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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기차가 넘어야 할 턱들

전 세계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천재지변 외에 전기차 생산량이 급증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전기차가 넘어야 할 턱은 이것만이 아니다. 미국 내 전기차 구매자의 18%가 내연기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국내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구매의 발목을 잡는다. 지금 전기차가 넘어야 할 턱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작은 실마리를 건져본다.

UpdatedOn June 10, 2021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대사다. 표현은 달라도 뜻이 비슷한 격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진짜 불가능한 줄로만 알았던 일도 어느 순간에는 해결된다. 우연히 해결책을 발견하거나, 천재가 등장해 해법을 제시하거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경 지식이 쌓여 문제 풀이에 근접해가는 식으로 답을 찾아낸다. 결국 답을 찾는 과정은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로 끝을 맺는다.

요즘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전기차다. 전기차 붐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전기차는 기껏해야 주행 거리가 100km대에 불과하고 충전도 오래 걸려서, 작은 차에만 적합하고 짧은 거리를 오가는 출퇴근 용도에서 벗어나기 힘든 차라고 여겼다. 실제로 업체들이 개발한 전기차 수준이 그랬다. 테슬라는 전기차 발전의 전환점이 되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한계를 깼다. 차급에 제한받지 않고 주행 거리도 300~500km대에 이른다. 엔진 대신 모터를 쓸 뿐 일반 내연기관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의 한계에 대한 상식이 무너지고 친환경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한다.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며 내연기관에만 몰두하던 자동차 업체도 너도 나도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다.

분위기만 보면 당장이라도 전기차가 대세인 시대가 온 듯하지만, 전기차는 이제 초창기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극히 적고 인프라도 미비하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가 터져나온다.

최근에 직면한 문제는 반도체 부족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수요 예측을 잘못한 데다가, 모바일 기기나 게임기 등 가전제품 분야에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에 한파가 불어닥쳐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반도체가 2~3배 더 들어간다. 반도체가 부족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전기차 급증도 원인 중 하나다. 전기차는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발전하는데,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수는 2천여 개 정도로 예상한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다면 반도체 부족 현상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

친환경 차의 대표 모델로 전기차를 꼽지만,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면에서만 그럴 뿐 생산 과정까지 친환경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에너지원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도 전부 친환경은 아니다. 운행 단계에서도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에서 먼지를 내뿜는 등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폐배터리 활용 방법도 아직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성이 높을 뿐, 전기차가 100% 완벽한 친환경 자동차라고 할 수는 없다. 전기차 역시 대중화와 동시에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불편한 충전 역시 지금 당장 해결하기 힘든 전기차의 단점이다. 자신만의 주차 공간과 충전기를 갖추지 않는 한 충전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충전하기는 더 번거롭다. 급속 충전 방법이 발달해서 20~3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도,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내연기관 주유와 비교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충전 환경을 잘 갖춘다 해도,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 충전기에 차가 몰리면 불편이 커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전기차 구매자 5명 중 1명이 재구매 시 내연기관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번거로운 충전이 이유였다.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동시에 존재하는 한 전기차 수요는 언제든 내연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전기차의 단점은 이 밖에도 많다. 해결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부분은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전기차가 이 상태에서 맴돌며 자동차 시장의 작은 부분만 차지하는 데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자동차 시장의 방향이 전기차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에 올인하는 정책을 펼친다. 보조금을 포함한 전기차 관련 투자 금액이 2백조원에 이른다.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50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조만간 금지하겠다는 도시도 늘어난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 목표를 세우고 내연기관 모델을 점차 줄여간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는 쪽으로 각종 정책이 이뤄진다. 전기차 시대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전 지구의 과제가 되었다.

전기차가 발전하는 현재 시대 모습을 보면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자동차 같다. 장애물이 나타난다고 해도 설 수 없다. 피해서 가든, 그냥 치고 지나가든, 어떻게든 속도를 줄여 부딪치지 않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어도 무조건 앞으로 달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장애물이 없어지는 시기가 와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안심하고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다. 전기차 앞에 놓인 장애물을 치우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술 발전과 인프라 확장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답은 찾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 지금 시대는 전기차 초창기다. 과도기를 거쳐 안정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현시대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다가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의 완전한 전기차 환경을 위해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불편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답을 찾을 때까지 전기차 시대를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 고속도로를 뚫을 때 늘 찬반이 갈린다. 미래를 위해 차선을 늘려야 한다, 예산도 부족하고 현재 상황으로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대부분 개통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확장하지 못하는 환경에 묶이거나,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추가 비용을 들여 확장한다. 전기차 인프라 투자도 무모하고 과도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전기차 문제가 해결돼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전기차도 처음 나왔을 때는 실험적인 희소한 차였다. 지금은 불편하기는 해도 사서 타고 다닐 정도는 된다. 자동차 시장의 방향이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만큼 언젠가는 편하게 타고 다닐 날이 온다. 지금 겪는 불편 또한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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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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