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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라멘을 좋아하는가

RAMEN 2023 ④

라멘은 애호가들의 열정적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다들 각자의 열정과 애정으로 라멘을 즐기고 있다. 라멘을 좋아한 지 10년 이상 된 애호가 5명에게 물었다. 라멘을 왜 좋아하는가.

UpdatedOn November 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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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을 사랑하는 남편과


이경진(41세), 디자이너, 라멘 애호 11년 차

라멘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2012년에 라멘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서.

나에게 라멘의 매력은?
매장마다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 입체적인 맛, 눈길을 사로잡는 모습.

라멘을 먹느라/즐기느라 00까지 해봤다 싶은 에피소드.
쌍둥이 출산 후 라멘이 너무 먹고 싶어서 남편과 10개월 된 아이를 각각 업고 라멘집에 다녀왔다.

좋아하는 라멘은?
아부라소바. 다레의 감칠맛과 마요네즈의 조합을 좋아한다. 따뜻한 아부라소바와 생맥주 한 잔.

내가 라멘을 즐기는 방법은?
가능하다면 늘 멘마를 추가한다.

국적과 맛은 상관이 없었다


오형석(45세), 외식 컨설턴트, 라멘 애호 20년 차

라멘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작은 그릇 속 ‘맛의 유니버스’가 재미있었다. 먹을 때마다 새로운 맛이었다.

라멘을 먹느라/즐기느라 00까지 해봤다 싶은 에피소드
허허벌판을 15시간 운전해 찾아가서 먹은 라멘이 있다. 처음 먹은 미소 라멘이었다. 별로 맛있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라멘은?
교카이(해산물) 계열의 농후한 라멘. 진한 감칠맛에 혀가 즐겁다.

라멘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은?
다레를 추가한다. 내가 라멘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강렬한 자극이다. 단순히 염도를 올리기보다 간장이나 소금의 단맛과 감칠맛을 올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 라멘과 한국 라멘의 차이를 느끼는지?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라멘도 먹어본 결과 국적은 맛과 큰 상관이 없었다. 한국에도 진심을 다하는 라멘집이 많다.

앞으로 라멘 시장을 예측한다면?
영향력 있는 라멘집들이 확장할 것 같다. 한국과 일본에서 배운 인재들이 새로운 라멘을 선보일 것 같다. 유명 일본 라멘이 한국에 진출할 것 같다.

사장님이 주신 그대로 즐긴다


오밤삐(가명, 43세), 라멘 유튜버, 라멘 애호 20년 차

라멘의 매력은?
넓고 깊다는 점. 라멘은 주인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 다르고, 장르가 같아도 깊이가 다르다. 대파부터 캐비어와 트러플까지, 라멘의 식재료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어떤 라멘집에서 기발한 식재료를 쓸지 항상 두근거린다.

라멘을 먹느라/즐기느라 00까지 해봤다, 싶은 에피소드.
나는 ‘라멘 지로’를 좋아한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추억을 만들려고 간토 지방의 라멘 지로 30여 개점을 모두 방문했다. 먼 곳은 거주지에서 왕복 6시간 거리인 도치기나 이바라키현에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라멘은?
사장님의 개성이 들어간 라멘. 라멘 최고의 매력은 개성이니까.

라멘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은?
사장님이 주신 그대로 즐기기. 토핑을 뒤섞지 않는다. 스프를 먼저 마시고 면을 먹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한다. 시간이 지나며 재료가 어우러지는 맛을 즐기면서 마무리한다.

일본 라멘과 한국 라멘의 차이가 있나?
당연하다.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강한 요리라서다. 맛의 차이는 수준이 아니라 재료 차이에서 온다. 나라마다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라멘 기술의 차이도 있으나 그건 한일의 차이라기보다는 사장님 개개인의 역량 차이다.

26일 81라멘


한성웅(29세), 화이트해커, 라멘 애호 12년 차

라멘을 먹느라/즐기느라 00까지 해봤다, 싶은 에피소드.
작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일본에 세 번 가서 26일간 머무르며 81그릇의 라멘을 먹었다. 츠케멘 거장 ‘토미타’ 본점에 가려 새벽 5시 20분 숙소를 떠나 7시에 가게 도착 후 웨이팅 시작, 8시 30분에 안내표를 받아 오후 1시 40분에 츠케멘을 먹었다.

라멘을 맛있게 즐기는 나만의 방법은?
일정한 주기를 정해 꾸준히 가는 것. 꾸준히 오래 방문하면 그 라멘집의 변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면기의 흔적이 남거나 교체되는 것, 신메뉴 추가, 스프의 맛, 면의 형태, 토핑, 반찬, 가격, 접객 등 여러 가지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며 같이 커가는 느낌을 좋아한다.

일본 라멘과 한국 라멘의 차이를 느끼는지?
문화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전국 각지에서 라멘집이 모여 라멘을 선보이는 행사를 연다.

라멘 시장에 바라는 것은?
사장님의 개성이 묻어난 다양한 라멘집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건강한 손님도 늘어나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라멘 콘텐츠도 더 많이 나와서, 라멘 문화가 더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라멘은 비좁은 바에서 먹는다


조세연(36세), 건축가, 라멘 애호 20년 차

나의 첫 라멘은?
중학교 때 일본 만화로 라멘을 처음 접했다. 무슨 맛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고등학교 때 일본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굉장히 맛없다고 생각했다. 첫 라멘 경험에 크게 실망했지만 일본까지 간 게 너무 아까워 한 번 더 도전했다. 두 번째 라멘에서 아주 다른 맛을 경험하고 만족해서 다양한 라멘을 접해보고 싶었다.

라멘을 먹느라/즐기느라 00까지 해봤다, 싶은 에피소드.
첫 일본 여행은 사실 라멘 때문이었다. 당시 캐나다에서 유학하고 있었는데, 라멘 먹으러 일본까지 가겠다고 하면 부모님께서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시 유도선수였던 것을 이용해 일본 유도 훈련 계획을 세웠다. 일본으로 훈련을 가서 매일 라멘을 먹었다.

라멘을 맛있게 즐기는 나만의 방법은?
나는 라멘에 매운맛이나 마늘, 후추, 식초를 첨가하지 않는다. 첨가하면 다른 가게와 차이가 줄어들어 라멘의 재미가 반감된다.

어떤 날이 라멘 먹기 좋은 날일까?
아내가 혼자 놀러 간 날. 라멘은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며 먹기보다는 천천히 만화책도 보며 혼자 기다리다가 음식이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10분 안에 휘몰아치듯 먹을 때 가장 만족감이 높았다. 혼자 남겨지는 날에는 꼭 라멘을 먹으러 간다.

건축가 입장에서 라멘집 건축이나 인테리어의 특징 중 눈여겨보는 부분은?
개인적인 고집인데, (바 형식이 아닌) 테이블 방식 라멘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테이블에 앉으면 벌써 10% 정도는 맛을 깎아먹고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살짝 비좁은 바에서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라멘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맛뿐만이 아닌 것 같아서다. 같은 맥락에서 스시나 위스키도 바가 아닌 테이블에서 먹으면 덜 맛있는 듯하다. 건축이나 인테리어에도 비슷한 면이 있다. 단순히 쓰기 편한 하드웨어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UX가 굉장히 중요하다. 때로는 너무 쾌적한 공간이 반감 요소를 만들 수도 있다. 마치 쾌적한 평야에 놓인 변기처럼.

좋아하는 라멘 관련 콘텐츠도 있는지?
이봉기! 이봉기! 이봉기!

나의 예측이 틀리길 바란다


이봉기(가명, 나이 비공개), 라멘 유튜버, 라멘 애호 14년 차

본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자유로운 라멘 활동에 방해된다.

라멘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오사카 하나마루켄의 ‘행복라멘’. 돼지 비계가 그릇을 가득 덮고 있는 돈코츠 라멘이었다. 먹고 굉장히 충격받았다. 돼지 비계가 이렇게 맛있다니. 지금까지 믿고 있던 세계가 부서지는 경험이었다.

나에게 라멘의 매력은?
근본이 없는 것. 근본이 없다는 건 얽매여야 할 울타리가 없다는 것. 그 덕에 창작자가 자유롭게 라멘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나는 그 근본 없음이 좋다.

어떤 라멘을 좋아하나?
만드는 사람의 애정이 느껴지는 라멘. 라멘 한 그릇을 위한 시간과 노력과 고민이 느껴지는 라멘. 만드는 사람의 몸이 망가지는 라멘을 좋아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먹는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감사하다.

라멘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나는 먹는 사람으로서 즐기는 쪽이다. 가게까지 가는 여정, 가게의 외관, 가게의 이름, 줄 서는 방법, 메뉴의 구성, 손님층, 접객, 스태프들의 움직임, 소리, 음악, 테이블의 구성, 비품 라멘에는 맛 말고도 즐길 요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라멘집은?
도쿄 오기쿠보의 ‘하루키야’. 가게의 경영 이념인 ‘변하지 않기 위해 계속 변화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일본 라멘과 한국 라멘의 차이가 있는지?
조리 기술과 맛의 수준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자세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라멘집은 기존 장르가 연상될 때가 있으나 일본은 기존 카테고리로 정리할 수 없는 라멘이 매년 새로 나온다. 남과 같은 건 싫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다는 점주들이 있다. 소비자 폭도 그를 수용할 만큼 넓다. 그게 일본 라멘의 재미다.

앞으로 라멘 시장을 예측한다면?
라멘 업계는 무엇인가 하나가 유행하면 그쪽으로 쏠림이 있다. 특정 장르가 대두되고 그걸 따르는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

라멘 시장에 바라는 점은?
방금 예측이 틀렸으면 좋겠다.

어떤 날이 라멘 먹기 좋은 날일까?
바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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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박찬용(기획, 구성, 업장 취재, 인터뷰), 백문영(업장 취재)
Photography 신동훈(업장, 식재료, 조리과정), 박도현(업장)
Illustration 이경진(@MONDAYCOOK)
Advice 한성웅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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