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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강민경처럼

여자의 성장은 흥미롭다. 소녀가 관능미를 갖춰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강민경은 스물셋이다. 청순한 여고생 가수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강민경을 섹시하다고 한다. 하얀 피부, 작지만 깊은 보조개, 꼿꼿한 등허리와 반듯한 목선, 잘게 부서지는 눈웃음 그리고 글래머러스한 몸을 근거로 말이다. 흥분될 법도 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그녀의 성장 순간을 관찰했다

UpdatedOn October 05, 2012





(왼쪽 페이지) 언밸런스한 검은색 니트는 요지 야마모토 제품.
(오른쪽 페이지) 짙은 회색 터틀넥 니트는 씨 바이 끌로에, 스웨이드 소재의 검은색 앵클 슈즈는 디올 제품.

검은색 터틀넥의 시폰 롱 드레스와 벨벳 오픈 토 슈즈 모두 구찌 제품.

아침이었다. 부산에서 막 올라온 그녀는 초췌해 보였다. 아니 차가워 보였다. 스튜디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모습이 그랬다. 고개를 반쯤 숙였고, 잠을 못 잔 사람 특유의 피곤함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두꺼운 흰색 카디건을 입었는데, 칙칙해 보였던 건 너무 하얀 피부 때문이었다. 얼굴은 더 차갑게 보였다. 표정까지 실종된 그녀의 모습을 백설공주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했다. 마녀에게 패배한 듯 그녀는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몸짓은 이상야릇했다. 선이 가는 얼굴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더 이상 공주는 모르겠고, 우와! 감탄이 이어졌다. 넋을 잃었다.

TV나 화보에서 당신 모습은 정말 섹시하다. 근데 화장 지운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어린애다. 여고생이라고 해도 믿겠다.
하하, 그렇지는 않고. 노안이라는 소리를 되게 많이 듣는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이지. TV나 잡지에 비친 모습은 더 그렇다. 성숙하다는 얘기는 거의 매일 듣지만, 실물을 가까이서 보거나 화장 지운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삭은 얼굴은 아니구나 그런다. 두 가지 면이 있는 것 같다. 어쩔 때는 어려 보이기도 하고.
남자들은 강민경이 섹시해서 좋다고 한다. 남자들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가?
음, 책임감이 생긴다. 나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봐준다. 자꾸 그러니까 예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기분은 좋지만 내게 어울리는 말인가 고민도 한다. 사실 어색하다.


그런데 연예인은 관심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어떤 관심을 받고 싶나? 그러니까 어떻게 비치길 원하느냐는 거다.
굳이 관심을 받으려면 뭐든지 할 수 있겠지. 자극적인 것도 있고. 하지만 그런 이슈의 대상이 되는 것에는 별로 관심 없다. 사실 연예인이 관심을 받기 위한 직업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직업은 뭐 하나 잘하는 게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부분이 있어야 한다. 강민경이 좋은 노래를 부르고, 드라마에서 연기를 했는데 나쁘지는 않다는 둥 얘기가 오갈 수 있는 그런 대상이 되길 바란다. 특정 분야에서 잘했고, 못했고 평가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 일에 대해서도 진지해질 것 같고,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왜냐면 롱런하고 싶으니까.
<불후의 명곡>을 봤다. 사실 그렇게 노래 잘하는 줄 몰랐다.
정말 출연하기 싫었다.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간 거다. 가수니까 무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다비치는 가창력 그룹, 노래 잘하는 애들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팬들에게 실망을 줄 수는 없었다. 정말 하기 싫었다.
다비치 노래하는 모습 보면, 이해리만 부르는 것 같았다. 고음은 그녀가 다 부르니까.
노래하다 보면, 언니가 불러주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 내 음색보다는 언니 음색으로 불러야 시원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언니한테 많이 의존했다. 데뷔 때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2~3년 지나서 자리 잡고 나니까 매너리즘에 빠진 거지. 조금만 하면 언니가 열심히 불러서 히트치고. 그러니까 어느 순간 내 역할은 줄어들었다.
쉽게 가려고 했구나. 그래서 계속 기대려고만 했던 건가?
그렇지. 근데 <불후의 명곡>은 편곡부터 시작해 무대의 콘셉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의존만 했으니까. 그래서 책임감으로 했다.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더라고. 노래 잘한다는 소리는 데뷔하고 오랜만에 들었다. 다비치 노래 잘한다는 말만 들었지, 민경 씨 노래 진짜 잘하네요 하고 들어본 적은 없었다. 데뷔 후 줄곧.
외모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


가수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칭찬에 대한 욕심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노래 잘한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불후의 명곡>에서 칭찬을 들으니까 욕심이 생겼다. 책임감도 강해지더라고. 그래서 실력이 늘었다.
연기도 하고, 모델 활동도 하니까 그저 예쁜 연예인이라고만 생각했다. 당신이 겉돈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음, 정체성이 흐릿하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돌아보면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자리 잡지 못하고, 보여주기식의 홍보 활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강민경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 광고나 화보에서 또 다른 매력을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자리 잡아가면, 겉돈다는 느낌보다 이것저것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커리어를 쌓는 거지.
그래서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건가?
글쎄다. 구체적으로 어떤 매력을 보여주기보다, 그냥 노래를 잘하면 사람들이 매력을 찾아주겠지. 굳이 나는 이런 걸 잘하니까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노래나 연기 모두 잘하고 싶다. 또 화보를 찍을 때면 포토그래퍼나 기자가 원하는 대로 맞춰줄 수 있는 좋은 모델도 되고 싶다.
꽤 훌륭한 모델이긴 하다.
하하하.


데뷔 때 강민경은 정말 청순했다. 그런데 TV나 잡지 속 강민경은 성숙해 보인다. 불과 1, 2년 사이에 관능미가 생긴 것처럼.
무대에서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노래에 묻히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깊고 진한 사랑 노래다. 그래서 사랑을 많이 해본 애 같다고 한다. 그런 노래를 하니까 사랑에 대해서는 성숙하게 변하는 것도 같다. 영화도 가벼운 것보다는 진지한 것을 보게 되고.


사람은 쉽게 자라는 것 같진 않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조숙했다. 차분하고, 생각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애늙은이였지. 신중한 편이다. 성숙한 것도 좋지만, 사실 소녀들이 더 예쁘다. 청순하니까. 그런데도 왜 여자들은 성숙해지려 하고, 관능미를 드러내려 하는 걸까?


나도 소녀가 더 좋다. 그런 이미지를 원하는데, 남들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는 것 같다. 화보 콘셉트도 섹시한 것만 들어온다.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이미지가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평소에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 입는다. 계속 어린애 같은 게 좋다. 왜냐면 그런 게 더 예쁜 것 같으니까.
맨 얼굴은 정말 청순하네.
고맙다. 하하하.


그런데 왜 갑자기 연기를 하는 건가?
연기가 재미있다.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많은 것들에 도전하더라.
오직 연기다. 가수는 무대에서 3분짜리 극을 한다.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겨우 스물세 살인데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해봤겠나? 데뷔곡 ‘미워도 사랑하니까’를 고3 때 불렀다. ‘너는 내 남자니까, 담배 피지 마, 전화 왜 안 받아, 술 먹지 마.’ 19세가 그런 얘기할 남자친구가 어디 있겠나. 하하. 어떻게 부를지 고민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 노래 부르며 연기를 해야 하니 연습을 하게 되고. 집에서 영화 대사 같은 걸 중얼거리다 보니까 관심이 가더라고. 노래든 연기든 어쨌든 예술이니까.


노래를 하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싱어송라이터처럼.
어디 가서 싱어송라이터라고 말은 못하지만, 곡도 꽤 쓰고 있다. 앨범에 실린 것도 있다. 물론 내 곡이니까 내 이야기도 있지.  
가수들은 보컬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직접 작사, 작곡한 앨범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뮤지션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 같기도 하고. 남이 써준 가사를 부를 때는 결국 연기를, 남의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정말 그 역할에 몰입해 노래하면 진정성이 묻어난다. 하지만 얼마나 진심을 다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진심으로 연기를 하면 진정성이 묻어난다. 껍데기인 채로 노래를 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진정성이 없는 거다.
근데 가수는 어쩌다 하게 된 건가?
어려서는 마냥 TV에 나오고 싶었다.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고. 그러다 신승훈 선배님 공연을 우연찮게 간 적이 있다. 중2 때였다. 그때 너무 감명 깊게 본 거지. 마치 이순신 전기를 보고 감명 깊었던 것처럼. 하하.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저걸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그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지금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겠지만, 얼짱으로 주목받았다. 아직도 교복 입은 미소녀 사진이 ‘남초’ 사이트에 올라온다.
하하. 얼짱이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얼짱이라니 예쁜가? 이러면서 한 번 더 봐주니까. 다비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됐지 안 좋을 건 없다.
얼짱 출신이라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당신 외모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속상했던 건 성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연습해도, 돌아오는 건 강민경이 살쪘다는 얘기뿐이었다. 얼굴이 부었네, 앞머리가 안 어울리네 그런 소리다. 강민경이 발라드보다는 미디엄 템포 곡을 잘하는구나. 이런 평가가 하나도 없는 거다. 노래에 대한 평가. 비난이든 칭찬이든 간에 노래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었다. 가수가 예쁘기만 하면 뭐하겠어 노래를 잘해야 가수지.
자기 기사의 댓글 보나?
한 번 봤는데.
못 보겠지?
정말 못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믿지도 않고. 가볍게 보고 넘기는데, 간혹 웃긴 것도 있다. 웃겨서 주위 사람들한테 보여주기도 한다.
근데 다른 연예인들도 자기 기사의 댓글은 안 본다.
남의 기사 댓글은 보겠지?
스포츠 스타들 기사는 본다. 별로 욕이 없으니까.
아니다. 오히려 엄청 많지. 박지성도 댓글로는 욕먹는다.
이슈가 된 사람들의 댓글은 잘 안 본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속상한 것들이 많더라고.
그럼 요즘 화두는 뭔가?
아, 요즘에는 요리에 꽂혔다. 요리, 디자인, 인테리어 그런 것들.
요리 잘하는 여자는 매력 있지. 요리 잘하나?
일단 요리책을 산다. 이건 꼭 해봐야지 하고 레시피를 다 외운다.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요리만 본다. 가끔 재료 왕창 사다가 집에서 만들기도 하고.
집에서 요리하면 설거지해야 하잖아?
설거지는 엄마가 해주니까. 하하하. 웬만한 건 치우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엄마가 해주신다.
어떤 여자가 되고 싶나?
인생의 모토는 잘 먹고 잘살자다. 미래를 계획하진 않는다. 그날그날을 산다. 오늘 내일 관심 가는 게 다르다. 근데 한 번 꽂히면 물불 안 가리거든. 나이 먹으면 조금 계획성도 생기겠지만 아직까지는 오늘 하루 잘 먹고 잘살자다.
궁금한 건 여자 강민경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말해줄 수 있나?
남자친구에게 그 사람의 것이 되어줄 수 있다. 흔히 하는 장난 중에 “너 누구 거야?” 이런 오그라드는 말이 있는데, 연애는 너는 내 것, 나는 네 것이라는 ‘맛’이 있는 것 같다.
맛있는 걸 엄청 좋아하나 보다. 그럼 연인이란 종속 관계라는 건가?
구속이 아니라 너는 내 것이니까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나는 네 것이니까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서로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게 있다면 해주고, 많이 배려해주는 편이다. 기대기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좀 읽나?
사실 책은 많이 못 읽는다. 바쁘니까.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대기 시간이 진짜 기니깐 그때 좀 본다. 해리 언니도 없고 혼자 있어야 해서. 영화는 되게 자주 본다. 집에 있을 때는 항상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하루 종일 봐서 뭘 봤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진지한 영화는 어떤 걸 봤나?
조금 기억에 남는 건, 아 조금은 아니다. 하하. 색채와 영상미가 예쁘다고 느꼈던 영화는 <나인 하프 위크>다. 미키 루크가 그렇게 생겼는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 특히 눈 가린 냉장고 신은 정말….
완전 야한 영화잖아?
그게 야했나? 남자 시각으로 보면 뭐든 야한 것 같다. 여자들이 봤을 때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인데. 그냥 둘이 장난치는 거잖아. 순수하고 너무 예뻐서 나중에 해봐야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야하고, 당신만 순수하다는 건가?
아니, 남녀 시각이 너무 다르니까. <나인 하프 위크>에서 비 맞는 키스신을 여자들은 로맨틱 하다고 하지만 남자들은 섹시하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1980년대 지구상에 미키 루크보다 섹시한 남자는 없었다. 그런 남자 괜찮나?
이상형이 있다. 자기 일에 열정적인 남자인데, 나한테 드러내지 않았으면 한다. 함께 있을 때는 모르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그 사람이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멋있다.
나처럼?
하하. 뭐 어쨌든. 일을 안 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멀리서 그 사람을 바라봤을 때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있으면 정말 멋있지 않나. 연인 사이가 굳이 ‘나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렇게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만날 나랑 붙어 있는데 어떻게 일을 다 했지?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러게 그 사람은 내 것인데, 기특하다 그건가?
하하. 맞다. ‘어? 내 것이 이렇게 잘하네?’ 하고 자랑스러운 거지.
그럼 어떤 남자들이 별로인가?
예전에는 욕하는 남자가 싫었다.
강해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다.
그런 게 싫었다. 원래 강한 사람들은 안 그래도 세 보인다. 근데 지금은 그런 것도 귀엽다. 그냥 남자들은 저렇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연약해 보이려고 하니까.
하지만 다정하고, 남몰래 열심히 일하는 남자들이 더 많다.
그래?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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