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현장에서

<아레나> 피처 디렉터이자 <모던 키친> 저자 박찬용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진행한 셀프 인터뷰.

UpdatedOn December 02, 2023

/upload/arena/article/202311/thumb/54992-526800-sample.jpg

모던 키친

박찬용, HB 프레스

자기 책을 자기 지면에 올리다니 뻔뻔한 것 아닌가.

동감한다. 그런데 편집장이 “저자 셀프 인터뷰 나름 재미있지 않겠냐, 해봐라”라고 했다. 그 말씀도 일리가 있을 뿐 아니라 저자 입장에서 어떻게든 책을 알릴 필요가 있다. 지금 나는 <전국노래자랑>이나 <나는 솔로>라도 나갈 판이다.

왜 제목이 ‘모던 키친’인가. 부엌 이야기만 담은 것도 아닌데.
방문한 곳을 분류하면 공장, 농장, 식당 부엌, 프랜차이즈 교육 센터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담백하게 ‘농장 공장 주방’을 제목 삼으려 했다가 더 포괄적인 제목을 짓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주방’을 생각했다. 결국 어딘가에서 식품이 만들어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주방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모던 코리안 키친’을 주장했는데 편집자와 회의한 끝에 ‘모던 키친’으로 정했다. 요즘 세상엔 검색 결과가 중요한데 막상 검색창에 ‘모던 키친’을 치면 수원 행궁동 맛집 모던 키친만 나온다. 네이버 검색 한 번만 해볼걸.

책의 쓸모는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이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쓸모라고 생각한다. 햇반이나 라면 등은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지만, 막상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거나 그 광경을 본 사람은 별로 없다. 겨울 딸기도 유명하지만 ‘어떻게 겨울에 딸기가 나오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요소를 현장에서 보고 온 시각으로 전하는 게 이 책의 쓸모가 될 거라 여겼다. 현장을 다녀와 기록한 게 이 책의 본질이다.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가?
키워드는 정보와 아름다움이다. 취재와 조사에 충실하려 한 건 기본이고, 책으로 만들기 전 별도의 팩트 체크를 다시 거쳤다. 만들어진 것을 아름답고 보기 쉽게 구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사진은 이 책의 핵심 콘텐츠다. 사진에 캡션을 더해 사진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정보 밀도와 가독성도 높이고자 했다. 그래서 이 책의 모든 사진에는 캡션이 있다.

숏폼 시대에 책을 내는 건 무모한 일 아닐까?
일반론적으로는 무모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무모하다고 본다. 완성도와 쓸모와 아름다움을 갖춘 책이라면 분명히 어떻게든 좋은 독자께 닿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책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 좋은 책이 독자께 닿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저자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독자께 닿으려 한다. 북토크가 몇 개 예정되어 있고, 다른 제안도 늘 열려 있다. 굿즈도 이것저것 해보려 한다. 일단 10개 한정판 가방을 출시했다.

그래도 뻔뻔하긴 하다.
내 생각도 그렇다. 그런데 2022년에 출판된 신간 발행 종수가 6만1천1백81종이다(만화 포함,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 기준). 수만 권의 신간 중 매체를 통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은 극소수다. 이 책은 대형 출판 마케팅을 기대할 수 없는 소형 출판사에서 나왔고 나 역시 대형 저자가 아니다. 즉 <아레나> 출연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아레나> 신간 소개의 원칙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책’이다. 요약하자면 뻔뻔하되 불가피했고, 이 지면의 기준과는 부합했다.


  • 언가디드

    스카티 피펜, 마이클 에커시, 브레인스토어

    스카티 피펜 자서전 한국어판이 나온 이유는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의 나비효과다. 이 책의 첫 장면부터가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화가 나서 피펜이 조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다. 즉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조던 혼자 농구했던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미국 사회의 층위를 이루는 요소가 상세히 적혀 있어 다층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보통 이런 책은 미국 시장에는 많으나 한국 시장에는 잘 나오지 않는데, 이 역시 넷플릭스 덕분일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논픽션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 중동일기

    리처드 마이너츠하겐, 모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나는 지금 읽으면 섬뜩한 책. 저자 리처드 마이너츠하겐은 영국의 유명한 군인, 스파이, 곤충학자다. 그는 생전 열렬한 시온주의자로 유대인이 자신들의 나라를 만드는 걸 지지했다. 그 결과 1917년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 자신만의 나라를 만드는 걸 승인하는 밸푸어 선언이 발표된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만든 사람의 수기인 셈이다. 오늘날의 역사가 1백 년 전 누군가의 설계라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리처드 마이너츠하겐 자체도 문제적인 인물이라 적당히 걸러 읽어야 하나 옛날 사람들 특유의 적나라한 선언과 묘사를 읽는 재미가 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박도현

2023년 12월호

MOST POPULAR

  • 1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 2
    새로 오픈했습니다
  • 3
    WARMING UP
  • 4
    과감함과 귀여움
  • 5
    지창욱, 우아함과 역동적인 모습이 담긴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RELATED STORIES

  • LIFE

    연기 없는 저녁

    아이코스는 ‘IQOS Together X’ 이벤트를 통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그 이야기 속에는 꽤 진지하고 유쾌한 미래가 있었다.

  • LIFE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한국에서 만나는 미국식 중국의 맛.

  • LIFE

    가자! 촌캉스

    지금 이 계절, 촌캉스를 떠나야 할 때.

  • LIFE

    봄의 공기청정기

    미세먼지가 걱정스러운 계절이라 모아본 오늘날의 공기청정기 4종.

  • LIFE

    꽃구경도 식후경

    눈과 입 모두 즐거운 식도락 봄나들이.

MORE FROM ARENA

  • FASHION

    에이전트 H의 향수

    에이전트 H의 모험심에는 제동을 걸 수 없다. <미션파서블-영광의 레이서>를 통해 더 강인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에이전트 H가 그의 취향을 온전히 담은 향수, <아레나 옴므 플러스>와 아프리모의 협업으로 탄생한 ‘트리플에이’를 들었다.

  • LIFE

    서울의 칼국수

    간단하게 한 끼를 채우기에도, 술안주로도 제격인 칼국수.

  • AGENDA

    똑바른 목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건강한 몸의 시작은 목이다. 새해에는 거북목으로 흐트러진 당신의 중심을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하자.

  • ARTICLE

    Hawaiian Cocktail

    내 마음대로, 하와이안 셔츠를 믹스하는 다섯 가지 방법.

  • LIFE

    한 손으로 날려

    시프트레드는 드론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이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