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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섹스 숍에서 생긴 일

On June 22, 2008

당신은 궁금한 적 없었나? 강변북로에서, 고속도로에서, 혹은 한적한 지방 국도에서 성인 용품이란 팻말을 달고 불법으로 갓길을 점령하고 있는 작은 자동차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위풍당당한 점령군 같지는 않았지만, 비장의 한 방을 갖추고 있을 것만 같던 그곳. 뭔가 구린내가 날 것만 같지만, 차마 호기심을 거둘 수만은 없었던 그 차 안에는 대체 뭐가 있었을까.<br><br>[2008년 7월호]

Editor 이기원 Photography 박원태

차에 날개라도 돋은 듯한 금요일 퇴근길, 나는 강변북로를 따라 프란츠 퍼디난드의 노래를 들으며 차를 몰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도 상팔자라. 다음달 섹스 아이템에 대한 압박이 가뜩이나 무거운 머리를 더 짓눌렀다. 내심 ‘이제 남은 참신한 섹스 아이템이라곤 짐승과의 수간이나 집단 난교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더욱 그랬다. 내일까지 괜찮은 섹스 아이템을 낼 수 있을까, 고민도 지겨웠다. 답답한 마음에 액셀러레이터를 더욱 굳세게 밟을 때쯤, 규정 속도를 살짝 초과해 차를 몰고 가던 내 눈에 한 물체가 급격하게 하이라이트되고 있었다. 항상 대로변 갓길에 음지식물같이 숨어 있던, 허름한 성인 용품 숍 말이다.
대체로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궁금증을 자아내는 법이다. 콘돔을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콘돔을 살 때의 초조한 즐거움이 사라졌듯이 말이다. 보나마나 불법일 것이 뻔한 그 차 안에서는 대체 어떤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을지,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급히 차를 갓길에 댔다. 하지만 차의 시동을 끄고 나니 어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 초라하다 못해 누추한 곳으로, 속물 근성까지 드러내며 들어갈 용기가 쉽게 생기지 않은 것이었다.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고.’ 애꿎은 담배만 몇 개비를 허비한 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차를 몰았다.
이틀 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새벽,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비는 오고, 몸도 피곤했지만 눈길은 어김없이 갓길에 세워져 있던 숍으로 향했다. 그래, 오늘은 기필코 저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말리라, 다짐하고는 차를 세웠다. 짧은 심호흡 뒤 머뭇거리며 봉고차 앞으로 다가가자, 차 안에서 한 사내가 머리를 내밀더니 부드럽고 예의 바른 음성으로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며 환대했다. 약간 의외의 상황이었다. 예상대로라면 으레 얼굴에 칼자국이라도 하나 있을 것 같은 우락부락한 남자가 나타나야 했고, 마약 거래라도 하듯 짧고 어색한 대화가 오가야 했기 때문이다. 맞다. 나는 약간은 긴장했고 겁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를 맞은 사내는 도저히 이런 곳에서 이런 물건을 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부드러운 마스크의 소유자였다. 그의 안내를 따라 차 안으로 들어서자 그가 담배 한 개비와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 커피를 마셔도 될까? 이 담배는? 혹시 수면제 같은 것을 타기라도 해서 눈뜨고 보면 새우잡이 어선에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라도 한 명 대동할 걸 그랬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잠이 오기는커녕 어떤 불법도 암묵적으로 용인해줄 것 같은 분위기가 작은 차 안을 휘감고 있었다.
1톤 규모 봉고차의 실내에는 수많은 섹스 용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남성의 페니스를 사이즈별로 본뜬 콘돔과 자위 기구들, 오색찬란한 딜도, 실리콘으로 여성의 질을 본뜬 남성용 자위 기구, 업소에서나 쓰일 것 같은 요란한 속옷, 링이나 낙타 눈썹 같은 소품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섹스 아이템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몰라도, 오프라인 섹스 숍은 나 역시 처음이라 그 광경에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약간은 멍해 있는 나를 보고 있던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을 붙였다. 물론 기자라는 신분을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일단 물건이나 좀 보자고 했다. 그가 무언가 짐작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기 모양을 본뜬 콘돔을 내 손에 건넸다. 이어서 요즘 잘나간다는 딜도(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전동 자위 기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자들이요, 이것 하나만 있으면 깜빡 죽습니다.”
하지만 이런 따분한 용품들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먼지도 앉지 않은 새 물건을 살 수 있다. 구태여 이런 곳까지 와서 중국산인지, 에티오피아산인지도 모를 물건들을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였다니. 다음에 오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다른 곳은 어떨지 궁금했던 나는 경기도 인근으로 차를 몰았다. 경기도 구리 근방의 한 지방 국도에서 어렵지 않게 또 하나의 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약간 경험도 쌓인지라 이번에는 큰 고민 없이 차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며칠 전 갔던 곳과 물건의 종류, 내부 구조가 거의 동일했다. 물건이 동일한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하나의 공급책에게서 모든 물건이 풀리는 듯했다. 약간의 설명을 들은 뒤 나는 설마 이것뿐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약도 필요하다면 건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약이라고? 대체 무슨 약을 말하는 걸까. 설마 필로폰이라도 말하는 건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곳에 와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라졌던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작고 파란 알약을 꺼내 보였다. 비아그라였다.
“나이 든 분들만 비아그라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해예요. 젊은 분들도 많이 찾으세요. 발기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죠. 이걸 복용하면 섹스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니까요.”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원하시면 씨알리스도 있어요. 사실 젊은 분들한테는 씨알리스가 더 잘 받는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이것들에 다른 하나만 더 추가하면 게임 끝이죠.”
다른 하나라니? 이것 말고도 더 있다고? 그가 타이르듯 말했다. “아 최음제 말이에요. 최음제와 비아그라. 말 그대로 환상의 조합이죠. 효과요? 효과도 없는데 이걸 왜 팔겠어요. 일단 방까지만 데리고 갈 수 있으면, 그때는 뭐 밤새 즐길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곳에서 파는 약을 대체 어떻게 믿고 먹는단 말인가. 의사가 처방한다 해도 그 부작용을 의심할 상황에 대체 이걸 사 먹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여전히 부드러운 음색이었지만, 그의 말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말씀도 마세요. 사실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것들이 이런 약들이에요. 기구 같은 것들이야 다른 곳에서도 쉽게 살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하루 이틀 장사하고 마는 거라면 누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약을 팔겠습니까. 또 정말 이걸 먹고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우리가 아직까지 장사를 하겠어요. 저만 해도 여기서 장사한 지 2년이 넘었어요. 공휴일만 빼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서 장사를 해요. 이런 장사일수록 손님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신뢰라는 막연한 말로 안전성을 입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특히나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약이라면 더욱.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보여주는 약물의 종류는 다양했다. 비아그라와 씨알리스는 기본이고, 최음제 같은 경우는 작은 병에 든 가루부터 물약까지 있었다. 그 모든 약들은 복용 방법과 효능까지 종류별로 나뉘어 있었다. “비아그라야 알약이니 그냥 넘기면 되지만, 최음제 같은 경우에는 약간 쓴맛이 있어요. 정말 효과를 보시려면 망고 주스같이 진한 음료에 타거나, 술을 좀 마신 다음 미각이 둔화됐을 때 써야 해요. 효과를 본 손님들은 계속 사 가죠. 남자들이 작업용으로 많이 사 가는데, 효과가 약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몸에 이상 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장황한 설명에 한동안 집중하다 보니 그제야 그의 화법이 굉장히 세련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약간은 그를 깔봤던 내가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사실 이런 곳을 찾는 손님들은 오히려 섹스를 수줍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니 저희도 알게 모르게 외모나 말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사실 인상이 험상궂은 사람들은 이런 장사 못해요. 이렇게 외진 곳에서 얼굴까지 험한 사람이 있으면 누가 여기서 물건을 사려고 하겠습니까. 주 고객층은 아직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한 중년들이죠.” 그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구매 패턴도 다양하다고 했다. 들어온 지 1분도 채 안 돼 필요한 것만 사서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손짓과 목소리만으로 물건을 사 가기도 한다. 여전히 성에 대해 이중성을 보이는 우리의 모습들이다. 이 음습한 곳까지 물건을 사러 온 마당에도 여전히 쑥스러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주로 남성 고객들이 많을 것 같다 하니 그는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자 손님들은 많이 안 올 것 같죠? 실제로는 30%가 넘어요. 젊은 분들만이 아닙니다. 예순 살이 넘은 할머니들도 와서 딜도를 사 가요. 손자 볼 나이가 되면 성욕이 죽을 것 같죠? 안 그래요. 70이 되도 여자는 여자예요. 그 빈도가 줄어들 뿐이지. 저희도 공부 많이 해요. 저희가 알아야 손님들께 설명해줄 수 있으니까.”
그 말처럼 그의 어투는 싸구려 장사치라고만 하기에는 논리적이었고, 설득력도 있었다. 더구나 섹스에 대한 지식도 대단했다. 그는 어디를 애무할 때 여자가 제일 즐거워하는지, 섹스 트러블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 자신의 몸으로 체험했던,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었던 성지식이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그는 고객들에게 섹스 멘토의 지위까지 획득한 것 같았다.
“사실 손님들이 와서 물건만 사 가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는 경우도 많아요. 왜 없겠어요. 손님은 아직 젊어서 잘 모르겠지만, 나이 40만 넘어가도 몸에 여러 문제가 일어나요. 그런데 그걸 병원에 가서 말할 용기는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사람이라는 게 본능적으로 자기보다 잘난 사람, 배운 사람한테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와서 말하는 거지. 그게 여기죠. 그럼 나는 손님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궁금한 점을 해결해줘야 하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내가 한국의 킨제이 아닙니까?”
뭔가 고민이 있으면 누구에게라도 말해야만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딘가 하소연하고 싶고, 기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설마 그의 입에서 시대의 성의학자 킨제이 이름까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거리의 킨제이에게 좀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나는 짐짓 그에게 이 흉측한 물건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마 여자에게 이런 걸 쓰자고 말하면 곧바로 내 뺨이 날아갈 것 같다고, 그래서 주저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사실 말이죠, 성이란 건 정말 별것 아닙니다.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처음에는 그런 것들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자들도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소프트한 용품들을 사용하면서 기계가 결코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죠. 그리고 서서히 자극적인 것들로 옮겨가보세요. 나중에는 여자들이 오히려 기구를 먼저 사용하자고 말할 겁니다.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무슨 일이든 항상 처음이 힘든 거니까요.”
스트리트 섹스 숍의 영업 시간은 평균적으로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 사이다. 의외로 퇴근길의 직장인들도 많이 들른다고 했다. 그래서 도로에 차가 없는 일요일에는 어지간하면 장사도 하지 않는다. “너무 늦은 시간대에는 사람이 더 없어요. 밤 12시를 기점으로 제일 사람이 많죠.”
물론 그들에게도 이 일이 주업은 아니다.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저녁에는 부업 삼아 이곳에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먹고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제가 중학생 애가 둘이에요. 낮에 버는 것만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바빠요. 궁여지책으로 찾은 게 이거였죠. 푼돈이지만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물론 집에는 택시 운전한다고 얘기하고 나오지만.”
아, 밥벌이의 더러움. 그는 더러운 돈 벌어서 애들 키운다는 얘기라도 들을까봐 항상 노심초사한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그래서 소문이라도 날까 두렵다고. 빨리 이 일을 정리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노동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다. 다만, 가끔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외진 곳에서 밤새 혼자 차를 지키며, 막연하게 손님을 기다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곧 온갖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말과 같다.
“사실 처음 이곳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이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위험에 처한 건 우리 자신이에요. 얼마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비쩍 말라서 눈이 풀린 사내가 나타나더니 약 있냐고 묻는 거예요. 마약을 찾은 거였죠. 그뿐이겠어요? 노숙자 같은 차림에 눈까지 풀린 여자가 와서는 갑자기 날 끌어안는 경우도 있었어요. 솔직히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무서워요.”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용품을 샀다. 그것들은 한눈에 봐도 썩 질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작은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꽤나 큰 용기를 가져야 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더 나은 몸을 가꾸기 위해 다이어트 기구를 사용하는 것같이 더 좋은 섹스를 경험하기 위해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스트리트 섹스 숍은 관계 부처의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 혹시나 불량품을 산다 해도 교환이 잘 이루어질지도 의문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섹스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한, 인적이 드문 길에서 ‘성인 용품’이라는 간판을 목격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궁금한 적 없었나? 강변북로에서, 고속도로에서, 혹은 한적한 지방 국도에서 성인 용품이란 팻말을 달고 불법으로 갓길을 점령하고 있는 작은 자동차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위풍당당한 점령군 같지는 않았지만, 비장의 한 방을 갖추고 있을 것만 같던 그곳. 뭔가 구린내가 날 것만 같지만, 차마 호기심을 거둘 수만은 없었던 그 차 안에는 대체 뭐가 있었을까.<br><br>[200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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