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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구독의 함정

구독 경제가 일상이 된 사회, 소비자들은 구독이라는 꿀과 구독이라는 늪 사이에서 종종 고민에 빠진다. 넷플릭스부터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 프리미엄, 로켓배송, 책과 음식과 술과 글까지, 정기구독만 하면 전 세계 라이브러리를 돌 수 있고 문 앞에 생필품이며 각종 취향의 목록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문제는 나도 모르는 신용카드 대금이 1개월치, 6개월치, 1년치, 야금야금 선결제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많은 구독 서비스들을 신청해놓고 제대로 이용은 하는 걸까? 구독이라는 편리와 함정 사이, 경계해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

UpdatedOn March 09, 2021


유튜브, 넷플릭스, 애플뮤직에 클라우드 서비스들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까지…. 숨 좀 돌릴 만하면 구독 서비스가 자동 결제됐다는 메시지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끊이지 않는다. 웃긴 건 지금 구독하는 것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해서, 원고를 쓰는 동안 문득 떠올라 계속 하나씩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까지 구독해서 마셨으니 정말 헤어날 수 없는 ‘구독의 늪’이라는 말이 오히려 순한 표현인 것 같다. 최근에는 오랜 고민 끝에 웨이브 구독도 시작했다. ‘일단 한 달만 써보자’는 마음의 소리에 또 넘어가고 말았다. 나 스스로도 이 구독은 별일이 없는 한 적어도 1~2년은 이어갈 것임을 안다. 다만 지금은 내 마음속에서 ‘잠깐만…’이라고 눌러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다음 고민의 대상은 스포티파이다. 구독 서비스의 시작은 대부분 무료 체험을 시작했다가 코 꿰어 벗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술 한 잔 덜 마시지…’라고 합리화하다 어느 순간 무뎌지거나 잊어버리는 게 구독 서비스의 반복되는 패턴이다. 결국 쉽게 꺼낼 수 있는 ‘몇천원’의 달콤한 맛이 함정에 빠져들게 하는 미끼인 셈이다. 매달 카드 결제일이 되면 구독 취소 버튼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과정을 되풀이하곤 한다.

물론 구독이 터무니없이 비싼 엉터리 서비스는 아니다. 10대 시절에도 부족한 용돈을 아껴가며 한 달에 CD를 몇 장씩 사서 들었는데, 이제는 전 세계의 모든 음악 라이브러리를 자유롭게 쓰는 서비스가 고작 몇천원이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가 비싸다는 평가를 받지만 따져보면 CD 한 장 값도 안 된다. 세상에서 1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소비는 단연코 콘텐츠 구독 서비스일 것이다. 당장 넷플릭스만 해도 한 달에 1만4천5백원이다. 그리 작은 돈은 아니다. 보통 IPTV의 다시보기 한 편이 1천5백원이고, 영화는 5천원은 줘야 한다. 이론상 영화 두 편에, 드라마 세 편만 보면 본전을 뽑는다. 여기에 누구나 아는 ‘넷플릭스 품앗이’로 친구 4명이 계정을 공유해서 쓰면 3천6백25원 꼴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것 같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이 돈으로 그 많은 콘텐츠를 마음껏 쓰는 게 가당키나 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구독이 늘어나며 한편으로 ‘그냥 필요한 콘텐츠를 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확실히 구독 이후 콘텐츠를 직접 사는 일 자체가 줄었다. 그나마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꾸역꾸역 책장을 채워두지만 음악 CD도, 영화 블루레이도, 심지어 이제는 게임도 구독으로 넘어간다. 그렇다고 콘텐츠에 쓰는 돈이 줄었나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구독이 너무 많아져서다.

특히 음악 소비에 대한 경험이 아쉽다. 콘텐츠가 주는 가치 중 하나는 수집에 있다. 듣고 싶은 음악, 특히 아티스트와 음반을 골라야 했고 하나를 손에 쥐면 다른 것은 내려두어야 하는 선택과 기회비용이 콘텐츠의 가치를 높였다. 듣는 입장에서는 음반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아티스트들도 곡뿐 아니라 음반이라는 미디어를 팔아야 했기 때문에 재킷 디자인부터 곡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다. 유행이 지나간 곡들도 CD라는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찾아 듣게 된다. 하지만 스트리밍 이후 음원들은 그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고 살아 숨 쉬는 음반 ‘멜론 톱 100’을 채우는 소모품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시대의 흐름일 터. 스트리밍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고,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이다. 야금야금 늘어나는 구독의 고리를 줄일 수 있을까? 지금 비법을 소개한다. 사실 비법이랄 것도 없다. 결제 정보 항목에 들어가서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면 된다. 간혹 ‘그동안 뭐가 서운했니?’ ‘한 달 무료 이용권을 줄 테니 조금 천천히 생각해봐’ 같은 이른바 ‘해지 방어’가 따라붙겠지만 눈을 한 번만 질끈 감으면 된다.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다. 그 옛날의 신문 구독이야 ‘사절’이라는 글자를 대문 앞에 꽤 오랫동안 붙여두어도 못 본 척 신문을 넣어두는 통에 쉽게 끊을 수 없었지만, 온라인은 누구도 끊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참 구독을 하나 줄이는 일이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구독 요금을 줄이려는 소심한 노력도 시도된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 요금제인데,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부담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통해 매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꼭 누군가가 약속한 요금을 안 내거나, 대표 구독자가 돈만 걷어간 뒤 계정을 해지하고 자취를 감추기도 하니 그런 방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엄격히 보자면 약관 위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중간에 요금을 대신 모아두고, 정상적으로 한 달 구독이 결제되면 대표 구독자에게 걷은 돈을 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의 창의성이란. 구독의 편리와 함정 사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콘텐츠에 얼마나 집중하느냐다. 저렴하다고 말은 했지만 음악 스트리밍에서 아예 신곡을 한 번도 안 듣고 갖고 있던 음반에 있는 곡들만 한 달 내내 듣기도 하고, 넷플릭스 목록만 만지작거리다가 ‘정주행’의 시동도 걸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비슷한 서비스들은 분기를 나누어서 한 가지만 구독해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1개월 무료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구독을 시작한 뒤, 잊기 전에 곧바로 구독 해지를 해두는 것이 소소한 팁이라면 팁이다. 대개 이런 서비스들은 유료 구독 첫날 한 달치 요금을 미리 받아두고, 중간에 해지해도 그달의 계약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음 번 결제날에 돈을 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구독 연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좋아서 계속 써야겠다면 그때 다시 구독을 시작하면 된다. ‘아차’ 하는 사이에 다음 달 구독이 이어지고, 또 ‘아차’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좀체 떼어낼 수도 없고, 점점 존재 자체가 익숙해지는 뱃살처럼 내 것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구독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완성시킨 가장 편리한 시스템이다. 공급과 유통, 소비자 사이의 오랜 고민이 담겨 있고, 그만큼 만족도도 높은 서비스에 가깝다. 구독자로서는 적은 비용으로 큰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사업자는 그렇게 늘어난 가입자들에게 원기옥 모으듯 받는 작은 요금 덩어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진 편집에 쓰는 포토샵이나 문서 작업에 빠질 수 없는 오피스도 이전에는 구입이 쉽지 않았다. 사진 전문가도 아니고, 뻔한 기능 몇 가지만 활용하는데 개인이 덥석 1백만원을 넘나드는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은 절대 만만치 않다. 부끄럽지만 찜찜함을 끌어안고 불법 복제 사이트를 뒤적거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 달에 1만원이면 당당하게 이 서비스가 내 것이 된다.

구독 서비스는 오랫동안 ‘똑같은 품질의 복제품’을 무제한으로 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재화의 가치를 가장 현실적이자, 자극적으로 매기는 방법이다. 사람들을 불법 복제라는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규모의 경제가 요금을 끌어내리는 마법인 셈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업자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구독을 궁리한다. 콘텐츠를 넘어 음식, 자동차, 옷까지 오프라인의 모든 것이 구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쩌면 이제 우리의 삶은 그 자체가 구독이다. 집도, 차도 사실상 은행에 구독하며 살고 있다. 가질 수 없지만 내 것처럼 빌려 쓰는 세상의 모든 경험은 구독이다. 다만 소유에 대한 욕심을 다시 구독 서비스로 옮기는 욕심, 그리고 FOMO 증후군까지는 아니어도 특정 주류 콘텐츠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구독의 홍수에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일 뿐이다.

모든 소비는 유혹과 합리화, 그리고 끊어내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구독 경제는 진입장벽을 더 낮추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략적으로 필요할 때 구독하고 잠시 떨어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구독은 바로 ‘귀찮음’을 이용하는 서비스고, 그 서비스는 내가 잠시 떠나도 늘 그 자리에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길게 썼지만 오늘도 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겠다. ‘뭘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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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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