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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쁠 게 뭐 있어?

On June 03, 2020

제이미와 이영지. 빛나는 재능과 야심, 에너지, 누구든 웃길 수 있고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눌러앉는 ‘인싸력’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두 젊은 뮤지션이 만났다. 시시콜콜 온갖 주제로 서로를 파헤친 크로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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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영지의 실버 니트 톱은 랄프 시몬스,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비니는 SMFK 제품. 제이미의 시스루 티셔츠는 모두 카이, 사죽 재킷은 엘진가 by 매치스패션닷컴

(왼쪽부터) 이영지의 실버 니트 톱은 랄프 시몬스,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비니는 SMFK 제품. 제이미의 시스루 티셔츠는 모두 카이, 사죽 재킷은 엘진가 by 매치스패션닷컴


제이미 <고등래퍼 3>에서 이영지를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한다. 나와 되게 닮은 거다. 눈도 코도 큼직하고, 밝은 기운이 넘치더라. 키 큰 버전의 나 같았다. <K팝스타>의 박지민 같달까? 하하하. 붐뱁이라는 희소한 장르를 자기 것처럼 소화하는데, 목소리가 되게 매력 있다.

이영지 그래서 계속 나한테 동생 삼겠다고 했잖아. 같이 살자고 하더라니까. 하하. 난 언니를 매체에서 자주 봐서 내적 친밀감이 높은 상태였다. 실제로 보니 엄청 쾌활하고 유쾌하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이더라.

제이미 우리가 <굿걸: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분위기 메이커다.

이영지 촬영한 지 이제 한 달쯤 됐는데 벌써 영혼의 단짝이다. 통하는 게 많다.

제이미 우리가 실제로 통이 이렇게 있다 보니까.

이영지 그렇지. 통이 넓은 사람들이다.

제이미 영지는 시원시원하고 호쾌한 성격이 음악에 다 묻어난다.

이영지 하하하하. 우리 둘 다 목소리가 크잖아. 나는 어릴 때부터 시끄럽다고 많이 지적받았다. 언니도 시끄럽다는 얘기 많이 들었나?

제이미 그냥 얘기하는데도 사람들이 화났냐고 계속 물어봤지. 영지도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애였나?

이영지 애물단지였다. 큰 목소리가 강점으로 작용하는 직업을 삼아서 다행이다. 래퍼한테는 현장에서 압도할 수 있는 목소리와 발성이 중요하거든.

제이미 한국 여자 래퍼 중에 이영지 같은 래퍼는 없지.

이영지 우리에겐 음악 서바이벌 최연소 우승자라는 공통점이 있더라.

제이미 사실 난 <K팝스타> 우승자라는 수식어를 없애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도 계속 그 모습으로 기억하더라. 나에게 기대하는 고음, 가창력, 뭐 그런 키워드가 지겨웠다. 나는 원래 리듬감과 감정이 담긴 음악과 무대를 좋아하는데, 방송에선 대중적인 가창력과 고음 특화로 내 이미지가 고정됐다. 어딜 가든 고음을 시켰다. 다양한 것도 할 수 있는데 말이지. 그간 공부를 섬세하게 했고, 지금의 난 감정 표현과 테크닉에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미지를 좇으며 남을 위해 살지 말고, 내가 추구하는 걸 당당하게 하고 싶다.

이영지 진짜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 나도 영상을 <고등래퍼 3>보면 아우, 죽고 싶다. 하하하 당시엔 자랑스러웠지만 1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많이 변했으니까. 아직 그때의 이미지를 없앨 정도로 멀리 온 것은 아니지만, <고등래퍼 3> 때는 다 잊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인드로 음악을 하고 있다.

제이미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다. 변하고 싶고, 새로운 거, 더 좋은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가장 커질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그런 타이틀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나쁘지만은 않음을 알게 되더라. 최연소 우승자니, 가창력이니 고음이니 이런 수식어들이 지겨울 때도 있었지만 내 일부였구나,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필요했던 수식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더라고. 사실 고음을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진 않잖아? 하하. 영지도 활동하면서 지우고 싶은 영상이 또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성장하면서 그런 자신을 포용하고 그 위에 새로운 것들로 덮으면서 내가 되는 거다.

이영지 안주하지 말되 과거의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것. 쉽지 않겠다. 아직 그때의 영상을 다시 볼 용기는 없지만, 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게도 이겨내는 단계가 필요한 것 같다. 언니만큼 시간을 겪으면 느끼는 게 또 다르겠지.

 

 

“이제 진짜 사회생활을 하러 나왔다.
스스로를 책임질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인 거지.”

 

제이미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나도 <K팝스타>에서 핑크색 리본 달고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 영상 보면 당장 끈다.

이영지 하하하. 언니는 오래 몸담은 JYP를 나와서 활동명도 바꿨다. 용기가 필요하진 않았나?

제이미 전혀. 원래부터 일상에서 쓰는 이름이 제이미다. 박지민보다 더 내 이름 같다. 그냥 더 나다운 나 자신이 되기로 했을 뿐이다. JYP는 내게 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그곳을 졸업하고 새로운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이제 진짜 사회생활을 하러 나왔다. 용기보다는 각오다. 혹독하게 스스로를 책임질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인 거지.

이영지 이게 진짜 언니의 모습에 더 가깝겠지?

제이미 맞다. 박지민으로 활동할 때 최선을 다했고, 20대에는 제이미로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영지 해외에 기반한 레이블인 워너뮤직코리아에 들어갔으니, 해외 활동도 생각하고 있나?

제이미 일단은 한국에 더 집중하고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나는 모든 일에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게 내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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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링 재킷은 프라다, 티셔츠는 텔파, 팬츠는 AAH MIDNIGHT CLUB,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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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환영, 스커트는 카이,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모자는 펜디×휠라, 크롭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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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이미의 레터링 재킷은 페이스 커넥션, 코르셋은 카이, 티셔츠·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영지의 가죽 재킷은 홀리넘버세븐, 프린트 티셔츠는 아미리, 팬츠는 카이,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영지 사실 난 궁금한 게 있어도 함부로 묻지 않는 성격이라 나중에 언니를 많이 본다면 깊은 이야기를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자리를 빌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제일 궁금했던 건 그거다. 언니는 곡을 만들 때 어디서 영감받나?

제이미 난 어떤 예술이든 결국 그 근원엔 사랑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부족하지 않나? 뭐만 해도 ‘오글거린다’면서 표현을 절제하는 게 아쉽다. 내 곡에는 그런 감정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거든. 영지는 어떤가?

이영지 나는 사랑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아서 사랑은 모르겠다. 아직 어리다 보니 일상생활,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에 대해 주로 작사하게 되더라. 원래 외향적인 사람이 내적으로 ‘현타’를 좀 맞잖아.

제이미 맞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우리 같은 외향적인 사람은 극도로 행복을 느끼는 한편 극도의 우울함도 느낄 수 있다. 감정 기복이 크다.

이영지 나도 감정 기복이 크다. 아티스트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기도 하지만 여러 무리에 끼거나 새로운 무리에 속했다가 금방 와해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나 친숙하고 안정된 감정을 느낄 수가 없더라. 그로 인해 공허함에 빠질 때가 있다.

제이미 공감한다. 그래도 나는 사람을 좋아해서 항상 먼저 다가간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은근히 자신감이 있지 않나?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것에.

 

“내가 원하는 것에 소리 낼 수 있는,
원하는 걸 갖기 위해 쟁취하는 사람이 굿걸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지 그렇지. 어색할 바에는 내가 먼저 뛰어들겠다! 그런 마인드다. 근데 언니는 정말 외향적인 것 같다.

제이미 그럼 이영지는 핵 외향인이다.

이영지 언니도 ENTP?

제이미 ENTP지.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이영지 소름.

제이미 우리 성격이 오해받기 쉽다. 정색하면서 농담을 해서 그런지. 영지도 기 세다는 말 듣지?

이영지 엄청 많이 듣지. 사실 난 쪼는데 티가 안 나는 거지만. 하하하. 근데 나는 그런 말 즐긴다.

제이미 영지는 자신을 좋아하나?

이영지 나는 꽤 미워하는 편이다. 채찍질하는 편이고. 누구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는 것만큼 나 스스로를 좋아하진 못한다. 남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너무 다른 것 같다. 자아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걸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부딪히는 게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가치관도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는 아직 굉장히 어린 것 같다. 엄청 많이.

제이미 열아홉은 어린 나이지. 나는 날 사랑하고,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나를 끼워 맞춘 적은 있지만 나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나 자신이 좋지만 다른 사람도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욕심에서 그런 거지. 한번도 나 스스로 부족하다거나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몸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어? 이게 아닌가 싶어서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아직까지도 한국이든 미국이든 여자는 능력보다 외면에 주목하는 것 같다. 더 이상 그런 시선으로만 소비되고 싶진 않다. 지금 내가 다이어트를 한다면 온전히 자기만족을 위해서다.

이영지 이제 시대가 정말 많이 변했고 발전했다. 나도 외모에 대한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나 스스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이미 그런데 난 사람한테 많은 에너지를 받다 보니, 관계가 틀어지면 자신을 다시 볼 때가 있거든. 그럴 때 나를 의심하기보단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자신을 아직 사랑하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빨리 극복하려고 하기보단 천천히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영지 확실히 어른이다. 언니는 대중이 보는 모습과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이 다르진 않나?

제이미 한참 다르지. 아직 나를 중학생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피어싱하고 타투도 했는데 볼 때마다 파격 변신이라고 한다. 성격이 워낙 즉흥적이라 태국 야시장 갔다가 해버리고, 우정 타투하고, 장미며 해바라기며 하고 싶으면 바로 하거든. 딱히 변신한 게 아닌데 말이다. 연애도 쉴 새 없이 했는데, 내가 남자를 만난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신다. 이번에 <굿걸: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를 보면 충격받으실 거다. 근데 뭐, 나쁠 거 없다. 충격을 주고 싶다. 그런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 좀 변태 같나?

이영지 하하하. 나는 언니 노래 중 ‘April Fools’가 좋다. 멋있고, 뮤직비디오도 살벌해서 좋다. 남자를 막 끌고 가더라.

제이미 내 엑스 보이프렌드라고 생각하고 감정 이입 좀 했다.

이영지 언니는 언제 노래하고 싶어지나?

제이미 때와 장소 상관없이 우울해도 행복해도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정작 자리 깔아주면 약간 튕긴다. 너무 하고 싶어 보이면 민망하니까. 뭔지 알지?

이영지 뭔지 알지. 장소 시간 가리지 않고 항상 하고 싶다.

제이미 우리 둘이 무대에 함께 오른다면 어떨 것 같나?

이영지 무척 재미있을 것 같은데. 곧 하게 되겠지. 너무 하고 싶다.

제이미 나도 같이 무대를 하고 싶다. 목적어를 빼먹으면 또 이상하니까.

이영지 그렇지. 무대를 같이 즐겨야지.

제이미 이런 것도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준다.

이영지 나는 항상 당황스럽긴 한데. 하하하.

제이미 뻔한 거 말고, 미친 바이브로 스피커를 찢자.

이영지 좋다. 스피커 한번 찢어져야 우리가 같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제이미 ‘굿걸’이 뭔지 생각해봤나? 나는 내가 원하는 것에 소리 낼 수 있는, 원하는 걸 갖기 위해 쟁취하는 사람이 굿걸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지 맡은 일 열심히 하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굿걸이지.

제이미 태몽이 뭐였나?

이영지 무지갯빛 금붕어였다.

제이미 난 엄청나게 큰 홍시였다더라. 이영지 홍시와 금붕어. 좋다. ‘깔’이 맞네!

제이미와 이영지. 빛나는 재능과 야심, 에너지, 누구든 웃길 수 있고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눌러앉는 ‘인싸력’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두 젊은 뮤지션이 만났다. 시시콜콜 온갖 주제로 서로를 파헤친 크로스 인터뷰.

Credit Info

EDITOR
이예지
PHOTOGRAPHY
이우정
STYLIST
박지혜
HAIR
선옥(제이미), 다은(이영지)
MAKEUP
최예주(제이미), 빛나(이영지)
ASSISTANT
김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