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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관한 초신적 고찰

남자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에 탐스러운 엉덩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개의 둔덕이 가진 특별한 매력, 그리고 인류학적 고찰. <아레나>가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은밀한 그곳을 꼼꼼히 해부한다.

UpdatedOn May 28, 2007

21세기 초반에 이르러 전 세계가 엉덩이 아래 무릎을 꿇고 있다. 갑자기 불어 닥친 엉짱 열풍으로 성형외과는 사상 초유의 엉덩이 성형이라는 특수를 맞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성의 역사가 분명하다. 인간은 모든 삶의 가치를 얼마나 관능적일 수 있는가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은 당연히 이러한 관능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보다 육감적으로 엉덩이를 보여주기 위해 땀 흘리며 노력한다. 헬스로 올려붙이고 수술로 만들어서 벌건 대낮에 도로를 활보한다. 이건 차라리 융단폭격이다. 이런 나라에서 남자로 사는 것은 행운이다.

엉덩이는 뒤쪽 허리 아래로 연이으며 허벅다리 위쪽으로 살이 둥글게 융기된 좌우 부분을 일컫는다. 해부학적으로는 둔부(臀部)라 칭하며 볼기의 위쪽 경계는 장골릉이고, 아래쪽 경계는 불룩한 부분의 하연을 가로지르는 둔구(臀溝)이다. 좌우 볼기 사이는 깊은 홈이 되어 항문에 이른다. 엉덩이가 불룩한 것은 둔근군 중에 특히 대둔군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 대둔군이 긴장하면 골반이 수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직립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엉덩이다.

엉덩이는 몸의 다른 부분보다 피하지방이 특히 많다. 물론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다. 엉덩이의 피부 두께도 여자가 더 두껍다. 남자는 평균 2cm, 여자는 평균 3.5cm다. 흔히 말하는 엉덩이는 볼기 부분과 이어진 위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자에 비해 여자의 엉덩이가 더욱 관능적인 것은 이러한 해부학적인 차이 때문이다.

하기야 남자 히프가 여자처럼 살집이 많고 탱탱하면 별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이다. 남자에서 여자로 전환에 성공해 결혼까지 이른 어느 연예인처럼 까닥 잘못하면 성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엉덩이를 조금 해학적으로 표현해보자. 20대 여성의 엉덩이는 방뎅이라 부른다. 꽃다울 ‘芳’자를 쓴다.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힐 만큼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30대 여성의 엉덩이는 응할 ‘應’자를 써서 응뎅이라 부른다. 이미 성에 눈을 뜬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남자가 부르면 대답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40대 여성의 엉덩이는 궁핍할 ‘窮’자를 사용한다. 아무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궁하기 때문에 궁뎅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엉덩이나 방뎅이라고 부르는 것이 응뎅이나 궁뎅이보다 관능적이다.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엉덩이가 큰 여자들은 삶이 고통스러웠다. 대한민국 표준 사이즈로 제작된 바지나 치마는 그녀들의 풍만한 엉덩이를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큰 그녀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 축소 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조금만 참았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성격 급한 탓에 엉덩이만 고생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작은 엉덩이가 아름다운 시대가 사라지고 풍만한 엉덩이가 관능의 상징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엉덩이 성형이라 하면 축소가 아니라 확대 수술이다.

이런 새로운 유행은 바로 엉덩이가 세계 최고라는 제니퍼 로페즈의 치열한 엉덩이에서 비롯한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어느 여배우가 엉덩이 확대 수술을 받은 것을 계기로 엉덩이 라인을 강조하는 로라이즈 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일단 아메리카에서 유행하는 것은 무조건 받아들이는 나라 아닌가. 결국 로라이즈 진은 당당히 국내에 상륙하고 이를 입기 위해서는 풍만한 엉덩이가 필요해진 것이다. 커다란 엉덩이가 더 아름답다는 새로운 화두가 우리에게 던져진 것이다. 여기에 남자까지 가세하면서 엉덩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남자도 엉덩이를 섹시하게 확대한단다.

어떤 엉덩이가 아름다운가에 관해서는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엉덩이 성형 전문의 콘스탄티노 몬디에타 박사는 엉덩이를 허리부터 허벅지 바로 위까지 넓어지는 A형, 골반 뼈부터 허벅지까지 좁아지는 V형, 둥그런 모양의 원형, 그리고 각을 이루는 네모형의 4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몬디에타 박사는 A형이 가장 이상적인 엉덩이라고 말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아니다. 유전학적으로 다리가 짧은 우리나라 여성들은 원형을 가장 선호한다. 왜냐하면 원형 엉덩이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원초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엉덩이가 예뻐도 다리가 짧아 보이면 치명적이다.

제니퍼 로페즈의 엉덩이가 가진 약점이 그것이다. 신체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엉덩이 때문에 다리가 기형적으로 짧아 보인다. 할리우드의 신예 비다 게라의 엉덩이는 그런 면에서 최고다.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힌다.
예쁜 엉덩이는 사과를 닮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힙업이 필수다. 일단 처진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너무 크면 멍청해 보이고 너무 작으면 한심해 보인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엉덩이를 어쩌란 말이냐며 화를 낼 여자도 많을 것이다. 얼굴이나 가슴이 타고나는 것처럼 엉덩이도 그렇다. 신이 허락한 몸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너무 화내지 말기 바란다. 조상 탓이니까 말이다.

엉덩이에 집착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변태로 보인다. 지하철에서 추행을 일삼는 아저씨들은 본능적으로 멋진 엉덩이를 찾을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아저씨들을 짐승으로 분류한다. 당연한 결과다. 왜냐하면 엉덩이에 집착하는 행동 양식은 원시적인 행태이기 때문이다. 정상위는 원시인간의 정상적인 체위가 아니었다. 모든 동물이 그러하듯이 원시 인간도 후배위로 짝짓기를 했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암컷들은 우람한 엉덩이로 수컷을 유혹한다. 그러니까 엉덩이에 대한 집착은 원시인들의 행동 양식이라는 말이다. 원시인은 짐승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 아저씨들을 짐승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자면 인간이 옷을 입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상위가 등장한 것은 아니다. 동물원에 가서 인간과 비슷한 수작을 부리는 원숭이들을 만나보라. 암컷의 엉덩이가 인간처럼 우람하지 못하다. 해부학적으로 엉덩이는 직립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간이 직립을 하면서 엉덩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되었다고 봐야 한다. 여성의 엉덩이가 점점 커지면서 후배위가 불편해진 것이다. 인간이 어떤 동물인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편한 것을 찾는 동물이 아닌가. 당연히 인간은 후배위보다 편한 정상위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믿을 수 없다면 지금 당장 애인과 함께 실험해보기 바란다. 후배위가 편한지 정상위가 편한지 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홈스 박사는 21세기 초엽에 불어 닥친 엉덩이 열풍을 지난 세기 동안 자행되었던 지나친 가슴 성형수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크기에 집착하여 깊게 파인 골을 드러내는 여성들과 배우와 가수들의 과도한 가슴 노출로 남자들의 가슴에 대한 판타지가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엉덩이로 관능의 대상을 바꾸었고 그로 인해 여성들의 엉덩이 집착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고 분석한다. 황당한 의견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엉덩이 수술이 만연하는 어느 날이 오면 다시 남자들의 관심은 가슴으로 향하게 되고, 그러면 가슴 성형의 시대가 되돌아온다는 말인가. 어차피 지난 수십 년 동안 남자들은 앞에서는 가슴을, 뒤에서는 엉덩이를 관음했다.

남자들에게 여성들의 엉짱 열풍은 느닷없이 배달된 착한 선물일 뿐이다. 동네 헬스클럽에서 숨을 몰아쉬는 동안 눈앞에서 힘차게 달리는 젊은 여인의 신선한 엉덩이는 운동이 선사한 즐거움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갈 때 풍만한 엉덩이를 좌우로 살짝 흔들며 앞서 가는 화려한 엉덩이는 대중교통에서만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혜택이다. 자가용 뒷자리에서 졸고 있는 자들이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즐거움이다. 계단에 숨어 담배를 피우는 동안 건너편 아파트 통창으로 넘겨다보이는 옆집 아가씨의 탄탄한 엉덩이는 주거 환경이 배려해준 몽환이다. 남자들은 이렇게 매일매일 엉덩이의 매력을 만끽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이여.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왜 여성들은 엉덩이에 집착하는지 분석하지 말라. 인터넷에서 만연하는 예쁜 엉덩이 만들기 열풍을 비난하지 말라. 왜 여자들이 스스로 천박한 관능에 빠져 몸을 수선하는지 의아해하지 말라. 여자들의 관음적 집착이 어느 부위에서 어느 부위로 옮겨 다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져온 관음의 쾌락만 추구하면 그만 아닌가. 가슴을 드러낸 여자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고 해서 내일이나 모레 세상이 멸망할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남자들이여, 즐겁지 아니한가, 그저 감사히 여기고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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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정초신
Photography 게티이미지
Editor 성범수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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