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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香水)의 향수(鄕愁)

특정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수들을 모아봤다. 향으로 당신의 방랑벽을 달래보기를.<br><Br>[2008년 8월호]

UpdatedOn July 23, 2008

Photography 김린용 Editor 김민정

아쿠아 디 지오 뿌르 옴므 + 시칠리아

남자 중에 남자인 이탈리아인들이 혀를 내두르며 자랑하는 시칠리아 섬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 ‘아쿠아 디 지오 뿌르 옴므’. 시칠리아 섬은 비릿한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받고 즐비해 있는 해변가 카페들과 바다 냄새까지도 향신료로 사용하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들이 지천으로 있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곳이다. 본디 시칠리아라는 말은 ‘자랑’ ‘아름다움’을 의미하며, 그곳에 사는 이들의 천성 또한 여유롭고 평화롭다. ‘아쿠아 디 지오’는 파우더리한 요즘 향수와 달리 철저히 남자를 위한 향수다. 실제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여름마다 찾는 시칠리아의 부속 섬 판테렐리아에서 받은 느낌을 향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풍부한 과즙을 가진 감나무에 선선한 바다 향, 달콤쌉싸래한 석류 향을 보태 살랑살랑 가벼운 향이다. 50ml 6만8천원.

자르뎅 수 르 닐 + 이집트

이집트는 상징물인 피라미드만큼이나 가파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흥망성쇠를 고루 겪어오며 4대 고대 문명으로 손꼽힐 만큼 길고 찰진 역사를 말이다. 그 역사의 중심에는 생명의 오아시스 또는 젖줄이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얻은 나일 강이 흐르고 있다. 그 나일 강의 이미지를 담은 ‘자르뎅 수 르 닐’은 엄마 같이 아늑하며 인공적인 느낌이 없는 향이다. 정원을 모티브로 한 에르메스의 향수는 맨발로 검붉은 흙을 밟고 서 있는 느낌을 준다. 그곳에 수천 년간 쉬지 않고 흐르고 있는 나일 강 바람이 불어온다고 상상해보자. 풀잎의 초록과 강둑의 황토빛을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한 ‘자르뎅 수 르 닐’ 병 안에 자연과 가장 유사한 향이 들어 있다. 망고, 자몽, 토마토 줄기, 무화과 등 프루티 그린 우디 계열의 향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자연 앞에선 남녀 구분이 없다. 향도 매한가지다. 50ml 9만2천원.

폴로 익스플로러 + 세계 오지

군용 물통같이 생긴 ‘폴로 익스플로러’는 세계 오지를 탐험하고 왔다. 무력감과 신경 허약에 효과가 있다는 러시아의 코리앤더(고수), 남아프리카의 만다린(귤), 시칠리아의 베르가못, 쿠바의 마호가니, 호주의 백단나무, 북해의 호박 보석, 아르헨티나의 마테, 영국산 가죽까지 남자라면 한 번쯤 가고픈 곳들에서 수집한 향료들을 한 병에 모두 담았다. 모험을 상징하는 랜드로버 자동차의 바퀴에서 영감을 받은 러버 캡, 밀리터리 룩을 연상케 하는 짙은 카키색과 주황색이 조화를 이룬 병 자체만으로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유니섹스나 메트로섹슈얼과는 거리가 아주 먼, 땀 냄새 가득하고 거친 남자의 향이다. 역시 남자는 야생이다. 40ml 5만6천원.

212 스플래쉬 + 맨해튼

뉴욕, 그중에도 맨해튼 하면 동맥처럼 끊임없이 뛰는 젊음이 느껴진다. 여유롭게 흘러가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걸음을 놓치면 낙오자가 되어버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바쁘고 젊은 도시이다. 뉴욕의 심장이라는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맨해튼을 모티브로 한 ‘212 스플래쉬’는 한 번쯤 뒤돌아보게 할 정도로 향이 강하다. 풍부한 머스크 향과 스파시 향을 동양인은 약간 꺼리기도 하나 금발 여인들은 섹시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병의 디자인은 도심의 열기를 시원한 음료수 캔처럼 식혀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톱 노트, 베르가못, 자몽, 프레시 민트 같은 시트러스 계열이며 미들 노트에 향신료로 주로 사용되는 생강이나 너트메그 등이 들어가 한 번 뿌리면 잊히지 않는 독특한 향이다. ‘212 스플래쉬’에는 맨해튼의 격렬한 에너지뿐만 아니라 도시 한복판 센트럴 파크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컬한 여유까지 숨어 있다. 그래서인지 바쁜 도시인들을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든다. 100ml 7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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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김린용
Editor 김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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