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그냥 조병규

OC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기록을 쓴 <경이로운 소문>의 조병규가 있기까지. 수백 번의 오디션과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UpdatedOn March 03, 2021

/upload/arena/article/202103/thumb/47448-445292-sample.jpg

파란색 앙고라 니트는 로이나인 제품.

/upload/arena/article/202103/thumb/47448-445291-sample.jpg

트렌치코트는 포츠 브이, 체크무늬 슬랙스는 어네스트 W. 베이커, 검은색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 / 10
/upload/arena/article/202103/thumb/47448-445293-sample.jpg

줄무늬 셔츠는 산드로 옴므, 흰색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줄무늬 셔츠는 산드로 옴므, 흰색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TV를 틀면 조병규가 안 나오는 채널이 없다. 문득 걱정이 들더라. 잠은 제대로 자면서 일하는지.
어릴 때부터 잠이 별로 없었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20시간을 몰아서 자기도 하는데 나는 허리가 아프고 몸이 쑤셔서 어렵더라. 하루 5시간 정도 자면 딱 좋다.

뭘 물어봐야 할까 고민 많이 했다. 기자들이 어떤 걸 가장 많이 물어보던가?
<경이로운 소문>이 주는 의미나 <스카이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까지 3연속 히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항상 ‘요행이다. 대본이 좋기도 했고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앙상블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적으면 될까?
맞다.(웃음)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경이로운 소문>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더라. 처음에 초능력이 생기면서 생머리에서 곱슬머리가 되는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지 궁금했다.
우선 처음에는 생머리로 촬영했다. 그리고 중간에 고데기로 한 번씩 꼬았고. 나중에 완성체 때는 촬영장 옆의 미용실에서 전체적으로 헤어스타일을 완성했다. 생머리에서 하나하나 곱슬머리로 바뀌는 CG가 땅이 갈라지는 CG보다 더 어렵다더라.

<경이로운 소문>의 수많은 액션 장면 중 엘리베이터 격투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는 작은 세트였지?
파주 세트장에 엘리베이터 세트를 따로 제작했다. 카운터 초기라 아직 성장하지 못한 소문의 미숙한 감정선이 잘 표현된 장면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청신과 어두운 길목에서 싸우는 장면을 좋아한다. 무술감독님이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고 와이어를 썼는데 티가 별로 안 나서 좋았다.

<아는 형님>에서 보니 때리는 것보다 맞는 연기를 더 잘하던걸? 실감나게 잘 맞는 방법이 있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주먹이 오기 전에 고개가 먼저 돌아가면 현장 용어로 ‘바래난다’는 표현을 쓴다. 타이밍이 어긋났다는 뜻이다. 맞기 전에 먼저 눈을 감거나 움찔하는 것도 NG다.

액션 연기 덕에 실제 싸움 실력도 늘어나는 것 같나?
전혀. 무술감독님과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는 머리카락 붙잡고 엉켜서 싸우는 게 제일이라고 하더라. 실전에서 액션 연기하듯이 하면 진다고.(웃음)

아쉽다. 박남현, 정두홍, 그리고 조병규가 액션 배우의 계보를 이을까 기대했는데.
나는 액션을 애증한다. 촬영할 때까지 정말 힘든데 결과물을 보면 또 보람 있고. 그래서 나는 액션 없이 총 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소문이는 매회 운다. 책임감도 강하고, 정의롭다. 조병규의 학창 시절과 비교해본다면?
낙천적인 성격은 비슷하다. 하지만 주변에 웅민이, 주연이 같은 친구들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웅민, 주연이도 판타지 인물이다. 그런 의리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우니까. 학창 시절에는 외골수 기질이 있었다. 예술고등학교는 그야말로 날고 기는 이들이 모두 모인 곳인데 거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다.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악하며 살았다.

/upload/arena/article/202103/thumb/47448-445290-sample.jpg

녹색 수트와 흰색 칼라 니트 모두 산드로 옴므 제품.

소문이처럼 일진을 참교육해준 적도 있나?
겁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늘 피하는 쪽이었다. 소문이가 왜 경이로운지 알겠더라. 본인 역시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강자에게 항변하고 싸우는 모습. 그래서 처음 소문이를 맡았을 때 ‘이런 사람이 진짜 있을까?’ 싶어서 더 표현하기 어려웠다.

조병규가 들은 가장 어이없는 소문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게 거짓말이라는 설. 진짜입니다. 여러분! 심지어 내 돈이다. 내 돈에서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는 거다. 그리고 액수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는데 혼자 살기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

유준상과는 27년 차이가 난다. 나이대가 부모님과 비슷한데 형이라 부른다. 서열 정리가 어떻게 되나?
맞다. 준상 선배와 아버지가 동갑이다. 유준상 선배가 극 중 서른아홉 살이라 현장에서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웃음) 어쩔 수 없다. 더 나이 많으신 선배에게 형이라고 할 때도 있다.

<스카이캐슬> <경이로운 소문> 등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학생으로 살아본 소감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하지만 한 번은 더 해보고 싶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나는 점점 사회의 때가 묻어가고 세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데 요즘 10대는 순수하고 낙천적이며 때로는 패기가 있거든. 그런 모습이 사라져가는 걸 보며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데뷔 6년 차, 벌써 8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렇다면 오디션을 4백~5백 번을 봤다는 이야기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오디션을 어떻게 알고 가며 현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필름메이커스’ ‘Otr’이라는 사이트에 공고 글이 올라온다. 오디션이나 작품에 따라 다른데, 역할 준비를 할 때도 있고 자유 연기를 하거나 미팅하듯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다.

오디션 베테랑으로서 비장의 무기가 있을 것 같다.
이건 진짜 꿀팁인데, 한국 작품의 명장면, 명대사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한다. 나는 외국 작품의 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연기하곤 했다. 이를테면 <타이타닉>의 디캐프리오 대사를 “네, 만족합니다. 나는 숨 쉴 공기도 있고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기도 있어요!” 뭐 이렇게 한국 말로 바꿔서 준비하는 거지.

‘지청신’ 역의 이홍내와 ‘웅민’ 역의 김은수를 감독에게 추천한 게 조병규로 알려지며 이슈가 됐다.
이렇게 자꾸 조명돼서 민망하다. 내가 추천해서 된 게 아니라 그 둘이 연기를 정말 잘한다. 많은 배우들이 ‘좋은 배우’ 리스트를 머릿속에 갖고 있다. 평소에 그들의 연기를 찾아 보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니까. 나 역시 누군가가 추천해줘서 작품에 출연한 적도 있다.

왜 하필 연기에 빠졌나? 단순히 ‘TV에 나오는 게 멋있어서’는 아닐 것 같다.
어릴 적, 뉴질랜드에서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드라마’ 수업을 듣게 됐다. 첫 수업의 인상이 강했고 기적처럼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를 잃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래서 밀어붙였고 채찍질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 뜨거운 열정이 이 일을 더 호전적으로 대하게 만든다.

연기를 하면서 지치는 순간은 언제인가?
매 순간이 한계고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때마다 더 치열해지는 성격이기도 하고. 벽에 부딪혔을 때 벽을 뛰어 넘는 게 아니라 아예 부숴버리려는 면도 있다.

예민한 편인가?
스스로에게는 모나고 예민하다. 근데 현장에서는 융화가 필요하기에 어떻게 하면 유연해질 수 있을지도 늘 고민한다.

<아는 형님>을 보니 눈물을 자유자재로 흘리더라.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가?
눈물은 없는 편이다. 삶을 조금은 냉소적이고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하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아예 다른 인격의 조병규가 출연한다는 생각이 크다.

예능에서 보는 조병규는 부캐릭터인 셈인가?
그렇지. 그래서 나도 TV를 보며 이질감이 크다. 그게 또 내 모습이기도 한데. 어쨌든 내가 봐도 평소와 예능, 연기할 때 모두 다른 모습이다.

“밀어붙였고 채찍질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최근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까지 개봉했다. 정말 부지런하다. 언제 또 영화까지 찍었나?
<스카이캐슬>이 끝나고 <스토브리그> 들어가기 전, 뭔가 공허한 시기가 있었다. 웹 드라마 <독고 리와인드>를 연출했던 최은종 감독님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볼까?” 해서 시작한 작품이다. 3천만원의 투자금이 있었다. 큰 금액이 아니었기에 제한된 장소, 3일이라는 시간 안에 촬영해야만 했다.

제작비가 정말 적다. 그럼 노 개런티인가? 자칫 날림 영화가 될 법도 한데 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아 판타스틱:왓챠가 주목하는 장편’ 부문까지 수상했다.
소정의 거마비 정도만 받았다. 감독님부터 배우, 막내 스태프까지 동일한 지분으로 제작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의 수익은 모두 같은 비율로 나눠 갖는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모두가 뜨겁게 촬영했고 개봉까지 하며 각자에게 유의미한 작품이 됐다.

최근 ‘알바몬’ CF까지 찍었던데,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봤나?
한 번은 연극 제작비를 벌기 위해 단원 50명이 단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잠실 종합체육관에 모였는데 알고 보니 다단계 회사더라. 굉장히 섬뜩한 기억이다.

<경이로운 소문2>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내부적으로는 다들 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감독님, 배우, 스태프까지 행복하게 작업한 기억이 있어서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 차기작이 정해졌다. 재석 형과 하는 예능!

<해피투게더 컴백홈>, 첫 고정 예능이지?
재석 형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 조심스럽다. 형에게 반기를 드는 건 대한민국에 반기를 드는 기분이라.(웃음)

오늘 이야기를 해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 자, 어떤 조병규가 되고 싶은가?
그냥 조병규.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이미지로 정의되는 걸 싫어했거든.

경이로운 조병규 아니고?
경이로우면 무너질 때 힘들다. 소문이가 무너질 때 나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박한빛누리, 최원주
PHOTOGRAPHY 주용균
STYLIST 박지영
HAIR 김승원
MAKE-UP 이아영

2021년 03월호

MOST POPULAR

  • 1
    이승기니까
  • 2
    나무 위 오두막 Treetop Hotel
  • 3
    YOUNG BLOOD
  • 4
    이승윤이라는 이름
  • 5
    낯설고 새로운 얼굴, ‘그린’ 다이얼 시계 4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앰부시의 수장 윤안

    지금 가장 뜨거운 패션계의 이슈 메이커, 앰부시를 이끄는 윤안은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 INTERVIEW

    디에잇의 B컷

    봄이 주는 선물, 만개한 꽃 같은 디에잇의 B컷.

  • INTERVIEW

    이승윤이라는 이름

    ‘무명성 지구인’은 <싱어게인> ‘30호’로 나타나, ‘이승윤’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문을 두드렸다. 어둠 속 무명의 주파수로 지글대고 있던 그는 이제 소리 높여 외칠 준비가 됐다. 주류와 비주류,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 자신으로서.

  • INTERVIEW

    찬혁이 하고 싶어서

    독립을 앞둔 찬혁은 자신만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이라고 했다. 갖고 싶은 것보단 쓸모 있는 물건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손수 만들었고 브랜 드 ‘세 이 투 셰’를 론칭했다.

  • INTERVIEW

    靑春 청춘

    디에잇의 내면에는 여리고 순수하지만 강인한 소년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소년 디에잇은 꽃이 피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MORE FROM ARENA

  • INTERVIEW

    패션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

    우주에서 가장 탐미적인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 디자이너로서 정점에 선 그는 여전히 옷을 통해 낭만에 대해 말한다.

  • INTERVIEW

    지진희는 젊고

    지진희는 부기가 빠지지 않은 손가락을 보여줬다. 액션신 연기 중 입은 부상이었다. 드라마 <언더커버>를 촬영 중인 그와 함께 짤막한 대화를 나눴다. 1970년대생 배우와 액션신, 레고와 다이캐스트에 대하여.

  • CAR

    만월과 조우한 자동차들

    만월을 맞으러 높은 곳으로 향했다.

  • LIFE

    우리를 찾아온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각각의 색과 빛을 지닌 세 개의 전시가 찾아왔다. 영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언어의 의미를 소거하여 무용한 아름다움에 닿고자 하는 작가, 소외된 몸들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직시하는 작가가 펼쳐내는 세계.

  • FEATURE

    영화 <미나리>가 나고 자란 곳

    당신을 키워낸 땅은 어디인가? 당신이 있기로 택한 곳은 어디인가? 이민 2세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를 보며 두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한 인간에겐 그마다 발 딛고 자란 곳의 풍경이 깃들어 있다. 미나리 풋내가 뒤섞인 아칸소의 고요한 초지에 대한 이 이야기는 점점 더 빠르게 문화와 인종이 뒤섞이고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세계에 도착한, 보편적인 동시에 새로운 설화다. (이 글엔 <미나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