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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주목해야 할 한국 영화

한국 영화가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올해, 영화계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영화평론가 양경미와 영화계 이슈들을 짚어봤다.

On November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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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다양한 여성 감독들의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한국 영화 관객 수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들이 쏟아졌지만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유는 뭘까. 영화평론가 양경미 소장과 '요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올해는 천만 영화가 4편이나 탄생한 특별한 해예요. 그래도 사람들은 볼 게 없다고 하죠. 그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영화가 없다는 뜻이에요. 한 해 동안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몇 편인지 아세요? 1,500편 이상이에요. 하지만 기억나는 영화는 몇 편인가요? 20편도 채 안 될걸요."

양경미 소장은 영화평론가 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으로 '영화 전문가'다. 영화학을 전공한 후 울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을 비롯, 다수의 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고 현재 강단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대종상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녀는 한국 영화의 침체에 대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영화들은 꼭 패스트푸드 같아요. 빨리 나오고, 또 빨리 잊히죠. 흥행하는 영화들은 공통적인 스토리와 전개, 연출 패턴을 가지고 있어요. 너도나도 흥행에 집중하니 비슷한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요."

일부 사람들은 영화 산업의 침체에 대해 OTT 서비스(Over-The-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의 등장이 그 까닭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 TV가 탄생했을 때도 이런 말이 나왔어요. '영화는 망할 것이다,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보란 듯이 더 발전했죠. 더 진화했고 더 웅장한 스크린으로 변화했어요. 컬러 TV가 등장했을 때 '이번엔 진짜 망한다'는 말이 나왔어요. 하지만 영화 산업은 한층 발전해 특수효과를 곁들이며 더더욱 성장했어요. 중요한 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영화 산업에 OTT의 등장이 비단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거죠."

위기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그녀는 오히려 OTT로 인한 영화 산업의 진화를 예견했다. 인터뷰를 한 날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던 날이라 더더욱 그녀 이야기에 힘이 실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넷플릭스 영화를 포함했다는 점이에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부터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오손 웰즈 감독의 유작 <바람의 저편>까지 넷플릭스 영화들이 상영됐어요. 심지어 하루 만에 전부 매진됐죠. 스크린에 걸리지 않은 작품이 영화냐 아니냐 하는 논란의 경계를 허무는 발상이었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모두 관객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 감독 전성시대

올해 한국 영화 시장은 주춤했지만 유난히 여성 감독이 강세인 해였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각종 영화제에서 무려 27관왕을 달성했고,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은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관객 수 5만 명을 돌파했다.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화제작 <82년생 김지영> 역시 여성 감독인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를 찍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또 비교적 수월해지면서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여성 감독보다 남성 감독의 수가 월등했죠. 수많은 스태프를 진두지휘할 만큼 강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곳이 영화 현장이에요. 악바리처럼 끝까지 남은 여성 감독들이 지금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어요."

여성 감독들의 등장을 남녀 성별로 나눠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목받는 여성 감독들이 좋은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10년 전, 이지원(영화 <미쓰백>) 감독을 처음 봤을 때, 악바리 근성을 느꼈어요. 흔히 말하는 여성의 이미지보다 영화 감독의 강인함과 끈질긴 근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지원 감독은 시나리오가 까이고, 제작이 엎어져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어요. 끝까지 버텨서 <미쓰백>으로 인정받고 수상했잖아요. 더 많은 여성 감독이 끝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가 탄생한 지 100년 만에 비로소 여성 감독들의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작은 남성 감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처럼 여성 감독들이 활약하고 좋은 영화를 만든다면 분명 투자자도 늘어나고 그만큼 투자금 규모도 커질 거라고 봐요. 요즘은 덜하지만 과거에는 분명 '여성과 일하면 피곤해'라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 여성 감독들은 누구보다 당차고 화끈하잖아요. 남녀 구분 없이 '좋은 감독이니까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N차 관람과 <기생충>

요즘은 입소문 난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드물다는 말이 있다. 'N차 관람'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은 한 해이기도 했다.

"저도 <보헤미안 랩소디>란 영화를 세 번이나 봤어요. 다시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더라고요. 두 번째, 세 번째,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즐기면서 봤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멋진 장면에선 환호도 하면서요. 이렇게 극장과 영화는 놀이 문화로 변하고 있어요. 한국 영화 산업이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면 좋은 답이 될 것 같아요."

올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수확이라 일컫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근 외국 영화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북미 개봉을 통해 선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참 영리한 사람이에요. 영화 속에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가 다 들어 있죠. 영화 속 반전도 오랜 시간 생각하게 만들고요. 관객들이 '저게 뭐야' 했던 영화 속 스토리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세상이잖아요. 예전 <내부자들> 때도 그랬고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들은 한발 앞선 사람들인 것 같아요.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영화로 먼저 제작하죠. 좋은 영화는 어느 영화 시장에서나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로 인해 한국 영화의 위상이 올라간다면 또 한국 영화계는 그에 대비해야 할 거고요."

연구소 소장, 교수 그리고 영화제 심사위원까지. 한 번에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여러 감투를 소화하고 있는 그녀의 스케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영화 산업 학회를 만들어 관련 자료들을 되찾고 자료화하고 싶어요. 영화 산업의 측면에서 만들어놓은 자료가 너무 없더라고요. 한국의 영화 역사를 보면 태생적으로 영화는 학문이 아닌 오락거리로 봤어요. 그래서 1960년대, 1970년대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죠. 학문적인 가치나 문화로 생각한 적이 없는 거예요. 세계에 퍼져 있는 과거 우리나라 영상 자료들을 하나씩 되찾아오고, 또 데이터화해서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 '진짜' 영화인이라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그녀가 추천해주는 영화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가장 보통의 연애>와 <엔젤 오브 마인>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하고 싶어요. 연출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들이에요. 영화가 생각나는 가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좋은 영화는 무엇이냐는 다소 추상적인 질문에 "스토리의 힘을 지닌 영화"라고 말하는 그녀의 대답에 한국 영화 산업의 모든 정답이 들어 있는 듯했다.

양경미의 추천 개봉작

  • <가장 보통의 연애>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로맨스가 아닌 평범하고 현실적인 연애담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 <82년생 김지영>

    덤덤하지만 차분한 시선으로 극을 이끌며, 페미 논란을 떠나 인간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킨다.

  • <엔젤 오브 마인>

    '리지' 역을 맡은 누미 라파스의 소름 돋는 명연기가 압권이며 생각지도 못한 아역 애니카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서민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엔젤 오브 마인>·<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2019년 11월호

2019년 11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서민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엔젤 오브 마인>·<82년생 김지영>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