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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크리스천, 무슬림 되기

On June 23, 2006

스스로를 `신자`라 칭하면서 “교회랑 성당이랑 뭐가 다른데?”라는 질문에도 쩔쩔매는, 어느 무지한 크리스천의 이슬람교 체험기. <br><br>[2006년 7월호]

Photography 코비스, 연합뉴스 words 이민정 Editor 박인영

지금 내 오렌지색 숄더백 안에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라는 책과 <초보자를 위한 이슬람 바로 알기>라는 소책자가 들어 있다. 교회의 어느 형제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긍정의 힘>은 옆구리에 천사 날개라고 달아줄 것처럼 희망찬 메시지로 가득하며, 이슬람 서울성원에서 공짜로 받은 <초보자를 위한 이슬람 바로 알기>는 유령출판사에서 찍은 듯하지만 약간의 아랍어와 함께 이슬람교의 아우트라인을 콕 짚어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권의 책은 요 며칠간 가방 속에서 뒤엉켜 있었다. 그것도 뚜껑을 꽉 닫지 않은 립스틱과 눈썹 연필과 파우더 가루의 잔재 속에서 말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다.
누군가 “독실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엊그제 술 취해서 사내 등에 업혀 집에 온 일이 떠올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겠지만, 5년 전에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집안이 불교라는 이유로 결혼을 포기했고(그래서 이렇게 됐고) 아름다운 휴양지가 쓰나미로 발칵 뒤집힌 2년 전 겨울에는 태국의 어느 시골에 가서 즐거울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머리도 예쁘게 따줬다. 원고 마감을 못 지킬망정 주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일주일 동안 착착 쌓였던 잘못을 털어버리러 교회 문을 두드릴 뿐 아니라 해외 여행을 가도 주일에는 세계 어느 도시에나 칡뿌리처럼 뻗어 있는 한인교회를 찾아 반드시 예배를 드린다. 이러한 ‘주님의 딸’이자 ‘세상의 빛과 소금’인 내가 얼마 전 이슬람성원을 방문했다. 인도네시아의 지진 소식이 한풀 꺾일 즈음이자 인터넷에선 하이마트 광고보다 굵은 서체로 ‘이슬람교 무장군, 나이지리아의 한국 근로자 납치’ 기사가 실시간으로 보도되던 차였다.

이슬람성원은 이태원에 있었다.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리는 동네에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이슬람교 예배당이 30년째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니. 대문에 크게 적혀 있는 글도 신기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입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이 없다고? 아니, 얘네들이 믿는 게 알라신 아니었어? 어쨌거나 대문을 지나 차 한 대 겨우 지날 것 같은 언덕을 오르니 다소 이국적으로 보이는 건물이 코스모스처럼 수줍게 서 있었다. 고무줄놀이를 했던 옛 교회가 떠오르는 성전 앞뜰에는 예배를 마친 무슬림(이슬람 신자)과 다음 예배를 기다리는 무슬림, 이태원에 왔다가 우연히 보고 들른 관광객, 뭐 새로운 데이트 코스 없나 기웃거리는 꿍꿍이 커플이 조용히 뒤섞여 있었다.

어디선가 큰 소리로 주문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스키니 진에 빨간색 샌들 차림의 나를 훑어보던 한 무슬림이 예배 시간을 알리는 신호라고 알려주었다. 놀랍게도 그 남자는 한국어를 정말 잘했다. “처음 오셨어요? 제가 이슬람교에 대해 잠시 얘기해드려도 좋을까요?” 염소처럼 커다란 눈을 깜박이는 선량한 인상 앞에 완전히 경계를 풀어버린 나는 그를 따라 안내데스크로 들어갔다. 테이블에는 나처럼 처음 온 듯 보이는 중년 부부가 앉아 있었다. ‘염소 청년’은 이슬람교에 대한 얇은 책자와 팸플릿, 미니 교리서 등을 나눠주며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1 무슬림은 유일한 하나님을 믿는다. 참고로, 이들이 말하는 알라(Allah)는 하나님(God)을 아랍어로 표기한 것일 뿐 똑같다(그러니 ‘알라신’이라는 말은 어법으로 보나 의미로 보나 틀린 말이다). 2 성경에 나오는 인물, 이를테면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등은 이슬람 성서인 코란에도 나온다. 하지만 코란에 나오는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예언자일 뿐이다(이들은 오히려 반문한다. 어떻게 인간의 몸을 빌려 신의 아들이 태어날 수 있지? 하지만 이 대목이야말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가르고, 엄청난 전쟁을 일으키는 중요한 사실이다). 3 스물다섯 명의 예언자 중 최후의 사자는 무함마드다. 그는 예수보다 5백70년 늦게 ‘메카’에서 태어나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코란을 작성했다. 4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린다. 성원에 직접 나오는 게 원칙이나 바쁘면 집에서 드려도 좋다.’
그는 느릿하지만 정확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가격만 물어보고 꽁무니 빼는 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만 그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어딘가 슬퍼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이슬람교를 태양신이나 금덩이로 만든 조형물을 숭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게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불경도 읽고 성경공부도 했단다. “여기 맨 위에 하나님이 있고 그 아래 아담부터 무함마드까지 스물다섯 명의 예언자가 있잖아요. 기독교가 예수까지 믿는 거라면 유대교는 예수가 태어나기 전 요한까지 믿는 거고, 이슬람교는 마지막 무함마드까지 믿는 거죠.” 그러니까오야붕은 한 명인데 넘버 투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예배를 드릴까. 무슬림이 아니면 성원 안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바깥에 서 있는데 역시 그 나이스 가이가 2층으로 안내한다. “남자와 여자는 한곳에서 예배드릴 수가 없거든요.” 2층 입구에는, 조금 불쾌했지만 ‘생리 중인 여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곳에 오는 무슬림 여자들이 죄다 생리 중인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2층에서 바라본 성원의 풍경은 소박했다. 아라베스크 문양의 타일이 벽면을 온통 덮고 있었지만 결코 화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갖출 것만 갖추되 간소하게 차려진 제사상 같다고나 할까. 십자가나 성모마리아상처럼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어떠한 성물(聖物)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맘’(단체 예배드릴 때의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5열 횡대로 나란히 무릎을 꿇은 맨발의 이슬람 청년들은 엎드렸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기도를 드렸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이 행위를 할 때 옆사람의 어깨가 서로 닿는다고 하여 남녀가 함께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예배는 15분 만에 끝났다. ‘찬양-대표기도-설교-헌금-축도’라는 암묵적인 순서가 정해져 있는 교회와 달리 이슬람 예배는 함께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누군가의 설교도 없다. 한국어·영어·아랍어로 동시통역해주는 설교가 금요일에 딱 한 번 있지만 그 시간도 아주 짧다고 한다. 비종교인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헌금 시간도 따로 없다. 하나님과 예배드리는 사람 사이에는 어떤 중재자도 필요치 않다고 했다. 이들에게 예배는 그저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교류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예배당을 빠져나오는 청년들의 표정에는 삶의 피로나 가식, 괴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작 15분이라도 하루에 다섯 번, 일주일에 서른다섯 번, 한 달에 백오십 번의 예배를 드리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다. 하지만 거꾸로 한 달에 백오십 번이나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내적인 행복감과 깊은 평온함을 맛본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종교든 무엇이든 변두리에 있으면 고단하게 마련이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무슬림인데도 이슬람교는 한국에서 사이비종교로까지 오해를 받고 있다. 사이비종교면 또 어떤가. 중요한 건 ‘믿음’이고 ‘진리’다. 나는 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라는 신흥종교에 푹 빠져 베컴 부부에게 전도하러 다니는 모습이 참 순진하고 신선하게 여겨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진리’나 ‘믿음’이라는 녀석들을 전제로 함부로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진짜 진리는 무엇이냐고? 그건 나도 잘 모른다. 어차피 진리는 ‘왕초’만이 알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신자`라 칭하면서 “교회랑 성당이랑 뭐가 다른데?”라는 질문에도 쩔쩔매는, 어느 무지한 크리스천의 이슬람교 체험기. &lt;br&gt;&lt;br&gt;[200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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