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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UGLY

On February 26, 2019 0

점점 크게나 점점 작게라면 몰라도 ‘점점 못생기게’가 웬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패션이 판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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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골드 프레임에 레드 렌즈가 어우러진 선글라스 23만원 젠틀몬스터. 2 작은 물건을 넣기 좋은 나일론 소재의 패니팩 4만9천원 파타고니아.


놈코어 룩, 너드 룩, 애슬레저 룩, 고프 코어 룩…. 한철 유행이라고 생각했던 '못생긴 것이 쿨하다'고 여기는 어글리 패션은 '새로운 못생김'을 탐닉하며 점점 심화되고 있다. 몸과 마음으로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시간 꽤나 걸리는 난감한 패션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계속해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소매치기를 방지하는 용도나 시장 상인들이 쉽게 돈을 꺼내려 허리에 차던 '복대' 패니팩, 시장에서 채소를 담아 온 비닐봉지와 똑같은 쇼퍼백, 영화 <매트릭스>에서 차용한 눈도 다 안 가려지는 작고 가느다란 사이파이 선글라스쯤은 애교다. 두꺼운 외투를 힘닿는 데까지 겹겹이 껴입어 몸집을 잔뜩 부풀리거나,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스러운 복장에도 머리와 목, 얼굴을 몽땅 덮어쓰는 발라클라바를 매치하고, 언뜻 보면 언더웨어처럼 보이는 몸에 완전히 달라붙는 사이클링 쇼츠가 '인싸템'으로 급부상했다. 야외 활동을 할 때 먹는 그래놀라(Granolas)와 귀리(Oats), 건포도(Raisins), 땅콩(Peanuts)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인 '고프(Gorp)'에 일상적이고 평범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놈코어(Normcore)'를 합쳐 '고프 코어'라 불리는, 패션과는 담쌓은 듯 보이는 옷들이 계속해서 유행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맹렬한 기세로 작정하고 엇나간 룩으로 못생김을 연출 중이다. 투박하고 둔탁한 데다 요란하고 무겁기까지 해 혀를 차게 만들었던 '밉상' 대디 스니커즈는 또 어떤가?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패션 하우스까지 합세해 점점 더 둔탁하고 못생긴 운동화를 선보이며 도통 유행의 정점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몇 시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하우스로 손꼽히는 알렉산더 미켈레의 구찌는 지난 시즌보다 한층 기괴한 패션으로 어글리 패션의 정점을 찍었다. 머리까지 완전히 감싼 총채 같은 원피스와 안테나 같은 티아라, 헐렁한 핑크 레깅스에 아빠가 신다 물려준 것 같은 스니커즈를 함께 매치하는 식의 너무 터무니없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다시 보면 오히려 생경하고 신선한 매력이 느껴지는 룩들로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 '발렌시아가'라는 이름만 붙으면 어떤 아이템이든 '완판 예약'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탁월한 수완을 보여주는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말끔한 룩에 선명한 컬러의 아웃도어 점퍼를 겹겹이 매치한 지난 시즌에 이어 현란한 패턴, 우아한 드레이핑의 드레스에 키치한 이어링을 매치한 맥락 없는 스타일로 시선을 붙잡았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반짝이 레깅스에 반짝이 신발을 신고 아방가르드한 재킷을 둘러 입은 중성적인 모델을 등장시켜 한층 '어글리'해진 예측 불가 룩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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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리터링 소재로 멋을 더한 컬러 블록 스니커즈 41만7천원 아쉬.


이렇듯 근사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기괴하고 난감한 룩이 계속해서 주목받는 건 색다른 자극을 찾는 시대정신이 낳은 유행이기도 하다. 소위 패션 전문가들이 유행이라고 단정 지은 동시대 패션에 질릴 대로 질린 찰나, 고고한 패션 하우스에서 선보인 전례가 없는 기묘한 룩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자극하며 속을 후련하게 만드는 새로운 트렌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제 오랜 전통을 고수하며 올곧고 고매한 품위를 강요하는 애티튜드가 하이패션으로 통용되는 시절은 지나갔다. 오히려 엉뚱한 상상력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패션에 접근해 의도적으로 기괴하고 우스운 스타일이 말쑥하고 우아한 옷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하이패션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바야흐로 우아하게 찰랑이는 치맛자락 밑으로 보이는 투박한 운동화가 그렇게 쿨해 보일 수 없고, 드레스와 스틸레토 힐을 매치한 여성스러운 스타일에 영화 <나쵸 리브레>의 복면처럼 얼굴을 감싼 발라클라바가 카리스마를 끌어올리는 최고의 패션템으로 받아들여지는 기묘한 시절이다. 트렌드란 특정 아이템이나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유행 사조보다는 패션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잠깐 유행으로 끝날 줄 알았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스타일은 이렇게 다음 시즌에도 유효할 것이고. 적어도 당분간은 부조화에서 오는 아름다움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점점 크게나 점점 작게라면 몰라도 ‘점점 못생기게’가 웬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패션이 판치는 시절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사진
쇼비트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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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소나
사진
쇼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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