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김다비 유니버스!!

개그우먼 김신영이 밥집 아줌마, 목욕탕 세신사, 주부노래교실 강사를 거쳐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김다비로 돌아왔다. 김신영이 따라하는 아줌마들이 웃긴 이유, 그리고 그 웃음에 꺼림칙함이 없는 이유는 뭘까? 그가 넓히고 있는 판을 들여다봤다.

UpdatedOn May 22, 2020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5074-414299-sample.jpg

출처 | 미디어랩 시소

빠른 45년생, 7학년 7반, 인생은 한 번 노래는 두 번. 혜성처럼 등장한 트로트 신인가수, 둘째이모 김다비의 뮤직비디오가 2백만 뷰를 넘겼다. “물개 박수 한번만 주세요, 함 더 줘요, 난 둘째니까!” 좌중을 휘어잡는 구성진 말솜씨에 빨간 골프웨어를 빼 입은 그는 흡사 복대를 연상시키는 힙색을 둘렀고, 업스타일 헤어엔 큐빅 머리핀을 주렁주렁 달았다. 진한 ‘루주’를 앞니에 묻힌 채 활짝 웃는 미소가 포인트. 어디서 많이 본 동네 미용실 원장님, 문화센터 강사, 부동산 사장님,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머릿속을 우르르 스치고 지나간다.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는 우리 주변에서 속칭 ‘아줌마’로 불리는 어떤 중년 여성 군상들을 집약해 과장해 놓은 인물이다. 억척스럽고 부산스럽고 정 많으며, 힘 줘야 할 때는 등산복이나 골프웨어를 입고, 짙은 다홍색 루주를 바르며, 직접 캔 약초로 장아찌 담아 주는 걸 좋아하는 그들 말이다. 말투며 억양, 몸짓이며 제스처까지, 어쩜 그리 찰떡 같은지 볼수록 기가 막혀 웃음이 비식비식 새어 나온다.

전설의 시작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일찍이 김신영은 인물 모사와 콩트 연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무한걸스>에서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와 “6시 제일 바쁜 시간에 소고기 하나, 불백 하나, 짬뽕, 계란말이 누구야!”라며 호통을 쳤던 밥집 아주머니는 그 전설의 시작이다. “언니가 해초 마사지를 하지 않는 이상은”이라며 강매하던 목욕탕 세신사, “자아, 근강 박수 시~번!”을 외치던 주부 노래 교실 스타 강사, 계곡 옆에서 오리백숙 파는 식당 아주머니, 김신영 본인의 고모며 어머니까지 전국 팔도의 수많은 ‘아줌마’들이 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눈 여겨 볼 것은 김신영이 연기하는 ‘아줌마들’이 우리 곁에, 주변에 있는 서민적인 인간 군상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들과 함께 부대꼈고, 오랜 시간 아주 주의 깊게 지켜 봤을 것이다. 남으로 웃기려면, 그리고 그 웃음에 꺼림칙한 구석이 없기 위해선 그 웃음의 바탕은 애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심금을 울린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2005/thumb/45074-414293-sample.jpg

출처| <전지적 참견 시점>

출처| <전지적 참견 시점>

둘째이모 김다비의 데뷔곡은 근로자의 날에 공개된 ‘주라주라’다. 일명 ‘근로자들의 캐롤송’이자 그가 소속된 비보웨이브의 송은이 대표 헌정곡이라고 한다. 김신영이 작사한 이 곡의 가사는 이렇다.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부터 ‘마라마라 야근하덜 말아라/낄낄빠빠 가슴에 새겨주라/칼퇴칼퇴칼퇴 집에 좀 가자’,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가족 같은 회사/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가족 같은 회사’에서 가‘족’에 강세가 들어가니 당신도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는다면 참고할 것.) 노동자들의 심금을 절절히 울리는 곡이다. 트로트하면 통속적인 사랑 타령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데뷔하자마자 한국관광공사의 광고 모델이 되어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까지 홍보하고 있으니, 단순히 심금을 울린 것뿐 아니라 근로자의 공익에도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땅의 ‘아줌마’들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가사뿐인가? 가창력도 수준급이다.(물론 립싱크만 한다.) 김다비에게 목 푸는 법을 묻자 “내 아들이 셋이요. 말을 드릅게 안 들어. 두 번 말해선 들어먹질 않어요. 이노무시끼야! 되도 않는 개똥 같은 말을 해쓰까! 이게 머라이어 캐리 음역대랑 비슷해. 내지르면 되는 거야. 얼마나 소울풀하노?”라고 시원히 답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비결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웃고 잘 놀고 노래도 부르면 즐거운 인생이야. 방귀도 참지 마라. 펑펑 내질러!”라고 일갈하고, 나오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를 꼽으며 “다 나가라 할 거야, 나 혼자 살 거야. 시어머니고 뭐고”라고 답한다. 이 땅의 아줌마들의 인생 역경과 지난한 세월의 억압, 고난이 사무치는 말들이다. 웃기려고 하지만 단지 웃을 수만은 없다. 이 신인가수를 단순히 설정이라고, 웃기다고만 보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공감하는 개그우먼

출처 |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출처 |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출처 |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김신영은 8년 째 매일 같이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을 진행 중이다. 그는 청취자들의 사연에 귀 기울여 공감하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능하다. 지방 청취자들과 전화 연결을 할 때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오가며 걸진 수다를 풀어내기도 한다.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사회초년생에게는 외식 상품권을, 막 창업한 자영업자에게 화환을 보내고, 4년 만에 아이가 생겨 신 게 당긴다는 임산부에게는 한라봉과 아기 침대를 사비로 선물하는 통 큰 진행자이기도 하다. 남에게 너그러울 수 있음은 대체로 공감에서 비롯되는 능력이다. 김신영에겐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섭렵하여 동생들의 육성회비를 충당했던 과거가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 코미디언이었다. 집에서는 웃을 수가 없었고, 성공해서 판잣집 아닌 벽돌집에 살고 싶었다. 가난해도 당당하게 사는 게 목표였다”며 어릴 적 자신을 지탱했던 꿈을 밝혔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웃고 싶고, 누군가를 웃기고 싶었던 소녀는 자라 어떤 모습으로든 분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이 사회의 다양한 서민적 인간 군상들이 녹아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터다. 더불어 그가 부르는 노래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곡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주변부를 향한 오랜 관심과 애정이 깃들어 있다.

코미디의 영역

출처 | <’안 본 눈 삽니다’ 뮤직비디오>

출처 | <’안 본 눈 삽니다’ 뮤직비디오>

출처 | <’안 본 눈 삽니다’ 뮤직비디오>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김신영이라는 뛰어난 개그우먼, DJ가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가수로서 트랙을 넓히는 것도 유의미한 시도다. 유재석의 유산슬이 먼저가 아니냐 묻는다면, 김신영이 소속된 셀럽파이브가 먼저다. 셀럽파이브를 하자고 판을 벌리고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를 끌어들인 장본인이 김신영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그가 씬의 경계를 허물고 앞서가는 인물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흰 원피스에 화관을 쓴 채 아련한 노래를 부르는 청순한 여자 아이돌부터 골프웨어를 차려 입고 구성지게 트로트 가락을 뽑아내는 기 센 ‘이모’까지, 김신영은 현재 한국이 가진 여성상을 때론 우스꽝스럽게 비틀고 때론 진지하게 반영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가 넓히고 있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자, 개그우먼의 영역이고, 나아가 코미디의 영역이기도 할 것이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예지

디지털 매거진

MOST POPULAR

  • 1
    山水景石 산수경석
  • 2
    이준기라는 장르 미리보기
  • 3
    크리스토퍼 놀런의 시계들
  • 4
    이경규 · 강형욱 · 장도연, <개는 훌륭하다> 달력 화보 공개
  • 5
    이준기라는 장르

RELATED STORIES

  • FEATURE

    사진은 영원하고

    칸디다 회퍼는 공간을 찍는다. 주로 아무도 없는 공공장소를 찍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러나 인간이 없는 장소. 인위적인 조명도 과장된 구도도 없는 그의 사진은 고요하고 평등하다. 관람객의 시선은 천천히 머물며 그 속에 부재하는 인간을, 공간에 새겨진 잠재의식 같은 역사를 읽는다. 회퍼는 사진을 “보는 이의 시선에 시간을 부여하는 정지된 매체”이자 “더 많은 것을 들여다보게 하기 위해 시선을 늦추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오래도록 셔터를 누를 때, 그가 찍는 것은 공간이 아닌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칸디다 회퍼에게 공간과 시간, 부재와 현존, 그리고 사진이라는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편지를 보냈고, 그에 대한 회신은 다음과 같다.

  • FEATURE

    이경미 월드의 이상한 여자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시작부터 화제였다. 과감하고 아름다운 소설들을 써내는 정세랑 작가와 괴상하고 기이한 에너지로 질주하는 이경미 감독의 만남이라니! 뚜껑을 열자, 정세랑의 상냥한 세계는 이경미의 이상한 세계로 덧입혀져 있었다. 안은영, 아라, 완수, 혜민, 래디라는, 이상한 매력으로 들끓는 여자들. 여기엔 계보가 있다. 영화평론가 듀나가 이경미 월드의 이상한 여자들을 낱낱이 파헤쳤다.

  • FEATURE

    지옥에서 누가 살아남을까?

    전 세계에 전염병이 퍼지고, 시위가 발생해도 공은 굴러간다. 안 열릴 것만 같았던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다. 32강 조 추첨은 마무리됐고, 죽음의 조가 두 개나 나왔다. 그중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H조에는 황희찬의 소속팀 RB 라이프치히가 속해 있어 국내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죽음의 구렁텅이인 D조도 흥미로운 대진이다. H조와 D조에서 살아남을 팀은 누구인가.

  • FEATURE

    키카와 댄의 요트 라이프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여행 그 자체다. 바람에 의지해 세계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이 요트를 어디로 이끌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진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것도 중요치 않다. 눈부신 밤하늘의 별들을 만나고, 망망대해에서 서로만의 존재를 느끼고, 투명한 바다에 뛰어들거나, 돌고래와 유영하며 살아가는 삶. 요트를 집 삼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말한다.

  • FEATURE

    루이지 베를렌디스의 요트 라이프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여행 그 자체다. 바람에 의지해 세계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이 요트를 어디로 이끌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진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것도 중요치 않다. 눈부신 밤하늘의 별들을 만나고, 망망대해에서 서로만의 존재를 느끼고, 투명한 바다에 뛰어들거나, 돌고래와 유영하며 살아가는 삶. 요트를 집 삼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말한다.

MORE FROM ARENA

  • SPACE

    찬바람이 분다. 바(Bar)가 좋다

    두꺼워지는 옷 사이 스며드는 바람이 차다. 이런 말이 있다. ‘날씨야 암만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찬바람이 부는 날 생각나는 바 다섯 곳.

  • FEATURE

    비요른&카샤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 FEATURE

    SF 문학의 새물결

    한국 SF 문학에 새로운 이름들이 속속 등장했다. 모두가 디스토피아를 점치는 시대에 이들의 등장은 빛났고, 사람들은 기다려왔다는 듯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김초엽, 심너울, 천선란, 황모과, 신인 SF 작가 4인을 비대면으로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동시대의 SF 문학, AI 소설가와의 대결, 흥미로운 과학 기술, 인류에게 닥칠 근미래에 대한 상상까지 물었다.

  • FASHION

    우아한데 편안해

    우아하고 편안한 ‘심플리시티’ 미학을 담은 ‘Uniqlo U’의 2020 F/W 컬렉션이 공개됐다.

  • INTERVIEW

    철학과 취향을 담은 한 잔: 이기훈

    커피 향에는 시간과 노고가 담긴다. 농부의 땀부터 생두를 선별하고 볶아 상품으로 만드는 이들의 가치관까지. 남다른 커피를 세상에 알리는 전 세계 커피 마스터들의 커피 철학을 옮긴다.

FAMILY SITE