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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 아빠 송일국

이런 남자였나요?

어느새 ‘주몽’이라는 수식어보다 ‘삼둥이 아빠’가 익숙하다. 수많은 부하를 호령하던 카리스마도 좌충우돌 세 쌍둥이 앞에서는 온데간데없다. 그래도 행복하단다.

On December 05, 2014


송일국이 변했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사소한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느낀다. 어느덧 배우로서 존재감은 옅어졌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다. “너무 행복해서 두려울 만큼” 지금 이 시간이 만족스럽다. 바로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송일국은 ‘장군의 후손’이란 커다란 짐을 짊어졌다. 50%의 시청률을 기록한 MBC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 역을 맡으며 엄숙한 이미지가 더해졌다. 정치인이자 연예계 선배 그리고 엄마인 김을동의 존재까지. 철인3종경기 완주 소식도 틈틈이 들렸다. 그렇게 송일국은 강하고 영웅적인 이미지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과거 송일국은 매사에 너무 신중했다. 웃음 띤 얼굴도 보기 어려웠다. 굳게 다문 입술과 또렷한 눈빛이 송일국을 대변했다. 때론 그런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주눅 든 것처럼 보였고 답답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송일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먼저 농담을 건네며 웃을 줄도 알고 “그땐 겉멋이 들었었다” “연기를 못해서” 등 자신에 대해 거침없는 ‘돌직구’도 연발한다. 또 육아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 어떤 이야기보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이제 대중은 송일국을 ‘삼둥이’ 아빠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이름 ‘슈퍼맨’으로도 불리지만, 과거 강렬했던 그 느낌과는 전혀 다른 슈퍼맨이다. 그만큼 대중과 가까워졌다. 7월부터 출연한 KBS2 주말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사실 제 이미지가 그렇게 안 좋은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굉장히 놀랐죠. 물론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면서 오해가 풀려 다행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몰랐는데 주위에서 많이 바뀌었다고들 해요. 오랜만에 방송 인터뷰하는데, 예전에 작품을 같이 했던 분이 나온 거예요. 그분 말이 ‘농담도 하고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하고 한 번 바뀌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또 한 번 바뀌었죠. 아이가 저한테 준 선물인 거 같아요.”

하지만 걱정도 많았다. 누구보다 송일국 자신이 오랜 시간 미디어에 노출돼온 사람으로서,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그는 “만약 아이들이 방송 출연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미디어에 노출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왜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직 그걸 인지하지 못하더라고요.”

다행인 건 아이들도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인다 하더라도 삼둥이가 힘들어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 때문이다. 간혹 삼둥이가 텐트 안에 숨어 있는 스태프를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넬 때도 있다. 방송인 줄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정말 불쌍할 정도로 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해요. 조그만 방에서 7~8분이 쭈그리고 앉아 모니터를 보고, 텐트 안에 숨어 있죠. 덕분에 아이들이 힘든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과적으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선택한 것은 모두에게 기쁨이다. 반대를 많이 했던 아내에게도,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은 송일국에게도, 유년 시절의 한 페이지를 전 국민과 함께하고 있는 삼둥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집 앞에 있는 식당조차 가기 힘들었던 송일국과 삼둥이는 방송 덕분에 많은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힘들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매주 앨범에 사진 한 장씩을 끼워 넣는 느낌이에요. 3주에 한 번, 주말에 촬영하는데 아내한테 3주에 한 번 휴가를 주는 셈이죠. 촬영 중 영상통화를 하면 정말 좋은데 티를 내지 않는 게 보여요. 처음엔 반대했지만 지금은 제일 좋아해요.”
 


한 가지 궁금한 점. 송일국은 진짜 ‘육아 달인’일까? 혹여 촬영 중에만 삼둥이를 보는 건 아닐까?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통 아빠들은 아이 한 명 보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송일국은 대한, 민국, 만세, 이렇게 세 아이의 육아를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송일국이 말한다.

“세 아이의 똥오줌을 닦으면서 무엇인들 경험해보지 않았겠습니까. 보모가 있어도 아이 셋이면 할 일이 많아요. 돌이 될 때까지는 세탁기 두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고 보면 되요.”

또 그는 돌이 될 때까지는 아내가 인정할 정도로 많이 봤다며 한 가지 일화를 공개했다.
“날짜도 안 잊어버려요. 12월 24일, 아내가 집 앞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됐어요. 그리고 31일에 아내가 넘어진 그곳에서 장모님이 똑같이 넘어지셨어요. 아내와 장모님, 육아의 양대 축이 그렇게 쓰러진 거죠. 그래서 3개월은 거의 죽다 살아났어요.” 마치 무용담(?)처럼 들렸다. 그러면서 ‘달인’이 됐단다.

육아의 달인이 됐다손 치더라도 본업인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었을까? 연기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당연히 있었다. 송일국은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이 돌 될 때까지 작품이 안 들어왔고, 역시 거짓말처럼 돌잔치 끝나고 나니 일이 들어왔다고. 처음 들어온 게 최근 개봉한 <현기증>이고, 이어 꼬리를 물고 <타투이스트> <플라이 하이>까지 이어졌다.

송일국은 다시 배우로서 시동을 걸었고, 연기 인생 ‘제2막’이 시작됐다.
<현기증> 때문에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 카펫도 밟았고, 연쇄살인범으로 출연한 <타투이스트>와 삼류 건달을 연기한 웹툰 원작의 <플라이 하이>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전혀 다른 송일국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송일국 자신도 내년을 기대하고 있었다.

“똥오줌” 가릴 때가 아니다. 삼둥이를 먹여 살리려면 들어오는 대로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웃으면서도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나이 들면서 연기에 원숙미는 생기지만, 기회는 줄어들게 돼 있다. 다만 뭐가 됐든 잘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대한, 민국, 만세는 그의 연기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현기증>은 출연 분량을 떠나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그 역시 “찍고 나서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마다 아직도 겁나서 눈을 떼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영화 속 송일국의 모습이 이전과 달리 힘을 쫙 뺀 자연스러운 일상의 연기라는 것이다. 그는 “몸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없었고, 영화라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할 수 있었다”며 “비중은 작았지만 새로운 시도였고, 선택하길 잘했다”고 만족했다. <플라이 하이>에서는 샛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삼류 건달로 등장한다. 송일국은 “<플라이 하이>를 하면서 나 자신도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이 풀어졌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올 연말 안중근 의사를 다룬 연극 <나는 너다>의 재공연 무대에 올라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다. ‘장군의 후손’다운 선택인 것처럼 여겨진다. 이 때문에 단순히 안중근 의사만 연기하는 거였다면 하지 않았을 거란 그의 말이 의외였다.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에요. 안준생의 시선으로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품이죠. 독립운동을 하는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주는 연극입니다. 친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를 지켜주지 못한 것도 우리 책임이 아닐까요?”

당초 송일국은 뮤지컬 <톱 햇(Top Hat)>을 하기 위해 일 년 동안 준비했다. 그러나 제작사의 사정으로 뮤지컬이 무산되면서 다시 <나는 너다>를 선택했다. 하지만 단순히 뮤지컬 제작이 무산돼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선택의 이면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었다. 2010년 한창 슬럼프를 겪던 시기, 배우로 거듭나게 해준 작품이 바로 <나는 너다>였기 때문이다.

송일국은 “드라마만 오래 하고, 주인공만 맡다 보니 겉멋이 들었던 것 같다”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할 때 정점을 찍었다. 8개월 동안 ‘몸짱’ 만드는 것에만 신경 썼고, 작품은 산으로 갔다”고 되돌아봤다. 마음고생도 심했고 몸도 힘들었다. 그때 만난 작품이 <나는 너다>였다. 그는 “제대로 된 연극은 이게 처음”이라며 “거의 두 달 가까이 대사 한마디 한마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연기에 눈을 뜨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더 큰 의미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삼둥이의 탄생이다. 연극 무대와 삼둥이의 탄생, 도무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들이 모여 ‘실수 없이 공연 잘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많이 하잖아요. 2011년 초연 당시 했던 기도 중 하나가 바로 ‘안 장군, 아이 좀 갖게 해주세요’였어요. 그랬는데 정말 마지막 지방 공연 끝난 직후 아이가 생겼어요. 기도가 얼마나 셌으면 그것도 셋이나.(웃음) 미신을 믿지 않는데도 그렇게 생각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죠. 저에겐 그런 의미가 있는 공연이에요.”

제작사의 사정으로 잠시 미뤄둔 뮤지컬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뮤지컬 <탑 햇>을 보기 위해 영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는 의외의 말이 이어졌다. 춤, 노래, 연기의 삼박자를 갖추기가 쉽지 않은데 뮤지컬 배우는 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일국은 스스로 춤과 노래는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봤더니 노래가 높이 안 올라가더라. 물론 쉽진 않지만, 노력하면 되겠더라”며 “춤도 애크러배틱하지 않다. 탭댄스만 잘하면 되는데 이것도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며 웃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둥이 아빠지만 여전히 욕심이 생긴다. 딸 쌍둥이아빠가 되고 싶다는 큰 욕심이다. 이름도 ‘우리’ ‘나라’란다.

“사실 저 같은 아들 낳을까 봐 정말 싫었어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죠.”
<나는 너다> 공연 당시 삼둥이를 얻었던 일화를 회상하며 앞으로 있을 재공연엔 딸 쌍둥이 얻기를 열심히 기도하겠단다.
“지금은 아이들하고 있으면 두려워요. 너무 행복한데 이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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