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AI 알고리즘과 사주팔자

영화 <돈룩업>은 알고리즘을 비꼰다.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모든 걸 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나의 비합리적이고 불규칙한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까. 사주라면? 뭉뚱그려 애매모호하게 내 미래를 예견하는 사주는 내 운명을 정확히 예지할 수 있나? AI 알고리즘과 사주팔자, 무엇이 더 믿음직한가.

UpdatedOn March 01, 2022

/upload/arena/article/202202/thumb/50338-480935-sample.jpg

전화 사주를 봤다. 올해는 어떻게 돈 좀 벌 수 있나요? 전화기 너머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올해도 글렀네. 도사님은 동쪽에 좋은 인연이 있다면서, 나중에 사업에 도움이 될 테니 관계를 잘 쌓아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강서구 주민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소리다. 사주를 믿는 건 아니지만, 돈 얘기가 나오면 괜히 신경 쓰인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원하는 말만 듣고 싶어서, 달콤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일하기가 싫어서 유튜브를 봤다. 국뽕 채널만 잠깐 보려고 했는데, 한 시간여가 지났다. 쓸데없는 거나 보려고 인생의 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유튜브를 보면 언제나 뒷맛이 씁쓸하다. 뭔가 건설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고 쓰고 그래야 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를 보는 데 시간과 체력을 낭비했다. 유튜브를 열면 창을 닫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PC로 접속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보니 야무지게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차라리 넷플릭스로 최신 영화라도 본다면 기사 쓸 때 도움이라도 되겠지만, 인간이란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법이다. 나는 매일 잘못된 선택을 한다. 내 탓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나약한 의지를 갖고 태어난 나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너무 유혹적이어서 그렇다. 뭐 전 세계가 한국에 열광하는 놀라운 상황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보면 괜히 눌러보게 된다. 말 같지도 않은 싸구려 정보에 속는 인간은 나 말고도 많다. 댓글에 국뽕 찬양이 이어진다. 조회수도 수십만이다. 이런 걸 국뽕 포르노라고 해야 할까. 불안함을 자긍심으로 가라앉히기는 좋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가 어떤 종류의 콘텐츠에 휩쓸리는 나약한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게 무척 짜증나는 점인데, 나도 날 잘 모르는데 유튜브 따위가 (프리미엄 아님) 나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게 기분 나쁘다. 또다시 국뽕 영상을 클릭하는 나도 굴욕이고. 물론 나는 그런 콘텐츠가 하는 소리를 믿지 않는다. 그런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1백 번쯤 보다 보면 속아 넘어갈 것도 같다. 하물며 시사 콘텐츠나 현재 논란인 사이버렉카들의 콘텐츠는 더 빨리 믿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나와서 그게 사실이고 옳은 것마냥 이야기하니까. 문제는 알고리즘이 그와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들만 추천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편향성을 키운다.

유튜브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이트마다 나에 대해 아는 척하며 광고를 추천한다. 유모차를 검색하면 유모차 광고가 뜨는 식이다. 검색하지 않아도 내 나이와 성별에 맞는 광고도 제공된다. 탈모 광고나 발기부전 광고는 해당 분야 어휘를 검색한 적이 없음에도 종종 등장한다. 그건 알고리즘이 아직 나를 잘 모른다는 뜻이다.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알고리즘의 확증 편향이 논란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 방식이 AI가 추천해주는 것에서, 개인이 선택한 언론사들 위주로 바뀐 것은 확증 편향이 문제로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싶은 언론사만 선택하니, 뉴스 화면에는 해당 언론사들만 열거됐다. 원하는 언론사의 맞춤형 뉴스를 보는 것은 과거 신문을 구독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신문을 구독하는 셈이니 덜 편향적이다. 포털 사이트가 구성이 바뀌었다고 한들 그럼에도 여전히 정보의 편향성은 남아 있다. AI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만 맞춤해 제공한다. 사용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 위주로 소비하는 편리함을 누리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만 읽는다. 편향된 정보만 섭취하면 편향적인 시각을 갖게 될 위험이 있다. 소통 창구가 늘었지만 사회 분열이 가속화된 것은 정보 습득과 공유가 편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AI 알고리즘의 편리함은 편향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선택할 자유를 빼앗긴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AI가 추천하기 전에는 뭘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게시물 페이지를 넘겨가며, 수많은 데이터를 스크롤링했다. 고심했다.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을 따라 하기도 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더 나아지고 싶었다. AI 알고리즘에게 추천받는 것들은 새롭지 못하다. 다른 종류의 경험이 아니다.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 내 취향은 아니더라도 보면 얻는 게 있다. 영화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다. 새로운 경험을 원할 뿐 익숙한 것들만 보고 싶진 않다. 신선함이 필요하다. AI 알고리즘은 내가 무엇에 신선함을 느낄지를 알까? 이것도 알 것 같다. AI 알고리즘의 주인은 믿을 만한가. 알고리즘을 소유한 자가 사용자에게 특정 정보만 제안할 수도 있다. 혹은 나에게만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사의 서비스에 긍정적인 사용자들에게만 더 혜택을 줄 수도 있다.

AI 알고리즘도 불공정할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T 앱이 ‘콜 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국내의 다른 서비스들에서도 불공정 사례가 의심됐다. 페이스북(메타)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열린 청문회는 전 세계가 주목했다.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알고도 방치해왔다는 것, 화이트 리스트를 운영해온 것 등이 청문회에서 거론됐다. 소셜미디어의 AI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는 하락했다. 우리는 AI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제안한다는 것만 생각했다. 편향성을 강화하거나, 필요에 의해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AI 알고리즘과 뗄 수 없는 세계를 산다. AI 알고리즘은 편리하다. 불평등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편하다. 윤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AI 알고리즘을 금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규제가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우버 등 몇 개의 사례를 통해 익히 봐왔다. 규제를 막는다고 해서 더 나은 서비스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과 불편함 모두 사용자 몫이다. 다시 사주 얘기로 돌아가면, 최근 사주 어플을 여러 개 설치했다. 잘 맞는다는 입소문을 듣고 설치한 것들이다. AI 알고리즘과 사주 둘 중 뭐가 더 정확할까. 데이터 사이언스를 사주역학과 비교하는 건 비약일 게다.

사주는 과학이 아니라 믿음이다. 사주역학이라는 통계를 믿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다. 믿으면 인생이 흥미롭고, 나라는 존재가 특별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AI 알고리즘의 편향된 콘텐츠만 편식하며 세상을 편향되게 보는 것과 사주를 믿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둘이 뭐가 다른가? 사주 어플에 따르면, 올봄에는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고 한다. 기분은 좋다. 그런데 가만, 사주 어플도 AI 알고리즘 아닌가! 이거 참.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Illustrator 송철운

2022년 03월호

MOST POPULAR

  • 1
    2022 F/W 트렌드와 키워드 11
  • 2
    왜 사람들은 연애를 하지 않을까?
  • 3
    여성복을 입은 남자
  • 4
    특별한 동맹 #미도 와 김수현
  • 5
    2023 S/S 패션위크 리뷰 #1

RELATED STORIES

  • FEATURE

    스포츠가 지구를 지킨다

    곧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개최된다. 세계 최대의 축구 이벤트가 사막에서 개최되면 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스포츠 이벤트가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특히 유럽 축구 빅리그는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에 참여해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짚는다.

  • FEATURE

    아담은 바이러스로 죽지 않았다

    ‘로지’ 같은 가상인간이 계속 등장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관심 갖는 건 뉴스 기사와 미디어 광고뿐이다. 반면, 얼마 전 지하철 광고판을 점령했던 ‘우마무스메’ 캐릭터와 최근 세빛둥둥섬을 침몰시킨 ‘원신’ 게임의 압도적인 팬덤 규모를 보면, 2D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20대 남성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 보인다. 가상인간에겐 없고 2D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겐 있는 콘텐츠의 힘은 무엇일까.

  • FEATURE

    고전적 독후감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가을이라 독서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가을이라 괜히 고전소설에 눈길이 간다. 세 명의 에디터가 각자 고전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본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 FEATURE

    고전적 독후감 #달과 6펜스

    가을이라 독서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가을이라 괜히 고전소설에 눈길이 간다. 세 명의 에디터가 각자 고전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본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 FEATURE

    이승우와 철학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는 이승우를 통해 논의할 게 있다.

MORE FROM ARENA

  • CELEB

    Weird Dickpunks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질주’ 그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풍경을 즐기는 ‘여유’ 또한 멋진 법이다. 딕펑스는 이제 그걸 안다.

  • LIVING

    [How-to] Leather Tissue Case

    의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요. 가방도 지갑도 거추장스럽다며 들고 다니지 않더니(사내아이처럼 말이에요), 어느 날은 주머니 안쪽에서 수공의 미가 물씬 느껴지는 가죽 케이스를 꺼내 드는 겁니다. 그리곤 익숙한 듯 휴지를 뽑아 사용합니다. 지갑도 수첩도 아닌 이것이 무엇이냐고, 신기해서 물어보면 '휴대용 티슈 케이스'라고 할 테지요. 이런 걸 들고 다니는 남자가 흔하지는 않죠? 의외의 섬세함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 FASHION

    CITY SKIER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을 슬로프 삼아 누볐다.

  • REPORTS

    차차와 글렌

    한국 록의 낭인 차승우와 전설의 로큰롤러 글렌 매틀록이 만났다. 벌써 두 번째다.

  • FASHION

    Daily Scent

    매일 갈아입는 옷처럼 날마다 새로운 향.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