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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사나이들

위스키를 탄생시키는 스코틀랜드의 마스터 블렌더들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위스키의 조건은 ‘일관성’이었다.

UpdatedOn January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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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협주곡엔 다양한 악기들의 음색이 담겨 있다. 연주되는 음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가 담기고 지휘자의 손길에 맞춰 연주된다. 오케스트라 하모니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베토벤, 브람스와 같은 거장이다. 거장의 오랜 고뇌 끝에 작품이 완성된다. 위스키는 적절한 블렌딩과 주조 과정을 거쳐 긴 시간 숙성되어야 비로소 특유의 향과 맛이 만들어지고 높은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 위스키 증류부터 숙성, 품질 유지까지 위스키의 모든 제조 과정에는 장인들의 손맛이 깃든다. 위스키에는 각 브랜드만이 지켜온 전통과 마스터 블렌더의 철학, 그리고 하루 수백 잔의 위스키 샘플을 시음, 시향하길 반복하는 그들의 고된 작업이 녹아 있다. 위스키의 맛과 향은 다채로운 언어로 표현된다.

스코틀랜드 대자연에서 얻은 보리는 숙성되어 꿀, 레드 베리, 감귤, 바닐라, 사과 등과 같은 향을 만들어내고 이는 곧 벌꿀의 달콤함 혹은 달콤한 자두 향, 잘 익은 사과 등으로 표현된다. 위스키에 독특한 풍미는 증류법, 위스키 종류와 블렌딩 비율, 숙성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오크통의 재질과 크기, 자연환경에서 받는 영향도 크다. 매번 다른 블렌딩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위스키 제조법에 대한 이해도 숙지해야 하지만 위스키 향을 구별하고 기억하는 건 기본적 소양이다. 따라서 ‘신이 내린 오감(五感)을 가진 자’라 불리는 마스터 블렌더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위스키 장인이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발렌타인의 ‘샌디 히슬롭(Sandy Hyslop)’, 글렌피딕의 몰트 마스터 ‘브라이언 킨스먼(Brian Kinsman)’, 로컬 위스키 윈저 더블유의 ‘크레이그 월리스(Craig Wallace).’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을 대표하는 마스터 블렌더들에게 질문지를 보냈다. 발렌타인 싱글 몰트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증류소 글렌버기, 밀튼더프, 글렌토커스에서 생산된다. 글렌피딕의 싱글 몰트위스키는 스코틀랜드 더프타운에서 생산되며, 윈저 더블유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로열 로크나가 증류소에서 만들어진다. 싱글 몰트위스키부터 로컬 위스키까지 다양한 위스키 거장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은 각기 달랐지만 좋은 위스키의 조건에 대해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정교한 주조 과정과 품질 좋은 원료도 중요하지만 좋은 위스키가 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일관성’이라고 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스키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다양한 풍미를 표현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 위스키가 탄생하는 증류소가 본인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해 질문했다. 돌아온 대답에선 자신들이 겪어야 할 오랜 노고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블렌더라는 직업에 대한 행복감이 느껴졌다. 세 마스터 블렌더의 감각이 담긴 위스키 8종도 참고하길 바란다.

스코틀랜드의 대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2년 + 15년 + 18년
발렌타인 글렌버기 싱글 몰트 시리즈는 글렌버기 18년이 추가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었다. 발렌타인의 글렌버기 증류소에서 생산돼 발렌타인 스타일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글렌피딕 익스페리멘탈 시리즈
IPA 익스페리먼트, 프로젝트 XX, 파이어 앤 케인으로 구성. ‘도전 정신’이라는 브랜드 철학에 기반해 독특한 시도가 담긴 제품이다.

더블유 19 + 더블유 허니
32.5도의 저도주 위스키로 선보인 제품들로, 부드러움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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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렌타인 ‘샌디 히슬롭’

샌디 히슬롭은 1백80여 년의 발렌타인 역사에 길이 남을 다섯 번째 마스터 블렌더다. 1983년 위스키 공장 품질 관리자로 일했던 샌디 히슬롭은 1992년 발렌타인 위스키의 전설적인 3대 마스터 블렌더 잭 구디에게 위스키 블렌딩 비법을 전수받았다. 2005년 위스키의 모든 것을 총괄하고 결정하는 발렌타인 블렌더 중 최고 자리인 마스터 블렌더로 임명되었다.


2020년은 비대면의 시대였다. 사실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꼭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2020년은 당신에게 어떤 해였나?
2020년은 모두에게 특이한 해였다. 마스터 블렌더로서 일하며 가장 즐거운 점은 위스키 애호가, 전문가와 직접 소통하는 것인데, 디지털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온라인 테이스팅 등을 통해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기억을 경험했다. 다만 아쉬운 건 여행이 제한돼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한국의 문화와 사람, 그리고 음식을 맛보지 못한 게 아쉽다. 심지어 매주 방문했던 스페이사이드 증류소 방문 횟수도 줄었고 모든 위스키 샘플들은 ‘블렌딩 룸’으로 배송된다. 머지않아 증류소에서 친구, 동료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정말 고대하고 있다. 다시 여행하게 되면 증류소에 꼭 방문하길 바란다. 마법 같은 곳이니까.

선대 마스터 블렌더들의 대를 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발렌타인 위스키의 고급스러운 품질과 일관성이 대중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창업자 조지 발렌타인부터, 역사상 단 5명밖에 없는 마스터 블렌더들의 노력과 그들이 전달해준 비법 덕분이다. 선대 마스터 블렌더들이 재임 기간 써내려간 그들만의 역사를 이어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새로운 위스키를 소개할 수 있었던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발렌타인 싱글 몰트, 그 비밀을 만나다’ 팝업 스페이스에서 각종 발렌타인 싱글 몰트를 시향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당시 느꼈던 것은 꽤나 트렌디하다는 점이었다. 발렌타인의 전통을 지키면서 트렌디함을 표현하기 위한 당신만의 비법이나 원칙이 있나?
위스키 블렌딩 시 주요 원칙은 혼합할 때 각 원액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모두 다른 취향을 갖고 있듯 발렌타인 싱글몰트도 저마다 특성이 있다. 따라서 블렌딩을 할 때 발렌타인만의 특성을 반드시 인지하고 조화시키도록 노력한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각 증류소의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발렌타인 싱글 몰트 라인업이 드디어 완성됐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8년이 추가되면서 싱글 몰트 라인업이 완성돼 아주 만족스럽다. 내가 마스터 블렌더로 재임할 때 이 훌륭한 싱글 몰트를 만든 건 진정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완성된 싱글 몰트 라인업은 현재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위스키를 맛볼 수 있었던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욱 의미 있고 흥분되는 일이다.

글렌버기 싱글 몰트 시리즈는 각각 어떤 차이가 있나?
글렌버기 싱글 몰트는 발렌타인 블렌딩의 핵심으로, 사과와 같은 과일 향이 풍부한데 이는 독특한 스페이사이드의 향을 이룬다. 과일 향은 숙성도에 따라 더욱 깊어진다. 글렌버기 15년은 풍부하고 잘 익은 빨간 사과 향을 담았다. 그리고 3년을 더 숙성한 글렌버기 18년은 15년에 비해 더욱 부드럽고 잘 익은 사과 향을 품었다. 두 제품 모두 부드럽지만, 글렌버기 18년은 더 감미롭고 점성이 있어 꿀과 같은 질감을 표현해낸다.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8년을 더 잘 즐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만의 비법은 물을 위스키 양의 절반 정도 넣는 것이다. 물은 위스키의 맛을 부각시켜주며 맛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블렌딩 룸에서 위스키를 테스트할 때 스카치 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종종 물을 첨가한다.

마스터 블렌더로서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레시피는 무엇인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레시피를 고르라는 것은 나의 자녀 중 가장 좋아하는 아이를 한 명만 꼽으라는 것과 같다. 사실상 대답하기 불가능한 질문이다! 그럼에도 하나 꼽자면, 글렌버기 18년을 선택하겠다. 풍부한 향미는 점차 소멸되고, 피니시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홀짝홀짝 마시기 좋기 때문이다. 아마 한 번 마시면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위스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스키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게 좋은 위스키란 성격이 뚜렷하고 증류소의 개성을 반영하는 위스키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 싱글 몰트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오밀조밀 모여 있음에도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고 독특하다. 훌륭한 블렌딩은 모든 원료가 상호 보완하며 완벽하게 결합하는 것이다. 다양한 원료의 혼합으로 복잡한 맛을 구성하지만 그럼에도 조화를 이루는 게 좋은 블렌딩이다. 블렌디드 위스키인 발렌타인 17년산은 훌륭한 블렌딩의 완벽한 예로서 밀튼더프의 자연환경에서 유래한 따뜻함과 힘, 글렌버기의 달콤함, 글렌토커스의 섬세하고 프루티한 마무리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경험을 선사한다.

증류소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증류소는 내게 브랜드의 유산, 혁신, 그리고 내 열정을 가득 담은 곳이다. 내 직함은 마스터 블렌더이지만, 새로운 증류액을 테스트하는 것부터 숙성을 위해 캐스크를 고르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열정을 함께하고, 증류실의 따스함을 느끼고, 증류소의 보리 향을 사랑한다. 이 모든 건 스코틀랜드의 경이로운 풍경에 둘러싸여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직접 와서 봐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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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렌피딕 ‘브라이언 킨스먼’

브라이언 킨스먼은 세인트앤드루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다 2001년 전설적인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에게서 위스키에 대해 배웠다. 세계가 인정하는 위스키의 품질을 유지하기까지 40년간 전문 기술과 경험을 쌓으며 공부한 결과 글렌피딕의 제6대 몰트 마스터의 역할을 물려받았다.


영국식 맥주의 한 종류인 IPA 오크통에서 숙성된 싱글 몰트위스키는 업계 최초로 통한다.
동의한다. 아주 오랜 기간 에일 캐스크로 실험해왔고 익스페리멘탈 시리즈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IPA와 글렌피딕의 성격은 명확하게 연결됐다. 두 가지 모두 과일 향과 달콤함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IPA 오크통에서 숙성된 싱글 몰트위스키는 일반 싱글 몰트위스키와 어떤 차이가 있나?
글렌피딕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오크통(버번이나 리필 아메리칸 오크)에서 숙성된 후 빈 IPA 캐스크로 옮겨진다. 그리고 3~4개월간 완성 과정을 거친다. 숙성 기간이 중요한데 이 기간은 위스키에 고유의 풍미를 부여하는 미묘한 실마리이자, 시트러스 홉과 신선한 과일의 생동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IPA 익스페리먼트는 IPA 크래프트 맥주가 기반이 된 위스키다. 그 과정에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 전문가 ‘셉 존스(Seb Jones)’가 함께했다. 이러한 조합을 이룬 계기는 뭔가?
초기에는 IPA 자체적으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셉 존스와 협업했다. 그가 속한 작은 현지 회사와 함께 일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새로운 글렌피딕을 만들고 표현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며 시너지를 이루는 과정이 좋았다.

IPA 익스페리먼트, 프로젝트 XX, 파이어 앤 케인으로 구성된 익스페리멘탈 시리즈의 각 향과 풍미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IPA 익스페리먼트는 생동감 있고 과일 향이 강하다. 프로젝트 XX는 전통적이면서 오크 향이 풍부한 반면, 파이어 앤 케인은 뚜렷한 스모키 향을 품고 있다.

프로젝트 XX는 전 세계 위스키 전문가 20명이 수천 개의 오크통 중 각자 한 가지 원액을 선별하고 배합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감한 실험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젝트 XX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즐거웠다. 20명의 위스키 전문가들은 모두 싱글 몰트, 특히 글렌피딕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그들은 어떤 캐스크를 선별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고, 열정적으로 임했다. 프로젝트 XX만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기 위해 1백 개의 서로 다른 캐스크 샘플로 작업한 날, 글렌피딕만의 향미가 훌륭하게 표현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획기적인 시도가 담긴 익스페리멘탈 시리즈는 어떻게 즐기는 걸 추천하고 싶나?
개인적으로는 물을 한 방울 넣어 위스키의 순수한 맛을 즐기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푸드 페어링을 추천하자면 IPA는 훈제 연어와 아주 잘 어울리고, 프로젝트 XX는 한국 음식처럼 매운 소고기와 조합했을 때 깊은 풍미와 오크의 특성이 살아난다.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딱 한 번 방문했었다.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나라다. 싱글 몰트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관심은 크다고 생각한다. 싱글 몰트위스키의 범위는 아주 넓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맛을 탐구하고 싶은 욕구가 엿보였다.

한국 소비자에게 ‘위스키를 풍부하게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면?
종종 위스키를 두세 잔씩 동시에 마신다. 다만 주의할 점은 아주 천천히 맛본 뒤 다른 위스키를 마시기 전, 소량의 물로 혀를 적셔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위스키를 마실 때 물로 입안을 씻어주면 그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으며 위스키에 대한 이해도 쉬워진다.

위스키 개발의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나?
모든 것이 영감이 된다. 음식과 음료의 세계는 광대하다. 특히 다른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탐험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나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 걸 좋아한다.

탁월한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피하거나, 반드시 지키는 습관이 있다면?
자극적인 냄새와 향이 강한 음식은 피하려 노력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건 위스키를 음미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커피는 금물이다. 커피를 일단 섭취하면 내 미각은 그 맛에 완전히 지배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가?
글렌피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글렌피딕 증류소에서 1백30년 넘게 증류해왔고, 새로운 위스키를 증류할 때 글렌피딕의 전통을 따르는 게 필수적이다. 캐스크에 채워지는 ‘영혼의 한 방울’이 매일 똑같은 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증류소의 공예가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한다.

증류소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오랜 전통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훌륭한 품질의 위스키를 제조하는 양조장과 함께 증류소에서 일하는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1백30년 만에 여섯 번째 몰트 마스터가 된 것도 아주 큰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3 더블유 ‘크레이그 월리스’

국내에서 처음으로 32.5도 저도주 위스키를 선보인 크레이그 월리스는 디아지오의 마스터 블렌더다. 그는 저도주 위스키 ‘더블유 19(W19)’와 ‘더블유 허니(W Honey)’ 두 제품의 블렌딩을 맡았으며 현재 디아지오에서 생산하는 모든 싱글 몰트위스키의 최종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 위스키 협회 법령에 의하면 40도 이상의 위스키에만 스카치 위스키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스코틀랜드인으로서 저도주 위스키를 만드는 것은 생소한 경험이자 모험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더블유 시리즈를 블렌딩할 때는 높은 품질과 부드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더블유 허니의 경우, 진정한 스코틀랜드 자연의 산물을 어우러지게 하는 것, 즉 위스키와 꿀(헤더허니)이 매우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다.

더블유 허니에 스코틀랜드산 헤더허니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직 더블유의 부드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헤더허니는 스코틀랜드 대자연의 선물이다. 들판에 자생하는 헤더꽃은 헤더허니뿐만 아니라 위스키 제조에 중요한 식물이다. 이 식물은 위스키 제조의 중요한 원료인 피트(Peat, 이탄)도 함유했다. 피트는 헤더와 해초, 유기물 등이 오랜 시간 쌓인 결과로 생성된 것이다. 피트를 태워 맥아를 건조해 위스키 특유의 피트 향을 더한다. 스코틀랜드산 꿀, 헤더허니는 풍미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며, 복잡하고 과일 향이 나는 위스키에서 우디(Woody) 향을 이끌어내준다.

지금, 저도주 위스키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에서는 블랙&화이트 오렌지(Black & White Orange), 유럽에서는 J&B 허니, 러시아에서는 벨스 스파이스트(Bell’s Spiced) 등의 저도주가 인기다. 사람들이 스카치위스키의 풍미를 보완해주는 새로운 맛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저도주는 이러한 새로운 풍미와 전통적인 위스키 풍미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위스키는 깨끗한 자연과 전통문화를 상징한다. 저도주 등 변화하는 위스키 시장에서도 고수해야 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점점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스피릿 드링크 등)가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장인 정신과 최고 품질의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는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블유 시리즈는 윈저의 진정성과 철학을 그대로 유지했다. 더블유 19의 경우 19년 이상 숙성된 매우 희귀한 고연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다.

더블유 19는 왜 32.5도인가?
더블유 19는 전 세계적인 스카치위스키의 인기로 고연산 원액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음에도, 한국 소비자를 위해 19년 이상의 원액만을 엄선해 블렌딩한 것이다. 32.5도는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면서도 19년산 블렌딩에서 균형 잡힌 풍미를 이루며 부드러움도 극대화하는 알코올 도수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그에 맞추기 위해 윈저 더블유 위스키에 어떤 노력을 담았나?
한국 소비자들은 부드러우면서 균형 잡힌 풍미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것이 더블유 시리즈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블유 19는 바닐라의 달콤함이 정교한 오크 향과 조화를 이루고, 더블유 허니는 스코틀랜드산 꿀(헤더허니)과 과일 향이 풍부한 위스키, 우디 향이 완벽한 균형을 이뤄 매우 부드럽다.

위스키 개발의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받나?
전 세계 소비자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각 지역 소비자의 취향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스카치위스키의 다양한 풍미를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며, 항상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고품질 위스키를 블렌딩하는 것이 목표다.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무엇인가?
최고 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하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각 제조 단계마다 매우 높은 품질 측정 기준을 적용한다. 이러한 장인 정신이 없었다면 더블유 시리즈와 같은 완벽한 제품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위스키를 판별하는 당신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증류 과정과 캐스크의 품질, 숙성 기간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좋은 위스키를 판별한다. 원액이 캐스크에서 숙성되는 과정에서 복합적인 풍미의 위스키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피하거나, 반드시 지키는 평소 습관이 있다면?
위스키 향을 맡고 시음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감각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만족할 만한 품질과 풍미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항상 캐스크에 담긴 샘플 위스키의 향을 최소 3~4번 맡아보고 7~8번 시음한다. 22년간 위스키를 만든 경험을 토대로 블렌딩한 뒤 다시 여러 번 테이스팅하는데,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품질과 풍미가 나올 때까지 수차례 조정 과정을 거친다.

좋은 위스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위스키는 좋은 위스키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정교한 증류 과정, 품질 좋은 캐스크, 숙성 기간, 그리고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블렌딩이 좋은 위스키를 만든다.

당신에게 증류소란?
증류소는 수백 년간 그곳에서 일한 사람들과 역사, 전통 및 품질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증류소를 방문할 때마다 이러한 역사와 최상의 품질과 일관된 풍미를 유지하고자 기울인 노력과 열정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마스터 블렌더로서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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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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