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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우의 품격

철저한 자기 관리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라디오 진행을 하고 있는 강석우를 만났다. 청춘의 파도를 지나 품위 있는 중년을 맞이한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On October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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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매일 아침 청취자들에게 반갑게 말을 거는 강석우. CBS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한 지도 3년째로, MBC <여성시대>까지 10년이 넘게 그는 매일 아침이면 2시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에 대한 애정, 클래식에 대한 열정 모두 강석우가 라디오 방송을 이토록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겠지만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바로 철저한 자기 관리일 것이다. 라디오 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 '잡짓'을 하지 않는다는 강석우. 아내가 해주는 별식을 함께 먹거나 딸과 함께 산책을 가고, 주말 동안은 가족과 함께 일본이나 홍콩 등 가까운 나라로 짧은 여행을 다닌다는 그의 일상은 라디오 진행과 가족으로 가득 차 있다. 가을을 부르는 비가 내리는 날, 강석우를 만나 클래식과 방송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랫동안 라디오 DJ로 활동해오셨습니다.
CBS 클래식 프로그램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한 지 벌써 3년이 됐네요. MBC에서 <여성시대>를 8년 넘게 했으니 10년이 넘도록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라디오 청취율 1위까지 기록하신 걸로 아는데, 라디오 DJ가 어떤 의미인가요?
이제는 생활이 됐죠. 사실 배우가 라디오 방송을 하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부분이 많아요. 라디오에는 하루 2시간, 이동 시간까지 합쳐 4시간 정도가 고정적으로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드라마 촬영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배우에게 라디오 진행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저는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제는 생활처럼 돼서 안 하면 살 수 없을 지경이 됐습니다.


생방송으로 매일 2시간 동안 방송하는 게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방송 이외의 '딴짓'을 안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최소화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죠. 그리고 소식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아내가 해주는 별식은 좋아합니다.


책을 발간할 만큼 클래식에 조예가 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제 감정이 움직인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기회가 생겨 처음 정식으로 음악회에 가보고, 대학교 때 대학 방송국에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클래식을 전공하는 친구들도 사귀고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알게 됐습니다. 배우가 된 후로는 일반 직장인보다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쉬는 기간 동안 음악회나 전시회, 발레 공연에 가는 등 취미 생활에 집중했어요.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그러니 이제는 클래식이 제 몸에 밴 거나 마찬가지죠.


'아트테이너'라고 불리며 전시를 열 정도로 그림도 잘 그리신다면서요?
아유, 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림이나 작곡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그저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게 좋은 건지 판단할 눈과 귀가 생긴 거죠. 그 판단 기준에 저를 대입시키며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림 전시 같은 경우 벌써 30차례 이상 했네요. 제 그림을 산 분들에게 미안하죠. 어쨌든 그림은 앞으로도 계속 그릴 생각이니 그림값이 좀 올라야 할 텐데요.(웃음)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신다면요?
너무 많죠. 제일 갖고 싶은 작품의 작가는 바스키아. 장 미셸 바스키아.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 갖고 싶었는데 지금은 영원히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큰 존재가 되어버렸네요.


오늘 비가 옵니다. 비가 그치면 가을의 문턱을 넘어갈 듯한데 이럴 때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요?
팝 중에서는 도로시 무어의 '미스티 블루'. 약간 재지한 곡인데 이런 날 들으면 정말 좋죠. 그리고 20대 중반에는 이런 날이면 핑크 플로이드의 '더 파이널 컷'이란 곡을 꼭 들었어요. 이 곡의 트럼본 파트는 정말 기가 막히죠. 클래식에서는 가을엔 역시 브람스의 '인터메쪼 Op. 118'의 두 번째 곡. 많은 분이 계절이 연상되는 곡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꼽는데 제가 생각할 때 가장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작곡가는 브람스인 것 같아요. 교향곡 3번 3악장이나 4번의 1악장도 좋아요.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 원작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란 영화에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 들어가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앞서 말한 건 좀 대중적인 곡들이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한동안 고민 후)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1번 2악장.


어떤 곡인가요?
독일 함브루크의 떠돌이 음악가였던 브람스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요아힘의 소개로 뒤셀도르프에 있는 슈만의 집에 가게 돼요. 그때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만나게 되죠. 슈만의 집에 머물면서 당시 스무 살이었던 브람스가 세 곡을 쓰는데, 그게 소나타 1번, 2번, 3번이에요. 그 곡들을 듣고 클라라가 "투박한 껍질 속에 있는 열매"라고 했어요. 자신을 향한 브람스의 마음을 읽은 거죠. 자꾸 감싸려고 하지만 브람스의 마음이 곡 안에 다 들어 있는 거예요. 특히 1번의 2악장을 들어보세요. 아주 기가 막힙니다.


'@river_stone_rain'이라는 재치 넘치는 SNS 아이디에 젊은 세대까지 반응이 좋습니다.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도 열심히 하시고요.
그게 웃겼나 봐요. 사람들이 웃더라고. SNS는 저희 딸이 하는 걸 보고 알려달라고 했어요. 가끔 하는 정도인데 '좋아요'로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니까 하다 보면 사람들의 취향이나 요즘 트렌드를 알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죽어도 SNS에 올리지 않으리라 다짐한 게 두 가지 있어요. 구름과 음식 사진. 특히 젊은 친구들 SNS를 보면 음식 사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측은한 마음이 들죠. 즐기는 게 아니라 '나도 이거 먹었다'고 자랑하는 거잖아요. 나 자신, 나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것뿐이란 생각이 들어요. 과시적이고 외부적인 것. 안쓰러워요. 우리 세대 때는 상상하지 못했고 하지 않던 행동들이죠. 물론 제가 뭐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젊은 친구들 각자의 자존감은 그게 아닐 텐데, 자신을 표현할 길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좀 측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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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일 좋아요. 가끔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는데, 전혀요.
젊은 시절 꿈꾸었던 편안한 생활, 인간적으로 넉넉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지금 누리고 있는 중이에요.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가 행복해질까요?
자존감이 생겨야죠. 우리 세대가 젊었을 때는 먹고사는 것이 목표였어요. 물론 그것도 힘든 거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처럼 정신적으로 혼돈스럽지 않았으니 더 행복했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1차원적인 문제니까. 그리고 요즘은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일자리가 있어도 더 높은 자리를 목표로 삼는 젊은이가 많죠. 배움에 한이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그렇게 만든 거예요. 부모나 아이나 공부에 많은 것을 투자한 상태에서 눈높이를 낮출 수는 없잖아요. 미디어에 나오는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모습만을 선호하니 내면이 점점 비워지게 된거죠.


그 자존감은 어디에서 충족해야 할까요?
책을 많이 보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스스로 사색을 깊이 해서 채워야 하지 않을까요? 남들이 멋있다고 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길을 가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게 정말 맞는 건가. 내가 진정 원하는 건가'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남들과 다른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세상이 너무 허식을 유도하고 있어요. 스스로 자신이 갈 길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제분들은 어떤 인생을 살길 바라세요?
저는 참견 안 합니다. 찾아가겠지 뭐. 대학까지 갔으면 이제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거죠. 부모가 자꾸 자식들을 밀어주는 게 요즘 사회의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아들놈 취직한 것도 전혀 몰랐어요. 붙고 나서 나중에 말하더라고요. 참고로, '카카오' 다니고 있습니다.


자랑하시는 건가요?(웃음)
그런가요? 난 카카오 들어갔다고 해서 택시 회사 들어간 줄 알았지.(웃음) 딸은 배우가 되겠다는데 주변에서는 아빠가 좀 신경 써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혀 그럴 생각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성공하는 건 누가 밀어줘서 되는 게 아니에요. 대통령이 밀어도 안 돼요. 대중이 좋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딸이 지금 1년 9개월째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데 다 떨어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아버지가 밀어주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한 작품 하면 뭐 해요. 자기가 뚫고 나가야지. 저는 오디션 뭐 봤냐고 묻지도 않아요.


곧 TV에서 따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뭐, 보면 보고 말면 마는 거죠. 그건 그 아이의 몫이예요. 그 아이의 인생이기 때문에. 딸의 연기에 대해 내가 코치한 적도 없어요. 내가 이야기해주고 내 것을 배우면 나 같은 배우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자기만의 연기를 해야죠. 연기를 오래 해왔으니 배우로서 딸이 가진 문제가 뭔지는 알아요. 하지만 본인이 묻기 전에 말해줄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딸도 물어볼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오기가 있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은 들어주시는 편인가요?
대학 졸업하고 벌써 2년이나 됐는데 아빠하고 상담을 하겠어요? 저는 우리 아들한테도 그랬어요. 인생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친구나 선배들과 의논하라고. 아빠랑 의논해야 할 것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것들이고, 나머지는 친구나 선배들과 의논해야죠.


너무 혹독하신 건 아니고요?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래들과 살아가는 거지, 거기에 아버지가 개입해 주변을 기웃거리면 애 바보 만드는 거예요. 우리 애들도 그걸 싫어하고. 알아서 자기 길을 잘 찾아가니 오히려 잘되고 있잖아요.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자랑스럽다기보다는 그저 고맙죠. 더 이상 부모를 피곤하게 안 하니까. 관심을 안 갖는다고 해도 자식이 잘 안되면 옆에서 마음이 편치는 않겠죠. 그런데 때가 되면 자기 할 일 알아서 해주니까 고맙죠.


그래도 가족에게 하는 잔소리가 있다면요?
건강에는 신경 쓰라고 해요. 술, 담배 멀리하고 운동하라고. 꼭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건강해야 일을 하니까.


라디오 진행을 매일 하시려면 자기 관리가 필수일 것 같아요.
수면 시간이 조금 짧아지기만 해도 그다음 날 목소리에 변화가 생겨요. 난리가 나죠. 목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청취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니까 항상 신경 써요. 그래서 이렇게 오래 인터뷰하는 것도 사실 좋아하지 않습니다.(웃음)


여전히 열정적이신 것 같습니다. 청춘 스타로 한 획을 그으셨는데, 그 모습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가끔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때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할 생각을 하면 어우, 너무 복잡해. 그 파도를 다 넘어왔는데. 저는 청춘에 대해 동경하는 바도 없고 젊은 사람들이 부럽지도 않아요. 제가 젊은 시절 꿈꾸었던 편안한 생활, 인간적으로 넉넉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지금 누리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이 가장 행복하세요?
네. 그런데 5년 후엔 또 그때가 가장 좋겠지.


젊은 사람들도 현재가 좋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요.
젊은 사람들은 지금이 좋다는 걸 모르죠. 그걸 알면 청춘이 아니에요. 청춘은 돈 버려가며 몸을 버리고, 나이 든 사람은 돈 들여가며 몸을 챙기려 하지만, 챙겨지지 않죠. 사실 몸은 20대부터 챙겨야 해요. 그때부터 무리하지 않고 과음하지 않아야 해요.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게 제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녁 6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 저는 그림 그리고, 작곡하고, 연주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했어요. 지금 저를 지탱해주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었죠. 매일 술 먹는 사람들은 남는 게 위장약밖에 더 있겠어요? 신세 지는 거랑.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딱히 계획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계획을 세운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요즘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있어요. 놀기. 짬이 나는 대로 여행 가고 골프 치면서 좀 놀려고요. 예전에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이제는 좀 놓으려고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일본에 가고, 10월에는 홍콩에 가요. 그렇게 살려고요. 지금부터는.



CREDIT INFO

에디터
김안젤라
사진
김정선
2018년 10월호

2018년 10월호

에디터
김안젤라
사진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