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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다미아노박

다미아노박은 한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8년간 지내다, 현재는 7년째 파리에서 사는 무대 미술가이자 작가다. 그가 처음 한국 땅을 떠난 건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였고, 그 여정은 끝나지 않았으며, 과정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긴다. 다미아노박은 지난 9월 한 달간 제주에 머물렀고, 전통 한지와 현무암을 활용한 작품을 한가득 품에 안고 파리로 돌아와 전시를 열었다.

UpdatedOn December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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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산 지 얼마나 됐나?
7년쯤 됐다. 처음에는 프랑스어도 잘 못 했고,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 전에 이탈리아에서 8년간 살았다. 피렌체 국립 미술원에서 무대 미술을 전공했는데, 파리에 오게 된 것도 전공을 살려 일하러 온 거다. 지금은 파리가 좋다. 여유도 좀 생겼고. 여기서 무대 미술가이자 포토그래퍼 그리고 아티스트로 살고 있다.

피렌체 국립 미술원에서 무대 미술을 전공한 건 작업관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나는 여전히 무대 미술가다. 무대 미술을 전공했고, 관련 일을 하며 무대에 둘 소품이나 장치 만드는 것에 대해 골몰하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매체 작업도 시작하게 된 거다. 내가 연출할 무대의 미술적인 부분에 내 작품이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파리에서 한지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한 한국인 작가라니.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전시명은 <Fleurs de Cerisier>이고, 프랑스어로 ‘벚꽃’이란 뜻이다. 팬데믹으로 1년간 집 밖에 나가는 게 힘든 시절을 지나, 봄에 산책을 나가 벚꽃을 봤다. 자연의 순리대로 피어난 건데, 혹독한 겨울을 보낸 직후라 그런지 굉장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벚꽃에 대한 감상은 작품에 어떻게 이어졌나?
포토그램 노출 기법으로 표현했다. 작은 꽃망울을 보며 가능성과 잠재력을 콜라주 형태로 극대화하고 싶었다. 우선 디지털카메라로 벚꽃 사진을 다양하게 찍었고, 6~7장 정도의 벚꽃 사진을 하나로 합쳐서, 종이에 인화하기 위해 네거티브 필름 형식으로 바꿔 작품을 만든 거다.

작품을 보면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사진인가? 회화인가?
사진 매체를 활용해 작가인 내 예술을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이게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하기보다 더 넓은 시각의 예술 작품으로 봐주길 원한다.

작업을 위해 올여름을 제주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어떤 작품을 만들었나?
전시장이 총 두 층인데, 한 층에 있는 작품들은 모두 제주에서 만들었다. 파리의 록다운이 길기도 했고,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터라 제주에서 쉴 겸 작품을 만들러 떠났었다. 거기서 제주만의 특색 있는 광물인 현무암을 작업에 활용하게 됐다. 한지 위에 인화 용액을 바르고, 현무암을 한지 위에 얹어 바다에 담그는 등의 작업을 했다. 자연 그대로의 돌 형태가 작품에 담겼고, 인공광이 아닌 자연광을 통해 인화된 작품들이다. 제주는 9월 한 달만 있어도 사계절을 모두 체험하는 기분이 들 만큼 기후 변화가 남다르다. 그런 제주의 매력이 작품에 그대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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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통 한지인가?
한지를 쓰게 된 이유는 종이 위에 직접 인화하는 방식의 작업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지는 다른 종이와 달리 인화하기에 까다롭고 예민한 편이지만 내 작업 방식인 인화하고,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물로 씻어내는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종이라는 점에서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한지는 강한 종이다. 물에 젖으면 약하고 찢어지기 쉽기도 한데, 반복할수록 단단해진다. 한지라는 이름답게 그 특성도 한국인의 민족성과 닮은 것 같고.

한지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
파리에 온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한지에 작업을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살 때도 디지털적인 작업보다는 손으로 하는 작업을 선호하기도 했고, 어떤 종이를 작품에 활용하는지도 중요했다. 선명한 이미지라기보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원하기도 했다. 나의 뿌리인 한국의 전통 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 전시를 여는 건, 나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 중 분기점 같은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알게 된 게 있나?
이탈리아로 떠났을 때도 그랬고, 파리에 처음 왔을 때도, 지금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라 생각한다. 평생 찾아가는 게 아닐까?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프랑스에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나의 삶이 작품에 담기고, 전시로 기록되는 거다.

그렇다면 파리에서 전시를 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서울이나 제주 혹은 피렌체에서 열 수도 있지 않나.
현재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 내 생활권인 이곳에서 받은 에너지를 파리에 보여준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전시를 본 관객이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작품을 신기하게 보는 관객도 좀 있다. 사진인지, 회화인지, 매체 특성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도 있고,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무대 미술가, 작가 외 광고 영상 연출가이자 패션 포토그래퍼로도 활동한다.
처음에는 상업 광고 사진을 찍는 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런 경험도 작품 활동에 긍정적 영감을 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코스메틱 광고와 패션 사진, 그리고 파리 한국문화원 홍보 영상 등 다양한 일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거쳐, 현재는 파리에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파리는 작업하기에 적합한 장소 같다. 예술의 미학을 높이 사고, 모두가 전시를 보며, 전시장을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풍토가 있다. 한국에 있으면 신경 쓸 것도 많고 혼란스럽기도 한데, 파리에 있을 때면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파리에만 있을 거라 단언할 순 없다. 지난여름 작업을 위해 제주에 다녀왔듯이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사는 도시를 옮길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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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PHOTOGRAPHY 양보연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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