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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심보르스카, 하나의 단어를 찾기 위한 100개의 질문

19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에 대하여.

On December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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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한 편 쓴다. 그리고 그다음에 어떤 시를 쓸지 생각한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가 요약한 그의 삶이다. 그 시작에는 아버지가 있다. 그는 항상 뭔가를 쓰고 있는 딸이 시를 써올 때마다 용돈을 주었다고 한다. 조건은 반드시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시여야 한다는 것. 그는 그렇게 시를 쓰고, 그다음 시를 썼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목표도, 별다른 야심도, 야망도, 꿈도 없이” 차근차근 시인의 길을 걸어 노벨 문학상 수상대에 섰다.

말하려니 쉽지만 그 과정이 말처럼 쉽기만 하지는 않았으리라. 특히 심보르스카는 오랫동안 고치고 고르는지라 시를 쓴 세월에 비해 작품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봄에 쓰기 시작한 시를 가을에 완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 그의 노력이 낳은 결과를 스웨덴 한림원은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단어를 꼭 알맞은 곳에 배치하는 ‘위대한 평이성’”이라고 인정한다. 대단한 찬사다. 놀랍게도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성취하기 힘든 경지인지에 대한 인식은 그가 문단에 선보인 첫 시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무서운 신의 분노처럼/피 끓는 증오처럼/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내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단어를 찾아서’ 중에서)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라며 커튼을 힘차게 젖히고 문단에 올라선 그는 “온 힘을 다해 찾는다/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는 자신의 말을 평생 실천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찬사는 그런 그의 노력이 이뤄낸 경지를 보여준다.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세계를 관찰하기 위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태도는 “나는 모른다”이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한림원 기조 강연에서 “영감, 그게 무엇이든 간에 끊임없이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가운데 솟아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시인은 ‘미개인’이다.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죽은 자에게, 태어나지 않은 자에게, 나무에게, 새들에게, 심지어 등잔과 식탁의 다리에 태연하게 말을 걸면서 이런 행위를 조금도 바보 같은 짓이라 여기지 않는 인간을 달리 무어라 부른단 말인가?” 평생 세계를 관찰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는 마음. 그렇기 때문에 끝없이 묻고 또 묻는 태도. 심보르스카의 세계에서 반복되는 것은 없고, 한데 묶거나 한꺼번에 몰아두거나 대충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23년 폴란드의 브닌에서 태어난 그는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폴란드 문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편집자로 일하면서 약 40년 동안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그가 89살의 나이로 타계한 이후 심보르스카 재단이 세워지고 심보르스카 문학상이 만들어져 그의 표현에 따르면 ‘미개인’들을 후원하고 있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네이버 책
2022년 12월호

2022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네이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