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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화장실 몰카 쇼크

KBS 공채 개그맨이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 안전지대였던 방송국도 몰카 위험에 노출됐다.

On July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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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불명예 얻은 KBS

KBS 공채 출신인 프리랜서 개그맨 A씨가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건물 여자 화장실에 '몰카(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반인 출입 통제로 비교적 안전지대였던 방송국까지 몰카 위험에 노출되면서 시민들의 공포도 더욱 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29일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서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부터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몰카를 수거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신고 접수 3일 만인 지난 6월 1일, A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다음 날인 2일, 서울지방경찰청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A씨는 KBS 남성 개그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해 KBS와 1년 전속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만료 후에는 프리랜서 개념으로 활동했다. 최근까지도 <개그콘서트> 출연진으로 방송에 얼굴을 비췄다고 한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A씨를 KBS 공채 32기 개그맨으로 특정하며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온라인상에 신상 정보가 빠르게 공유됐음에도 당사자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에 KBS 공채 개그맨 32기 일동은 SNS를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에 보도된 그 사람에게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피해자들이며, 저희를 사칭한 게시글과 무분별한 용의자 지목으로 남은 동기들 또한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KBS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관리 책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탓이다. 공채 개그맨은 KBS 직원이 아니라는 발 빼기식 입장도 뭇매를 맞았다. 전속계약 유효기간인 1년이 지나면 더 이상 소속 직원이 아니라는 게 KBS 측 입장이다. '용의자는 KBS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사원)으로 알려졌다'고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질타가 이어지자 2차로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는 태도를 바꿔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S 측은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 촬영 기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이 사건의 용의자가 KBS 직원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사건 발생 직후 본사 본관과 신관, 별관, 연구동 등을 긴급 점검했고 문제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지역총국의 여성 전용 공간도 전면 조사에 착수했으며 몰카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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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가에서 실제 판매 중인 몰래카메라의 종류.

전자상가에서 실제 판매 중인 몰래카메라의 종류.

연예계 뒤덮은 몰카 공포

KBS 화장실 몰카 사건은 '내부인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무리 보안이 철저할지라도 방송국이나 촬영 현장 내 출입이 자유로운 내부인이라면 사실상 범행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방영된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가 유사한 사례다. 당시 카메라 장비 업체 직원인 B씨는 해외 촬영에 동행해 출연자 신세경, 걸 그룹 '에이핑크' 윤보미가 머무는 숙소에 휴대폰 보조배터리로 위장한 몰카를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보조배터리를 수상하게 여긴 신세경과 윤보미에 의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B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신세경은 "나와 내 가족이 받은 상처가 크다. 선처할 생각이 없다.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분노했다.

그럼에도 위장용 몰카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KBS 연구동 여자 화장실이나 <국경없는 포차> 몰카 사건에서는 보조배터리 타입의 몰카가 사용됐다. 몰카라고 쉽게 인지하지 못할 만큼 우리 일상과 가까운 물건이다. 실제로 자동차 키, 휴대용 저장 장치, 볼펜, 모자, 손목시계 등 위장용 카메라 종류는 다양하다. 모양이나 크기, 위장 여부에 대한 규제가 없고 국립전파연구원의 인증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전자상가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살 수 있어 범죄에 사용될 공산이 큰 것도 사실이다. 2017년 3월경에는 걸 그룹 '여자친구'가 팬 사인회 현장에서 몰카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한 남성이 소형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쓴 채 사인을 요구했고 수상하게 여긴 멤버 예린이 이를 적발했다. 당시 사건은 범죄가 아닌 '팬심'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교묘한 수법을 동원한 몰카 범죄가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지적받을 만하다. 그동안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었지만 여전히 법률적 공백은 존재한다. 지난 20대 국회 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 '위장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공동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돼 폐기됐다. 현재로서는 몰카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셈이다. 한 여성의 특정 부위를 몰래 촬영해 수치심을 유발했다면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만 어떤 부위가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사회 보편적 기준에서 범죄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은 판사마다 다르다. 법적 규제 강화와 사회 전반적인 성(性) 인지 감수성 향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몰카 범죄 Q&A

몰카 촬영 및 유포를 처벌할 수 있지만 처벌 수위 기준점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돼왔다. 법무법인 해랑 최종인 변호사가 관련 현행법에 대해 답변했다.

Q 몰카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형사 소송의 경우 범죄자를 소치해 처벌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검사와 판사의 소관입니다. 피해자는 이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직접 관여하고 싶다면 수사기관에 피해 정도를 소명해서 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촬영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몰카 수준에 따라 피해자는 민사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Q 몰카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현행법상 몰카 용의자가 실형을 받기란 어렵습니다.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초범일 경우 보통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에서 정리됩니다. 여성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해서 영장을 받거나 가택을 수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KBS 방송국 몰카 사건은 특수한 경우입니다. 몰카 범행 장소가 방송국인 데다가 화장실이라 목적성이 뚜렷한 편입니다. 추가 범죄가 발견된다면 처벌 수준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위장용 몰카를 불법화할 수는 없나요? 흔히 위장용 몰카라고 일컫는 초소형 카메라들은 당초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내시경 카메라처럼 특수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법률적 측면에서 규제하기란 어렵습니다.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카메라를 불법으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상당히 모호합니다.

Q 몰카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불법을 행하려는 사람이 있는 한 위장용 카메라 판매는 어떻게든 계속 이뤄질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몰카에 대한 처벌이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몰카 범죄를 비롯한 국내 성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규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항상 제기돼왔습니다. 현재로서는 몰카 용의자가 실형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 관련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임준선 (<일요신문>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도움말
최종인 변호사(법무법인 해랑)
2020년 07월호

2020년 07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임준선 (<일요신문>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도움말
최종인 변호사(법무법인 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