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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왜 전기차를 안 만드나?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소니는 완성차를 공개하며 전기차 사업을 예고했다. LG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부품과 전장 산업을 만드는 기업이다. LG 그룹의 제품만 모아도 어지간한 전기차 한 대는 나온다. 또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가 적어 비교적 입문 난이도가 낮다. 그럼에도 LG가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UpdatedOn February 14, 2022


얼마 전 막을 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2 는 이전보다 규모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많은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브랜드가 참가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흐름 변화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GM은 얼티엄 플랫폼으로 만든 실버라도 EV를 선보였고, 메르세데스-벤츠는 1회 충전으로 1,000km를 달리는 전기차 콘셉트 EQXX를 공개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보쉬는 올해부터 모든 전자제품 분야에서 커넥트를 강화하는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확장하기 위해 30억 유로를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했고, 통신업체인 퀼컴은 볼보와 혼다, 르노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을 위해 콕핏 칩과 AI 시스템 등을 개발·공급한다.

하지만 정작 내 관심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소니다.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는 이번 CES 에서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 사업 진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기 SUV 콘셉트인 ‘비전-S 02’ 도 함께 공개했다. 추상적인 계획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소니는 2년 전에도 CES에서 세단 콘셉트인 ‘비전-S’를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승용차 ‘비전-S 01’을 실제 도로에서 시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는 이미 자율주행에 필요한 센서와 이미지 반도체를 생산 중이고, 자율주행 시대에 콘텐츠로 각광받는 비디오 게임 콘솔과 게임 타이틀,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 활약이 기대되는 회사다.

소니의 발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다름 아닌 국내 그룹 LG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자동차를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만큼 이와 관련된 전장과 부품 사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불어닥친 전동화 바람은 전자제품 중심의 LG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그동안 가전제품에서 쓰이던 모터나 인버터 등이 전기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부터는 크고 작은 인수합병 10여 건을 성사시키면서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로 체질 개선을 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가 LG마그나(e파워트레인),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G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G이노텍 (차량 통신 모듈), LG전자(열 관리 시스템과 전장), LG하우시스(차량 내외장재), LG CNS(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LG유플러스(자율주행 통신)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자동차 부품과 전장을 만들어낸 그룹은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전례가 없다.

이런 이유로 LG는 다양한 업체와 브랜드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미 배터리는 GM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스텔란티스와 니콜라도 계약을 체결했고, 전장 분야는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함께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로 넘어가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그중에서도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는 포르쉐 타이칸 계기반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타이칸 테크 워크숍’ 에서 포르쉐는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를 따로 언급할 정도로 LG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른 분야 역시 알게 모르게 우리가 타는 자동차와 전기차에 상당히 많이 녹아들었다.

이쯤에서 의문점 하나가 생긴다. ‘그럼 왜 LG는 충분한 기술이 있는데도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 걸까? 계획도 없는 걸까?’ 2년 전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일각에서는 LG의 전기차 사업 진출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LG그룹은 수년 전부터 완성차를 직접 제조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완성차를 직접 생산·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고,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에 주력하겠다는 포지셔닝을 취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과 협력하면서 보쉬나 콘티넨탈, 덴소와 같은 세계 초일류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 입장에선 ‘굳이’ 완성차 브랜드가 되어야 할 명분이 없다. 먼저 그들의 이익 구조를 보자. LG는 완성차 브랜드에게 전장·부품을 팔아서 이익을 얻는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직접 완성차 제조에 뛰어들 경우 그동안 고객이었던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완성차 브랜드의 경쟁사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완성차 브랜드에서는 LG의 전장과 부품, 배터리 거래가 끊어질 우려가 높다. 이는 단순한 예상이 아니다. 실제로 자동차 개발에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중 1년 이상을 부품 회사와 신차나 기술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라도 동행할 수가 없다. 전장과 부품, 배터리 사업의 확대는 거래처 확보가 관건이다. 많은 전기차 제조업체와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게 LG에게는 유리하다.

게다가 제아무리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고 단순하다고 하더라도 부품과 완성차 제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완성차 브랜드들은 적게는 50년, 길게는 1백 년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들이 축적해온 제조 노하우를 단시간 내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거다. 비교적 전기차 제조에 빠르게 진출한 테슬라조차 악명 높은 마감 품질을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괜히 전장·부품으로 잘나가는 LG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장·부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다. 전기차 관련 부품 시장의 성장세는 전기차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가 높은 완성차 제조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미래 자동차는 엔진이 배터리로 변화하면서 차 내 공간이 많아지고,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다. 그 말인즉슨 자동차 자체와 그 안에서 운전자의 행위가 변하면서 앞으로 자동차 내 전장과 부품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12월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부품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2백22억 달러(약 26조원)에서 2025년 약 1천5백74억 달러(약 1백86조원)로 연평균 29.4%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전장·부품 비중 역시 현재 30%에서 향후 최대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말 LG전자가 12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LG의 완성차 제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 시장의 상황과 각 브랜드들의 이해관계가 변하면 LG 역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과 관계를 놓고 보자면 LG의 완성차 제조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제조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만들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LG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그게 전자제품 중심의 LG를 자동차 전장·부품 중심으로 만든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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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김선관(<오토캐스트> 에디터)

202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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