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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만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 이후 3년 만에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들고 나타났다. 친구들로부터 버림받은 한 남자가 화해를 위해 16년 만에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On October 14, 2013

상처 입은 36세 남성의 힐링 여정

지난 2009년과 2010년 <1Q84>라는 3권의 장편소설로 한국과 일본에서 ‘1Q84 돌풍’을 일으켰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4월 12일,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출간했다. 이번에는 3, 4년 전보다 반응이 더 뜨겁다. 사전 예약 주문이 폭주해 발매 당일 무려 50만 권이 발행됐다. 발매 전날 밤, 심야 영업을 하는 서점 앞에 수많은 일본인들이 줄 지어 서 있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도쿄 시부야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 앞에는 1백40여 명의 일본인이 단 몇 시간이라도 먼저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위해 11일 밤부터 줄을 섰다. 그렇게 긴 기다림 끝에 책을 구입한 열성 팬들은 피곤한 표정 하나 없이, 그의 책을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으로 환하게 웃으며 서점을 빠져나갔다. 인기 작가의 작품을 사기 위해 밤새워 줄을 서는 풍경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 그만큼 하루키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는 작가다. 특히 휴대폰이 등장하고 난 뒤 출판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요즘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열풍은 일본 출판계에 내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일본의 서점들도 ‘무라카미 효과’를 최대한 누리고자, 그의 소설로 서점 앞에 진열 탑을 쌓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방송에서도 그의 신작 이야기가 단연 화제다. 한국의 싸이 열풍 못지않게 일본에서는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 열풍이 불고 있다. 그의 이번 신작은, 발매 당일까지 제목과 발매 날짜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 같은 비밀 마케팅 때문이었을까? 이번 작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번 작품은 하루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 한 남자의 ‘상실감’을 다루고 있다. 상실감으로 죽음까지도 생각했던 남성이 여자친구의 권유로 뒤늦게 자신의 과거와 마주 보며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내용이다.
나고야 출신의 만 36세 독신 남성 다자키 쓰쿠루는 어릴 적부터 기차역을 좋아해 지금은 철도 회사의 설계관리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절친했던 4명의 고등학교 친구들로부터 절교를 당한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는 남자다. 그는 나고야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4명의 친구를 사귀었다. 여자 둘, 남자 셋으로 구성된 이 다섯 명은 항상 함께 다녔다. 일종의 절친이었다. 다자키를 제외한 친구들은 본인들의 성의 첫 글자를 딴 ‘아카(赤, 빨강)’ ‘아오(靑, 파랑)’ ‘시로(白, 하얀)’ ‘구로(黑, 검정)’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자키는 그대로 다자키로 불렸다.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색채’가 없는 그는 자신의 성격이 무난하지만 한편으론 개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이 색채(개성)가 없다는 사실에 소외감도 느꼈다. 더구나 다자키는 졸업 후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고, 나머지 친구 4명은 나고야에 남았다. 그런데 다자키는 대학 재학 중 아무런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다른 4명으로부터 절교 선언을 들었다. 충격이었다. 친구들로부터의 소외…. 이 때문에 그는 한동안 죽음까지 생각하는 지독한 아픔을 겪었다. 결국엔 정상 생활로 돌아왔지만, 그 아픔은 다자키의 인생을 크게 바꿔놓는다. 그는 그렇게 친했던 친구들과 왕래 없이 16년이란 세월을 보내게 되고, 일 관계로 2세 연상의 매력적인 여성 기모토 사라를 알게 된다. 그는 기모토 사라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낀다. 어느 날 그는 그동안 마음속에 꼭꼭 숨겨놨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그녀에게 털어놓는다. 사라는 아픈 과거의 상처를 어렵게 고백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숨길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 없다”며 직접 친구들을 만나 진실을 확인하도록 권한다. 이에 다자키는 그녀의 말대로 절교를 선언한 친구들을 찾아 마침내 ‘순례’ 여행을 떠난다. 다자키는 16년간, 친구들에게 절연당한 이유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과거를 외면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사라의 권유로 마음을 바꿔 친구들을 직접 만나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고 오해가 다소 풀리면서 다자키의 상처는 조금씩 치유돼간다. ‘색채(개성)가 없는’ 다자키는 평범한 일본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가 느낀 ‘상실감’ 또한 그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이다. 그의 치유는 바로 우리의 치유다. 주인공의 이름 ‘쓰쿠루(つくる)’ 는 일본어로 ‘만들다’란 뜻이며 건설적인 의미를 지닌다.

두 번의 큰 자연재해로 인한 일본인들의 상실감 표현

2만 명에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인들은 크나큰 상실감을 겪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하루키의 이번 신작은, 작가가 상실감에 젖은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결국 아무리 힘겨운 과거라도 맞부딪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해간다. 일본의 문예평론가 시미즈 요시나리는 “이 작품은 친구로부터 추방당한 다자키가 16년 뒤 친구들을 찾아 순례하는 여행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16년이라는 간격은 1995년과 2011년의 간격과 겹친다. 한신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자체를 직접 적지는 않았으나, 큰 상실과 상처를 가슴에 안은 자에 대한 메시지가 여기에 잠재되어 있다. 다자키는 철도역 설계자다. 더이상 ‘낙원’이 아닌 일본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출발하기 위해, 만나기 위해 ‘역’이 제시되는 소설이다”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루키의 신작이 전작에 비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각 언론에 서평을 기고하는 작가 미우라 아사코는, 일본 여성주간지 <여성자신>의 취재에 “이전의 무라카미 작품에서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남성들은 어딘가 벽이 있는 인상이었지만, 이번 소설의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사라를 진정으로, 그리고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며, “그런 사랑을 받아 보고 싶은 여성들이 ‘사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쉬울 것이다”라고 평했다.

도쿄 시부야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 앞에는 1백40여 명의 일본인이 단 몇 시간이라도 먼저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위해 11일 밤부터 줄을 섰다. 그렇게 긴 기다림 끝에 책을 구입한 열성 팬들은 피곤함도 잊은 채 그의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 작품은 하루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 한 남자의 ‘상실감’을 다루고 있다. 상실감으로 죽음까지도 생각했던 남성이 여자친구의 권유로 뒤늦게 자신의 과거와 마주 보며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내용이다

“하루키 작품 중 최고” VS “지루하고 뻔한 스토리”

대체적으로 일본 문단의 평가는 호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평론가 우노 쓰네히로는 “크게 화제가 된 것에 비해 ‘작은 작품’이다. 결론이 뻔한데 이야기는 장황하고 쓸데없이 긴 듯하다”고 혹평했다. 한편 온라인상에는 무라카미 신작을 읽은 독자들의 소감과 서평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독서미터’라는 사이트의 감상평에는 무라카미 신작에 대한 5백여 개의 독자 감상평이 올라왔다. 대체로 호평이 많았다.

“심플한 소설이다. 분위기는 바뀌어도 무라카미 하루키다운 면이 있었다.”(ID: 웃짱)
“산뜻했다. 스케일이 큰 이야기는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이 모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세상의 부조리함, 불온함 등이 그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나타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3·11 대지진 이후의 시점에 서 있는 듯했다.”(ID:onnonm)
“오랜만에 콧바람 내가며 열심히 읽었다. 하루키의 최근 작품 중 가장 좋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이 매우 충실히 묘사돼 있고, 점점 과거가 밝혀진다. 담배 피우지 않고,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주인공도 의외고 구글, 스마트폰 등 생각지 못한 단어들이 나온 것도 신선했다. 추천하고 싶다.”(ID: pepe2199b)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소설이었다.”(ID: 150Betty)
소수 의견이었지만 기대 이하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재미있다. 다만 이야기의 기복이 적어 읽기 지루했다.”(ID: 니코), “재밌었지만, 노벨상급의 작가가 쓴 글이라 보기는 어렵다.”(ID:몽선인)
하지만 이 같은 비판적 의견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품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판매 부수 또한 이미 1백만 부를 넘어섰다.
하루키의 소설을 출판한 문예춘추사는 발매 7일째 되는 18일, 발행 부수가 드디어 1백만 부를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7일 발표된 오리콘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3년 만에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종합 부문에서의 주간 판매량 30만 부 이상 돌파는 배우 미즈시마 히로가 쓴 소설<카게로(KAGEROU)> 이래 2년 4개월 만이다. 이 책은 분명 매력적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이 있다. 우선 문장 자체가 읽기 쉽다. 문체에 무라카미 특유의 보편성이 있다. 또한 그의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미스터리적 구성 또한 재미를 더한다. 문장 곳곳에 나오는 음악을 머릿속에 떠올리거나 찾아 들으며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키만(?)의 성적 묘사 또한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만, 전작에 비해 성에 대한 묘사가 담백한 편이다. 한국 독자들은 언제쯤 그의 신작을 볼 수 있을까? 아직 출판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는 7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여름, 무라카미의 신작을 읽으며 다자키와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순례의 길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취재
이지호
사진
연합뉴스
2013년 05월호

2013년 05월호

기획
장은성
취재
이지호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