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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화성 탐사 60주년

화성 이주민을 위한 안내서

미래의 화성 이주민에게 바친다. 화성에 가기 전 읽고 듣고 챙겨 볼 리스트.

UpdatedOn October 07, 2020

화성 대학 생활 지침서 <퓨처라마>

3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에서 화성은 개척 행성으로 묘사된다. 지구인에 의해 퇴거당한 화성 원주민이 등장할 때는 미국 개척사를 슬쩍 비꼬기도 하고, 지구보다 발전된 면면도 보여주며 제3세계에 대한 인식을 깨뜨리기도 한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태양 플래그에 의해 폭발했다가 다음 시즌에선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데, 이런 거 일일이 따지지 말자. 웃기기만 하면 된다. 어쨌든 <퓨처라마>에서 화성은 태양계 최고의 명문 사학 화성대학교가 위치한 행성으로 유명하다. 태양계의 아이비리그 정도 된다. 멍청하지만, 선량한 주인공 프라이는 우연히 화성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천재 원숭이를 만나는데 똑똑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는다. 화성으로 이주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 반드시 좋은 대학 갈 필요는 없다고, 삶의 가치를 찾으라고 <퓨처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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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구조 활동 <미션 투 마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 중 <미션 투 마스>만큼 논란이 많은 작품이 있을까 싶다. 수작이냐 망작이냐를 두고 다투지만 지금 다시 보면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영화의 배경은 2020년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낸다. 하지만 화성에 도착한 탐사대원들은 곧 거대한 폭발에 휩쓸려 사라지고, 생존 신호가 잡힌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지구에서 우주인이 출동한다. 구조대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조난자를 발견하고, 화성에는 지적 생명체가 살고 그들이 지구의 선조임을 알게 된다는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법한 외계 문명 기원설을 소재로 삼았다. 탐사대원들을 폭죽처럼 날려버린 게 외계인 짓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구조 활동이다. 극한 환경에서 탐사 활동을 전개하는 대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며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탐사 활동이 잦은 화성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리라 예상된다.

낯선 이주민과 친해지기 <총몽: 화성전기>

<총몽>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시작이다.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 갈리가 어떻게 전투병기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동안 <총몽>의 세계에선 꾸준히 화성이 언급되었다. 화성은 치열한 전선이고, 갈리의 기갑술과 같은 살인 무술이 발전한 곳이다. <총몽>의 세계관에서 화성은 죽음의 무대이고, 완전히 죽을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갈리는 지옥에서조차 버려진 전사였고. <총몽: 화성전기>에서 묘사된 화성은 갈리의 기억보다 섬세하게 표현된다. 갈리가 요코로 불리던 어린 시절 그녀에게 온정을 베푼 사람들은 허무하게 죽어간다. 고아원도, 할아버지도, 도시도 끊임없이 사라진다. 만화는 전쟁과 죽음에 쫓기며 성장하는 요코를 추적한다. <총몽: 화성전기>는 화성에서의 군 생활을 달래줄 책이 아니라(오히려 더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 화성에서 홀로 살아가고, 친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인간으로서 정을 나누는 방법을 알려준다. 화성에서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줄 책이다.

플레이리스트 데이비드 보위 ‘Life On Mars’

Is there life on Mars? 우주적으로 전위적인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의 ‘Life On Mars’를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틀 것을 제안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콜라주된 이 곡에 대해 보위는 이렇게 말했다. “한 예민한 소녀가 미디어를 접한 반응을 그렸죠. 그는 현실에 실망하고, 어딘가에 좀 더 위대한 삶이 있을 거란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그곳으로 어떻게 갈지 몰라 애통해하는 것이죠.” 자, 이제 소녀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고 있다. 믹 록의 뮤직비디오에서 번개를 맞은 듯 붉은 헤어스타일에 번쩍이는 푸른 섀도로 아이홀을 채우고, 프레디 부레티가 디자인한 청록색 수트를 입은 채 노래하는 보위는 이미 화성인처럼 보인다.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화성에서 온 외계인 콘셉트로 활동했던 그는 어쩌면 이미 그 땅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Space Oddity’ ‘Starman’ ‘Ziggy Stardust’도 플레이리스트에 넣기를. 

양질의 비료 채취 <마션>

화성에서 나 홀로 살아본 주인공 마크의 생활 밀착형 관찰 영화다. 화성에서의 1인 가구 생활을 상상해보라는 의미로 제안하는 작품은 아니다. 그보다 마크의 탁월한 비료 제조와 관리에 주목해야 한다. 텃밭 좀 일궈봤다면 비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지구에서도 아무 땅에나 작물을 심고 재배하긴 어렵다. 토양에 영양분이 필요하고, 또 토양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줄 미생물과 벌레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밭에 화학비료 뿌리면 되지 않겠느냐 할 수 있겠지만, 화성에서 화학비료는 구하기도 만들기도 어려울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생산되는 인간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하는 일종의 업사이클링을 제안한다. 주인공 마크는 기지 안에서 감자를 키웠는데, 씨앗만 잘 챙겨 가면 상추, 호박, 고추, 토마토도 재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에서 농사짓기에 앞서 마크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길 권한다.

자원의 배분 필립 K. 딕 <화성의 타임슬립>

필립 K. 딕의 미래는 언제나 디스토피아다. 화성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선 화성으로 떠나지 못한 빈민층이 지구에 남았지만, <화성의 타임슬립>에서는 화성이 지구의 식민지다. 1994년, 지구에서 온 이주민은 화성 원주민을 쫓아내버리고, 신대륙을 개척하듯 화성의 부동산, 농경지와 수자원, 철광석 등을 소수의 자본이 독차지한다.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화성에서 물은 권력이고, 서사를 이끄는 것은 수자원노동조합장의 검은 야욕이다. 유럽 국가들이 신대륙을 두고 땅따먹기를 했던 전근대와 다를 바 없는 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잘 살아보자고 간 화성에서 또다시 지구에서 범한 과오를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 인류의 생존을 위한 자원 확보만큼이나 분배도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지혜 없이는 그저 화성은 폐쇄된 아수라장일 뿐이니 말이다. 화성 이주민이 입성할 때 맨몸으로 소독 절차와 8시간에 걸친 신체검사를 한다는 것도 흥미로운데, 혹시 모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서로의 행성에 옮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일 터. 코로나 시대에 국경을 넘는 것만큼 신중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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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생존 백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류의 새로운 시작, 마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동시대의 과학 기술에서 가장 근접하게 화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다. NASA에서 발표한 화성의 유인 탐사 및 거주 플랜이 계획대로 2033년에 시작했을 경우를 가정한 이야기로, 세계 각국에서 선발한 우주비행사(한국인도 있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다이달로스 탐사대가 인류 최초로 화성에 첫발을 딛는다. 그런데 순탄치가 않다. 베이스캠프와 훌쩍 떨어진 곳에 착륙하고, 기온이 영하 70℃까지 내려가는 화성 표면을 이동하다 우주복 전력이 다 떨어지기 일쑤. 우여곡절 끝에 인류 거주에 적합한 동굴 지형을 찾아 올림푸스 타운을 건설하고, 발전시설 배선 작업을 하지만 번개를 동반한 모래 폭풍으로 인해 태양열 시스템과 원자로가 작동 불능이 되는 등 갖은 수난을 겪는데, 시즌1의 끝에서 화성 고유의 생명체라 할 만한 유기 물질을 발견하며 급격한 반전을 이룬다. 화성에서 인류가 겪을 수 있는 위협 백문백답 정도라고 보면 될까? 여느 공상과학 콘텐츠보다 실제 화성 생활에 근접하게 그려낸 드라마로, 화성에서의 생존을 위해선 꼭 익혀두어야 할 것이다.

보이는 대로 믿지 않기 레이 브래드버리 <화성연대기>

SF와 환상 문학의 고전,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는 1999년부터 2026년까지 화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 연대기다. 지구와 닮은 듯 다른 장엄하고 신비로운 풍경, 텔레파시와 정신감응 능력, 그리고 환각을 구현하는 능력을 지닌 화성인을 마술적이고 낭만적인 존재로 그린다. 이 이지적인 존재는 지구에서 온 네 번째 탐험대까지 우아한 방식으로 해치워버리지만 지구인은 이들에게 수두를 옮기고, 40명의 이민자가 최초로 화성 이주에 성공한다. 인종차별을 피해, 종교를 선교하기 위해, 핵전쟁을 피해, 각종 대륙에서 온 지구인과 화성인의 이야기가 환영과 신화 속에서 뒤섞여 명멸하듯 폐허에 다다른다. 화성을 그린 이 위대한 고전 SF를 미리 읽는다면, 화성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않을 수 있다. 화성인의 정신감응 능력에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성에 다다랐을 때, 황량한 붉은 땅 대신 푸른 목초지에 꿀벌이 나른히 윙윙대고, 어머니가 반겨주는 고향집의 정겨운 광경을 마주했더라도 그것이 진짜가 아님을 당신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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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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