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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익선동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옥들 틈으로 젊은 기류와 이국의 문화가 비집고 들어와 있다.

On March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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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이 어디야?’ 작년부터 요즘 뜨는 동네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익선동을 찾아 나섰다. 스마트폰 지도를 켜고 찾아간 그곳은 과거와 현재가, 한국 문화와 먼 타지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포시즌스호텔, 디타워, 그랑서울 등 광화문 마천루를 지나 종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이내 낙원상가를 맞닥뜨린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옛 골목의 자리에 거대한 빌딩이 들어선 지 오래지만 낙원상가 주변만은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낙원상가를 기점으로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작은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익선동에 다다른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익선동으로 들어서는 순간 현재에서 과거로,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익선동은 1920년대 도시화가 진행되던 서울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족주의자인 정세권이 만든 기획 주거 단지이다. 북촌도 당시 함께 만들어진 기획 주거 단지. 하지만 넓은 규모에 단아한 만듦새의 한옥이 주를 이루는 북촌과 달리 익선동의 한옥들은 보통 49.5㎡(15평) 규모에 투박한 한옥들이 좁은 골목에 밀집해 있다. 양반을 위해 지은 북촌 한옥과 달리 익선동의 한옥은 서민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한옥 마을이라고 하면 조선시대부터 이어졌을 거라 생각되지만 익선동은 일제 강점기에 근대적인 부동산 개발로 조성돼 마당이 넓은 전통 한옥과는 차이가 있다. 화장실을 집 안으로 들였고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정비되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취향의 가게들이 들어서면서도 익선동이 고유한 색을 잃지 않는 이유다. 원래의 골조를 그대로 두고 약간의 공사를 하는 수준에서 현대식 건물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선동에 있는 가게들을 보면 바닥과 벽은 각양각색이지만 천장만은 대부분 한옥 서까래가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익선동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분위기에 반한 경우가 많다. 소위 ‘뜨는 동네’라서 대박을 치기 위해 전략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우연히 지나가다 이곳을 발견했고 한순간에 반해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젠 익선동의 터줏대감이 된 거북이슈퍼의 박지호 대표는 서울로 상경한 후 익선동에서 고향이 주는 정겨움을 느꼈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지방 출신인데, 사실 강남이나 이태원은 시간이 지나도 낯설어요. 우연히 익선동에 오게 됐는데 이곳이 제가 있을 곳이라는 느낌이 바로 왔어요.”

익선동의 또 다른 매력은 한옥 안에 여러 나라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를 보존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인사동과는 다르게 익선동의 한옥엔 세계 각지의 문화가 공존한다. 이탈리아 음식점인 ‘이태리 총각’, 프랑스 수제 디저트 전문점인 ‘프앙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름을 딴 향기 전문점 ‘프루스트’와 태국 음식점 ‘동남아’ 등은 모두 익선동의 한옥과 다른 나라의 문화가 섞여 묘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좁은 익선동 골목이 다양한 색깔을 내는 이유다.

익선동도 연남동, 경리단길, 망원동 등 뜨는 동네들이 지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한 구도심이 번성해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주민들과 상인들에게는 많은 사람이 익선동을 찾아 활기를 찾길 바라는 마음과,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영세 상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월세가 오르는 걸 우려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최근 찾은 익선동에선 이곳저곳 공사 중인 한옥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이곳도 여느 골목 상권처럼 본래의 색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지만 익선동을 벗어나면서 우려의 마음은 가셨다. 익선동을 벗어나니 비로소 거대한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익선동의 시간은 도심의 그것과는 달리 천천히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앨리스가 토끼굴에서 나와서야 그곳이 이상한 나라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익선동의 새 주민들

엉클비디오타운

엉클비디오타운

엉클비디오타운

시미시미 익선동

시미시미 익선동

시미시미 

  • 엉클비디오타운

    익동다방에서 일하던 김진희 씨의 가족이 함께 모여 익선동에 새로운 문화 공간을 열었다. 커피와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무비 카페 ‘엉클비디오타운’이 그곳. ‘바빠서 놓쳤거나, 두고두고 또 보고 싶은, 그리고 꼭 봐야 할 감동적인 영화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곳은 시즌별로 30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손님들은 그중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독립된 공간에서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를 보지 않는 손님은 카페 공간만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 시미시미 

    익선동 초입에 문을 연 와인바 ‘시미시미’는 안주가 술을 부르는 곳이다. 넓지 않은 내부에는 4개의 테이블만 있다. 와인바이긴 하지만 안주만 주문하면 원하는 술을 외부에서 사 가도 된다. 그러나 베이컨 크림 감바스나 올리브 바지락 술찜 등 시미시미만의 안주를 먹게되면 언제나 준비해 간 술이 부족하다. 그러나 시미시미는 괜찮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안젤라 객원기자
사진
윤종섭
2017년 03월호

2017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안젤라 객원기자
사진
윤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