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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3인 대담, 휴대전화와 바람의 상관관계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 없는 유부남, 유부녀의 ‘바람의 세계’.

On December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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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대화의 주제가 ‘바람’인 만큼 어디 가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던 걸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어요. 저는 바람기 있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사실 친정 식구들은 물론이고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심스러워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이 있거든요. 동정을 받는 것도 싫고, 어설프게 제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다 듣기 싫어요. 그냥 내 상황과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마음껏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에요.

저도 그래요. 앞에선 저를 이해하는 척하지만, 뒤에선 욕하는 친구도 많아요. 이유나 상황이 어찌 됐든 제가 바람피운 경우니까요. 고달픈 현실과 힘든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쉽게 유혹에 빠졌던 것 같아요. 저는 연애할 때부터 마음도 중요하지만 몸의 대화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단순히 성적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라 스킨십을 좋아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느끼는 체온을 좋아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남편을 통해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충족되지 않아요. 워낙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뭔가 교감이 안 되는 느낌이에요. 남편도 저에게 분명 불만이 있을 텐데 말을 안 하니까 답답하기만 하고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나 저나 더 밖으로만 도는 것 같아요.

얼마 전 TV를 봤더니 유부남 100명과 바람피운 외국 여성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남편의 외도 사실에 충격을 받아 복수하려고 유부남 100명과 바람피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대요.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그 심정이 이해되더라고요.

상대방이 딴짓을 하는지, 안 하는지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해요. 일단 바람피우는 남편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합니다. 일찍 들어온다고 했다가 갑자기 야근할 일이 생겼다고 하죠. 야근한다고 했으면서 왜 내가 전화했을 때 주변이 그렇게 시끄러웠냐고 물어보면 동료와 잠깐 밖에 나와 머리를 식혔다고 해요. 제가 들은 건 분명히 술집 같은 곳에서 나올 법한 소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추궁하기 시작하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다”, “네 자격지심이다”, “피해망상이다” 하면서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죠.

남편들의 반응은 다 비슷하군요. 친구도 남편이 의심스러워 물어봤더니 펄쩍 뛰면서 “혹시 네가 바람피우니까 남들도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제 친구를 의심하더래요. 답답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그날은 그냥 넘어갔는데, 그때부터 남편이 집에서도 항상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고 있더래요. 그러다 결국 지인에게 바람피우는 현장을 들켜 망신당했죠. 일요일 아침 일찍 운동 간다고 나가더니 젊은 층에게 핫플이라고 알려진 유명 카페에서 여자랑 브런치를 먹고 있더래요. 집에서는 삼시 세끼 국이랑 밥만 찾는 사람이 말이죠.

저도 처음에는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조심하고, 상대방과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남편과 동선이 겹칠까 봐 일부러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나곤 했어요.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에는 외출도 잘 안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냥 남편한테 들켜도 상관없다는 마음이에요. 아마 남편도 어느 정도 짐작할 거예요. 우리 둘 다 터뜨리지 않는 것뿐이죠. 이제는 집에 있을 때 이성한테 전화가 와도 자연스럽게 통화해요. 그러면서 남편의 표정을 살피는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더 자존심이 상하고 힘들어요.

제 남편은 그냥 바람기를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 우리 부부는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에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 둘을 키우고 있고, 친정과 시댁 부모님 다 자식들의 도움 없이 노년 생활을 하실 정도로 여유 있는 편이고요. 남편은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붙임성 있는 성격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특히 여자들에게 친절한 그런 남자죠.

사실 여자들도 그런 바람둥이 남자한테 끌리는 경향이 있죠. 친절하고 매너 좋은 남자,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남자는 아마 모든 여자의 로망일 겁니다. 나 말고 다른 여자들한테도 잘해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남자가 매력적인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바람둥이 주변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죠.

맞아요. 제 남편은 저랑 가장 친한 친구의 직장 동료였어요.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제가 한눈에 반했죠. 결혼 전부터 남편 주변에 여자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심각한 관계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결혼하는 데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외모도 괜찮고,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남자가 나를 좋아하고 배우자로 선택했다는 사실에 도취돼 쉽게 결혼을 결심했던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다 말렸는데도 말이죠. 남편 직장 동료인 친구는 더 적극적으로 말리면서 “폭력적인 남자와 바람기 있는 남자는 결혼 상대로 절대 안 된다”는 말까지 했어요. 그 말을 안 들어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마음고생을 하네요. 결혼하고 나서 안 사실인데, 시아버지도 바람기가 있어서 젊었을 때 시어머니가 엄청 고생하셨대요. 그런 걸 보면 바람기가 유전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2월호

2022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