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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

셔츠가 무수히 쌓여 있는 것도, 매장에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것도 모두 `그냥` 그런 줄 알았는가? 세상에 그냥은 존재하지 않는다. <br><br>

UpdatedOn May 26, 2009

에르메스 매장에는 버킨 백이 없다?

에르메스는 ‘문화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윈도부터 매장 내부까지 ‘아티스틱’한 디스플레이로 꾸며져 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진행한 윈도 디스플레이는 갤러리 못지않게 공들인 티가 난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사실 문을 열 필요도 없다.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항상 도어맨이 있다) 정면의 화려한 스카프가 눈에 들어온다. 스카프는 판매용이자 매장을 장식하는 주된 요소다. 매 시즌 다양한 컬렉션이 나오기에 일주일마다 스카프를 교체해 매장 분위기를 바꿔준다. 에르메스는 로고를 강조하는 브랜드가 아니기에 H 로고가 선명한 제품은 가능하면 매장 전시를 피하고 대표 아이템인 버킨 백은 아예 전시하지 않음으로써 희소가치를 부각시킨다. 가죽 소재 제품들은 유리관 안에 전시해 소유욕을 자극한다.

오후 6시에 백화점에서는 빅뱅의 노래가 나온다?

1초도 쉬지 않고 노래가 흘러나오는 백화점. 알다시피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따르는 매장 배경음악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선곡이 달라진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프랭크밀즈 악단이 연주하는 해피송으로 시작해서, 보수적인 강남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70~80년대 올드팝을 오후 3시까지 전 층에 똑같이 방송한다. 오후 3시 이후로는 2층 수입 명품과 3층 여성 부티크, 5층 골프 매장, 식당가 등에는 주 고객인 장년층을 위해 올드팝과 클래식 음악을 틀고, 화장품과 잡화 매장이 있는 1층과 지하 1층은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틀어 처음 매장을 들어오는 고객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매장 음악은 고객을 위한 것이자, 매장 직원들의 기분 전환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주 2번씩 오후 6시 이후 30분 정도는 매장 직원들의 피로 회복을 위해 고객들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꺼리던 최신 가요도 튼다. 그리고 매장이 폐점할 때는 신세계백화점이 생긴 이래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원칙에 따라 전 매장에서 똑같이 메리 홉킨의 ‘굿바이’를 틀어준다.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은 셔츠를 쌓아놓는 숫자가 정해져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전시대 위에 쌓을 셔츠 개수부터 바지 접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사항을 모두 일본과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 세계 어디를 가든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에선 셔츠를 유난히 높이 쌓아놓는데 어떤 체형이나, 어느 연령대나 모두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 브룩스 브라더스의 셔츠는 1단위가 아닌 1/2 단위로 세분화되어 있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사이즈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방법이 아웃렛 매장 느낌을 줄 수 있어 조금 수량을 줄였다. 드레스 셔츠는 꼭 넥타이까지 풀 착장으로 전시하며, 폴로 셔츠나 버튼다운 셔츠도 꼭 맨 위 단추는 하나 풀어 놓는다. 이렇게 하면 실제 입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여 지갑을 더 빨리 열게 만든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일부러 요란하게 커피를 만든다?

오감 마케팅으로 유명한 스타벅스는 고객의 청각을 자극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기계의 ‘쉬~’ 소리, 우유를 금속 피치 안에서 데울 때 나는 ‘치~’ 소리까지 커피와 관련된 모든 소리를 최대한 강조한다. 또 컵은 항상 따뜻하게 데워서 제공하며 의자는 소파 위주로 놓는 등 촉각 마케팅을 하고 있다. 커피 향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금연을 실시하며, 직원들의 향수 사용을 제한한다.

유니클로엔 점원이 필요 없다?

소비자들이 점원의 도움(및 눈치)을 받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컬러와 사이즈의 제품을 남김 없이 진열해놓는 유니클로. 화이트 인테리어로 별다른 소품이 없는 매장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컬러의 옷들을 구색을 갖춰 쌓아놓는 걸로 대신한다. 당연히 사이즈나 컬러는 전시된 것이 전부이므로 굳이 점원을 불러 사이즈를 찾아달라고 할 필요가 없다. 또 도난 위험이 있는 우산이나 가방 같은 소품류들은 계산대 주변에 전시한다.

자라는 매 시간 매장 모양이 바뀐다?

자라에는 코디네이션팀이 상주해 매 시간 매장 내 물건 위치를 교체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신상품이 들어오는데 그날 안에 모든 물량을 소진한다는 게 자라의 목표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관심도에 따라 물건 위치를 계속 바꾸는 것이다. 그러니 명당자리인 입구 정면에 있는 물건은 오늘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기 품목인 거다. 또 나란히 걸려 있는 한 세트의 옷과 그 위아래로 전시된 가방이나 신발은 자라 스페인 본사의 노련한 스타일링팀이 구성한 것이다. 스타일링에 자신이 없다면 한 세트로 구성된 옷부터 구두, 가방까지 다 고르면 된다. 자라는 여느 브랜드 매장들보다 어두운 편인데 옷이 제일 멋있어 보이는 조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조명은 자라에서 특수 제작한 것으로 자라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루이 비통은 다미에 라인과 모노그램 라인을 섞어서 전시하지 않는다?

루이 비통의 소비자 선호도 조사 결과 다미에 라인과 모노그램 라인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선명하게 나뉘었다. 그래서 다미에 라인과 모노그램 라인은 절대 섞어서 전시하지 않는다. 다미에 라인 쪽의 고객을 따로 안내해 취향에 맞는 옷이나, 구두 등을 권하며 이는 모노그램 라인도 마찬가지다. 또한 에피 라인과 베르니 라인도 섞어서 놓지 않는다. 루이 비통은 전 세계 매장이 한날 한시에 윈도 디스플레이를 바꾸며 세계 어딜 가든 윈도에 전시되는 품목은 똑같다. 또한 매장 내에 흐르는 음악만 들어도 이번 시즌의 콘셉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쓴다. 이번 시즌에는 주력 아이템인 스테판 스프라우스 라인에 어울리는 펑키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그러니 음악이 맘에 들어 루이 비통 매장에 들어갔다면, 분명 당신이 원하는 스타일도 거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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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민정
PHOTOGRAPHY 박원태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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