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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아세요, 스물한 살이에요

괴물 투수, 고졸 신화, 한국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류현진의 이름 앞에는 항상 이렇게 요란스런 수식어들이 붙어다닌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제 겨우 만 21세고, 수줍음을 많이 타며,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수다 떠는 일이 제일 즐거운, 옆집 막내 동생 같은 남자다.<br><br>[2009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25, 2008

Photography 김지태 Hair&Make-up 오숙영 Stylist 김영은 cooperation 송도유원지 Editor 이기원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너무 귀엽게 생겼다. 그런 말 많이 듣나?
질문인가, 지금? 아니, 그렇게 많이 듣지는 않는데….

가끔은 듣는다는 건가?
가끔은 듣지만, 그렇게 많이 듣는 건 아니고.

그래도 프로인데, 그런 얘기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창피하다. 많이 창피하다. 전혀 기쁘지 않다. 저~언혀.

누구는 당신을 보고 소년 가장이라던데? 혼자서 팀을 다 먹여 살린다고.
소년 가장? 푸하하. 에이 그런 건 아니다. 팀원들이 다 잘해주니까 그런 거다. 서로 열심히 하다 보니 성적도 좋은 거고.

집에서도 소년 가장인가?
거의 그렇다. 부모님이 되게 뿌듯해한다. 하하.

3년차 최고 연봉자다. 작년에 1억8천만원? 씀씀이도 크겠다.
아무래도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밥 먹을 때 내가 계산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머지는 그냥 신용카드로 쓰고 싶은 대로 쓴다. 그렇다고 사치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난 작은 실패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이야 있지만, 내가 일부러 진 것도 아니잖나. 승부를 하다 보면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다. 그런 것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어떻게 사나?”

여자친구는 없나?
지금은 없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게 언제인가?
시간이 꽤 오래됐다. 그런데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 것 같다.

여자친구를 별로 안 좋아했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불편한 점이 있었다. 뭐랄까, 쉴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여자들은 안 그런 것 같다. 같이 영화도 보러 가야 하고, 쇼핑도 가야 하고. 그런 것들이 싫었다. 혼자인 게 제일 편한 것 같다, 진짜.

친구들하고 만나는 게 더 재미있나?
물론. 친구들과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것이 더 좋다.

원래 사람을 만나면 낯을 가리나?
좀 내성적인 편이다. 낯도 좀 가리고. 하지만 일단 친해지면 깊게 만나는 편이다. 친구 관계도 어릴 때부터 함께해온 친구들이 다다. 새로운 만남보다는 익숙한 만남이 더 좋다.

별명이 괴물이다. 거기에는 투수로서의 능력, 그리고 그 큰 체격까지 다 포함돼 있겠지만 어감이 별로다. 이 별명 싫지 않나?
전혀, 괜찮다. 나름 느낌 좋지 않나? 상대를 압도한다는 느낌도 있고. 난 괴물이라는 별명이 좋은데?

그래도 딴 사람들은 캐논 히터니 뭐니 하면서 멋진 별명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나.
전혀 부럽지 않다. 괴물, 좋다.

그럼 류딸이란 별명은?
그게 뭐지? 그게 내 별명이라고? 처음 듣는다.

김남영 선수가 류현진 선수 미니홈피에 그렇게 적어놨다. 본인도 답글 달았고.
아닌데. 다 괴물이라 그러는데. 처음 듣는다.

‘딸’이라는 게 자위 행위와 연관되는 단어다. 그래서 류현진 선수가 그런 장면을 들킨 것 아닌가 생각했다.
푸하하하. 말도 안 된다. 누가 장난친 것 아닐까.

젊고 건강한 남자가 자위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닌데? 욕구는 어떻게 해소하나?
푸하하하. 그냥 잔다. 잠이 최고다. 잠자면 그런 것들이 다 잊혀진다.

꿈속에서도 섹스하는 게 남자다.
하하. 더 이상 말 안 하겠다.

미안하다. 이딴 질문 그만하겠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시합이 있는데, 2006년 현대전에서 7점을 실점하면서 강판당한 적이 있지 않나. 신인이니까 다음 시합에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작은 실패들에 연연하지 않나?
나도 그 시합 기억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이야 있겠지만, 내가 일부러 진 것도 아니잖나. 그렇다고 형들이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크게 맘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듣기로는 옷에 관심이 많다던데?
나보다 다른 선수들이 훨씬 더하다. 예를 들면 김태균 형? 태균이 형은 집에 드레스룸만 2개다. 옷이 엄청 많다.

하긴 덩치 때문에 어지간한 옷은 잘 안 어울리겠다. 그래도 가끔 스키니 진 같은 것도 입어보고 싶을 텐데.
남자애들이 그런 거 입고 다니는 것 질색이다. 정말 이상하고 싫다. 나야 맘에 들어도 사이즈가 없어서 못 입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럼 클럽 같은 곳도 싫어하나?
더 싫다. 시끄러운 데 가면 머리 아프다.

그럼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술 마시고 이런 게 좋나?
맞다. 고향에 가면 만나는 친구들이 정해져 있다. 그런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웃고 하는 게 좋다.

넓고 얕게 사귀는 것보다는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인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왜 그런 거 있잖나. 친구의 친구를 만나고 그렇게 또 친구가 되고, 그런 경우가 많다. 내 인간관계는 거의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영감 같나? 클럽도 싫고, 옷도 싫고, 여자친구도 귀찮고.
푸하하. 나나 친구들 취향이 그렇다. 그냥 호프집 가서 술 마시고, 떠들고 이런 게 좋다. 술? 술은 좀 마신다. 세보진 않았지만 친한 친구들이랑 있으면 정말 많이 마신다.

그러니까 다른 친구들이 자유롭게 술 마시고, 여자친구 만날 때, 당신은 계속 힘들게 운동하고, 마운드에서 로진을 손에 묻혀야 한다.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나?
한 번도 그런 생각한 적 없다. 난 진로를 정할 때부터 의지가 확고했고, 돈도 또래 친구보다는 많이 벌고. 오히려 친구들이 더 걱정이 많지 않을까?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그리고 난 지금도 할 건 다 하고 다닌다. 하하.

캠퍼스 생활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투수들은 대학 진학보다 바로 프로로 전향하는 게 더 유리하다. 난 어릴 때부터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무조건 프로에 간다, 그 생각만 하면서 운동했다. 돈 문제가 아니라 프로가 대학보다 멋있지 않나. 짜릿한 승부처도 훨씬 많이 찾아오고.

그러니까 당신은 꽤 실용적인 사람인 거군?
그렇다. 그런 편이다. 불필요한 허영이 없다.

혹시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있나?
음, 생각해보니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멀리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사람을 안 가리는 편이다. 나한테 다가오면 받아주면 되는 거니까. 그저 좀 더 친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누구를 미워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인가?
정말 그런 적 없다, 한 번도.

성격이 좋은 건가?
모르겠다. 좋은 건지, 바보 같은 건지.(웃음) 모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국가 대표팀에 뽑힌다는 건 혜택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명예에 관한 문제다. 정규 리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주시한다. 그런 시선들이 주는 쾌감은 대단하다.”

올림픽 얘기 잠깐 하자. 결국 결승전 선발은 당신이었는데, 생각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못 받았다. 섭섭하지 않았나?
솔직히 섭섭하다기보다는 아쉬웠다. 사실 모든 선수들이 그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기를 바라니까.

올림픽에는 병역 혜택이라는 과실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다가올 WBC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국가를 위해서 나가는 거라 마찬가지다. 아무리 혜택이 없다고 해도 열심히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잘난 국가 대표로 나가봤자 도움되는 것도 별로 없지 않나.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도 순간일 뿐이고. 그러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지나? 그 시간에 당신은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고, 휴식도 취할 수 있을 텐데?
그건 아니다. 다른 걸 떠나서 일단 국가 대표팀에 뽑힌다는 건 명예에 관한 문제다. 정규 리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내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그런 시선들이 주는 쾌감이 있다. 게다가 거기서 잘하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훨씬 더 늘어날 거고. 좋을 것 같지 않나?

명예에 대한 욕구가 있나?
맞다. 돈보다는 명예에 대한 욕구가 더 큰 것 같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비슷할 거다.

고교 시절에는 한기주 선수가 조금 더 유명했다.
조금이 아니라 훨씬 유명했다.(웃음)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 만나 친해졌다. 아직도 가끔 만나고 안부도 묻고 그런다.
그랬던 한기주 선수가 요즘 조금 하락세다.

라이벌의 슬럼프를 보는 기분은 어떤가.
난 정말 모두 다 잘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돈도 많이 벌고, 그래서 나중에 오순도순 모여서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류현진의 슬럼프는 언제였나?
고등학교 2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했는데, 그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 선수 생활을 접을 뻔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세상이 무너지거나 한 건 아니다. 빨리 야구 하고 싶다,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김광현 선수와는 좋든 싫든 계속 라이벌이 될 거다. 당신은 싫어도 언론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김광현 선수의 장점은 뭔가?
광현이도 위기를 두려워하거나 겁내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좀 대범한 성격이랄까.(웃음) 그런 점이 항상 혼자여야 하는 투수에게는 좋은 자질이다.

그런데 정작 김광현선수는 “현진이 형 공은 조금만 생각하면 치기 쉽다”라고 발언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광현이가 그 얘기할 때 나도 옆에 있었다. 어쩌긴, 뭐.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에이, 별로 신경 안 쓴다. 그런 거 담아둬봤자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다.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닐 거다.

수많은 선배들 중에 역대 최고 투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송진우 선배님. 엄청난 기록을 쌓으셨고,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공의 위력이나 성적만 놓고 보자면 더 좋은 선수들도 많았다.
그렇긴 한데, 나는 꾸준히 오래 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 몇 해 반짝 불타오르고 사라지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

그럼 당신은 먼 훗날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그냥 ‘야구 참 잘했다’, 이 한마디면 된다. 야구 선수는 야구로 평가받는 게 가장 좋다. 다른 것들은 내 몫이 아니고 관심도 없다.

마지막 질문?
이제 가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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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김지태
Hair&Make-up 오숙영
Stylist 김영은
cooperation 송도유원지
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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