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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어떻게 하셨어요?

비대면과 거리두기의 코로나 시대가 불과 몇 년 전이다. 많은 이별과 폐업과 변화를 만들어낸 이 병의 특징 중 하나는 극단적으로 낮은 20대 발병률과 사망률이었다. 즉 20대는 한창 나이에 마스크를 끼고 시작도 하지 않은 밤의 술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섹스는 어땠을까? 더했을까 덜했을까?

UpdatedOn April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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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으로 북적이던 포차들은 영업제한에 잠시 문을 닫거나 아예 사업을 접었다. 프랜차이즈 갈빗집은 눈물을 머금고 가맹점을 줄였다. 그에 반해 마스크 사업은 역사적인 호황을 이뤘고, 배달 음식 라이더들의 수입은 사상 최고를 찍었다. 모두 마스크를 써야 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배달 기사보다 배달 앱으로 온갖 걸 시키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니까. 2020년 초부터 한국에 영향을 미친 코비드-19는 2022년 중반이 되어서야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이 전염병의 흔적은 다시 봐도 기이했다.

섹스도 그랬을까? 대면 섹스를 하려면 우선 만나야 하는데 만남 자체가 어려웠던 시대. 그 팬데믹이 어떤 이에게는 더 많은 섹스 기회가 되기도 했을까? 이제 우리 몸 안에 스며든 코로나 시대를 떠올려보았다. 회상하고 싶진 않지만 잊어도 안 될 것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길거리에서 키스는 못 했지만 섹스는 얘기가 다르지”라며 호기롭게 말하는 박희연은 프리랜스 디자이너다. 프리랜서답게 직장인보다 바빠서 가끔 전화만 한다. 미리 말도 없이 전화를 걸어 다채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와 코로나 시대의 섹스를 이야기한 때는 밤 11시 반, 그녀는 지하철 안에 있었다. 밤 11시 반에 지하철에 탄 사람은 크게 두 부류다. 취한 사람, 취하러 가는 사람. 그 사이에서 박희연은 주저 없이 섹스라는 단어를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마스크도 안 썼을 텐데.

박희연은 성인이 되자마자 코로나를 겪었고 그때 그는 술을 먹어야 섹스를 할 수 있었다. 섹스라는 종목은 궁금하지만 두려웠고, 약간 이성을 놓아야 더 능숙하게 도달할 것 같아서였다. 취한 후 섹스를 해야 하는데 술집이 영업제한이 있어서 박희연은 점심부터 술을 먹었다. 그게 섹스 때문은 아니지만, 언제 있을지 모를 섹스에 대한 준비였다고 박희연은 말했다.

“얼떨결에 사귄 한 남자의 잦은 키스 시도를 마스크가 많이 막아줬거든.” 코로나와 박희연과 섹스의 관계는 미묘했다. 100일 동안 사귄 남자와 섹스하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가 아니었다. 그냥 하기 싫었을 뿐이다. 박희연은 섹스가 더 쉬웠다고도 했다. “남자들이 영업정지 핑계로 다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거든. 나는 그중에 고르기만 하면 됐어.” 박희연이 대답을 할 때 남자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남자인 나는 아무래도 남자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박희연은 유혹에 능숙했다. 남자들이 자신을 유혹하도록 은근히 부추겼다. ‘빠르게 뛰는 자기 심장을 느껴보라’며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게 하거나 팔짱을 조금 더 격하게 껴서 남자의 팔에 자기 가슴이 닿게 했다. 남자들은 그걸 몰랐고 박희연은 그걸 즐겼다. 모든 의사결정은 정보전이고 정보를 많이 갖고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녀는 늘 선택의 폭이 넓었다. 박희연의 20대 초반 섹스 라이프에는 코로나가 개입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조금 더 면역력이 좋아 보이는 사람을 고를 뿐이었다.

“중3 때 좋아했던 성당 오빠와 스무 살에 만나 섹스할 수 있었던 것도 코로나 덕이었지.” 어렸을 때 알았던 이성을 다시 만나 섹스하는 사이가 되려면 아무래도 절차가 필요하다. 단둘이 술도 마시고, 허벅지에 손도 얹고,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에 가고, 거기서 콘돔을 꺼내 남자에게 끼고 넣을 때까지. 박희연은 그 자잘하지만 어려운 결심을 코로나가 해결해줬다고 했다. “술집이 금방 문 닫으니까 우리 집에서 마실래?”라고 하면 됐으니까. 그런 말을 너도나도 이해할 수 있고, 그 상황에 침묵할 수도 있고, 그 면에서 코로나는 적절한 핑계였다. 박희연은 다만 ‘스무 살 가로등 밑 키스’는 해보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박주용은 물부심이 있었다. 여자에게 애액이 많지 않아도 자신은 윤활유가 많아서 언제든 괜찮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박주용의 섹스를 위한 모든 준비는 집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섹스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도 “난 어차피 밖에서 아무것도 안 했어”라며 자신의 항상성을 강조했다. 그는 ‘섹스 부심’도 있었다. 늘 내게 다양한 섹스 에피소드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 때문인지 노력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지 몰라도 그의 이야기 속 여성은 늘 다채로웠다. ‘노스페이스 크롭트 패딩에 주황색 레깅스를 입었지만 켄달 제너 같지는 않았던 여자’를 만난 이야기, ‘손으로만 세 번을 보냈다’는 이야기 그런데 코로나 시대의 섹스라는 키워드에서 박주용은 조용해졌다. 그전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박주용은 자신의 언어가 매 순간 날카로워 만나는 여자들의 허점을 모두 공략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는 잘생겼다. 180cm에 가까운 키, 적당한 체구, 얇고 흰 피부, 신사역 3번 출구 부근 병원에서 만들어준 높은 코, 의류학과 출신답게 개성 있는 패션, 왠지 멋진 인스타그램 피드, ‘뭐 좀 아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뭘 좀 아는’ 남자의 전형이었다. 그의 언어는 그의 자신감처럼 날카롭지 않았지만, 사실 그의 외형이 여자에게 날카롭게 작용했다. 그는 밖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높은 베개에 눕히고 하는 키스가 제일 편하고 좋아. 나는 (코로나 시기가) 오히려 ‘개꿀’이었는데?”라는 말까지 했다.

“밖에서는 어떻게 섹스하는 건데?”라는 그의 말은
정말 ‘밖에서 어떻게 하냐’라는 방법론을 묻는 게 아니었다.
‘어찌 그리 더러운 곳에서 하냐…’라는 측은함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그 말처럼 박주용의 코로나는 기회였다. 집으로 데려갈 수 있는 기회였으니, 섹스를 위해 필요한 숙박비까지 아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니 박주용의 집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시절 박지성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집 안의 모든 걸 알았다. 축구선수가 자기 홈구장의 바람 방향과 세기, 잔디 상태, 미세하게 다른 골대의 높이를 알 듯 박주용은 자신의 원룸 곳곳에 종류별로 준비한 소독용품의 위치와 콘돔을 둔 곳을 정확히 알았다. 거기서라면 박주용은 자신의 물부심의 근원을 증명할 수 있었다. 자부심이 넘치는지 그는 말하며 점점 신났다. “내가 코로나 때 셋이서 한 적이 있거든?” 누가 2명이었나 궁금했지만 지면이 넘칠 듯해 대화를 마쳤다.

“코로나에 어떻게 섹스를 해?” 위의 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홍진태의 이야기는 달랐다. 홍진태는 군대에서 만난 동기다. 그의 관물대 안에는 필요한 것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서랍 안엔 최소한의 의류만 있었고 주말마다 이불을 빨았다. 공용 식탁이 더러워지면 소독 스프레이와 항균 물티슈를 들고 책상이 닳겠다 싶을 만큼 표면을 문질렀다. 그의 결벽 성향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생활관을 쓰는 우리는 청결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섹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었다. “밖에서는 어떻게 섹스하는 건데?”라는 그의 말은 정말 ‘밖에서 어떻게 하냐’라는 방법론을 묻는 게 아니었다. ‘어찌 그리 더러운 곳에서 하냐’라는 측은함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역시 젊은 남자, 코로나 시기의 섹스는 두려워도 해보고는 싶은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가 전역하자마자 맞닥뜨린 코로나는 위생과 청결을 신경 쓰는 그에게 큰 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만난 우리는 그에게 “여자에게 음성 판정서를 떼어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역시 그럴 순 없음을 알고는 있지만 내심 그걸 바라는 눈치였다.

그 자리에 있던 성재형과 한 이야기는 극과 극이었다. 홍진태와 성재형은 옷차림부터 달랐다. 홍진태는 기후와 유행을 고려해 스웨트 셔츠 위에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성재형은 그날 날씨치고는 너무 따뜻해 보이는 기모 후디와 두터운 보머를 입었다. 성재형이 그 옷들을 고른 데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냥 입고 싶어서. 사실 입을 게 이것밖에 없어서”가 전부였다.

성재형의 옷차림처럼 그에게 섹스 환경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청결이나 위생, 전염 가능성 걱정을 안전염려증 정도로만 여겼다. 그는 담배 냄새가 밴 모포 위에서 과자를 먹고 잠이 들어도 매번 숙면을 취하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모포 위를 진흙 묻은 군화로 밟지 않는 이상, 그는 모래밭에 뒹굴고 온 옷을 입고 모포에 누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모래야 털면 되니까. 반면 그는 다른 중요한 걸 잘 알았다. 그는 군 TV로 트는 플레이리스트를 담당했다. 맛있는 음식점을 잘 알았다. 영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성재형은 코로나 시대의 섹스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홍진태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섹스 칼럼이라면 주제가 특별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로 시작해 ‘정말 그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말로 이어졌다. 앞서 등장한 박희연의 말과도 비슷했다. 새벽의 술집에서 취해서 하는 키스만 없을 뿐, 그 외에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고. 자기가 만난 여자는 9시 술집에서도 키스를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 홍진태는 성재형을 천박한 섹스의 노예처럼 쳐다보았다. 성재형은 역시 개의치 않았다. 나는 둘의 중간에 있었다. 걱정은 하지만 섹스를 피하지는 않았으니 섹스를 하면서도 종종 불안했다. 자유와 안전 중 하나를 확실히 택한 양극단의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끌려가는 걸 좋아해요. 섹스할 때는 능동적인 여자가 되는 일에 관심이 없어요.” 김혜민은 남자가 이것저것 다 해주는 게 자신의 섹스 스타일이라고 했다. 모든 섹스는 부끄러움으로 시작하고, 섹스 중 약간의 요청 사항만 내비친다고 했다. 그런 그는 보통 늦은 저녁 조용한 술집에서 남자를 찾곤 했다. “소개받은 남자랑 자고 싶진 않아요. 주선자와 서먹해질 것 같아서. 클럽은 재미없고”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가 오자 조용한 술집에서 먹는 늦은 저녁이 사라졌다. 김혜민은 언론사에서 일해 늦은 저녁에 일이 끝나는데, 남자를 찾을 곳을 잃었다.

그래서 김혜민은 자위 기구를 샀다. 다양한 옵션 중에서 아무 디테일이나 무늬도 없는 수동 자위 기구를 택했다. “가만히 있어도 흥분하는 건 제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내 손으로 움직이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 결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김혜민은 주말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평일은 더 풍성해졌다. “친구들이 걱정해요. 제가 자위에 중독돼서 남자 안 만날 것 같다고.” 이제 그녀의 휴대폰은 틴더 채팅 알림이 잦았다. 코로나가 끝난 후 틴더를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틴더로 만난 남자와 섹스를 한다고 했다. 자위도 여전히 즐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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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백윤준(칼럼니스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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