와 공연을 위한 포스터 등의 작업에 즐겨 사용되었다. 창작자들에게 리소그래프는 다양한 작업을 가장 손쉽게 실험할 수 있는 새 길이 됐다. 리소그래프는 과거 교회나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던 인쇄 방식이었다. 그 시대 리소그래프는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인쇄술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그래픽 디자인 및 예술 출판 분야에서 선호한다. “학교 등에서 리소그래프 인쇄물을 접하며 성장한 ‘리소 키드’들이 성인이 되어 실무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 리소그래프는 그 한계와 단점까지 특색으로 인정받으면서 창작자와 예술 분야 종사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업을 인쇄물로 구현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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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 에든버러에서 활동 중인 작가 도미닉 케스터xjs(Dominic Kesterton)의 드로잉을 엮은 진(Zine). 코우너스인쇄소에서 리소그래프 인쇄. 2 코우너스인쇄소가 만든 리소그래프 인쇄 가이드북. 3 오혜진이 자신의 디자인 숍을 오픈하며 제작한 포스터. 코우너스인쇄소에서 리소그래프 인쇄.

1 영국 에든버러에서 활동 중인 작가 도미닉 케스터xjs(Dominic Kesterton)의 드로잉을 엮은 진(Zine). 코우너스인쇄소에서 리소그래프 인쇄.
2 코우너스인쇄소가 만든 리소그래프 인쇄 가이드북.
3 오혜진이 자신의 디자인 숍을 오픈하며 제작한 포스터. 코우너스인쇄소에서 리소그래프 인쇄.

오혜진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리소그래프는 어떻게 알게 됐나?
서울에서 2012년쯤 처음 접했다. 첫인상은 강렬했다. 일반적인 인쇄물에 비해 색감이 훨씬 명료했다. 최근에도 ‘나쁜손카드’라는 작업을 리소그래프로 완성했는데, 이번 결과물을 받고 또 생각했다. ‘아, 예쁘다. 이 맛에 리소그래프를 못 끊지.’

작가로서 느끼는 리소그래프의 매력은 역시 색감인가?
아마도. 어떤 작가는 리소그래프를 두고 미제 초콜릿 같은 맛이라고 표현했다. 공감한다. 리소그래프에는 ‘정크 푸드’ 같은 매력이 있다. 실용성 측면에서는 소규모 인쇄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게다가 하면 할수록 탐구할 거리가 생긴다.

어떤 측면에서 리소그래프는 지난 세대의 인쇄 방식이다. 한계점도 많다. 그러한 한계점이 작가에게는 가능성이 되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무척 많은 인쇄 방식이다. 색을 조합해 그러데이션 효과를 줄 때도 기존 인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리소그래프가 당신의 작업 영역이나 장르를 어떤 식으로 확장시키나?

이제는 리소그래프만을 염두에 둔 작업을 하기도 한다. 기존의 오프셋 인쇄로는 시도해보지 못한 작업을 해보고 있다. 그 재미에 빠져 있다.

어떤 시도인가?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는 컬러 인쇄는 CMYK 체제다. 파란색(Cyan), 자주색(Magenta), 노란색(Yellow), 검은색(Black)을 조합해 사용한다. 하지만 리소그래프는 모든 색이 별색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컬러를 내기 위해 별색 빨간색과 별색 회색을 겹쳐서 색을 낼 수 있다. 작가 입장에서 이 차이는 크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색을 원하는 대로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셈이다. 게다가 매력적인 컬러 잉크들이 워낙 많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오프셋 인쇄 컬러들은 차분하고 리소그래프의 컬러는 가볍고 생기 있다.

경제성 면에서는 어떤가?
단가 계산 방식이 인쇄술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가장 일반적인 오프셋 인쇄를 예로 들자면, 5백 장을 찍든 1천 장을 찍든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하지만 리소그래프는 차이가 크다. 그렇기에 리소그래프는 소량 인쇄에 좋다.

서울에서 리소그래프가 예술 분야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다. 소규모 창작물이 활발히 만들어지고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일 테다. 또 나는 리소그래프 인쇄기가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던 시절을 보낸 세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실무자가 되면서 활발하게 쓰이는 것 같다. 그들에게 리소그래프는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친숙한 인쇄 방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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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 6 오혜진과 박민하가 협업한 드로잉 북 <베이스(The Vase)>. 다양한 색채와 형태로 꽃병을 그렸다. 리소그래프 인쇄. 7, 8 오혜진이 한 가지 색상으로 1도 인쇄한 그래픽 작업.

4, 5, 6 오혜진과 박민하가 협업한 드로잉 북 <베이스(The Vase)>. 다양한 색채와 형태로 꽃병을 그렸다. 리소그래프 인쇄.
7, 8 오혜진이 한 가지 색상으로 1도 인쇄한 그래픽 작업.


코우너스

리소그래프 인쇄소와 출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겸한다. MMMG 디자이너였던 조효준, 김대웅 대표가 2012년 소공동에서 리소그래프 인쇄기 한 대를 가지고 시작했으며, 지금은 을지로 인쇄골목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CI, 웹, 인쇄 매체, 공간 및 상품 기획에 이르는 여러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전시, 출판, 워크숍 등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리소그래프를 통해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며 인쇄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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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너스인쇄소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소품과 의뢰를 통해 리소그래프로 인쇄한 소규모 인쇄물들도 만날 수 있다.

코우너스인쇄소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소품과 의뢰를 통해 리소그래프로 인쇄한 소규모 인쇄물들도 만날 수 있다.

  • 코우너스인쇄소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소품과 의뢰를 통해 리소그래프로 인쇄한 소규모 인쇄물들도 만날 수 있다.코우너스인쇄소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소품과 의뢰를 통해 리소그래프로 인쇄한 소규모 인쇄물들도 만날 수 있다.
  • 왼쪽 하단의 기계가 리소그래프 인쇄기다. 코우너스인쇄소에는 두 대의 인쇄기가 있다. 리소 RP 3700과 MZ 970이다. 왼쪽 하단의 기계가 리소그래프 인쇄기다. 코우너스인쇄소에는 두 대의 인쇄기가 있다. 리소 RP 3700과 MZ 970이다.
  • 코우너스인쇄소의 창 너머로 을지로 인쇄소 골목 풍경이 펼쳐진다.코우너스인쇄소의 창 너머로 을지로 인쇄소 골목 풍경이 펼쳐진다.
  • 코우너스인쇄소는 리소그래프에 적합한 종이도 갖추고 있다. 직접 구매한 종이에도 인쇄 가능하다.코우너스인쇄소는 리소그래프에 적합한 종이도 갖추고 있다. 직접 구매한 종이에도 인쇄 가능하다.
  • 5 리소그래프에 사용하는 잉크들. 콩기름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잉크다. 5 리소그래프에 사용하는 잉크들. 콩기름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잉크다.

김대웅, 조효준 코우너스

코우너스는 리소그래프 인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조효준 나는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때 리소그래프 인쇄기로 개인 작업을 하는 영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인쇄기로 졸업 전시 리플릿을 만들었다. 검은색으로 인쇄했는데 잉크가 묻어났지만, 보기엔 좋았다. 리소그래프를 경험한 후 더 알고 싶어 리소그래프에 정통한 블로그를 찾아 들어갔다. ‘리소’가 일본의 인쇄기 회사 이름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블로그에 여러 가지 인쇄 사례가 있었는데 그중 시선을 잡아끈 것이 1도로 인쇄한 보라색이었다. CMYK로 보라색을 1도로 인쇄하면, 덧칠해 만든 색채가 된다. 리소그래프는 별색 1도로 인쇄하니까 이제껏 보지 못한 보라색이 나오더라. 좋았다. 처음 코우너스 스튜디오를 열면서 그때 기억이 났고 다행히 한국에서도 리소그래프 인쇄기 구매가 가능해 기계를 들여놓았다.

리소그래프 인쇄로 코우너스만의 차별점을 만들고 싶었던 셈인데, 괜찮은 한 수였다고 보나?

조효준 나와 김대웅 모두 대학 졸업 후 한국 MMMG에서 일했지만, 주로 제품을 만들었다. 회사를 나와 함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는데, 우리가 국내 그래픽 디자인에 발판이 없는 상태더라. 리소그래프 인쇄소를 겸하니, 일러스트레이터나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연결이 가능해졌다. 리소그래프 인쇄기가 없었다면 이러한 연결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활동도 어려웠을 테다.

리소그래프라는 인쇄 방식이 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원하는 시각적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적합한 이유를 무엇이라 보나?

김대웅 리소그래프 인쇄기는 작다. 보통 복합기 정도 크기다. 가격은 저렴하며 소량 인쇄가 가능한데,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다채롭다. 리소그래프에 쓰는 잉크의 색상은 선명하고 화려하다. 형광색도 있고 금색도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원하는 수량으로, 원하는 색채로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개인이 원하는 색상을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 물론 한계점도 많다. 가장 큰 한계는 A3 이상 크기로 인쇄할 수 없다는 것이다.

Q 조효준 대표는 얼마 전 네덜란드로 리소그래프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투어 목적지를 네덜란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조효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미술과 접목하여 오랫동안 리소그래프를 해왔고 현재도 많은 예술 관련 인쇄물을 리소그래프로 구현한다. 리소그래프는 유럽권에서 활발하게 사용한다.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다만 네덜란드에서 인쇄업 자체가 계속 성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봤다. 정부에서 인쇄업에 지원을 많이 하더라. 리소그래프는 현대적이지 않고 다소 느리며, 생산성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쇄 방식이 네덜란드에서 재평가되어 활발히 사용된 데는 정부의 인쇄업 지원 덕이 크다고 본다. 네덜란드 리소그래프 투어의 핵심 목적은 엑스트라풀(Extrapool) 인쇄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엑스트라풀은 1986년 처음으로 스텐실 인쇄 서비스를 대중에게 선보인 곳으로, 지금껏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리소그래프를 하고 있다.

엑스트라풀에서 목격한 리소그래프 현장을 조금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조효준 엑스트라풀은 원래 1970~1980년대 펑크 음악 잡지를 만들던 곳이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엑스트라풀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자 점차 아카데믹한 영역으로 역할을 넓혀갔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출판을 하기도 하고 때로 공연도 연다. 공연하는 사람들이 엑스트라풀에 머물며 곡을 쓰면 바로 CD를 만들고 CD 패키지를 엑스트라풀에서 찍어내기도 한다.

서울의 리소그래프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김대웅 일단 코우너스 이전에는 부산의 ‘그린 그림’에서 리소그래프로 여러 인쇄물을 만든 것으로 안다. 우리 시각에서 이야기하자면, 독일 함부르크 출신 아티스트인 슈테판 마르크스(Stephan Marx)가 서울의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전시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가 기점이 됐다고 본다. 2012년이었고, 코우너스가 리소그래프 인쇄기를 들이면서 문을 열 때였다.

스테판 마르크스가 실패한 리소그래프 인쇄물 한 장을 코우너스로 가져왔다. 자신의 리소그래프 인쇄기로 혼자서 포스터를 인쇄한 결과 실패하여 우리를 찾아온 것이었다. 우리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포스터 인쇄를 완성했다. 슈테판 마르크스가 나름 영향력 있는 인물이어서, 우리가 그에게 적어준 웹사이트 주소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리소그래프 의뢰가 들어왔다. 그 후로 스티키몬스터랩의 공공 장소에 사용한 포스터, MMMG의 달력, 디스 이즈 네버 댓의 청바지 탭 등을 작업했다.

시작할 당시의 리소그래프 의뢰와 지금 의뢰에 차이가 있나?

조효준 그때는 포스터나 달력, 명함, 엽서처럼 인쇄물 한 장이 단품으로 기능하는 의뢰가 많았다면 지금은 책 의뢰가 많다. 기업에서 의뢰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을 비롯한 개인 작업자들의 의뢰다. 우리는 책 형태의 의뢰가 많아진 시점을 서울에 작은 서점들, 독립 출판물을 판매할 수 있는 서점들이 많아지면서부터라고 본다. 사실 우리는 처음 리소그래프를 시작할 때 카페 등에서 많은 의뢰가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개인 작업자와 대학생들이 많다.

지난 5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리소그래프는 어떠한 시각 작업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김대웅 글쎄. 모든 형태의 작업에 사용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는 슈테판 마르크스가 그랬듯, 리소그래프 인쇄기를 소유하는 개인 작업자가 많아지는 쪽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거다. 숙련도가 곧 완성도를 결정짓는 인쇄 방식인 데다, 인쇄기는 작고 기본적인 조작이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 작업자들이 제작 단계까지 자신의 의도대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리소그래프 인쇄를 거듭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이 있나?
조효준 끝없이 새로운 오류를 발견한다. 하하. 오류가 엄청 많다. 아직 원인을 모르는 오류도 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코우너스인쇄소는 그 오류를 해결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밟아왔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오류를 해결해나가는 일 자체가 시각적으로는 새로운 표현(인쇄) 방식을 발견하는 일이더라.

<현장 학습: Field Trip>

지난 6월 18일부터 8월 7일까지 디뮤지엄의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열린 전시. 을지로-충무로 일대에서 조사하고 수집한 인쇄 관련 자료들을 리소그래프로 인쇄해 선보였다. 을지로와 충무로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 인쇄업의 중심가였다. <현장 학습: Fiedl Trip>은 이 지역에서 인쇄소를 직접 운영하는 코우너스가 그간 경험한 인쇄의 흥미로운 요소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인쇄, 제작, 가공 현장에 둥지를 튼 코우너스가 젊은 디자이너로서 보고 접한 단상을 인쇄물, 오브제, 설치 작품 등 다양한 매체로 전달했다. 관람객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인쇄의 과정, 환경, 제작 풍경 등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어 인쇄와 제작 과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흥미를 돋웠다. 나아가 인쇄가 공간 및 작업 환경에 대한 영감이나 협업 수단 등으로 일상에 자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몇 년 새, 서울의 창작자들이 즐겨 쓰기 시작한 인쇄 방식이 있다. 자동화된 스텐실 인쇄라 불리는 리소그래프 인쇄다. Editor 이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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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열
ASSISTANT
김민수
Editor
이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