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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귀찮게 하는 요리

보양식을 꼼꼼히 챙겨 먹는 남자는 여름을 타지 않는다.아니, 오히려 여름일수록 그녀를 귀찮게 한다. 올여름 피부가 유난히 반질반질한 보양남(保養男) 3인의 추천 요리를 맛봤다.<br><Br>[2008년 7월호]

UpdatedOn June 22, 2008

Photography 정재환, 기성율, 김린용 Editor 이지영

1 전복갈비찜

본래 전복은 바다의 산삼이라 불릴 만큼 귀한 음식이다. 막 아이를 낳은 산모가 회복기에나 한 숟가락 떠서 맛볼 수 있었던 게 전복죽이다. 하지만 요즘 전복은 그 정도는 아니다. 자연산은 아직도 1kg에 20만원을 호가하지만, 양식은 1kg에 5만원 한다. 그러니 전복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요즘 전복은 가격이 가벼워진만큼 이리저리 다양하게 요리된다. 이 귀한 전복을 라면에도 넣어 먹고, 갈비찜에도 얹어 먹는다. 회로 먹거나, 구이로 먹는 건 그나마 귀하신 전복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마시 마니’는 전복 요리 전문점이다. 전복 한 가지 재료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생소할 뿐이다. 가격 역시 저렴하다. 전복회가 큰 게 2만5천원, 전복갈비찜이 2만5천원 한다.
전복은 본래 무미(無味)로 유명하다. 그 비싼 게 특별한 맛을 내지 않으니, 몇 안 되는 전복 앞에서 심지어 화가 나기 일쑤였다. 비슷하게 화를 돋우는 귀한 재료로 죽순이 있다. 일절 대화를 삼간 채 씹는 맛에만 집중해야 비로소 조금 고소한 맛을 허락한다. 전복회는 그런 면에서 여전히 도도함을 선사한다. 탱탱하니 씹는 맛은 있는데, 자칫 초장이라도 너무 많이 찍었다 하면 그 조금의 고소한 맛조차 놓치기 일쑤다.
이곳의 전복회는 도도하기가 예만 못하다. 탱탱하지만 질기거나 씹기 힘들 정도로 당차지는 않은 것이다. 가격이 순해진 만큼 성격 역시 죽어버린 걸까. 대신 씹기 쉽기 때문에 고소한 맛을 찾기는 쉽다.
전복에게는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이 집에서 요즘 잘나가는 메뉴는 전복갈비찜이다. 매콤하고 칼칼한 갈비찜 위에 산 전복을 올려 내온다. 워낙에 귀한 두 음식이 합쳐졌으니, 그 조화는 명성만으로도 어울린다. 푹 익어 뼈에서 살이 훌러덩 벗겨지는 연한 갈비와 아직 탱탱한 전복 살이 정반대의 씹는 맛을 전한다. 아쉬운 것은, 귀한 전복이 갈비찜의 매콤한 맛에 가려져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집에선 역시 회나 구이를 추천한다. 그게 전복에게도 예의일 것이다.

마시마니 가락점 02-402-8588

2 장어구이

동네 장어집에서 먹는 장어는 1만원에 세 마리 나온다. 크기도 작지 않아서 둘이서 1만원이면 약간 섭섭하지만 모자라진 않는다. 2만원어치는 때로 남는다. 바야흐로 중국산 장어인 것이다.
국내산 장어와 중국산 장어는 가격뿐만 아니라 맛과 겉모습에서도 확연히 구분이 된다. 중국산은 기름기가 많아서 불에 굽는 동안 장어의 몸에 불이 붙을 때도 있다(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다). 그러니 중국산 장어는 구워놓으면 석쇠 자국(기름이 불에 탄 자국)이 선명하다. 반면 국내산은 구웠을 때 노르스름한 게 예쁘다. 심지어 물이 좋은 데서 자란 장어는 구웠을 때 껍질과 살이 분리되지 않고 본래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 집 장어는 분명 국내산이다. 껍질은 3색(흰색, 회색, 짙은 회색)의 구분이 선명하며, 몸매는 너무 통통하지 않고 적당히 갸름하다. 맛은 고소하다. 돌돌 말려 있지 않기 때문에 마치 고기 한 점을 먹는 기분이다. 적당히 도톰해서 씹는 맛도 있다. 기름기가 찌걱대지 않으면서 껍질과 살이 찐득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마치 유과를 씹는 듯하다. 단점이 있다면 불 맛이 약하다는 것인데, 이는 장어 본래의 맛만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겐 외려 박수칠 일이다. 양념 맛이나 불 맛이 아닌, 장어 본래의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 권한다. 이 집 장어는 흙 냄새가 전혀 없다.

장어 장가 가는날 031-924-8802

3 자라 가이세키

자라는 온몸이 근육이다. 살이라고 해봤자 앞발, 뒷발뿐이다. 그러니 1kg짜리 자라라고 해도 고작 4인분 요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살이 귀한 재료인 셈이다. 흔히 자라는 탕으로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잉어나 가물치처럼 푹 고아 먹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라는 비호감 음식이다. 그 녹록지 않은 외모 때문이다.
이 집의 자라는 ‘자라라고’ 일깨워주지 않는 한 절대로 알 수 없는 채로 나온다. 자라의 응용, 자라의 변신, 자라의 외도인 셈이다. 자라 가이세키는 총 6가지 코스로 나온다. 자라 차왕무시는 디저트다. 마 간 것과 자라 고기를 섞어 쪄서 굳혔다. 스이모노는 맑은 국이다. 자라 다리를 넣고 은근한 불에서 1시간가량 우려낸다. 야키모노는 구이다. 닭고기와 자라 살을 데쳐 볼을 만들어 구웠다. 무시모노는 찜이다. 연근을 갈아 찌고 튀겨 낸다. 스노모노는 자라 요리의 하이라이트로 ‘엔삐라(등딱지를 두르고 있는 부위)’ 요리다. 엔삐라는 100% 콜라겐이다. 때문에 스노모노는 묵처럼 말캉하게 굳은 상태로 나온다. 조스이는 밥을 자라 우린 국물에 살짝 끓인 것으로 식사에 속한다.
이 집 자라 요리는 굳이 누군가가 일깨워주지 않는 한 자라인지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씹는 감으로 치면 쇠고기보다는 조금 질기고(자라는 잘못 끓이면 고무처럼 단단해진다), 맛 자체는 닭고기를 연상케 한다. 정체성은 불분명해도 맛은 있다. 이 집 자라 요리는 더 이상 비호감이 아니다. 호감이다.

시오리 02-54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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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정재환, 기성율, 김린용
Editor 이지영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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