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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랑하고픈 준호

On March 14, 2018 0

캔버스처럼 무색무취였던 그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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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PM’ 준호입니다.” 준호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하고 스스로 박수를 치며 인터뷰 장소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으며 싱긋 웃더니 “무엇부터 할까요?”라고 물었다. 쌀쌀한 바람에 코끝이 빨개질 정도로 추웠던 신사동 한 카페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순간이었다. 준호는 그렇게 행복한 기운을 퍼뜨리는 청년이었다.


준호는 JTBC가 3년 만에 부활시킨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쇼핑몰 붕괴 사고에서 생존한 후 트라우마를 숨긴 채 뒷골목을 전전하는 거칠고 위태로운 청춘 ‘이강두’ 역을 맡았다. 한 달하고도 보름 동안 이강두로 산 준호는 이제야 서서히 자신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분이 이상해요. 먹먹하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제가 일본에서 콘서트 투어 일정이 있어서 다른 배우들보다 열흘 정도 일찍 촬영이 끝났어요.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와! 끝났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그렇다 보니 ‘정말 끝난 게 맞나?’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한동안 헤어스타일도 바꾸지 않았어요. 종방연을 하면서 다 같이 마지막 회를 봤는데도 실감이 안 났죠. 강두를 쉽게 보내지 못하겠어요.”


준호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밝게 이야기했지만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그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눈웃음은커녕 침울하고 무거웠다. 180도 다른 분위기에 “다른 사람 같다”고 하자 그는 “지금처럼 웃을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제작발표회 때 드라마를 촬영 중이었는데 역할에 몰입한 상태라 쉴 때도 늘 예민했어요. 웃음을 지우고 사람들하고 말도 안 하며 조용히 있었죠. 그래서인지 공식 석상에 가도 적응하지 못했어요. 당시 일본에서 발매할 앨범을 준비 중이었는데 녹음하는 것도 어색했죠. 이제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이에요. 어제는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면서 실실 웃었어요. 웃으면서 ‘끝났구나’ 했죠.”


준호가 여전히 극 중 인물에 젖어 있는 이유는 이강두가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강두처럼 불의의 사고로 트라우마를 갖고 힘겹게 버티며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빨리 놓고 싶지 않단다. 그의 전작인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악역 ‘서율’ 역을 맡았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김과장>이 끝났을 때는 금세 캐릭터에서 벗어났어요. 제가 원래 빨리 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서율이라는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강두는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삶의 무게가 무거운 사람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강두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극 후반부에 강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을 때 실제로 아프면서 저절로 살이 빠지고 무슨 장면을 찍어도 눈물이 났어요. 눈물을 흘리라는 지문이 없는데도 눈물이 계속 나왔어요.”


이강두 자신이 되기 위해 준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가두고 괴롭혔다. 이강두가 삶에 지쳤을 때 준호 역시 삶이 고단했고, 이강두가 ‘하문수(원진아 분)’와 사랑에 빠졌을 때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이강두의 인생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스트레스도 상당해 신체적 변화가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흰 코털이 났어요.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스타일리스트가 코에 뭐가 있다면서 면봉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이물질은 아니기에 자세히 봤더니 흰 코털이더라고요. 첫 달엔 한 가닥이었는데 지금은 일곱 가닥이 됐어요. 웬만큼 깎긴 했는데 신경 쓰여요. 그래도 곧 없어지겠죠?(웃음)”


준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강두 역에 욕심을 낸 이유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행복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당연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말하면 될까요? 드라마에서 강두가 문수의 손을 잡고 집에 데려다주면서 ‘행복, 뭐 별거 없네’라고 말했던 장면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특별한 이유 때문에 행복할 수도 있지만 걷다가 햇살이 좋아서, 하늘이 너무 맑아서 행복할 때도 있잖아요. 사실 요즘 행복에 대한 고민을 했었는데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사소한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배우로 만났지만 준호는 지난 2008년 가수 ‘2PM’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애크러배틱을 하는 아이돌 그룹에서 근육질 몸매를 강조한 ‘짐승돌’로 거듭나 인기를 얻고 ‘배우돌’이 되기까지 10년간 활동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다.


“가수로 활동했을 땐 짧은 시간에 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외모가 아니라 매력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도 제가 맨송맨송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나마 유일하게 욕심낸 게 애크러배틱이었는데, 2012년에 척추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고 못하게 됐죠. 그래서 조바심이 났어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었죠. 그런데 10년이 지나니 이젠 흐름에 맡겨보고 싶어요.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강두란 역할을 하다 보니 힘들 땐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활활 불타오르다 꺼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불타는 모습을 꿈꾸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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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 때문에 행복할 수도 있지만 걷다가 햇살이 좋아서, 하늘이 너무 맑아서 행복할 때도 있잖아요. 사실 요즘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인데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사소한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아이돌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준호는 실제 어떤 사람일까?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온 ‘2PM’ 준호는 통통 튀고 밝은 분위기가 강했다. 인터뷰 중에도 역시 에너지가 넘쳤다.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손동작은 화려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전달 받는 것 같았다.


“10년 동안 방송을 하면서 항상 들뜬 모습만 보여줬어요. 실제 제 목소리는 톤이 낮은데 늘 높은 톤으로 이야기했죠.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도 높은 톤으로 말했어요. <김과장>에서도 일부러 얄궂은 목소리를 냈죠.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제 목소리 톤으로 연기했어요.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어색했어요. 촬영 초반에는 감독님한테 ‘이렇게 연기하는 거 맞아요?’라는 질문을 여러 번 했어요.”


준호가 가장 어려워한 것은 카메라 앞에서 버티는 것이었다. 이강두는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캐릭터인지라 몸의 움직임도 적었고, 목소리 톤도 일정했다. 그 과정이 마치 카메라 앞에서 숨만 쉬는 느낌이었다고. 대중 앞에 서기 때문에 감정을 컨트롤해야 하는 연예인과 비슷한 부분이다. 다만 극 중 이강두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점차 표현하는 것을 배웠다. 준호는 어떤 상태일까?


“저도 웬만하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어요. 아프거나 힘들어도 약점으로 보일까봐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개인 활동이 없을 때 아프다고 하면 일을 더 안 시킬 것 같아 멤버나 회사에 숨기고 싶었어요. 저를 걱정해서 쉬라고 하는데도 병원에 누워 ‘내가 뭐 하는 거지’란 생각을 되뇌었어요. 그런데 제가 혼자 앓는다고 낫는 게 아니더라고요. 입을 닫고 사는 게 병을 더 키우는 건데 그걸 몰랐던 거예요. 이젠 알았으니까 표현하고 살아보려고 해요.”


데뷔 초 지금만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준호는 부상까지 당하자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쓸모없는 사람’이란 생각에 점점 더 빠져들 때쯤 영화 <감시자들>에서 오디션 제안이 왔다.


“처음 주어진 기회니까 어떻게든 하고 싶었어요. 퉁퉁 부은 얼굴로 깁스를 한 채 달려갔죠. 영화가 개봉할 때 일본에서 솔로 앨범을 발매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일하면서 몸이 조금 피곤한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기분 좋아요. 가수와 배우, 좋아하는 일을 둘 다 할 수 있어 행복해요.”


준호는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가두고 곡을 만들면서 끝없이 고뇌하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의 쾌감이 다시 또 일에 열중하게 만든다.


“노래를 만들 때는 고민이 많이 돼서 힘들어요. 그런데 막상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요. 좋아서 자기 전에 틀어놓고 그래요.(웃음)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책 대본은 집에 두고, A4용지에 대본을 인쇄해서 갖고 있는데, 촬영이 끝나면 한 장씩 뜯어 버려요. 대본이 줄어들 때 느끼는 쾌감이 있거든요. 이후에도 드라마가 방영될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긴 하는데 방송되기 전에 편집본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준호가 이토록 열심히 할 수 있게 자극을 준 존재는 ‘2PM’ 멤버들이다. 그와 함께 2008년에 데뷔해 가수는 물론, 연기자로 활약하며 서로에게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준호는 멤버들을 보면서 사람으로서도 자극 받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을 보면 자극을 받아요. 우영이는 다른 멤버가 피곤해 보이면 자신도 피곤할 텐데 제일 먼저 일어나 씻는다고 해요. 저도 영향을 받아서 다른 멤버가 늦게까지 스케줄이 있으면 피곤할 테니까 내가 먼저 씻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찬성이는 고기를 먹으러 가면 먹기도 바쁠 텐데 고기를 구워요. 멤버를 배려하는 거죠. 택연이 형을 보면서는 우직하고 강단 있게 행동하자고 생각해요. ‘누군가 쉽게 나서지 못할 때 한번 나서봐야지’라고 마음먹죠. 쿤 형은 천사예요. 자신이 더 높게 날아갈 수 있는데 멤버들 옆에 꼭 있어주죠. 준케이 형은… 어떻게 저렇게 카톡방에 글을 많이 남기지?(웃음) 저희 단체 카톡방이 사라지는 걸 막으려고 시시때때로 글을 남기고 애정 표현도 잘해요. 멤버들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활동한 게 개인 활동의 밑거름이 됐죠. 반면에 제가 멤버들에게 무얼 줬을까라는 생각도 해봐요.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2PM 준호’라고 크게 인사하면서 ‘2PM’을 홍보해요.”


데뷔 10주년을 맞은 ‘2PM’은 지난해 9월 현역 입대해 군 복무 중인 택연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최근 재계약을 완료했다. 새로운 10년을 기약한 재계약이지만 미국 국적인 닉쿤을 제외한 준케이, 우영, 준호, 찬성은 군 복무 기간이 남아 있다. 1990년 1월생인 준호는 내년에 입대할 계획이다.


“‘2PM’ 완전체로 다시 모이기까지 3~4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웬만하면 그 기간을 최소한으로 만들고 싶어요. 입대 전에 많은 작품을 내고 음원, 공연 활동을 하고 싶어요. 마음처럼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팬들과 만나고 싶죠.”


재계약과 함께 ‘2PM’ 멤버들은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대외협력이사’란 직함을 받았다. 또 ‘2PM’을 전담하는 팀이 신설됐다. 준호는 “정확히 재재계약”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많은 연예인이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나면 자신을 더 서포트해줄 수 있는 다른 소속사를 찾아가는 것과 다른 행보다.


“‘2PM’은 저에게 가족이에요. 20대를 같이 보낸 친구들이라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죠. 재범이 형이 탈퇴했을 때 제 주민등록번호가 온라인에 공개돼 1주일 내내 휴대전화가 울린 적도 있어요. 그런 사건 사고가 우릴 뭉치게 했죠.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냥 이준호로 편하게 있어요. 멤버들도 마찬가지인지 멤버 모두 ‘2PM’은 평생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6명의 생각이 모두 같다는 게 좋아요. 만약 이번에 누군가가 재계약을 안 했어도 생각이 같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일은 없었을 거예요.”


준호는 스스로 자신을 1990년대였으면 연예인이 못 될 외모와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도전의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며 농담이 섞인 말을 덧붙였다. 그는 쭉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데뷔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그는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지금이야말로 준호의 시대다.

캔버스처럼 무색무취였던 그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사람이 됐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JTBC

2018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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