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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더 깊이' 나초 펠라에스 메야

오로지 내 힘으로, 바다에 뛰어든다. 산소통도 없이 폐에 산소를 가득 담고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프리다이빙이다. 프리다이버들은 말한다. 잠수는 자유고, 우주의 신비를 체험하는 행위라고.

UpdatedOn June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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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cho Pelaez Mella

© Nacho Pelaez Mella

나초 펠라에스 메야

Nacho Pelaez Mella @nachopelaezphotography
나초 펠라에스 메야는 예술가다. 아니다. 그는 모험가다. 때로는 프리다이버이기도 하고. 나초는 카메라를 들고 바다에 뛰어들고, 해양 세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환경 문제를 알리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인 나초는 5개 대륙을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부터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까지, 삶에 대한 깨우침이 있었다. 새로운 경험은 나초를 창의적으로 발전시켜주는 동력이다. 그는 지금 프리다이빙을 하며 예술과 물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실직과 프리다이빙
나초는 어려서부터 물과 관련된 활동을 꿈꿨다. 할아버지는 그를 해적이라 불렀고, 트레저 헌터가 되는 상상을 하던 아이였다. 대학에서 사진을 배운 뒤에는 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사진으로 풀어내기로 했다. 그래서 수중 촬영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집트의 작은 마을인 다하브(Dahab)에 터를 잡았다. 다이빙 마스터로 일하며, 다이버들이 밧줄에 의지해 깊은 바다를 오르내리는 것을 관찰했다. 기계장치에 얽매이지 않는 다이버들을 보고 자유에 대한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2016년 정치적 사건으로 이집트 국경선이 폐쇄됐고, 관광 산업이 80% 축소됐다. 나초는 직업을 잃었지만 이것을 뜻밖의 횡재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프리다이빙 멘토 안드레아스 페페르(Andreas Pepper)를 만났기 때문이다.

다하브 블루홀
현재 바하칼리포르니아 주민인 나초는 시나이(Sinai)에 위치한 홍해에서 프리다이빙을 한다. 프리다이빙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세상의 끝까지 가는 것이다. 나초에 따르면 다하브도 연습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한다. 지각 표층으로 이루어진 아카바 걸프(Acaba Gulf)는 수심이 1,850m에 달하고, 가장 넓은 지역의 규모가 24km에 이른다. 엄청나게 큰 수영장인 것이다. 해안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엄청나게 깊은 바다이기 때문에 프리다이빙을 연습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강한 조류가 없고, 가득한 암초를 볼 수도 있다. 35m까지 깨끗한 시야가 확보된다. 해변에서 2분 정도만 수영해도 100m 깊이의 해저가 발견된다. 다하브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블루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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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개조하는 과정
프리다이빙의 기술에 대해 나초는 말한다. 산소를 조절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안정을 취하고 몸의 능력을 믿는다면 깊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로서 환경 적응 능력을 지녔다는 걸 기억하세요. 잠수를 통해 민감성을 키우길 권합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몸에 적응하는 것이 핵심이죠.” 나초는 프리다이빙이 몸을 개조하는 과정으로써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용기는 경험에서
나초는 “용기는 모험에 대한 시도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의미를 발견하고, 더 깊은 곳으로 모험할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물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함께할 때 많은 용기를 얻어요. 잠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해요.” 용기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나초는 강조했다. “한계를 넘어설 때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어요. 제 능력을 믿었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신뢰했어요. 상어에게 위협을 느낀 적도, 부적절하게 접근한 적도 없고요.” 나초는 안전하고 올바르게 잠수하길 권했다.

혹등고래
나초는 오랫동안 혹등고래와의 다이빙을 꿈꿨다. 그리고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Baja California Sur)에서 꿈이 이루어졌다. “바람이 4노트로 불던 화창한 날 두 마리 수컷과 한 마리 암컷 혹등고래가 2시간 반가량 저희 주변에 머물렀어요.” 희귀한 경험이다. 혹등고래의 거대함과 그들의 움직임, 그리고 힘을 나초는 체험했다. 평생 잊지 못할 거대한 존재와의 유영이었다.

지구의 배 속에서
나초에게 잠수란 이런 것이다. 부표 옆에서 스노클에 의지한 채 숨을 쉰다. 폐에 숨을 가득 불어넣고 밧줄을 부드럽게 잡아당기며 잠수를 시작한다. 어느 순간 그의 몸은 부력으로 떠오르고, 압력으로 인해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간다. 자유낙하다.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동안은 푸른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주에서의 느낌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은 공허할 뿐이죠. 잠수할 때는 지구의 배 속에 있다고 느껴집니다.” 프리다이빙은 나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다이빙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땐 수중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느껴요. 제게 물이란 감정이에요. 바다에서 느끼고 배우는 학생으로서 바다는 저에게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줘요.” 나초는 물속에서 명상을 통해 감정을 해소시킨다. 깊은 곳으로 잠수하면 자신의 내면이 보인다고 한다. 내면을 깨끗하게 치유해주는 것, 그것이 프리다이빙이다.

우주의 삶
바닷속 동굴, 협곡, 암초는 나초의 모험심을 이끌어낸다. “바다에서는 미세한 것부터 거대한 것, 새로운 생명체를 볼 수 있어요. 바다를 모험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죠.” 지구에서 지도화한 바다는 약 20% 영역에 불과하다. 매년 새로운 미스터리가 발견된다. “이건 마치 우주의 삶 같지 않나요? 프리다이빙은 광활하고 푸른 세상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게 만들어줘요.” 나초는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뛰어든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프리다이빙이란 무엇이냐, 물으니 나초는 담담하게 말했다. “인간의 능력으로 물에 적응하고, 잠수하고, 경험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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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ASSISTANT 강예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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