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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가 귀족 스포츠라고?

승마는 한국 문화에서 여전히 생소한 스포츠이며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파리에서 승마는 대중적인 스포츠다.

On January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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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프랑스에서 승마를 배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취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지인들에게 “저 취미로 승마해요”라는 말을 꺼냈다가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 귀족 스포츠?” “최순실 일가가 대학 가려고 했던 그 승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프랑스 땅을 밟았을 때, 필자는 리옹의 교환학생 신분이었다. 당시 다니던 학교에서는 스포츠 과목도 이수할 수 있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과목이 바로 ‘승마’였다. 대학 일반 스포츠 과목 중에 승마가 있다니, 깜짝 놀랐다. 프랑스 3대 스포츠가 축구, 테니스 그리고 승마 순일 정도로 승마는 보편적인 스포츠다. 주변에서 승마 클럽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프랑스 전역에 승마 관련 협회나 사설 기관이 9천 개가 넘는다.

수업료는 3개월 동안 1주일에 1회씩 총 10회 수업을 듣는 데 15만원 정도다. 모든 예체능 활동이 저렴한 편인 프랑스에서는 이것도 비싼 편이지만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유학생들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비용이다.

승마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다양한 말을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매번 수업 시작 전에 그날 배정된 말을 찾아간다. 어떤 날은 성격 좋고 잘 뛰는 말이 걸리고 어떤 날은 툴툴거리고 게으른 말이 걸리기도 한다. 유난히 빗질을 싫어하는 말이 있고 먹성이 좋아 마사를 떠나지 않으려는 말, 다리가 약해 밴드를 감아줘야 하는 말도 있다. 그런 다양한 말을 다 다룰 줄 알아야 좋은 기수가 된다.

프랑스의 승마 문화에 대해 궁금하다면 매년 이맘때 열리는 말 박람회를 찾아봐도 좋다. 파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빌팡트(Villepinte) 박람회장에 말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사업가들과 어린 소녀부터 노신사까지 승마 애호가들이 몰려든다. 2016년에는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총 9일 동안 다양한 경기와 공연이 펼쳐졌다.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다가 프랑스 영화배우 기욤 카네(Guillaume Canet)나 스타 요리사 필립 에체베스트(Philippe Etchebest), 프랑스 최고의 성대모사 전문가 니콜라 컹틀루(Nicolas Canteloup) 같은 스타들이 말을 타거나, 경기를 관람하거나, 안장을 구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말 전용 간식 바구니를 안고 총총거리며 지나다닌다.

애초에 프랑스에서도 승마는 엘리트 혹은 남자들의 스포츠였다. 역사적으로 말은 군인들의 이동 수단이었고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승마 교육의 분위기는 엄격한 군대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바뀌었다. 특히 조랑말이 보편화되고 여가용 승마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승마를 배우는 10대의 어린 소녀 수가 부쩍 늘었다. 스포츠용품점에 가면, 승마 코너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단지 취미로 승마를 배우고 싶다면 바지, 헬멧, 채찍, 부츠, 빗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필자의 경우 7만원 정도(바지, 부츠는 중고)로 장비를 다 마련했다.

하지만 어린 소녀들도 배우는 스포츠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자신보다 몇 배나 더 크고 무겁고 힘 센 말이라는 동물을 다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프랑스 최대 말 전문 잡지인 <슈발매그(ChevalMag)>의 기자이자 10세 때부터 승마를 배워온 세실 플레(Ccile Plet)는 “승마는 존중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좋은 기수라면 꼭 자신이 탈 말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대개 수업 시작 30분 전에 도착해 빗질을 해주고 말굽에 묻은 흙도 털어내줘야 한다. 혹시나 수업에 들어갔는데 말이 더럽거나 꼬리에 지푸라기가 엉켜 있거나 하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엄격한 클럽도 있다. 승마를 배울 때는 항상 지저분해질 각오를 해야 한다.

경기가 아니라면 고급스러운 옷을 입을 필요도 없다. 말이 더러우면 핀잔을 듣지만, 기수는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박람회 마지막 날, 북아프리카 모로코 출신 맹인 기수인 살림 에즈나이니가 완벽한 장애물 경기를 펼치는 걸 보면서, 승마란 결국 말과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스포츠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박람회에서 어린아이들이 조랑말을 빗질하며 말과 교감한다.

박람회에서 어린아이들이 조랑말을 빗질하며 말과 교감한다.

박람회에서 어린아이들이 조랑말을 빗질하며 말과 교감한다.

박람회의 쇼핑 코너.

박람회의 쇼핑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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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송민주 씨는…

글쓴이 송민주 씨는…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2년 전부터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 <Portraits de Seoul>의 저자이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서로 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사랑한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사진
송민주
2017년 01월호

2017년 0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사진
송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