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코로나19를 이겨낸 <야구소녀>

코로나19로 침체기를 맞이한 극장가가 살짝 고개를 들고 있다. <#살아있다>가 시발점이지만 그속에 숨겨진 주옥 같은 보석이 있다. <야구소녀>다.

UpdatedOn July 07, 2020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가 스멀스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K-좀비물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했고 또 다른 좀비물인 기대작 <반도>의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강철비2: 정상회담>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런의 <테넷>까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있다>는 충무로 스타 유아인과 박신혜를 앞세워 1백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빈약한 스토리와 개연성으로 호불호를 띈다. <반도> 역시 강동원을 비롯 호화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전작 <부산행>의 부담감을 이겨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럼으로 아직까지 여름 극장가의 주인공은 ‘작은 영화’인 <야구소녀>다. 작년 <벌새>, <우리집>, <메기>로 이어졌던 독립영화 신드롬의 명맥을 잇듯 개봉 보름 만에 3만 관객을 넘었다. 앞으로 손익분기점인 6만 명은 가볍게 돌파할 거라는 예측이 나돈다. 특히 SNS에서의 반응은 여타 다른 대형 영화보다 더욱 뜨겁다. 이렇다 보니 독립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또 하나의 ‘힙한’ 문화가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제목에서부터 유출할 수 있는 뻔해 보이는 영화가 왜 힙을 입고 흥행 중일까?

‘소녀’만화의 도전

지금껏 수많은 소년들의 꿈과 도전을 그린 성장 스토리는 많았다. <야구소녀>를 그런 소년만화를 답습하는 클리셰 범벅의 영화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소녀>가 그리는 서사는 여타의 소년만화 스포츠 장르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일단 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과 가슴 벅찬 승부가 없다. 라이벌과의 대립을 통한 성장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승부, 짜릿한 승리 대신 오롯이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고독한 승부를 펼치며 잔잔하게 흘러간다. “해보기도 전에 포기 안 해.” 주인공 수인이 입에 달고 사는 말과 함께. 여기에 ‘소녀’라는 수식어가 주는 편견의 벽도 깨야 하니 어쩌면 다른 소년들과는 달리 배로 힘든 여정이 펼쳐진다. 그러니 <야구소녀>를 일반적인 소년만화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야구라는 소재로 풀어낸 따뜻한 가족 영화

프로 선수를 꿈꿨으나 문턱을 넘지 못한 최진태 코치는 프로 입단을 꿈꾸며 트라이아웃을 바라보는 주수인이 못마땅하다. 그 누구보다 현실의 벽이 높다는 걸 알기에 수인에게 포기를 권한다. 아니, 강요하는 수준이다. 매번 떨어지면서도 시험을 준비하는 무능한 가장인 아버지를 닮을까 겁이 나는 어머니에게 수인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만큼 딸을 사랑하기에 꿈을 가로막는다. 아버지가 부정행위로 경찰서에 간 후 어머니가 수인의 글러브를 태우는 장면은 두 사람 간의 갈등이 고조에 달한 대목. 하지만 모두의 만류에도 묵묵히 꿈을 향해 걷는 수인에게 최진태 코치는 동하게 되고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그는 수인에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투영하며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본다. 어머니 역시 수인의 트라이아웃을 가슴 졸이며 바라보며 눈물을 쏟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야구를 해온 정호, 트라이아웃에서 만난 또 다른 여자 선수 제이미 등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시합 장면 하나 없는 야구 영화를 각 캐릭터 저마다의 사연으로 스토리를 풀어낸다. 수인을 둘러싼 각 캐릭터들의 위로와 공감을 바탕으로 ‘뜨거운’ 야구 영화보다는 ‘따뜻한’ 야구 영화를 지향한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2007/thumb/45448-419081-sample.jpg

 

독립영화계의 스타 이주영

무엇보다 이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배우 이주영의 존재감이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독립영화계에서 입지를 넓힌 이주영은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됐다. 영화 <메기>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야구소녀>까지. 그녀는 묵직한 직구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꽂았다. <야구소녀>의 GV 행사 때마다 가득 찬 객석은 그녀의 인기를 반증하는 증거. 영화 속 주수인처럼 외부적인 벽과 내면의 벽을 넘으며 단단해진 이주영이기에 더욱 주수인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자유와 열정을 가지고 독립영화를 지지하고 만들어온 이주영은 이번 <야구소녀>로 내일의 주수인, 아니 세상의 모든 주수인을 응원하며 건강한 마음을 얻었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김성지

디지털 매거진

MOST POPULAR

  • 1
    백호의 로스트 하이웨이
  • 2
    'BE POWERFUL' <강철부대> 김민준, 김상욱, 육준서, 정종현 화보 미리보기
  • 3
    찬혁이 하고 싶어서
  • 4
    명랑한 계절의 티셔츠들
  • 5
    여자친구 소원과 엄지

RELATED STORIES

  • FEATURE

    패션 암흑기를 두 번 겪지 않기 위한 가이드

    얼마 전까지 뉴트로가 유행했다. 동시에 1990년대 패션을 복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건 괜찮다. 패션은 돌고 돈다고 하니까. 납득이 간다. 납득이. 하지만 패션 암흑기 2000년대만은 돌아와선 안 된다. 부츠컷도 울프 커트도, 민소매 겹쳐 입기도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주길 바란다. 2000년대 패션이 부활할 낌새를 보이는 지금, 간곡히 부탁한다.

  • FEATURE

    야인시대 월드 편

    주먹을 논한다면 빠질 수 없다.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최고의 한 방.

  • FEATURE

    지금 트로트에 필요한 것

    빠르고 무성하게 세상을 장악한 트로트에 경고등이 켜졌다. 쏟아지는 트로트 예능들만큼이나 “이제 트로트는 지겹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불세출의 스타 송가인, 임영웅 등을 배출한 <내일은 트롯> 시리즈인 <내일은 미스트롯2>의 우승자와 출연진에게는 별다른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힘을 빌리지 않고 트로트 장르는 자생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마주한 트로트의 오래되었지만 생생한 맨 얼굴.

  • FEATURE

    시청자의 일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폐지됐고, <설강화>의 촬영 중단 청원은 20만 명을 넘겼다. 어느 때보다 시청자의 힘은 세다. 다만 빠르고 뜨겁고 집단적인 이 시대에 조심해야 할 것은 후진 것과 존재해선 안 될 것을 구분하는 것. 어떤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고 어떤 이야기에 등을 돌릴지,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이들의 몫인 동시에 책무이기도 하다.

  • FEATURE

    혐오의 온도는 몇 도?

    한 아시아 여성이 대낮에 거구의 흑인 남성에게 두드려 맞았다. 그녀가 뭘 잘못했냐고? 굳이 말하자면 앞을 바라본 채 길을 걸었다는 것. 또 하나는 아시아인이라는 점이다. 사건은 CCTV에 포착됐고 아시아인의 거센 분노로 이어졌다. 심각해지는 미국 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영상으로 증명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혼돈을 준 뒤 혐오는 심화됐다. 혐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뉴욕의 아시아인에게 물었다. 지금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의 온도는 몇 도냐고.

MORE FROM ARENA

  • TECH

    PS5와 함께한 적재의 하루

    적재는 소니 PS5를 즐긴다. 게임 플레이는 물론이고, 곡을 쓸 때도 게임 화면을 띄우고 골똘히 생각을 정리한다. 그의 일상 속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 늘 가까이 있다.

  • VIDEO

    브라이틀링 X 이승기

  • VIDEO

    배우 이동욱이 정주행을 추천하는 출연작은?

  • FASHION

    아웃도어 쇼핑 리스트: 낚시

    생동하는 봄날, 본격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한 것들만 담은 쇼핑 가이드.

  • INTERVIEW

    우직한 류승룡

    짙은 눈썹과 굵은 이목구비. 류승룡은 호랑이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 <정가네 목장> 촬영으로 턱수염을 기른 류승룡은 더욱 호랑이를 닮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언어들, 생각들은 그가 우직한 사람임을, 밤이 되어야 울부짖는 배려 깊은 소에 가까운 사람임을 확인시켜주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