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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1988, 어게인 왕영은

1988년 방송계를 주름잡았던 왕영은은 첫아들 출산을 앞두고 <우먼센스>에 직접 적은 일기를 보내왔다. 그로부터 33년, 왕영은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On August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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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데뷔 후 40년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방송인 왕영은.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1대 ‘뽀미언니’로 활약하고, <젊음의 행진> <연예가중계> 등 당시를 주름잡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녀는 1988년 <우먼센스> 창간호에 ‘임신일기’를 통해 첫아들 출산을 앞둔 심경을 밝혔다.

“생각보다는 재미나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금쪽같이 하루를 쪼개 써도 모자라던 때를 생각하면 ‘하루 보내기’가 마치 다른 나라 얘기만큼이나 낯설긴 하다. (중략) ‘엄마.’ 이는 얼마나 가슴 벅차는 이름인가! 한 아이로 해서 나도 엄마라 불리고, 세상의 그 많은 엄마들 대열에 당당히 끼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가. 아니, 그 숭고하고도 힘겨운 임무를 부여받음은 얼마나 가슴 떨리는 현실인가!”(1988년 <우먼센스> 8월호, ‘왕영은의 임신일기’ 중)

출산을 앞둔 여성의 심경이 솔직하게 담긴 칼럼엔 임신으로 부은 얼굴이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왕영은의 사진이 함께 있었다. 그녀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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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굉장히 오래전 일이라 잊고 지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제 말투, 제 필체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당시 저는 각종 교양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하며 바쁘게 살다가 임신을 하고 처음으로 휴식을 가졌어요. 갑자기 생긴 휴식이 어색했죠. 그때 느꼈던 감정과 잊고 지냈던 신혼 생활이 떠올라서 울컥했어요.”

왕영은은 당시 지금으로 치면 유재석, 강호동과 같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방송인이었다. TV를 틀었다 하면 왕영은이 있었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하면 왕영은이 MC석에 앉아 있었단다. 그렇게 핫한 그녀가 <우먼센스>에 칼럼을 기고했던 것은 <우먼센스> 역시 가장 핫한 잡지로 통했기 때문이다.

“<우먼센스>는 한마디로 가장 핫한 여성 잡지였어요. 뉴스, 패션·뷰티·리빙 등 <우먼센스>에 모든 정보가 있었죠. 이왕이면 다른 잡지보다 <우먼센스>의 인터뷰를 우선시했던 기억이 나요.”

왕영은은 21살에 데뷔해 29살에 결혼했다. 이듬해인 30살에 첫아들을 안았고 3년 뒤엔 딸을 출산했다. 이후 10년간 육아에 전념했던 그녀는 2003년 라디오 DJ로 방송에 복귀했다.

그녀의 삶은 한국 여성의 일생을 대변한다. 커리어 우먼에서 아내이자 워킹맘이 되고,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됐다가 다시 홈쇼핑계에서 미다스의 손이 되기까지. 대한민국 대다수의 여성이 왕영은과 같은 삶의 곡선을 갖게 된다.

“내가 살아온 일생을 되돌아보면 그 시절들이 모두 나름의 좋은 점이 있었어요. 20대엔 인정받는 방송인이었고, 30대엔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고, 40대엔 홈쇼핑계에서 인정받았죠.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일등이란 타이틀을 가졌다는 자부심으로 버틸 수 있었죠. 그리고 60대가 된 지금은 어떠냐고요? 오롯이 내 뜻대로 선택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왕영은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자신과 다를 것이라며 쉽사리 조언을 건넬 수 없지만, 대신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 때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열심히 해서 더 나은 미래가 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은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고요. 지켜보는 어른으로선 삶이 힘들 것 같아 젊은 친구들이 안쓰러워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인생을 먼저 산 선배라고 조언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이루길 바랍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서울문화사DB, 현대홈쇼핑 제공
2021년 08월호

2021년 08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서울문화사DB, 현대홈쇼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